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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는 아마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동물과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직립을 하면서 손이 땅으로부터 해방되는 순간부터 말이지요. 이런 도구는 항상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생산성을 배가 시켜주기도 하고 인류를 파멸로 이끌기도 하는 순기능만큼 역기능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지요. 이는 비단 무기 뿐만이 아니었습니다.정보사회의 총아인 인터넷만 해도 그렇지 않습니까? 인류에게서 가장 먼저 선보인 도구는 그리고 무기는 아마 손도끼였을 것입니다. 그런 것은 한자 '아비 부(父)'에서 잘 나타나죠. 그런 다음에는 사용하기에 편리하게 하기 위하여, 효과적으로 곧 살상력 등을 높이기 위하여 아래 사진과 같이 자루를 단 형태로 바뀌었을 것입니다. 위의 사진과 같은 도구나 무기를 나타낸 글자가 바로 '도끼 근(斤)'자입니다. 도끼 근(斤)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해서 갑골문에는 자루와 날이 있는 부분이 선명하게 구분이 됩니다만 후대로 오면서부터 모양이 원래의 형태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해서에 와서야 왼쪽으로 날이 있고 아래쪽으로 자루가 달린 도끼 모양에 더 가깝게 되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도끼는 농기구로 쓰이는 칼(낫 같은 농기구)이나 토목 공사에 쓰이던 다이너마이트처럼 순기능보다 역기능으로의 용도가 더 부각되게 되었습니다. 실상은 평화적 용도로 쓰이는 일이 훨씬 더 많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살상과 같이 눈에 드러나게 부각되지는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바티칸을 지키는 스위스 근위병입니다. 저렇게 한 손으로는 중국의 과(戈)에 해당하는 미늘창을 들고 불의의 사태에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저런 무기로 싸우지는 않고 다만 의장용 차림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바티칸 같은 곳에 가면 지금도 인기가 있는 관광 눈요기거리 중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렇게 창을 잡고 금방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을 영어 단어로 표현하면 아마 shakes spear, 곧 셰익스프어가 되겠죠.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유명한 극작가인 셰익스피어는 아마 조상이 창을 들고 흔들며 금방이라도 싸울 태세가 되어 있는 근위병 내지 경비병 출신이었나 봅니다. 진(秦)나라 시대의 무장병 복장을 한 군인들이 양손으로 창을 굳게 잡고 성을 순찰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손으로 창을 들고 서 있는 위 중세의 스위스 용병보다 이렇게 두 손으로 무기를 들고 있으면 싸울 태세가 훨씬 용이하겠죠? 이렇게 두 손으로 도끼나 창 같은 무기를 들고 당장이라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표현한 한자가 바로 '군사 병(兵)'자입니다. 원래의 뜻은 근(斤)자에 비중에 커서 무기라는 뜻이 더 강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그게 그거'라는 뜻의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라는 성어가 나오는 『맹자·양혜왕(梁惠王) 상』에 보면 '기갑예병(棄甲曳兵)'이란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달아나기에 무거운) 갑옷을 버리고 (자신을 방어해 줄) 무기는 (차마 버리지 못하여) 질질 끌고'라는 뜻입니다. 병사라는 뜻이 생긴 것은 이런 도끼나 창 같은 무기를 다루는 사람을 나타낸 데서 나온 것이지요. 군사 병(兵)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해서 갑골문을 보면 두 손으로 무기인 근(斤)을 잡고 있는 모습이 확연합니다. 후대의 문자에서는 역시 근(斤)자의 형태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조금씩 불분명해지다가 해서에 와서는 근(斤)자와 두 손을 나타내는 팔(八)자 사이에 '한 일(一)'자가 더해진 형태로 정착이 되었습니다. 팔(八)자가 두 손을 나타낸다는 것은 위에서 이미 전(典)자 등을 통하여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런 도구는 직접 만들어 썼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손재주가 없는 사람들은 아마 돈을 주고 사야 했을 것입니다. 다음의 사진은 옛날 화폐(貨幣)로 쓰인 조개입니다. 고대의 무덤에서 출토된 것으로 일련번호를 붙인 것이 보입니다. 이런 조개는 현재도 많이 보이는데 중국 남부의 특정지방에서만 잡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요즘도 여전히 잡히는데 바로 다음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 사진에도 제일 첫번째 것은 무슨 표시가 되어 있네요. 역시 출토품인가 봅니다. 이 중 하나만 가지고 크게 확대를 해서 모양을 세로로 세우면 다음과 같은 모습을 띠게 됩니다. 이 조개의 이름은 자패(紫貝)라고 합니다. 우리 말로는 별보배조개라고 한다는군요. 우리나라의 이름이 훨씬 예쁩니다. 그러니까 옛날에는 아무 곳에서나 쉽게 잡힐 수 있는 조개를 모두 화폐로 쓴 것이 아니라 관리하기 좋게끔 특정 지역에서만 잡히는 이런 조개를 화폐로 썼던 것이지요. 이런 화폐의 기능 때문에 조개를 문자화한 글자가 바로 패(貝)자입니다. 훈은 물론 '조개'입니다. 조개 패(貝)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해서 이 글자의 갑골문은 정말 자패(紫貝), 즉 우리말로 이름도 고운 별보배조개와 그 모양이 흡사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명예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돈이 있어야 큰 행세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패(貝)자는 자연히 재산과 관련된 글자의 의부(意部)를 나타내는 부수자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돈만 있으면 명예도 살 수 있는 것이 세상 이치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자면 재(財), 화(貨), 매(賣), 매(買) 등과 같은 글자를 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패(貝)를 부의 상징으로 여겨서 우리나라에서 돈의 상징인 금돼지 목걸이를 하는 것처럼 중국에서는 금자패 목걸이를 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주 귀중한 물건을 우리는 '보배'라고 하는데 한자로는 '寶貝'라고 씁니다. '보배 보(寶)'자에도 '조개 패(貝)'자가 들어가지요? 중국 사람들은 아이의 이름으로 많이 쓰기도 하고 어른이 될 때까지 쓰는 이름, 곧 아명으로도 많이 씁니다. 말하자면 우리 식으로 '귀염둥이' 정도의 뜻이랄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양궁 여자 국가대표 선수 중에 기보배라는 사람이 있잖아요? 아마 한자로는 역시 위와 같이 쓸 것입니다. 그러나 한자에서는 '솥 정(鼎)'자가 간략한 형태로 변한 패(貝)자도 있으므로 주의를 해야 합니다. 이미 솥과 관련된 한자에서 상세히 언급을 한 적이 있는데 예를 들어보면 정(貞)자나 칙(則), 패(敗)자 같은 것이 그런 류의 글자들입니다. 그리고 '갖출 구(具)'자도 '솥 정(鼎)'자의 변형에서 나온 글자입니다. 간혹 돈인 조개를 두 손으로 소중하게 받들고 있는 모양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보이는데 보정(寶鼎)을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바치고 있는 것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좋은 연장, 도구, 무기 등은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자 탐(貪)을 내었을 것입니다. 좋은 도구는 아마 여느 연장의 두 개에 해당하는 가치가 있었을 것입니다. 손잡이가 달린 도끼 두 개가 나란한 모양입니다. 이렇게 도끼 두 개의 가치가 있음을 나타내는 글자가 바로 '바탕 질(質)'자입니다. 벌써 몇 번 언급했듯이 한정된 공간에 저렇게 두 개를 표시한 것은 단순한 숫자 2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많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곧 훌륭한 무기 여러 개 값을 하는 것이 바로 글자 질(質)자입니다. 바탕 질(質) 금문-금문대전-소전-해서 그래서 질(質)자는 훌륭한 바탕 곧 자본(資本)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된 것입니다. 나중에는 도구의 가치가 아닌 본성이라는 뜻으로도 쓰이게 되었는데 바로 자질(資質) 같은 단어가 그런 뜻으로 쓰입니다. 자질의 자(資)자도 '조개 패(貝)'부에 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도로 높여야 자질, 곧 바탕이 훌률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우리도 남들보다 두 배의 가치는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을 하면 어떨까요. 저 질(質)자처럼 말이지요. |
첫댓글 고맙습니다.
설명이 쉽고 재미있어 금방 이해됩니다. 고맙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조상이 근위병이 아닐까, 재미있는 해석이 되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