스크랩 맹사성 고택 탐방

[nomad(김영춘)]

맹씨 행단은 1380년경에 맹사성이 심어 600여년이 된 커다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서 있고, 고택, 기념관, 세덕사(世德祠), 구괴정(九槐亭), 그리고 후손이 살고 있는 살림집 등이 있다. 행단(杏壇)은 학문을 배워 익히는 곳을 이르는 말인데, <공자(孔子)가 은행나무의 단 위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향교에는 거의 빠짐없이 은행나무가 있다. 이 곳 맹씨 행단에서도 맹사성이 후학들을 가르치며 공부했던 흔적이리라.

맹사성 고택에서는 개인적으로 찾아가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소중한 유물들을 볼 수 있었다. 고택 살림집에 살고 있는 후손이 열어준 기념관에는 맹자부터 시작된 족보, 맹사성이 지은 '강호사시가', 태몽그림 등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맹사성은 시문에 능하고 음률에도 밝았다고 한다. 맹사성은 손수 만든 피리를 불며 검은 소를 타고 다니곤 했으며, 향악을 정리하고 예악을 정리했다고 한다.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는 맹사성이 늘그막에 벼슬을 버리고 자연에 파묻힌 자신의 생활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하는 자연에 결부시켜 각 한 수씩 네 수로 읊은 연시조(聯時調)이다.

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절로 난다

탁료계변(濁醪溪邊)에 금린어(錦鱗魚) 안주로다

이 몸이 한가로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강호에 여름이 드는 초당에 일이 없다

유신(有信)한 강파(江波)는 보내느니 바람이라

이 몸이 서늘하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강호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있다

소정(小艇)에 그물 실어 흘리띄워 던져두고

이 몸이 소일(消日)하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강호에 겨울이 드니 눈 깊이 자히 남다

삿갓 빗기 쓰고 누역으로 옷을 삼아

이 몸이 춥지 아니하옴도 역군은(亦君恩)이샷다

조부 맹유(孟裕)와 부친 맹희도(孟稀道)는 불사이군(不事二君)을 고집하면서 두문동으로 들어가 두문72현이 되었는데, 맹사성은 새로운 왕조에 나아가 재상이 되었다. 백두대간 종주를 하다가 만났던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고개 두문동재가 눈에 선하다. 백이 숙제의 전철을 뒤쫓아 충절을 지키고자 새왕조에 출사하지 않고 두문불출(杜門不出)하자 조선왕조는 군사를 풀어 두문동을 포위하고 불을 질러 모두 불에 타죽게 했다는 것이다.  세덕사(世德祠)는 맹유, 맹희도, 맹사성 3분의 위폐가 안치되어 있다.

 

어느 책에선가 이 고택은 원래 최영장군이 살던 집이라고 했다. 맹사성은 또래들과 어울려 최영장군의 배 밭에서 몰래 배를 따먹다가 들켰는데, 다른 친구들은 모두 도망쳤지만 맹사성은 당당히 무릎을 꿇고 솔직히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빈 인연으로 최영장군의 손녀사위가 되었다고 한다. 배서리를 하다가 들켜서 아내를 얻고 집도 얻고 권력까지 얻게 되었나?

 

맹사성 고택이 <현존하는 민가로는 가장 오래된 고려시대 건축물>이라는 것을 류우익 교수(현재 통일부 장관)가 쓴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오늘 교수님은 "고려시대 건축물이라고 하는 근거는 부석사 무량수전이나 수덕사 대웅전에서 볼 수 있는 건축기법이 쓰였기 때문이고, 문살 모양에서 알 수 있습니다. 이 집은 대들보를 떠받치고 있는 서까래가 사람 인(人)자로 되어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한옥의 커다란 특징은 온돌방과 마루방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보일러시설이 된 주거공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일러를 켜면 겨울용이고 보일러 가동을 안 하면 여름용이잖아요. 집이 북향이기 때문에 바람막이를 위해 문주방이 높습니다. 물론 사람이 드나드는 출입문의 문주방은 낮습니다. 들창문이 있어 방 내부를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으면서도 방 안에서 외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유리가 생겨나면서 문에 유리조각을 붙여서 문을 열지 않고도 방 안에서 밖을 살필 수 있게 되었지요. 창문은 열고 닫을 수 있는 것과 붙박이로 방안에 빛을 받아들이는 기능만을 하는 것이 있습니다."

"뒤쪽(남쪽)에서 쳐다보면 설화산이 보입니다. 병산서원에서 보이는 산을 문필봉이라 하는데 여기는 설화산입니다.” 이쯤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교수님 설화산에도 문필봉이 있습니다. 정상에 문필봉이라 하고 안내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아 그래요?”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 해서 문필봉. 인재가 많이 나오는 산에 붙여주는 이름이라고. “산은 원래 이름이 없는 것인데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서 그 이름을 지어줍니다.” 설화산에 오를 때마다 문필봉이라는 이름을 보고 그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오늘에야 그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설화산이라는 이름은 겨울에 하얀 눈이 쌓였을 때 온양에서 천안으로 가는 도로에서 쳐다보면 그 이름이 헛말이 아니란 걸 느낄 수 있다.

고택 둘레에는 담장이 두 겹으로 쳐져 있다. “가사를 돌보는 종들이나 천민들은 내담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엄격한 신분사회였다? 그리고 외담 밖으로는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데 안쪽으로는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밖으로는 참나와 도토리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소나무는 절개를 상징하며 선비정신을 기리는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이런 나무 배열은 방화(放火)기능이 있습니다.” 그럼 방화림(放火林)?

“도토리는 구황작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토리가 많이 열리는 해는 십중팔구 흉년이 듭니다. 곡식이 부족해서 굶주린 민초들이 산에서 도토리를 구해서 연명할 수가 있었답니다. 반대로 풍년이 드는 해에는 도토리가 많이 열리지 않습니다.”

 

고택에서 밖으로 출입하는 문이 두 개인데, 하나는 동네로 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괴정(九槐亭)으로 통하는 문이다. 맹사성, 황희, 권진 삼정승이 각각 느티나무 3그루씩 심고 정자를 세우니, 정자 이름이 구괴정(九槐亭)이 되었다. 이곳에서 세 정승은 시문을 짓기도 하고 휴식을 하기도 하면서 때론 머리를 맞대고 국사를 논하기도 했다. 그래서 얻은 이름이 삼상당(三相堂). 교수님께 “堂과 亭이라는 현판이 함께 걸려 있는데 과연 맞습니까?”라고 물었더니 “함께 쓰일 수 있습니다.”고 한다. 

교수님은 "맹사성이 황희, 윤희, 권진 등과 함께 세종의 측근이었는데, 이런 훌륭한 신하들이 있었기에 세종대왕이 성군이 될 수 있었습니다."고 설명했다. 세종과 충신들이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은 임금인 세종이 그런 신하들을 소중하게 아끼고 보살피며 그들의 충언을 따라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하된 자로서 성심성의로 소신껏 충성을 다하며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들은 위정자로서 사리사욕은 생각도 안 하고 오로지 백성을 보살피고 나라를 가꾸는데 뜻이 하나로 되었기 때문에 그런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맹사성은 성품이 소탈하고 사심이 없어 찾아오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정중히 대했다고 한다. 왕조가 바뀌는 격변기에 무사하게 살아남아서 권력의 측근에 머물 수 있었던 것은 고불의 청렴결백 철학 때문이 아니었을까? <고불 정신(古佛精神)>을 보면서 오늘날 우리나라의 고위층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공운식]

죽기살기로 정상만 바라보고 오르는 저에게 일침을 주시네요.
뜻있는 행보에 응원을 보냅니다.
천안 시발연 화이팅.발음 쎄게하면 안되겠네요.ㅎㅎ

[nomad(김영춘)]

엄홍길 대장은 공익광고에서
"산에서 흘리는 땀은 짜지 않다. 달다. 끝까지 가본 자만이 그걸 안다."고 합니다.
끝까지 가 보세요.

[남제(이향복)]

좋은 글 잘보어요..

[nomad(김영춘)]

고맙습니다.

[만고강산(김재삼)]

가끔 들르는곳이라 생경함보다는
친근함이 느껴지네요.
즐감하고 갑니다..

[nomad(김영춘)]

11월 탐방은 11월 17일 토요일입니다.
천흥사지와 직산현관아, 봉선홍경사지를 탐방할 예정입니다.

[만고강산(김재삼)]

네에..
그쪽으로 성거산을 가끔 오르는데
담에 갈때는 좀더 신경써서
눈여겨 보겠읍니다..
늘 건강하시고
안산 즐산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