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에 있는 만장사 삼층석탑이다.
비지정문화재이며 이 석탑에 대한 자료는 한국향토문화대전에서 간략히 언급한 내용 말고는 없다.
아래는 한국향토문화대전의 내용이다.
[정의]
경상북도 의성군 비안면 산제리 만장사에 있는 통일 신라 시대 삼층 석탑.
[개설]
만장사(卍長寺)는 본래 화장사(花長寺)라고 불렸지만 주변에서 ‘만(卍)’자명의 기와편이 발견되면서 ‘만장사’로 고쳐 부르고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절의 이름이 ‘안장사(安長寺)’라고 전하고 있다. 1999년 1월 현 주지인 대관(大觀)이 불사를 일으키면서, 암자 뒤쪽에 묻혀 있는 석조 여래 좌상과 대좌, 광배 등을 발견하게 되었다.
[건립 경위]
만장사 삼층 석탑은 1층 옥신에 비해 2, 3층의 체감율이 심한 편이다. 훼손이 심해 낙수면의 반전은 관찰하기 어려운데 2층 옥개의 반전을 확인할 수 있다. 옥개석의 층급 받침이 5, 4, 4층으로 되어 있다. 만장사 석조 여래 좌상[경상북도 유형 문화재 제322호]의 제작 연대와 비슷한 통일 신라 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위치]
만장사는 경상북도 의성군 비안면 산제 1리 화장산 중턱에 위치한 사찰이다. 산제 1리에 산제지라는 조그마한 저수지와 지내 마을 사이에서 서쪽으로 난 모산길을 따라 900m 정도 화장산을 오르면 만장사가 나온다. 만장사 삼층 석탑은 대웅전 앞에 한단 아래의 마당에 위치하고 있다.
[형태]
만장사 삼층 석탑의 현재 높이는 308㎝ 정도이다. 1999년 1월 현 주지인 대관이 불사를 일으키면서 주변의 탑재를 모아 2003년에 현재와 같이 삼층 석탑으로 조립하여 놓았다. 기단부는 지대석 일부와 갑석 일부가 원래의 석탑 부재이며, 나머지는 자연석으로 대체하여 놓았다. 탑신부는 3매의 옥개석과 3매의 옥신석이 남아 있고, 상륜부는 1/2편의 노반석이 잔존하고 있다. 옥개석 층급 받침은 1층이 5단이고, 2층과 3층은 각각 4단이다.
[현황]
현재 기단부의 지대석 주변에 자연석을 활용하여 바닥을 깔아 놓았다. 별도의 보호 철책이나 안내판은 없다.
[의의와 평가]
통일 신라 시대의 석탑으로 보이나, 전체적인 규모가 소형이어서 신라 하대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위의 내용은 이 탑의 건립 경위 말고는 그다지 참고할만한 내용이 별로 없다.
이 탑은 현재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현재 상태의 지대석이다.
지대석은 2단으로 조성되어 있다.
맨 아래 1단 지대석은 원래의 부재가 아니라 복원할 때 임의로 조성한 부재이다.
그 위 2단 지대석 중 긴 장대석만 본래의 부재이며 다른 부재는 후대에 보충했다.
석탑 앞에 배례석처럼 배치된 정방형의 판석은 이 석탑의 탑구를 구성했던 부재일 가능성도 있다.
현재 상태의 기단 중석은 자연석으로 대체해놓았다.
현재 상태의 기단갑석은 아주 혼란스럽게 배치해놓았다.
부재는 모두 4매로 구성해 놓았는데 향좌 2매와 향우 2매가 서로 다르다.
앞 사진 향좌 부재는 원래 석탑의 갑석부재이다.
모서리에 합각선이 뚜렸하다.
갑석하면에는 부연이 조출되어 있는데 낮은 편이다.
앞 사진 향우 부재는 상당히 유추하기가 힘든 부재여서 추정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호각 2단으로 조성된 괴임에 집중한다면 의외로 쉽게 접근할 수가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부재는 석탑의 하층기단 갑석 부재이다.
그래서 이 석탑은 하층기단이 4매로 조성되었고 호각 2단의 탑신괴임을 둔 이중기단 석탑이다.
이중기단 석탑 중 하층기단 부재가 현재 기단 갑석으로 둔갑되어 있는 것이다.
탑신부의 탑신석 중 초층탑신석이 고준한 편이다.
이렇게 삼층석탑에서 초층탑신석이 고준해지기 시작하는 시기는 9세기 후반부터이다.
오층석탑에서는 11세기 중반경에서 시작한다.
옥개석 층급받침은 초층 5단, 이층 4단, 삼층 4단으로 층급받침에 변화가 있다.
이렇게 층급받침이 544의 변화가 있는 석탑은 주로 9세기 후반에 등장한다.
현재 상태의 상륜부는 모두 후보물이다.
만장사 삼층석탑은 주지스님인 대관스님이 손수 복원해놓은 석탑이다.
비전문가의 복원이지만 이렇게라도 복원해놓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얼마전 새로 조성한 누각과도 제법 어울린다.
향화객이 없는 평일 오후,
석탑 사진을 세세히 찍고 있는 답사객에게 흥미를 느꼈는지 주지스님인 대관스님께서 물으신다.
스님 : 멀리서 지켜봤는데 석탑 사진을 어찌 그리 많이 찍으시는지요....
나 : 석탑을 찾아다니는 답사객입니다.
스님 : 어느 석탑단체에서 오셨는지,,,,
나 : (이런 질문은 상당히 난처한데,,,,) 단체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석탑을 찾아다니며 석탑매니압니다.
스님 : 석탑에 대해서 잘 아시는지.....
나 : 그저 귀동양 정도는 합니다.
스님 : 그럼 이 석탑은 문화재 가치가 있는지....
나 : 복원만 제대로 된다면 두드러진 특징이 있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스님이 차 한잔 하자고 하신다.
새로 불사한 누각에 앉아 손수 키우신 방울토마토와 차 한잔을 하면서 스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10여년전 단체답사 때 뵈었었는데 희미하게 기억하시는것 같았다.
스님께서는
이 석탑을 새로 복원함과 동시에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계셨다.
의성 군청에서도 이 석탑의 가치가 확인되면 문화재로 지정해주겠다는 확답이 있었던 모양이다.
비지정문화재,
어쩌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그것들에 대한 가치를 분석을 통해 찾아내고
또한 그것을 입증할 작례와 시대를 추정해내는게 우리같은 답사객의 사명이 아닌가!
기꺼이 석탑에 대한 글을 써서 보내 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이렇게 저렇게 복원하시라고 조언을 드린 후 절집을 나섰다.
만장사 삼층석탑에는 석탑매니아라면 꼭 지적해야만 하는 큰 특징이 2가지가 있는 매우 소중한 석탑이다.
1.상층기단 갑석 모서리에 반전에 표현되어 있는 석탑이다.
만장사 삼층석탑에서는 희귀하게도 상층기단 갑석 모서리에 반전이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상층기단 갑석에 반전이 시작되는 최초의 석탑은
경북 안동에 있는 평화동 삼층석탑(850년경)이다.
평화동 삼층석탑은 상층기단 갑석 모서리에 합각선이 표현되어 있으며 모서리 끝부분에서 반전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반전석탑은 아래와 같이 나눈다.
1.하층기단 갑석 반전석탑
2.상층기단 갑석 반전석탑
3.하층기단 상층기단 갑석 같이 반전하는 석탑
1의 예는 영동 영국사 삼층석탑(900년경)을 시작으로 3기의 작례가 있다.
2의 예는 안동 평화동 삼층석탑(850년경)에서 시작하며 10기의 작례가 있다.
3의 예는 영천 화남동 동 삼층석탑(900년~920년경)을 필두로 9기의 작례가 있다.
모두 합치면 22기의 작례가 있다.
만장사 삼층석탑은 상층기단 갑석에 반전이 일어나는 최초의 석탑인 안동 평화동 삼층석탑의 계보를 잇는 석탑이며
이러한 상층기단 갑석의 반전 석탑이 이 이후에 전국으로 펴져나가는 교두보가 되는 석탑으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층기단 갑석의 반전 석탑을 논할때는
경주 구황동 모전석탑지에 있는 일반형 석탑 상층기단 갑석을 유심히 보아야 한다.
현재 구황동 모전석탑지에는 모전석탑의 감실 좌우에 배치된 금강역사상 판석 두 쌍(4구)과
일반형 석탑의 옥개석과 상층기단 갑석 부재가 남아있다.
이러한 구황동 모전석탑지의 모전석탑 금강역사상 판석과 일반형 석탑의 부재를
동일한 석탑에 사용된 부재일 가능성을 제시하고 이형석탑으로 보는 의견이 있다.
그런데 전국의 탑 답사를 다니다보면 이런 견해는 일견 수긍하기가 힘들다.
그 이유는
현존하는 일반석탑 중 금강역사상이 조식된 석탑은 모두
초층탑신석 (광양 중흥산성 삼층석탑에서만 상층기단 갑석에 부조)에 나타나며
판석으로 조성되는 작례는 그 어느 곳에서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석으로 조성된 금강역사상은 모두 모전석탑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인 것이다.
그래서 모전석탑의 금강역사상 판석은 모전석탑의 부재이며 일반형 석탑의 부재가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촛점이 잠시 빗나갔는데
구황동 모전석탑지의 일반형 석탑 부재 중 상층기단 갑석 혹은 단층기단 갑석으로 추정되는 갑석에 주목해 보아야 한다.
이 석탑의 갑석에는 반전이 뚜렸하게 보인다.
그래서 이 석탑은 반전석탑인 것이다.
이 갑석은 상층기단 갑석으로 추정된다.
갑석이 너무 두껍고 갑석 아래 부연이 있어 하층기단 갑석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하층기단 갑석에 부연이 있는 석탑이 존재하지만 갑석의 부재가 너무 두터워 상층기단 갑석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단층기단 갑석일 가능성도 유존한다.
이 일반형 석탑재는 탑신괴임이 각각의 2단이 아닌 호각의 2단 탑신괴임으로 조성된 점과
옥개석 층급받침 끝에서 넓게 조성된 넓은 절수구와
양각으로 돌출된 추녀의 표현으로 보아 9세기 후반경에 조성된 석탑재일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이러한 기단갑석의 반전은
안동 평화동 삼층석탑에서 시작하여 의성 만장사 삼층석탑을 거쳐 경주 구황동 모전석탑지 일반형 석탑재에 나타나며
이후 고려시대에는 합천, 전남지역등 전국으로 확대되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기단갑석 반전석탑의 계보는 따로 정리하여 포스팅으로 언급할 계획에 있다.
2.상층기단 갑석에 옥개석 낙수면처럼 곡선이 표현되어 있다.
이 석탑에서는 특이하게도 상층기단 갑석에 옥개석 낙수면의 곡선처럼 곡선이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석탑은 아주 희귀하며 개인적으로 파악하기엔 3기만 존재하는 매우 희소성이 있는 양식이다.
그 작례는
서울 호림미술관 중정 앞에 있는 삼층석탑(9세기 후반경)과
춘천 서상리 삼층석탑(11세기 전반경)에서 볼 수 있다.
또한 만장사 삼층석탑은
옥개석 층급받침이 5,4,4의 변화가 있는 점과
절수구가 층급받침 끝에 붙어서 넓게 조성된 넓은 절수구 석탑이며
옥개석 정상에 1단의 탑신괴임이 존재하는 것도 특징이다.
만장사 대웅전 뒷뜰에 가면
상층기단 면석(중석) 1매가 유존하며
또한 안상이 새겨진 하층기단 면석(중석) 1매가 남아있다.
해서 이 석탑은 이중기단 석탑임이 확실하다.
만장사 삼층석탑은
상층기단 갑석 모서리에 반전이 표현된 점과
상층기단 갑석 낙수면에 곡선이 표현된점
층급받침의 544의 변화
넓은 절수구가 조식된 점
옥개석 정상 1단의 탑신괴임이 조성된 점이 특징이며
이 탑의 조성시기는 880년~900년경에 조성된 석탑으로 추정된다.
현재 남아 있는 하층기단 부재를 활용하여 새롭게 이중기단 석탑으로 다시 복원한다면
새로 불사한 누각과 어울리는 아담한 삼층석탑이 될 것이다.
의성군청 문화재과의 관심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