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단거리패 명동예술극장 공동제작 이윤택 작 연출의 어머니
공연명 어머니
공연단체 연희단거리패·명동예술극장
작·연출 이윤택
공연기간 2015년 1월 31일~2월 16일
공연장소 명동예술극장
관람일시 2월 2일 오후 7시 30분
명동예술극장에서 연희단거리패·명동예술극장 공동제작, 이윤택 작·연출의 <어머니>를 관람했다.
1960년대 후반 명동국립극장시절 극단 동인극장에서 공연한 유진 오닐 작, 정일성 연출의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에서 박근형, 김금지, 백일섭 등과 공연한 손 숙의 연기를 처음 보았고, 그 후 역시 명동국립극장에서 극단 동인극장의 테네시 윌리암즈 작, 정일성 연출의 <유리동물원>에서 정혜선, 오지명, 최지민 등과 과 공연하는 모습, 그리고 극단 제작극회의 김기팔 작 임영웅 연출의 <그 여자에게 옷을 입혀라>에서의 호연을 눈여겨보았다.
당시 손숙은 미모와 연기력을 갖춘 신인여배우였고, 그녀의 대학 선배인 남편은 출중한 연기력을 발휘하던 중견 탤런트로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맹활약을 펼친 명 연기자였다.
그녀가 연기생활 50주년 기념공연으로 2년 전에 <어머니>를 공연할 때에도 관람을 했고, 2015년에 하는 재공연까지 관람을 한 것을 보면, 필자도 손 숙의 팬인가 싶다.
근래 <셜리 발렌타인> <신의 아그네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니 부모의 얼굴이 보고 싶다> <나의 황홀한 실종기>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 등에서의 그녀의 연기를 관람하고, 평을 쓰면서 그녀의 식지 않는 열정과 노력에 감탄을 하곤 했다.
<어머니>는 20세기 중반부터의 한국의 역사와 그 맥을 이룬다. 한국의 생활과 풍습, 남존여비사상, 해방과 6 25사변, 서민들의 생활이 그 바탕과 배경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나이든 관객에게는 장면 하나하나와 배우들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고 손 숙 만이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연륜과 방언과 구성진 대사는 물론, 공연하는 배우들과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포용력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탁월한 기량과 체취를 이 연극에서 감지할 수가 있다. 재공연이니 손 숙 원숙함과 기량이 유감없이 드러나기도 한다.
무대는 주택의 거실이다. 정면에 커다란 유리창이 달린 4짝의 커다란 여닫이문이 있고, 그 밖으로 아름다운 호수의 풍경이 펼쳐진다. 문 안쪽으로 좌우의 벽면에 내실로 들어가는 통로가 만들어져 있고, 오른편 벽에는 가지런히 정리된 책을 꽂은 책장이 있다. 장면변화에 맞춰 이동시켜 들어오는 고목형태의 감나무 조형물은 친근감까지 드는 장치다. 천정에도 커다란 천창이 객석을 향해 고개를 숙인 모습으로 경사지게 만들어져 달려있다.
내용은 경상도의 밀양의 조그만 마을에서 첫사랑의 남성이 아닌 다른 남성에게 시집을 간 여인이, 권번 출신의 출중한 소리와 춤의 재주를 가진 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를 하게 되고, 6 25 사변이 발발하자 남편과 헤어지게 된다. 피란길에서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장남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그 유골을 신주단지에 담아 평생 간직한다.
실제로 많은 우리의 어머니들이 전쟁으로 남편을 잃었듯이 이 연극에서도 남편 없는 여인의 삶이, 장면하나하나마다, 모든 어머니의 삶처럼 느껴지고, 말년에 요양원 장면은 근래 부쩍 늘어나고 있는 노인요양원과 요양병원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어머니는 방송작가인 둘째 아들과 살며 노령이 된다. 고령의 어머니가 하는 말은 가족이나 손자들에게는 잔소리로 들리고, 문맹인 어머니가 손자에게 한글을 배워 이름자를 쓸 수 있게 되기까지, 이 연극에서 어머니는 20세기를 살아온 우리 모두의 어머니들의 생애처럼 여겨진다,
대단원에서 어머니가 허공에 자신의 이름을 쓰면, 천창에 쓴 글자가 영상으로 나타나고, 정면의 커다란 유리문을 열고 어머니가 나가면, 그 행보는 저승으로 향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그 문밖에서 기다리고 서있는 가족과 어머니와 인연을 닿았던 인물들, 그리고 무대 오른쪽 감나무 고목 위에 모습을 드러낸 첫사랑의 총각 등이 어머니를 지켜보고, 어머니가 객석을 향해 돌아서서 일행과 함께 객석을 바라보면, 문은 저절로 닫히면서 암전이 되고, 천창에 “황 일순”이라는 어머니가 쓴 이름이 관객의 가슴과 뇌리에 각인되면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손 숙, 김소희, 김미숙, 김철영, 윤정섭, 이승우, 조우현, 김아영, 이동준, 이혜민, 김민지, 신승훈, 양승일, 안윤철, 황현아, 현슬기, 도창선, 서민우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제대로 드러나, 2시간 남짓한 공연을 흥미와 감동으로 몰아간다.
김경수 무대디자인, 조인곡 조명디자인, 이태원 음악, 김윤규 안무, 김미숙 연습감독, 조승희 무대감독, 신명은 음향오퍼, 배준일 조명오퍼, 노심동 극단기획, 박미옥 이재민 조형원 성영주, 그래픽디자인, 지민주 담당피디, 정용성 박보영 마케팅, 정현주 언론홍보, 최보미 생활예술, 이현아 이연미 조기애 김보배 티켓운영, 정예지 하우스매니저, 강미리 권시준 김도엽 김동완 김서연 김소정 김연주 김희영 배예람 배현경 신다영 이재은 이지영 이화선 전상미 정원선 정채영 황원희 등 스텝 모두의 노력이 어우러져, 극단 연희단거리패·명동예술극장(구자흥 극장장) 공동제작, 이윤택 작·연출의 <어머니>를 기억에 길이 남을 한 편의 서사극적 서정극으로 만들어 냈다.
2월2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