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택의 시간 ~ 성기수 님 국립 생물 자원관 외부 연구원
자연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아직도 알지 못한 것이 많다.
곤충 세계도 그렇다.
따뜻한 여름은 사양하고 겨울을 즐기는 생명이 있으니
바로 겨울자나방과 눈각다귀다.
진화 과정에서 이들의 풍성한 날개는 퇴화돼
혹독한 주위에도 얼지 않는 몸 구조로 변했다.
겨울자나방 암컷의 날개는 버려지고 흔적만 남았으며,
눈각다귀는 암수 모두 날개를 포기하고 맨몸으로 눈 위를 걷는다.
이들이 온화한 날씨에 풍족한 음식이 잘 차려진 계절을 뿌리치고 추위만
감도는 겨울 숲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먹이 경쟁에서 져 버려 겨울로 내몰린 걸까?
아니면 은둔자의 삶을 자처한 걸까?
겨울자나방과 눈각다귀는 먹이 경쟁에 여력을 쏟지 않아도 된다.
겨울자나방은 입이 퇴화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눈각다귀는 수분만 겨우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식을 구하지 않아도 되나 굳이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을
택한 이유는 천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고작 20-30밀리 크기의 곤충으로 인간과 달리 외부 온도에 체온이
쉽게 변화되는 변온 동물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열기가 있어야만 활동한다.
알고 보면 겨울철이라고 항상 춥지만은 않다.
오래전부터 겨울엔 삼한 사온(7일을 주기로 사흘간 춥고 나흘간 따뜻한 겨울 기온의 변화 현상)이
존재해 왔으니 말이다.
겨울자나방은 기온이 오르는 나흘을 번식기로 삼는다.
물론 겨울철 가장 추운 동지부터 입춘까지는 활동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든 겨울자나방의 가장 큰 특징은 암컷에서 날개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날개의 흔적만 남은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아예 흔적조차 없는 녀석들도 있다.
날지 못하는 암컷은 유혹으 물질인 페로몬을 뿜어 수컷을 불러들인다.
짝짓기를 하기 위해 비행하다
보면 천적의 눈에 뛸 수 있으니.
그 위험을 수컷에게 지우고 자신은 안전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
또한 겨울자나방은 야행성이라 하룻밤 중 가장 따뜻한 일몰 후 한시간
남짓이 주어진 시간의 전부다.
그러니 분주할 수 밖에 없다.
짝을 지으려고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움직여
혼인날이 되면 숲은 겨울자나방으로 시끌벅적하다.
수컷은 앙상한 몸을 나뭇가지에 의지하고 페로몬을 뿜는 암컷을 찾아 몰려든다.
다음 세대를 이어 갈 소중한 밤이므로 이들 생애에서는
가장 거룩하고 장엄한 날이다.
그렇다면 낮에는 어떨까?
나흘의 따뜻한 날에는 눈각다귀가 눈밭을 활보한다.
아장아장 걷다가 한 줄기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금세 놀라 웅크린다.
여섯 개의 다리를 모으고 있으면 말라빠진 가을꽃의 씨앗처럼 보인다.
그러니 누가 이들에게 관심이나 가질까.
겨울은 그저 냉기 가득한 눈보라와 황량함 뿐인 듯 여길 테니 말이다.
눈각다귀가 눈 위를 활보하는 이유는 짝을 찾으려는 것뿐이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그나마 배우자를 만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들은 입안에 홍시가 저절로 들어오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추운 겨울에도 가끔씩은 산책해 보길 권한다.
철학자처럼 깍지 낀 뒷짐으로 어슬렁어슬렁 발걸음을 해 보면 좋다.
그러면 아장아장 걷는 눈각다귀나 마른 낙엽 잎자루 끝에서 엄숙한
밤을 준비하는 겨울자나방 암컷이 어느새 눈앞에 있을 것이다.
소리없는 분주함,
열기 가득한 시간.
겨울은 결코 침묵의 계절이 아니다.
인터넷 사진 눈각다귀
눈각다귀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는데
2012년 12월22일에
계룡산국립공원 시민대학 카페에 이암 선생님께서 올려 놓신 사진과 글을 보게 되었다
허락없이 사진 3장과 설명을 퍼왔다.
눈각다귀는 날개가 퇴화된 종으로 2008년에 덕유산에서
채집된 것을 이탈리아 학자가 연구하여 신종으로 발표된
일명 거미각다귀 로도 불리는 귀한 녀석 이라는군요
몇일전 대청호의 눈위를 급하게 가는 녀석을 발견 하여 올립니다.
크기는 약 10mm정도이며 생김새는 홉혈을 한 모기의 모양입니다.
아직도 연구가 덜 된 녀석으로 겨울에도 활동을 하는 것이 정상인지도 ??
인터넷 사진 겨울자나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