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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말고 결혼] 11
S#1. 기태 집 거실 N
풍선, 장미꽃, 캔들.. 1부에서 장미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엔 기태가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준비했다.
현관에서 거실까지 쭉 이어지는 캔들로 만든 길. 그 길 끝에 캔들로 만든 하트.
그 하트 속에 장미꽃을 들고 서있는 기태.
현관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누군가. 캔들로 만든 길을 따라 천천히 기태에게 다가오는 여자 발.
그녀를 바라보는 기태 얼굴에서.
S#2. 타이틀 <연애 말고 결혼> “제11회. 고백 (Go Back)”
S#3. 전통찻집 D
노점순 앞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 기태와 장미.
노점순, 아무 말 없이 호로록.. 차만 마시고 기태와 장미, 힐끗 힐끗 눈치만 살피며 다리 점점 저려오는데.
노점순 : (찻잔 내려놓고) 그러니까.. 다 거짓말이었다고...?
기태 : (면목 없고)
장미 : (고개 푹) 죄송합니다..
노점순 : (매섭게) 니들이 감히 어른을 가지고 놀아??
기태장미 : (움찔!)
기태 : 장미는 잘못 없어요. 저 때문에 억지로 여기까지 끌려온 거예요.
장미 : 기태씨도 여기까지 올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일이 커져서요..
노점순 : (흥!) 어쩔 수 없었다? 모든 게 남 탓이다?
기태 : 제 탓이라구요. 장미는 몇 번이나 사실대로 털어놓으려고 했어요.
장미 : 아니요, 제가 계속하자고 그랬어요. 평생 혼자 살게 해주겠다고, 제가 그랬어요.
노점순 : 대체 무슨 이유로 남의 집 귀한 삼대독자 혼삿길을 막아!
장미 : 저도 처음엔 기태씨가 왜 그렇게 결혼에 질색하는지 이해 못했어요.. 그런데 겪어보니까 알겠더라구요.
엄마 아들 사이에 서로 자존심 세워가면서 미행에 염탐에 협박에.. 바보 같은 내기나 하고..
노점순 : 남의 집 일에 주제넘은 참견이구나!
기태 : 욕먹어도 남 걱정, 얻어터져도 남 걱정이 먼저인 바보 같은 여자예요. 그런 바보 오지랖을 이용한 제가 나쁜 놈이죠.
장미 : 기태씨만 저 이용한 거 아니에요. 사실은 저도 기태씨 이용했어요. 저희 부모님이 기태씨를 보고 너무 좋아해서요,
기태씨 때문에 두 분 사이가 전에 없이 너무 좋아져서요..
이 달콤한 꿈을 조금만 더 꾸고 싶다.. 제가 참 말도 안 되는 욕심을 부렸습니다..
노점순 : ...
기태 : 그런 말까지 뭣 하러 해. 이제 됐어. 내가 집에 가서 어머니께 솔직하게 다 말씀드리고 끝낼 테니까.
그러면 되는 거죠 할머니?
장미 : 안 돼!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고생한 거 다 물거품 만들자고?
기태 : 그 동안 고생한 걸로 충분해. 할머니, 장미 그만 보내주세요.
장미 : 아니요 할머니!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제가 끝내겠습니다!!
기태 : 아 이 여자! 내가 알아서 끝낸다고! 넌 빠져! 가라고 좀!
장미 : 어머니랑 사이 얼마나 더 악화시키려고! 차라리 내가 다 뒤집어쓸게!
두 사람을 빤히 보는 노점순. 피식 웃는다. 이것들.. 진짜가 됐구만...!
노점순 : 끝내긴 누구 맘대로 끝내!!
장미기태 : (티격태격하던 걸 멈추고) ...?
노점순 : 내 보기엔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장미기태 : ......?
노점순 : 꼭 에미 아니더라도 니들이 벌인 일에 대한 결과는 어떻게든 니들이 떠안게 될 테니까..
굳이 에미한테 일러바칠 필요도 없겠구나.
장미기태 : .................?
노점순 : 그럼 잘들 해 봐라. (그대로 일어나서 가버린다)
장미 : 할머니...? 뭘.. 잘 해보라는 거지....? (어리둥절 기태를 보면)
기태 : (역시 어리둥절..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S#4. 공씨네 전경 N
S#5. 공씨네 거실 N
혼이 빠진 듯 텅 빈 얼굴의 신봉향, 돌처럼 우두커니 앉았다.
탁자에 치우지 않고 그대로 놓여있는 산산조각 부서진 핑크다이아..
flashback insert> 10부
수석으로 꽝!!! 반지를 내리치던 장미. “기태씨 혼자 있게 만든 거 어머니세요...!”
신봉향 : ......
공미정 : (저만치 떨어져 서서 눈치 살피며) 언니...?
신봉향 : (미동도 없이 박살난 반지만 빤히 내려다보는)
노점순 : (공미정 옆으로 와서) 여태 꼼짝 않고 저러고 있냐?
공미정 : (끄덕) 배고픈데..
노점순 : 뭘 잘했다고 그러고 있어! 삼대독자 종손 혼사를 산산조각 박살내놓고!!
신봉향 : ...
노점순 : 그래도 에미 넌 바라던 대로 두 녀석 갈라놨으니 속이 시원하겠구나!!
공미정 : 아 엄마.. (말리는데)
신봉향 : ... (깨진 반지 손에 쓸어 담으며) 시장하시죠? 금방 저녁 할게요.
노점순 : 됐다. 막내랑 알아서 먹을 테니까 신경 쓰지 마라.
공미정 : ? 나더러 밥 차리라고?
노점순 : 짜장면이나 시켜.
공미정 : 오오! 이게 얼마만에 먹어보는 MSG야!! (신나서 중국집에 전화 거는데)
신봉향 : 짜장...!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어머니...!
노점순 : 먹고 싶을 때 먹는 불량식품은 오히려 약이 되는 거다. 무조건 참고 억누르면 속으로 곪아서 더 큰 병을 만들지.
신봉향 : ...
말릴 기력도 없는 신봉향, 마음대로 하라는 듯 낮은 한숨.. 방으로 들어가며 박살난 모조품 반지를 쓰레기통에 툭 버린다.
노점순 : (그 모습 보며) 우리 집도.. 곪은 상처를 터트려줄 사람이 필요해.
S#6. 기태 집 거실 N
소파의 이쪽 끝과 저쪽 끝에 떨어져 앉은 장미와 기태. 끝났지만 끝이 아닌 것 같은 찜찜함과 얼떨떨함으로 멍하다.
장미 : (힐끗) 다 끝난 거지?
기태 : (힐끗) 뭐 아마도?
장미 : (힐끗) 이제 나 귀찮게 안 하는 거지?
기태 : (힐끗) 누가 할 말을. 여긴 또 왜 따라왔어?
장미 : (멈칫..) 한여름 보러 왔지! 한여름!
기태 : (귀찮은 척) 아 한여름 그 자식 때문에 내가 널 계속 봐야 되는 거냐?
장미 : (새침) 그러게! 넌 필요 없는데 니 집은 좀 필요하겠다?
기태 : (괜히) 도대체가 이 찰거머리랑은 끝이 없네! 끝이 없어!
현관에 서있는 여름. 기태와 장미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다가.
여름 : (밝은 얼굴로 꾸미고 들어서는) 형 저 왔어요! (장미 보고) 어? 있었네?
장미 : 어어.. 너 기다렸지.. (얼른 일어나서) 나가자. 나가서 저녁 먹자.
기태 : 니들끼리? 나는?
장미 : (여름 앞이라 괜히 더 틱틱) 넌 니가 알아서 먹어.
여름 : 그냥 집에서 같이 맛있는 거 해먹자. 나 기태형한테 할 말도 좀 있고.
기태 : 무슨 할 말?
여름 : 밥부터 먹구요. 형 기분 좋을 때 해야 되는 말이라.
기태 : (뭐지...?)
주방으로 가는 여름, 냉장고와 싱크대를 뒤져 재료들을 꺼내놓는다.
장미 : 내가 뭐 도와줄까? (라면 집어 들고) 라면 뜯을까?
기태 : (라면 툭 낚아채며) 맛있는 거 해먹자며 겨우 라면이야?
여름 : 그냥 라면 아니에요. 라면으로 파스타 만들려구요.
기태 : 또 파스타? 파스타 거 알고 보면 뭐 별로 어렵지도 않은 거.. 그 정돈 나도 하거든?
여름 : (툭) 그럼 해보실래요?
기태 : (보면)
여름 : 누가 더 맛있게 만드나 내기해요. 지는 사람이 소원 들어주기.
장미 : 재밌겠다. 내가 심사해줄게!
기태 : 그딴 걸 내가 왜 해. 할 말 있다더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원 들어달라 그러게?
여름 : (도발) 형이 이기면 되잖아요. 질까봐 겁나요? (봐주는) 대신 재료는 형 먼저 고르게 해줄게요.
기태 : (자존심!) 지고 나서 딴 소리하지 말고 하려면 정정당당히 해.
여름 : 그럼 저부터 고를게요. (베이컨 집으려는데)
기태 : (여름이 막 집으려던 베이컨을 빛의 속도로 확 낚아채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파스타는 무조건 까르보나라지!
여름 : (픽 웃고 그 옆에 있던 맛살 집어든다)
장미 : 자! 제한시간은 20분! 지금부터 시작!!
핸드폰으로 까르보나라 레시피부터 검색해 앞에 놓는 기태. 레시피에 적힌 매뉴얼대로 또박또박 따라한다.
재료 분량도 저울에 올려가며 중량 딱딱 맞추고. 도마에서 칼질도 또각또각 예쁘고 깔끔하게.
반면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요리하는 여름. 레시피도 맘대로 칼질도 거침없고 재료 분량도 눈대중으로 대충.
두 남자의 상반된 요리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장미.
여름의 요리솜씨야 워낙 검증된 것이라 별로 걱정 안 되지만, 기태가 하는 꼴은 영 안쓰럽다.
양파 썰면서 눈물까지 그렁한 기태.
장미 : (또각또각 예쁘게 양파 써는 기태한테서 칼 뺏어서) 이러다 날 새겠다. (팍팍팍팍! 양파 대신 썰어준다)
기태 곁을 맴도는 장미.. 흘끗 보는 여름..
장미 : 제한 시간 3분 남았어!
기태 : (까르보나라 먼저 완성해서 내는) 완성!!!
기태의 까르보나라 일단은 제법 그럴싸한 비주얼.
장미 : 오! 공기태 선수 제한시간보다 빨리 음식을 완성했네요!
기태 : (의기양양! 으쓱으쓱! 봤지? 여름을 거만하게 쳐다보면)
여름 : (왠지 여전히 여유 부리는 중.. 하품하며 딴청)
장미 : 제한시간 20초!
기태 : (승리 확신하고)
장미 : (슬슬 걱정되는) 한여름 너 뭐해? 요리 마무리 안 해? 제한시간 10초!
10초 남은 순간 면을 넣고 재빨리 볶아 완성해내는 여름.
장미 : 5! 4! 3! 2! 1! 끝!
끝! 하는 것과 동시에 완성된 게맛살 파스타!
기태 : (흥!) 아슬아슬했다?
여름 : (여유 넘치는 얼굴로) 그러게요, 하마터면 질 뻔 했네?
장미 : 자 그럼 맛을 보겠습니다! (여름의 게살크림 파스타를 먹어보고) 먹기 직전에 볶아내서 더 맛있다!
먹는 사람을 배려한 세심함이 돋보이네요?
여름 : (싱긋)
기태 : (흥!)
장미 : 이번엔 공기태 파스타.. (먹어보려다 멈칫..!)
그 사이 기태의 까르보나라는 기름 분리 되고 면은 불어서 떡지고..
장미 : (먹어보기 두렵지만 용기내서 한 입 먹어보는데 완전 느끼....!!)
기태 : 주장미 편파판정 아니야? (자기 파스타 먹어보고 살짝 굳는 얼굴.. 애써 표정관리 하면서) 맛만 있네!
(하더니 우욱!!! 헛구역질)
장미 : (웃으며) 한여름 승!
여름 : 이제 소원 말할게요.
기태 : (승부욕 불끈...!) 잠깐! 내기는 삼판이승이지! 주장미가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거 말고! 남자 대 남자! 제대로 승부하자!
S#7. 공원 농구코트 D (다음 날)
1:1로 농구시합 붙은 기태와 여름. 제법 팽팽한 두 사람의 실력. 번갈아 가며 멋지게 골을 터뜨린다.
하지만 갈수록 점점 지쳐가는 기태..
체력과 지구력에서 나이 몇 살 덜 먹은 여름이 기태를 앞서고, 화려한 드리블로 기태를 재치고 연속으로 골을 넣는다.
골이 들어갈 때마다 환호하는 장미.
숨이 턱까지 차서 헉헉대는 기태.. 다리 풀려 휘청대는 모습.
여름 : (공 드리블하며) 형 괜찮아요? 잠깐 쉴까요?
기태 : (헉헉) 니 걱정이나 해...! (헉헉) 계속 해...!! (헉헉)
끝까지 포기 않고 이 악물고 뛰는 기태, 마침내 여름을 재치고 멋지게 한 골 넣는가 싶더니..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는 얼굴.. 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기태 : 다리 쥐...! 쥐....!!!
장미 : 공기태!!! 괜찮아???
한달음에 기태에게 달려오는 장미, 발 붙잡고 다리 쭉쭉 펴준다.
기태 : (아파서) 아! 아아.....!!
장미 : 어우 이 인간 진짜 손 많이 간다니까!! (구박하면서도 기태를 돌보는)
여름 : (누워있는 기태에게) 나 소원 말해도 되죠?
기태 :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신음하면서) 다시 해...! 오판.. 삼승...!
S#8. 노래방 D
어느 장소인지 알 수 없는 어둑한 방 안, 심각한 얼굴로 얼굴을 맞대고 서로를 노려보는 기태와 여름.
여름 : (진지하게)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에요.
기태 : (심각하게) 나도 더 이상은 안 봐줘.
여름 : 어떤 결과가 나오든 깔끔하게 승복하는 거죠?
기태 : 물론이지! 기계가 정확하게 승부를 판가름 낼 테니까.
화면 뒤로 빠지면, 두 사람 노래방에 앉아있다.
전투적으로 노래책자 파바박 넘기며 마지막 승부에 임하는 두 남자.
장미, 썰렁한 얼굴로 피식..
감미롭고 부드러운 여름의 노래. 눈에 하트 뿅뿅 턱 괴고 앉아서 감상하는 장미.
기태 : (흥!) 노래방에서 점수 잘 나오는 노래는 따로 있지!
기태의 노래는 신나는 댄스곡.
장미 신나서 탬버린 치며 같이 마이크 잡고 부른다.
기태 : 넌 하지 마! 음정 박자 다 지 멋대로.. 이거 승부야!!
장미 : (그러거나 말거나 삘 충만해서 노래하고)
기태 : (마이크 뺏으려 들고)
장미 : (악착같이 마이크 사수하며 꽥꽥 노래하고)
티격태격 같이 노래하는 두 사람을 씁쓸한 기분으로 보는 여름..
여름도 신나는 노래 부르고, 어느 순간 승부 잊고 신나게 노는 세 사람..
그러다 화면 바뀌면, 기태도 분위기 잡고 조용한 노래 한 곡 부른다.
장미, 여름을 바라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눈빛과 표정으로 바라본다. 설레거나 떨리지는 않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
그런 장미의 감정을 읽는 여름..
S#9. 기태 집 거실 N
녹초가 된 장미와 기태, 소파에 털썩 앉는다.
장미 : 덕분에 간만에 신나게 놀았네.
기태 : 덕분에 난 난생 처음 치욕스러운 점수를 받았거든. 빵점이 뭐냐 빵점이.
장미 : (피식) 니 실력이 거기까진 거야. 어떻게 한 번을 못 이겨? 어우 쪽팔려!
기태 : (쳇..)
여름 : (캔맥주 들고 와서 하나씩 건네고) 나 이제 진짜 소원 말해도 되죠?
세 사람 건배하고 맥주 마신다.
기태 : 소원이 뭔데?
여름 : 돈 좀 빌려줘요. 오백만원만.
기태 : (멈칫) 오백만원...? 어디다 쓰게?
장미 : (혹시) 너..
여름 : 집 구하려고.
장미 기태 순간 썰렁한 정적.
장미 : (기태 툭 치며) 니가 눈치 줬어?
기태 : 눈치는 내가 보고 사는데 무슨.
여름 : (웃으며) 나야 기태형이랑 사는 거 좋지. 근데.. 언제까지 이렇게 셋이 붙어 다닐 순 없잖아.
장미 : (그 말에 멈칫) 그게 무슨..
기태 : (여름의 의중을 알아채고) ...
여름 : (기태 보고) 장미가 기태형 도와주는 조건으로 내가 여기 들어온 거니까,
(장미 보고) 내가 이 집에서 나가야 너도 벗어날 수 있잖아.. 이 집에서.
장미 : 여름아..
여름 : 맥주 좀 더 사올게. (나간다)
장미 : (여름을 보면) ...
기태 : (그런 장미를 본다) ...
S#10. 기태 집 밖 N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여름.
여름 : (씁쓸하게 피식) 내기는 내가 다 이겼는데.. 어째 세 판 다 진 기분이냐...
S#11. 백화점 명품매장 D
장미 : (속상한 얼굴로) 두 남자 같이 사는 거 은근 보기 좋았거든.. 공기태 겉으론 툴툴거려도 확실히 예전보다 좀 밝아졌어,
더 많이 웃고.. 누가 옆에 있으니까 밥도 더 잘 챙겨먹게 되구..
현희 : 언니 지금 한여름이 아니라 공기태 걱정만 하고 있는 거 알아요?
장미 : (말도 안 된다는 듯) 내가 언제? 내가 왜? (하더니 멈칫) 내가.. 왜...? (애써 부정) 에이!! 그거야 공기태가 허당이라
혼자 두면 자꾸 사고를 치니까, 내가 그 인간 때문에 한두 번 놀란 줄 알아?
알몸으로 화장실에 갇혀서 죽다 살아나, 술 먹고 막 아무데서나 옷도 벗고..
현희 : (눈 가늘게 뜨고 그윽하게) 아아 두 사람 그런 일도 있었구나? 그래서 옆에 있어주고 싶어진 거구나?
장미 : (복잡한 마음) 아 몰라! 어쨌든 공기태랑은 다 끝났어! 끝!
매니저 : (싸늘한 눈빛 쏘면)
장미 : (헙!)
매니저 : 오늘은 본사 영업부에서 나올 거예요. 긴장들 좀 해줘요.
장미 : 네 매니저님!
현희 : (왠지 좀 힘없는) 네에..
장미 : (힐끗 보더니) 근데 현희 너 안색이 좀.. 괜찮아?
현희 : (애써 웃어 보이며) 괜찮아요..
장미 : 별 일 없는 거지? 잘 돼가고 있는 거지?
매니저 : 슷! (주의 주면)
장미 : (입 꾹)
현희 : ...
S#12. 훈동 집 앞 D
나란히 집을 나서는 훈동모와 훈동.
훈동이 매너 있는 태도로 훈동모를 위해 대문을 잡아준다.
훈동모 : (그런 아들이 뿌듯한 한편) 내가 너를 너무 잘 키운 탓이다.
좋은 여자 만나라고 훈남 만들었더니 똥파리까지 꼬여서 괜히 고생하고.
훈동 : 똥파리라뇨.. 생각해보면 좀 짠하잖아요.. 오죽하면 거짓말까지 했을까..
훈동모 : 내가 니 인성교육도 좀 살살 시킬 걸 그랬다!
훈동 : 그러게요.. 인간적으로 뱃속의 아기를 모르는 척 하기가 좀..
훈동모 : 내가 보기엔 니 책임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그 년이 또 무슨 거짓말을 했을지 어떻게 알아! 니 눈으로 보고도 몰라?
훈동 : ...!
훈동모 : 30년을 같이 산 내 말은 안 듣고 이제 겨우 안면 튼 여자 말은 듣고!
니 차 누가 사줬어? 니 가게 적자 막아주고 있는 게 누구야! 그 여자한테 갈 거면 그거 다 내놓고 빤쓰바람으로 가.
그래도 그 여자가 널 받아주는지 한번 보자꾸나?
훈동 : ...
S#13. 봉 위켄드 D
현희한테서 오는 전화를 거절해버리는 훈동. 벌써 부재중 전화 10통화가 넘는다.
훈동 : (괴로운 얼굴로 머리 쥐어뜯으며) 내가 너무 순간의 감정에 휘둘렸어...!!
기태 : (맞은편에 앉아) 그래서, 또 도망치려고? 주장미한테 그랬던 것처럼?
훈동 : (힐끗) 안 되겠지...?
기태 : (정색하고 훈동 핸드폰 집어서 훈동 앞에 턱! 내민다)
훈동 : 알았어, 할 거야, 하려고 그랬어! (힐끗) 생각 쫌만 더 하구..
기태 : (쯧.. 혀 차면서 노려보는데)
여름 : (기태 앞에 샐러드 놔주며) 샐러드 나왔습니다.
기태 : 고마워. (포크 들고 먹기 시작하는데)
여름 : (따로 나온 드레싱을 뿌려주며) 드레싱 뿌려드릴게요.
훈동 : (두 사람을 의미심장 애틋한 눈으로 보는데)
여름 : 500만원은 언제 주실 거예요?
기태 : (멈칫)
훈동 : 500만원? 무슨 500만원?
여름 : 제 독립자금을 좀 빌려주시기로 했거든요.
훈동 : 독립? (홱! 기태를 보면)
기태 : 널 어떻게 믿고 그렇게 큰돈을 빌려줘.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니 돈 모아서 니 힘으로 나가.
훈동 : (기태 편들어주는) 야 그래! 나가긴 어딜 나가! 혼자 어떻게 살려구!
여름 : 형 혼자 있는 거 좋아하잖아요. 나랑 사는 거 불편하지 않아요?
기태 : 뭐 좀 성가셔도.. 당분간은 내가 참아볼 테니까..
여름 : 남자 대 남자! 약속은 좀 지켜주시죠.
기태 : (끙.. 말문 막히고) ...
훈동 : (기태의 짝사랑이 애틋해서) 야 한여름! 너 좀 너무하잖아. 기태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여름 : 네? 그냥 달라는 것도 아니고 빌려달라는 건데요? 내기에서도 이겼고.
훈동 : 그게 아니라! (더 이상 못 참겠다!!!) 기태가 너 좋아하잖아!!!
순간 정적이 흐르는 레스토랑 안.
기태 : (썰렁하게 얼어붙어서) 이게 무슨.. 개.. 소리야...?
훈동 : 응...? (기태와 여름 번갈아 보며) 아니야...?
여름 : (피식)
훈동 : ??? (갸웃) 근데 왜 한여름이랑 같이 살아? 나가지도 못하게 말리고?
여름 : 내가 나가면 장미도 형 집에 더 이상 안 올 거니까요. (쟁반 들고 간다)
기태 : (멈칫, 정곡 찔린) ...!
훈동 : 그런 거야...? 한여름이 아니라 주장미였어...?
기태 : ...
훈동 : 너 주장미한테 진심이 된 거야...??
기태 : ... (포크 놓고 일어나 나간다)
훈동 : (허...!)
S#14. 공씨네 거실 D
혼자 앉아 조용히 뭔가 생각하는 신봉향, 뭔가 결심한 얼굴로 핸드폰 집어 들면.
S#15. 장미네 거실 D
나소녀 : (전화 받는) 네 사부인! 어쩐 일이세요?
S#16. 공씨네 거실 D
신봉향 : (핸드폰 들고) 기태하고 장미 문제로 드릴 말씀이 좀 있어서요.
S#17. 백화점 입구 D
안으로 들어서는 신봉향. 뭔가 단단히 벼른 듯 심각한 얼굴.
S#18. 백화점 명품매장 D
바짝 긴장한 얼굴로 반듯하게 서있는 장미.
본사 영업부 과장이 작은 수첩에 뭔가 메모하면서 매장 컨디션을 체크한다.
어떤 물건이 잘 팔리는지 매니저와 대화 나누면서, 디스플레이도 확인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장미와 현희의 태도도 체크한다.
매장 안으로 누군가 들어서면,
장미 : (바짝 긴장해서 친절하게) 어서 오십시오!
핸드백을 집어 드는 고객의 손에서 핑크다이아반지가 반짝! 빛난다. 응.....? 이 낯익은 반지는......??
flashback insert> 짧게 쿵쿵쿵 박히는 장면들.
10부 잡지 카메라 앞에서 공수환이 신봉향 손에 끼워주던 반지 쿵!
10부 신봉향이 장미 앞에 내놓던 반지 쿵!
10부 그 반지를 장미가 묵직한 돌로 내리찍어 박살내던 모습 쿵!
4부 정씨의 이마에 입 맞추던 공수환 쿵!
5부 백화점에서 정씨를 피해 몸을 숨기던 신봉향 쿵!
현재>
핸드백 어깨에 걸고 거울 앞에 서는 정씨...!
장미 : !!!!!!!
S#19. 백화점 여자화장실 파우더룸 D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깔끔하게 다잡는 신봉향, 머리도 잔머리 한 올 없이 완벽하게 정리한다.
S#20. 백화점 명품매장 D
장미 : (입구 쪽에 떨떠름한 얼굴로 서있는데)
신봉향 : (안으로 들어서서) 장미?
장미 : (멈칫.. 기함하듯 헉...!!!!!) 여긴 왜......!!
신봉향 : (짐짓 미소) 귀신이라도 본 얼굴이구나.
장미 : 아니 그게... (똥마려운 얼굴로 매장 안쪽을 힐끔)
신봉향 : 잠깐 차 한 잔 할 수 있을까?
장미 : 죄송하지만.. 자리를 비우기가 좀.. (저만치서 얘기 중인 매니저와 본사직원 눈치 힐끗)
신봉향 : 바쁘면 여기서 하자. 길게 할 얘기는 아니니까.
장미 : (화들짝) 그건 더 안 됩니다!
신봉향 : (장미의 과한 거부반응에 썰렁해져서 보는데)
정씨E : 이것 좀 보여줄래요?
매장 안쪽에서 나오는 정씨, 신봉향과 딱 맞닥뜨린다...!
신봉향 : !!!
정씨 : 어머...!
장미 : (어떡해...! 신봉향을 보면)
신봉향 : (홱 돌아서서 도망치듯 가버리려는데)
정씨 : 제 반지가 또 필요하시다면서요?
신봉향 : (멈칫...!)
장미 : ...!
정씨 : 며느리 삼으실 여자가 눈치가 좀 없나 보죠? 그 아가씨 우리 관계까지 다 알고 있다면서,
어쩜 그 반지 주인이 나라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을까요? 머리가 좀 나쁜 편인가요?
장미 : (헐...!)
신봉향 : (돌처럼 굳은 채 힐끗.. 장미를 보면)
정씨 : 아드님 결혼에 그렇게 목매셨는데.. 우여곡절 끝에 겨우 얻으신 며느릿감이 하필 제 반지에 눈독 들이는 속물이라..
속 좀 타시겠어요.
장미 : (허...!) 저기요.. (끼어들려는데)
이쪽을 힐끗 주시하는 매니저와 본사직원.
장미 : (젠장.. 하필 지금.. 심호흡하며 참자.. 참자..)
신봉향 : (돌처럼 굳은 채 참자.. 참자..)
정씨 : 제가 다 죄송하네요. 진짜는 다 나한테 있고 가짜만 갖게 해서..
장미 : (허...!) 저기 고객님?
정씨 : (장미 무시한 채 신봉향 안쓰럽게 보며) 남편 사랑 못 받으시는 만큼..
아드님만은 좀 든든하게 곁을 지켜드렸으면 했는데..
신봉향 : (부글부글....!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감정 누른 채 자리 피하려는데)
장미 : (더 이상 못 참겠다!! 이 악물고 미소 짓는 얼굴로) 죄송합니다만 고객님!! 좀 닥쳐주시겠습니까??!!
정씨 : 뭐어??
신봉향 : (조용히 해!) 주장미...!
정씨 : (기막혀 장미를 위아래로 보며) 그쪽은 뭔데...!
장미 : 제가 바로 그 눈치 없고 머리 나쁜 속물이거든요!!!
정씨 : ??!!
주변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리기 시작한다.
매니저와 본사직원도 이쪽을 보고, 현희도 이쪽을 본다.
신봉향 : (주변 시선에 위축되어) 조용! 제발 입 다물어! (말리는데)
장미 :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어머니 인생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입에 올려요?
당신이 무너뜨린 집을 지키려고! 당신이 상처 준 가족들을 보살피느라!
이 분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당신이 알기나 하세요??
신봉향 : (이 악물고 걸어온 그녀의 인생을 알아준 장미...!)
현희 : (달려와 말리는) 언니..
정씨 : 그래요.. (픽 웃더니) 반지, 원하시면 드릴게요. (핑크다이아 반지 낀 손을 들어 보이며)
그 사람 속옷을 빨고 설거지를 하고.. 성가시고 구차한 돌봄 노동을 도맡아 처리해주시는데
저도 보답은 해야 인지상정이죠.
장미 : (현희 뿌리치고) 허!!! 이 여자가 진짜 끝까지!!!
매니저 : (달려와서) 주장미씨!
신봉향 : (시선 의식하며 장미 손 붙잡고 잡아끄는) 그만 소란피우고.. 가자.
정씨 : 좀 짠하네요. 본인 인생이 그렇게 자랑스러우신데, 뭐가 무서워서 번번이 절 피하세요?
장미 : (신봉향 손 뿌리치고) 더러워서 피하는 겁니다!! 똥물 튈까봐!!!
정씨 : 뭐야?? (반지 낀 손등으로 탁.. 장미 뺨을 치고)
장미 : !!!! (다이아반지에 긁힌 상처.. 가늘게 피가 배어 나온다)
현희 : (헉!) 언니! 괜찮아요?
신봉향 : (장미 얼굴에 난 상처에 가슴 꽁꽁 싸매왔던 봉인이 해제되고 부들부들..) 감히 어디다 손을 대......!!!!
(정씨의 머리채를 있는 힘껏 휘어잡으며) 내 며느리야!!!!!!!!!!!!!!!!!!!!!!!!!
기품과 교양과 우아와 매너로 똘똘 뭉친 신봉향이! 사람들의 이목이 목숨보다 소중한 바로 그 신봉향이!!
남편의 내연녀와 머리끄덩이를 틀어쥐고 싸운다!!!
장미 : (내 며느리.....? 순간 멍...!) 어머니......!
정씨 꺅꺅!!! 비명 지르며 자기도 신봉향 머리채를 잡는데,
장미, 정씨를 신봉향에게서 떼어놓으려고 달려들고 세 여자 한 덩어리로 엉망진창 뒤엉켜 아수라장...!
매니저와 현희가 진땀 흘리며 말려보지만 속수무책.. 본사직원 어처구니없어 입 떡 벌리고,
구름처럼 몰려드는 구경꾼들.. 그 속에서 한바탕 시원한 싸움 한 판.
S#21. 백화점 옥상 D
폭탄 맞은 머리, 너덜너덜 삐져나온 옷자락.. 엉망이 된 몰골로 나란히 앉아있는 신봉향과 장미. 넋 빠진 얼굴로 멍...
장미 : 괜찮으세요...?
신봉향 : (멍...)
장미 : 죄송합니다.. 꾹 참았어야 되는데.. 제가 너무 울컥하는 바람에...
신봉향 : (멍하던 얼굴에 가볍게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
장미 : (??? 왜 웃으시지...?) 어머니...?
신봉향 : (픽...! 풉...! 쿡...!)
장미 : (걱정하는) 충격이 너무 크셨나 봐요...?
신봉향 : (마침내 빵 터지는 웃음.. 처음으로 깔깔깔깔 시원하게 웃어재낀다)
장미 : (신봉향의 박장대소에 따라서 흐.. 흐흐.. 웃기 시작하고)
나란히 바보같이 웃는 두 여자.
신봉향 : (속이 시원하게 실컷 웃고 나서) 난 니가 정말 싫다.
장미 : (잉? 웃음 뚝!)
신봉향 : 너 같은 앤 딱 질색이야. 내가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타입이지.
장미 : (썰렁해져서) 네...?
신봉향 : 이게 솔직한 내 진심이었어.
장미 : (끄덕끄덕) 아아 네에...
신봉향 : 고작 너 따위를 떼어내겠다고 내 입과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너 때문에 내 입과 손이 아주 더러워졌구나.
장미 : (입술 삐쭉) 네에.. 그러게요..
신봉향 : 예약한 식장 캔슬하고, 예단도 없던 일로 하자. 돌침대도 환불하고.
장미 : 네에.. 그래야죠..
신봉향 :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장미 : (한숨 쉬며 끄덕끄덕) 네에.. (했다가 잉?) 네???
신봉향 :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가 널.. 한번 받아들여볼까 한다.
장미 : 네에......??????
신봉향 : (픽 웃고)
장미 : (어안이 벙벙) 저를 왜요....???
신봉향 : 너무 좋아하진 마라. 노력해 보겠다는 뜻이니까.
장미 : 그러시면 안 되는데......!!!
신봉향 : 노력해 봐도 안 되면 그때 가서 니 머리채를 쥐어뜯든지. 가끔은 내 입과 손을 더럽히는 것도 뭐 나쁘지 않구나.
흐트러진 몸가짐을 정돈하는 신봉향, 평소의 차가운 모습 되찾고 도도한 걸음으로 간다.
장미Na : 어쩐지 나는 조금 설레고 말았다..
신봉향의 진심에 세게 얻어맞고 혼란스러운 얼굴로 남겨진 장미.
장미 : 어머니......!
장미Na : 어머니가 나한테 진심이 됐다.....!!!
S#22.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장미에게서 전화가 오고.
기태 : (내심 반가운 얼굴로, 태연한 척 받는) 어.
장미 : (백화점 옥상 쪽 화면 밀고 들어오며) 어머니가 좀 이상하셔!!!
기태 : 그게 무슨 소리야? (대기통화 들어오고) 잠깐만.. (받으면) 네 고모.
공미정 : (공씨네 집 화면 장미를 밀어내고) 신여사님 백화점 출동하셨다!
기태 : 거긴 또 왜 가신 건데요? 장미한테 이상한 짓이라도 하신 거예요?
(또 대기통화 들어오고) 제가 다시 걸게요. (받고) 여보세요?
나소녀 : (장미네 화면 공미정 밀어내고) 어 공서방! 조금 전에 사부인 전화를 받았는데 좀 이상한 말씀을 하시네?
기태 : 예? 대체 무슨 말씀을.. (대기통화 들어오고)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장미 : (나소녀 밀어내고) 우리 진짜 결혼시키실 생각이야!! 진짜진짜 진심으로!!!
기태 : 뭐....? (어안이 벙벙) 잠깐만.. 지금 그쪽 어머니랑 통화 중이었거든?
나소녀 : (장미 밀어내고) 바쁜 건 알지만 지금 우리 집으로 좀 오게!
기태 : 지금요...? (헐.. 대체 이게 뭔 상황이야...!)
S#23. 장미네 거실 N
심각한 얼굴로 앉아있는 나소녀와 주경표, 그 앞에 반듯하게 앉은 기태.
나소녀 : 그러니까, 결혼을 무르자는 말씀은 아니라는 건가?
기태 : (찔리는 마음에 힐끔) 예..
나소녀 : 느닷없이 예단을 받지 않으시겠다고 하셔서..
기태 : 장미 몸만 오라는 거죠. 그걸로 충분하다고.
나소녀 : 식장은 왜 다시 잡자는 건데?
기태 : 저한테 진정으로 필요한 게 뭔지 저희 어머니도 뒤늦게 깨달으신 거죠. 제 곁에 장미만 있으면 됩니다.
대출 받으실 필요 없구요, 가게 안 내놓으셔도 됩니다.
주경표 : (눈 휘둥글) 거.. 감사한 일이다만.. (정말 그래도 되나?)
나소녀 : (어리둥절) 그게.. 정말인가....?
기태 : 진작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괜히 마음 쓰시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주경표 : 자네 참 훌륭하신 부모님 밑에서 자랐구만.
나소녀 : (좋지만) 이 기회에 지긋지긋한 술장사 좀 면하나 했더니, 건 좀 아쉽네.
주경표 : (으이구 철없는 여편네!) 됐고! 술상이나 좀 봐와! 공서방이랑 한 잔 하게!
기태 : 아닙니다.. (사양하는데)
나소녀 : 있어 봐! 으리번쩍 혼수는 못해줘도 술은 원 없이 먹여줄 테니까. (신나서 부엌으로 달려가고)
화면 바뀌면, 제육볶음, 도토리묵, 골뱅이무침, 두부김치 등.. 소박한 안주들이지만 상다리 휘게 푸짐한 술상..
알딸딸 기분 좋게 취한 주경표과 기태 주거니 받거니 막걸리 마신다.
안으로 들어오는 장미,
장미 : 어? 오늘 가게 안 나가셨어요? (눈앞의 광경에 헉!!!) 뭐야...!!
나소녀 : 장미 왔니?
주경표 : 어서 와라!
기태 : (취해서 헤에.. 해맑게 웃는 얼굴로 반기는) 주장미이...!
장미 : (기막혀) 공기태...! 웬 술판이야??
나소녀 : (부엌에서 접시에 부침개 담으며) 여보! 이것 좀 가져가요!
주경표 : 어 그래! (부엌으로 가면)
장미 : (기태 쿡 찌르며 낮은 목소리로) 뭐하는 짓이야...!!!
기태 : 어쩔 수 없었어. 여태 고생한 거 물거품 만들 수도 없구.
장미 : 대체 너 뭐라 그랬길래 두 양반이 저렇게 하이퍼 상태야?
기태 : 뭐 그냥 상투적인 말 몇 마디 했는데? 너 몸만 오면 된다고.
장미 : 허! 진짜 돈 드는 거 아니라고.. 가짜라고 아주 선심 팍팍 써줬구나?
기태 : (헤헤..)
주경표 : (부침개 가져와서 앉으며) 자 안주가 왔고! 장미도 왔고! 한 병 더 따자!
장미 : (주경표가 따려는 막걸리 낚아채고) 그만! 이 사람 내일 수술있대요!
기태 : 없는데?
장미 : 일어나! 대리 불러줄 테니까! (기태 일으키는데)
주경표 : 그러지 말고 자고 가지!
기태 : (넉살 좋게 넙죽)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나소녀 : 신세는! 내 집처럼 편하게 있어!
주경표 : 가만있어 봐! 갈아입을 옷! (옷 가지러 가고)
장미 : (허! 기태 째려보면)
기태 : (해맑게 싱긋)
S#24. 커피숍 N
테이블에 한가득 잘게 뜯어진 티슈.
훈동 : (손 가만 못 두고 꼼지락꼼지락 티슈 찢으며) 엄마가아...
현희 : ...
훈동 : 자꾸 의심을 하셔서.. 아무래도.. (힐끔) 신뢰가 좀 깨진 상황이다 보니까..
현희 : ...
훈동 : 혹시... (머뭇머뭇 조심스럽게) 내 아이가 아닐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건지...
현희 : ......!
훈동 : (강조) 아 내가 아니라 엄마가!!! 나는 믿지! 믿어! 근데 엄마가 자꾸우...
현희 : ...
훈동 : 그래도 엄만데.. 엄마를 버릴 수는 없는 거잖아... 내가 다 버리고 빤쓰 바람으로 너한테 가길 바래? 너도 그건 아니잖아..
현희 : (픽.. 웃는다)
훈동 : (진땀 삐질)
현희 : 부러워요.. 쉽게 버릴 수 없어서.. 좋겠다..
훈동 : ...
현희 : (일어나서 담담하게) 병원에는 같이 가줘요.
훈동 : 어...?
현희 : (애써 쿨하게 웃어 보이며) 오빠가 버릴 수 없다면.. 내가 버려야죠.
훈동 : ...
현희 : (간다)
훈동 : (하아아.. 괴로운 얼굴로 휴지 쥐어뜯는)
S#25. 장미네 거실 N
화장실에서 난감한 얼굴로 빼꼼 고개만 내미는 기태. 쭈뼛쭈뼛 나오면, 주경표 옷 빌려 입고 우스꽝스러운 모습.
장미 : (거실에 이불 펴다가 헉...!)
주경표 : (만족스러운) 뭐 사이즈가 나랑 별 차이 없네 뭐.
나소녀 : (흥!) 저 옷 입은 남자가 섹시해 보이긴 처음이네.
기태 : (흐..)
나소녀 : (기태가 귀여워 죽겠다) 또 뭐 필요 한 거 있음 말해. 야식 땡기나?
주경표 : (흠!) 그만 쉬라 그러고 들어갑시다.
나소녀 : (아쉽지만) 그래야지.. 그럼 편히 쉬게! 응?
기태 : 안녕히 주무십쇼!
주경표 : (평소 습관대로 다른 방으로 들어가 자려는데)
나소녀 : (얼른 남편 팔 붙잡고) 여보! 취했어? 이쪽, 이쪽!
주경표 : 어..? 아아.. 어어.. (아내에게 이끌려 안방으로 들어가고)
장미 : (그런 엄마 아빠 모습에 피식...) 주무세요..
기태 : (장미가 바닥에 펴놓은 이불에 누워보는데)
장미 : 오래된 집이라 밤에 바퀴가 좀 돌아다닐 거야.
기태 : (헉! 소파 위로 폴짝 뛰어올라 몸 웅크리면)
장미 : (씩 웃고) 잘 자라!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기태 : (눈알 굴리며 바퀴벌레 나올까봐 몸 사리는)
S#26. 장미네 안방 N
한 이불 덮고 나란히 누워있는 나소녀와 주경표. 몇십년만의 동침에 감도는 낯선 긴장감. 말똥말똥.. 힐끗힐끗..
주경표 : 오랜만에 같이 누워보는군...?
나소녀 : (칫!) 공서방한테 각방 쓰는 꼴 보일 순 없잖아.
주경표 : (몸을 꼬물꼬물 움직여 나소녀 옆으로 붙는데)
나소녀 : (팔꿈치로 퍽!) 꿈 깨! 떨어져! (그러면서도 절대 싫지는 않은 듯 피식..)
S#27. 장미 방 N
말똥말똥 누워있는 장미. 이리뒤척 저리뒤척.
S#28. 장미네 거실 N
기태도 장미 방 쪽을 힐끗거리며 말똥말똥 뒤척이고 있다.
그러다 흠칫!!! 발가락 위로 기어가는 바퀴벌레 한 마리!!! 헉!!!!
S#29. 장미 방 N
도저히 잠이 안 온다! 벌떡 일어나는 장미, 거실로 나가 볼까? 아니야.. 나가지 말자! 나가 볼까? 나가지 말자!
문 앞에서 서성대는데 문 벌컥 열고 들어오는 기태.
장미 : (화들짝!) 뭐야...!
기태 : (후다닥 들어와서 문 닫고) 나왔어! 바퀴벌레!
장미 : 그래서 도망쳐온 거야?
기태 : 잠깐만 좀 있자. 바퀴벌레 갈 때까지만.
장미 : 이제 아주! 너 왜 이래? 혼자 있고 싶다고 난리칠 땐 언제고?
못들은 척 방안을 둘러보기 시작하는 기태.
처음 들어와 보는 장미의 공간. 장미가 어릴 때부터 살던 집의 흔적들.. 오래된 물건들..
기태 : 뭐 이렇게 너저분해? 좀 내다버려. 정리정돈의 시작과 끝은 버리는 거야.
장미 : (허!) 제일 먼저 너부터 내다버려야지. 나가!
기태 : (장미 어릴 때 사진 보며 피식) 되게 못생겼네.
장미 : (이 악물고) 나가라니까?
기태 : (낡은 오디오로 음악도 틀고) 음악 취향도 유치하고. (장미 침대에 걸터앉는다)
장미 : (헉!) 야 어딜 앉아! 지 물건은 손도 못 대게 하더니.
기태 : (툭) 근데 넌 왜 안 자고 문 앞에서 서성대고 있었어?
장미 : 그건.. (끙..) 좀 낯설어서. 이런 기분..
기태 : 나 같이 치명적인 남자가 문 밖에 있는데 잠이 오겠나.
장미 : 그게 아니라!! (씁쓸하게 피식) 보통은 항상 혼자 잠들거든. (기태 옆에 앉고) 엄마 아빠 저녁에 가게 나가셔서
밤새 일하시니까. 두 분은 새벽에 들어와서 주무시니까 아침에 눈을 떠도 나 혼자였고.
기태 : ...
장미 : 게다가 우리 엄마 아빠 서로 말도 안 섞고 사는 좀비부부였거든.. 같이 살아도 혼자 사는 기분이었거든..
기태 : ...
장미 : 내가 기억하는 한 처음이야. 가족이 다 같이 한집에 잠드는 기분.
기태 : (장미의 오랜 외로움이 안쓰러운)
장미 : 앞뒤 상황이 어찌됐건.. 니 덕분이다. 고마워..
기태 :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장미의 어깨를 짚어주려는데)
장미 : (얼굴 싹 바꾸고 냉정하게) 이제 나가!
기태 : (무안해진 손.. 머쓱) 음악 한 곡만 듣고. 이거 끝나면 나갈게.
S#30. 장미네 안방 N
서로의 몸에 팔 다리 걸친 채 험하게 잠든 나소녀와 주경표. 쿨쿨 단잠.
S#31. 공씨네 안방 N
화장대 거울 앞에 앉는 신봉향, 머리스타일 짧아져있다. 거울 속 조금 변한 자기 모습 바라보며 피식 웃는다.
flashback insert>
백화점에서 정씨의 머리채를 휘어잡던 그녀.
혼자 널찍한 침대를 독차지하고 눕는 신봉향. 삼십년 묵은 체증 쑥 내려간 얼굴로 개운하게 잠을 청한다.
S#32. 장미 방 N
침대에 걸터앉은 채 음악 듣는 장미. 어깨 위로 툭.. 잠든 기태의 머리가 떨어진다.
장미 : (흠칫! 놀라서 움찔 물러나면)
침대에 픽 쓰러져 잠들어버리는 기태.
장미 : (가볍게 흔들며) 공기태! 나가서 자! 공기태...? (팔 붙잡고 낑낑 잡아당기며) 나가서 자라고오...!
기태 : 으음... (잠결에 뿌리치듯 팔 확 잡아당기면)
장미 : (휙 딸려가 풀썩 침대 위로 쓰러진다. 코앞에 기태 얼굴!) .....!
기태 : (세상모르고 곤히 잠든)
장미 : (가만히 바라보다가) 있지.. 낮에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어머니께서 날.. 내 며느리라고 불러주셨다...?
그런데 나.. 묘하게 좀 떨렸어...
곤히 잠든 기태에게 조용히 고백하는 장미.. 자기도 모르게 기태의 얼굴에 손가락을 뻗어 만지려다가.. 멈칫...!!
기태 팔이 장미 몸 위에 툭.. 걸쳐지며 장미를 끌어안는다.
헉...!!! 꼼짝도 못하고 두근두근두근두근...!!!!!!
장미 : 어쩌지...? 나 너 좋아하나 봐......!
S#33. 기태 집 거실 N
집주인은 돌아오지 않은 휑한 집. 혼자 기타를 튕기는 여름.. 쓸쓸한 모습.
S#34. 장미 집 전경 (아침)
S#35. 장미 방 (아침)
침대에서 나란히 잠들어있는 장미와 기태. 심지어 팔베개까지 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달콤한 단잠에 빠져있다.
심기불편한 얼굴로 문 앞에 서있는 주경표, 헛기침 흠!!!!
장미와 기태 미동도 없자, 크게 크흐흐흐으으음!!!!!
그제야 부스스 잠에서 깨는 두 사람.. 서로의 얼굴을 보고 헉!!! 문 앞에 버티고 선 주경표를 보고 더 헉!!!!!!!!
장미 : 아빠...! (후다닥 기태에게서 떨어지고)
기태 : (화들짝 벌떡 일어나며) 장인어른...!
주경표 : (싸늘)
나소녀 : (달려와 주경표 등 철썩 때리고 끌어내며) 아 이 양반! 그냥 두라니까!!
얘들은 어쩔 수 없어. 사주팔자가 자석처럼 끌어당긴대. 운명적으로!
기태 : (머쓱..)
장미 : (끙..)
S#36. 장미집 거실 D
네 사람 둘러앉아 아침밥 먹는다. 기태 밥그릇에 고기반찬 올려주는 나소녀.
기태, 괜히 죄송한 마음에 주경표 눈치를 힐끗 보면, 괜찮으니 많이 먹으라고 눈짓 보내는 주경표.
물끄러미 그 모습 바라보는 장미, 세 식구 모여 아침밥을 먹어본 게 언제였나.. 행복하다..
옆에 앉아있는 기태를 돌아보면, 나소녀가 주는 대로 넉살 좋게 넙죽넙죽 받아먹는 모습.. 고맙다...
이러면 안 되는데...! 진짜 안 되는데...!
장미 : (수저 놓고 일어나 방으로 가면)
나소녀 : 왜 더 먹지.
장미 : (퉁명스레) 왜 안 하던 짓을 해요. 우리가 언제부터 아침밥을 먹었다고..
기태 : (힐끗..)
S#37. 장미 방 D
심란한 얼굴로 들어오는 장미.. 혼란스럽다. 이제 어쩌지...?
S#38. 장미집 부엌 D
나소녀 설거지하려는데 얼른 고무장갑 집어 드는 기태.
기태 : 제가 하겠습니다!
나소녀 : 아유 무슨! 이러지 마! (말리는데)
기태 : 밥값은 해야죠. (고무장갑 야무지게 끼고 설거지 시작하고)
나소녀 : (못 이기는 척 물러서 흡족하게 보더니) 우리 장미한테 프러포즈는 했나?
기태 : (멈칫) 프러포즈요...?
나소녀 : 이왕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 결혼의 진정한 시작은 프러포즈잖아!
우리 장미한테 정식으로 멋지게 프러포즈해주면 안 되겠나?
기태 : (난처해서 선뜻 대답 못하자)
나소녀 : 장미 저 기집애가 아직도 마음 한 구석 결혼을 주저하는 것 같아서..
장미한테 비밀로 할 테니까 서프라이즈! 감동 좀 시켜줘, 응? 응??
기태 : (별 수 없이) 아.. 네.. 뭐.. 하하.. (웃음으로 얼렁뚱땅 얼버무리는)
S#39. 공씨네 거실 D
노점순, 공미정, 신봉향, 소파에 앉아 조용히 차 마시는데
당황한 얼굴로 들어오는 공수환.
공수환 : 여보!
신봉향 : (힐끗) 오셨어요?
공수환 : 백화점에서 그 일.. 사실이에요??
점순미정 : ?
신봉향 : (태연하게) 벌써 얘기 다 듣고 오셨으면서, 뭘 저한테까지 확인하세요?
공수환 : 정말 당신이 머리채를 잡았단 말이에요?
점순미정 : ???
신봉향 : (조용히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가면)
공수환 : (따라 들어가고)
노점순 : 머리채?
공미정 : 누구 머리채?
노점순 : 누구긴 누구겠냐?
공미정 : 그 여자를? 언니가?? 백화점에서???
노점순 : 장미가 크게 한 방 터트렸나 보다!
공미정 : 어머머! 어머머! 어머머!
S#40. 공씨네 드레스룸 D
안절부절 못하는 공수환에게 가방 받아서 셔츠와 속옷을 꺼내는 신봉향.
공수환 : 하필 보는 눈도 많은데서.. 여자들 수다가 얼마나 빠른지 몰라요? 당신답지 않게 왜 그랬어요 대체!
신봉향 : (태연하게 빨랫감 정리하고)
공수환 : 거기 장미 그 아이도 있었다면서요? 언젠가 이런 일이 터질 줄 알았어요. 시한폭탄 같다고 내가 그랬잖아요.
진작 기태한테서 떼어놨어야 하는데..
신봉향 : 급하니까 당신도 진심이 나오네요?
공수환 : (멈칫.. 보면)
신봉향 : 근데 어쩌죠? 너무 늦었어요. 나 진심으로 장미 받아들일 생각이에요.
공수환 : 아니, 여보..
신봉향 : (자르고) 그 아인 진심으로 기태만 사랑해줄 거예요.
당신처럼 양손에 떡 쥐고 양쪽 모두에게 상처 주는 일, 절대 안 해요.
공수환 : ...
S#41. 기태 집 거실 D
정면으로 마주 선 두 남자, 기태와 여름. 그 옆으로 여름의 짐가방과 기타케이스 놓여있다.
기태 : 벌써 짐도 다 싼 거냐?
여름 : 청소도 싹 해놨어요.
기태 : (돈 봉투 건네고) 안 갚아도 된다.
여름 : 투잡 쓰리잡을 뛰어서라도 1년 안에 빚청산할 거예요.
기태 : 내기에서 니가 이겼으니까.. 그냥 받으라고.
여름 : 진짜 내기는 지금부턴데요?
기태 : ? (보면)
여름 : 지금부터 나 진짜로 할 거니까, 형도 긴장하고 진짜로 해요.
(선전포고하는 눈빛으로 진지하게) 형 마음이 진짜가 된 거라면.
기태 : ...!
여름 : (본다)
기태 : (보면)
S#42. 산부인과 병원 앞 D
병원 앞에 와 서는 훈동 차. 현희 내리는데, 운전석에서 꼼짝 않는 훈동.
현희 : 안 내려요?
훈동 : (다 죽어가는 얼굴로 최대한 느릿느릿 내리고)
S#43. 산부인과 진료실 D
커튼 밖에서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서성대는 훈동.
커튼 안쪽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현희,
현희 : 혹시.. 아기.. 안 볼래요...?
훈동 : (진땀 삐질)
현희 : 알았어요.. 여기서 기다려줘요 그럼.
커튼 안으로 들어가는 현희.
산부인과 진료실의 자궁 모형이나 사진들이 훈동에겐 공포 그 자체. 덜덜 떨며 삐질삐질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다가
도망쳐 나가려는 순간! 커튼 안쪽에서 들려오는 쿵쿵쿵! 힘찬 아기 심장소리...!
훈동 : (멈칫... 이게 무슨 소리지...? 돌아보면)
커튼 안쪽에서 진료 중인 현희.
의사 : 아기 심장 소리예요.
현희 : 이게 우리 아기 심장소리라구요...?
의사 : 네.
현희 : 좀 더 크게 들려주실래요...?
의사 : (볼륨 높여주고)
훈동 : (커튼 밖에서 꼼짝 못하고 그 소리를 듣는다)
현희 : (눈물 핑 돌며) 니가 정말 거기 있었구나...!
훈동 : ......
현희 : 명품아.. 미안해.. (눈물 뚝뚝) 엄마가 짝퉁이라... 너무 미안해...!
훈동 : ......!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은 훈동. 커튼을 확! 젖히고 현희의 손을 덥석 잡는다.
훈동 : 나가자...!
현희 : 오빠...!
S#44. 산부인과 로비 D
옷도 못 갈아입고 훈동의 손에 이끌려 나오는 현희.
현희 : 오빠 잠깐만...! 이것 좀 놓고...!
훈동 : (홱 돌아서서) 너 처음에 절에서 나한테 뭐랬어? 너한테 선물이라며? 혼자서 간직하려고 했다며!
그래놓고 어떻게 이렇게 쉽게 포기해??
현희 : (픽 웃더니) 지울 생각 없었어요. 전혀.
훈동 : 뭐...?
현희 : (드디어 드러내는 본색) 오빠 같은 비겁한 겁쟁이 찌질남한테는 아기 심장소리 들려주는 게 직방이라 그러더라구.
훈동 : 뭐어....??
현희 : (생긋)
훈동 : 현희야... 너 현희 맞아....?
현희 : 솔직히 고백할게요. 미안하지만 이게 진짜 나예요. 오빠 잡으려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하고, 머리 굴리는 여자.
이런 나라도 정말 괜찮은지.. 선택은 오빠가 해요.
훈동 : (보면)
현희 : 참고로 난, 처음으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거예요.
다시 한 번 그 날 밤, 그 상황이 오더라도.. 난 오빠를 선택할 거야.
훈동 : (현희의 진심어린 돌직구 고백에 얻어맞고 멍...!)
마주 선 두 사람의 모습에서.
S#45.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책상 위에 올려둔 핸드폰에 나소녀 문자 도착한다.
기태 : (보면)
나소녀E : 공서방! 프러포즈 준비는 잘 돼가나? 우리 장미 드라마 속 여주인공 만들어 줄 거지?
기태 : (끙.. 일단 답문자 보내는) 네 알겠습니다.
핸드폰 치우고 볼일 보려는데 다시 띠링 나소녀 문자 온다.
나소녀E : 사진 찍어서 보여줘! 알았지?
기태 : (헉...!) 어쩌지...?
핸드폰 뒤져서 드라마 속 이벤트 장면 찾아보는 기태. 풍선과 장미꽃과 촛불이 난무하는 오글오글한 모습에 거부감 확!
기태 : (인상 팍!) 유치하게 이딴 걸 하라고? (핸드폰 툭 던져버리는데)
까메오 : 사랑은 원래 유치한 거예요.
기태 : (멈칫, 보면)
까메오 : (상담환자, 책상 너머에 앉아 빙긋 웃는다)
기태 : (살짝 당황) 아, 언제부터..
까메오 : 아까부터요. 열중하고 계시길래.
기태 : (머쓱) 죄송합니다.
까메오 : 해야겠다 싶으면 고민하지 말고 하세요. 고민하는 사이에 누가 채가요.
기태 : 네...?
까메오 : 전 그렇거든요. 예뻐지고 싶으면 바로 행동으로 옮겨요. 남 눈치 안 봐요.
기태 : 아 네에.. (헛기침 흠!) 그렇다고 너무 충동적인 건 좀 곤란하죠.
필러 한 번을 맞더라도 신중하게, 제대로 확인하고 맞으셔야 합니다.
까메오 : 이 병원은 프리미엄만 쓴다는 거 다 알아보고 왔어요. (책상 한쪽에 놓여있는 필러 제품)
기태 : (픽 웃고.. 안경 쓰고 진지하게 상담 시작하는) 얼굴 좀 볼까요?
S#46. 파티용품점 D
알록달록 풍선 캔들 등 파티용품으로 가득찬 가게. 낯간지러워 주저주저 들어서는 기태.
기태 :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냥 나가려다가 멈칫.. 다시 돌아서고) 그래 뭐! 진짜도 아니고 쇼하는 건데 뭐!
쇼 좀 하자 까짓 거! 뭘 사야하나?
쭈뼛쭈뼛 둘러보는 모습.
S#47. 커피숍 D
조용히 커피 마시고 잔을 내려놓는 신봉향.
신봉향 : 나한테 할 말이 있다구요?
신봉향의 맞은편에 세아가 무거운 얼굴로 앉아있다. 쿵...!
신봉향 :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렇게 심각해요?
세아 : ... (선뜻 입 열지 못하다가) 기태랑 주장미씨 얘깁니다.
신봉향 : ...?
S#48. 백화점 옥상 D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는 장미.
flashback insert>
옥상에 나란히 앉아있던 신봉향과 장미.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가 널.. 한번 받아들여볼까 한다.”
장미 : 공기태.. 우리 진짜가 되면 어떨까...?
S#49. 기태 집 거실 D
난생처음 낯간지러운 이벤트를 준비해보는 기태. 어설픈 솜씨로 풍선도 불고 장미꽃도 준비한다.
현관에서부터 쭉 캔들길을 만들어 거실에 하트모양 만들고..
처음엔 실수투성이에 내가 꼭 이런 거까지 해야 되나 투덜투덜..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장미와의 첫만남..
flashback insert> 1부
호텔룸에서 훈동에게 프러포즈를 준비하던 장미.
장미의 프러포즈를 난장판 만들던 기태..
현재>
그 때의 장미처럼 프러포즈를 준비하는 기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내심 설레기 시작한다.
거울 앞에서 다양한 표정 지어가며 장난스럽게 연습도 해본다.
기태 : (멋지게) 주장미! 나랑 결혼해줄래? (마초) 결혼하자! (시크) 결혼할까?
(슬쩍 진심어린 얼굴이 되더니) 우리.. 진짜.. 할까...?
S#50. 커피숍 D
신봉향 : (충격 받은 얼굴로) 그게 무슨.. 가짜라니...?
세아 : 기태가 집안 어른들 포기시키려고.. 결혼 안 하려고 꾸민 일이에요.
신봉향 : (침착하려 애쓰며) 물론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그 동안 지켜본 바로는.. 두 사람.. 가짜일리 없어요.
세아 : 어머니를 속이는데 저도 일조를 좀 했죠. 죄책감 때문에 뵙자고 했어요.
신봉향 : (흔들리는 눈빛)
세아 : 두 사람 연극하는 겁니다. 주장미씨한텐 따로 남자도 있구요.
신봉향 : 설마...! 그럴 리가.....!
세아 : 이런 말씀을 드려야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신봉향 : (벌떡 일어나는데, 순간 현기증에 어질..)
세아 : 괜찮으세요? (얼른 일어나 부축하는데)
신봉향 : (가만히 물리치고 간다)
세아 : ......
S#51. 기태 집 거실 N
고생고생 마침내 깜짝 이벤트 준비를 마친 기태.
기태 : (장미에게 전화 걸고) 어 난데, 퇴근하면 집으로 좀 올래?
S#52. 백화점 명품매장 N
장미 : (핸드폰 들고 괜히 두근두근 가슴 뛰는) 집엔 왜...?
기태E : 글쎄 오라면 와.
장미 : 그래, 실은 나도 할 말이 좀 있어.. (살짝 긴장하는 얼굴에서)
S#53. 기태 집 거실 N
딩동 초인종 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기태. 후다닥 불 끄고 캔들로 만든 하트 속으로 뛰어든다.
딩동딩동 초인종 소리 이어지고..
기태 : (큰 소리로) 들어와!! 문 열렸어!!
현관에서 들어오는 누군가..
기태, 손에 장미꽃다발 든 채 긴장하고 기다리는데
기태가 만들어놓은 캔들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오는 세아...!
기태 : (헉!!!!!!!!!!!!!!)
세아 : (이게 다 뭐야...? 기막히고 한심해서 기태 보면)
기태 : (장미꽃 뒤로 숨기고) 너...! 니가 왜...! (당황!!! 민망!!! 허둥대고)
세아 : (서늘한 얼굴로 빤히 본다)
S#54. 백화점 밖 N
거치대에 묶어둔 자전거를 끌어내는 장미,
여름 : 주장미!
장미 : ! (자전거 붙잡은 채 돌아보면)
여름 : (싱긋 웃으며 서있다)
장미 : 어..? 연락도 없이 어떻게..
여름 : 밥 먹자.
장미 : (조심스럽게) 저기, 여름아.. 나 너한테 고백할 게 있어..
S#55. 기태 집 거실 N
세아 : 나 너희 어머니께 다 고백했어.
기태 : (수습 안 되는 쪽팔림에 쩔쩔매며) 뭘..
세아 : 너 쇼하는 중이라는 거.
기태 : (멈칫) 뭐...?
세아 : 쇼는 끝났다고.
기태 : (덜컥.. 내려앉는 가슴) 정말이야...? 정말 어머니께 말씀드렸어...??
세아 : 미안해. 널 멈추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어.
기태 : (버럭) 강세아!!!
세아 : (조용히) 우리 처음으로 돌아가자.
기태 : (보면)
세아 : 3년 전에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 왜 그렇게 혼자가 되고 싶은 건지.. 뭣 때문에 결혼에 질색하는지..
난 너한테 그런 상처가 있는 줄도 모르고.. 왜 우린 안 되는 건지, 대체 이유가 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기태 : ...너도 결혼 거추장스러워 했잖아. 결혼 같은 거 필요 없다고..
세아 : 날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을 뿐이야.. 친구로라도.. 니 옆에 있고 싶었고..
기태 : ...!
세아 : 이제라도 알았으니까 됐어.
캔들길을 따라 서서히 기태에게 다가가는 세아.
세아 : 이제 나한테 얘기해..
기태 : ...
세아 : 니 얘기.. 내가 들어줄게..
기태 : ...
세아 : 내가 널.. 위로해줄게..
기태 : ...
기태가 서있는 하트 속으로 들어오는 세아.
세아 : (기태를 향한 진심을 담아) 우리.. 결혼하자.
기태 : ......!
S#56. 백화점 밖 N
장미 : 어른들이 우리 결혼을 진심으로 생각하셔..
여름 : ...
장미 : 그 분들 앞에서 차마.. 더 이상 진상피울 수가 없게 됐어..
여름 : 어른들 때문에 정말 그 결혼을 하겠다는 거야?
장미 : 그런 건 아니야. 정말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설마 공기태가 이 결혼에 진심이겠어...?
여름 : ... (조용히 보더니) 왜 자꾸 다른 사람 진심만 말하는데? 너만 진심 아니면 돼. 난 상관없어.
장미 : 그게 문제야..
여름 : (보면)
장미 : 나.. 진짜가 됐어..
여름 : ...!
장미 :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안 그러려고 하는데.. (눈물 핑..) 나도 모르게 자꾸만.. 공기태 옆에 있고 싶어져..
이 결혼이 진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여름 : (무겁게 입 여는) 기태형도 니 마음 알아?
장미 : 아직.. 너한테 먼저 고백하는 거야..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여름 : (툭) 잘했어.
장미 : 어...?
여름, 장미 등 뒤를 흘끗 본다. 저만치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신봉향...!!
장미, 여름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보려는데 그대로 와락 끌어안아버리는 여름.
장미 : !!!
장미 손을 벗어난 자전거 바닥에 쾅.. 쓰러진다.
이쪽으로 오던 신봉향, 멈칫...! 그 자리에 얼어붙어버린다.
신봉향 : ......!!!
세아E : 주장미씨한텐 따로 남자도 있구요.
flashback insert>
신봉향 : 그 아인 진심으로 기태만 사랑해줄 거예요. 당신처럼 양손에 떡 쥐고 양쪽 모두에게 상처 주는 일, 절대 안 해요.
여름에게 안긴 장미를 빤히 바라보는 신봉향. 배신감에 파르르 떨리는 손..
insert> 캔들 하트 속에 마주 선 기태와 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