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홍기 거창군수에 대한 증인 심문이 열렸다. 그러나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렸다. 이날 증인으로는 선거법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아무씨와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은 박 아무씨가 섰다.
증인 심문의 가장 쟁점은 ‘이홍기 군수가 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여성단체협의회에 앞치마를 주겠다고 약속한 사실이 있는지’와 ‘구속된 이 아무씨가 선거에 도움이 될 목적으로 일부 단체에 음식이나 물품을 제공한 것을 이홍기 군수가 알고 있었는지’ 여부였다.
박 아무씨, “이홍기 군수가 직접 제공할 목적으로 앞치마 제공 동의했다.”
먼저 증인석에 앉은 박 아무씨는 ‘이홍기 군수가 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여성단체협의회에 앞치마를 제공할 의향이 있었고, 직접 서명했다’고 증언했다.
박 씨는 “여성 단체 협의회장인 백 아무씨가 술에 취한 상태로 ‘이번에 여성 단체에 앞치마 100개 정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고, 이 군수가 직접 사인했다.”고 했다.
또 “앞치마를 요구하며 백 씨는 ‘선거때 여성 단체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수첩을 꺼내 사인을 요구했고, 이홍기 군수가 필요한 앞치마 개수를 물으며 지원해주겠다는 약속의 의미로 사인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서명하기 직전에 백 씨가 앞치마 100개가 200만 원 상당이 된다고 이야기를 했고, 이 아무씨(전국향우연합회장)가 ‘선거법 위반이 우려된다’며 향우회에서 지원할 것을 지시해 직접 결제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앞치마와 관련한 백 씨의 발언은 술에 취했지만 장난은 아니었으며, 이홍기 군수가 약속하는 차원에서 서명했고, 정황상 해주겠다는 의도였다. 또 이홍기 군수가 현직이 아니었기 때문에 예산 문제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검찰 측은 이홍기 군수가 자필로 작성한 <앞치마 100개 / 여성단체협의회 / 이홍기 / 서명>이 담긴 수첩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 아무씨, “이홍기 군수는 재촉에 못 이겨 장난삼아 사인했고 내가 사 주려고 했다.”
이후 증인석에 앉은 이 아무씨는 “백 씨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했고, 장난 식으로 사인해 달라고 해서 이홍기 군수가 사인을 했다.”라고 했다.
이 씨는 “이홍기 군수가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서명을) 했는데, 백 씨가 지속적으로 요구하자 ‘군청에 무슨 예산이 있다고 그러느냐’고 했다, 그러자 백 씨가 자신에게 ‘그러면 회장님이 해 달라’고 요청해 서명했다.”고 했다.
이어 “나는 앞치마를 사 줄 생각으로 서명했으며, 그 서명이 이홍기 군수의 지급을 보증하는 의미이거나 이홍기 군수를 위해서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특히, 이 씨는 “백 씨가 앞치마를 요구한 것이 선거 때문이 아닌, 체면을 세우려고 요청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백 씨는 모임 당시 술에 취해 횡설수설했으며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증인 박 씨, “이홍기 군수, 이 씨가 자신의 선거에 도움이 되게 할 목적으로 물품 제공한 것 알고 있었다”
박 씨는 “이 아무씨가 각 단체에 음식을 제공하거나 물품을 제공할 때, 이홍기 거창군수가 그 사실을 알았으며, 선거에 이용될 것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증인심문에서 박 씨는 “4월 14일의 저녁식사 자리는 이 씨가 이홍기 거창군수를 도와줄 목적으로 가진 모임이며 이 씨가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이 이 군수의 재선을 위해 압도적으로 지지를 해주셔야 한다’고 했다.”라고 증언했다.
또, “5월 13일 한 음식점에서 가진 2차 모임에서도 이홍기 거창군수와 부인이 참석했으며, 이 모임에서도 이 씨가 ‘일 잘하는 군수 압도적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여성 단체가 힘을 써 달라’고 이야기했다.”라고 했다.
특히, “5월 13일 모임에서는 이 씨가 ‘이홍기 군수가 재선이 성공하면 다 함께 여행을 가자’고 발언했고, 이홍기 거창군수도 함께 가기로 했기 때문에 확실히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4월 5일 모임에서는 이 씨가 이홍기 거창군수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다들 그런 자리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 아무씨, “이홍기 군수는 내 발언 듣지 못 했을 것”
그러나 이 씨는 “자신이 지지 발언을 할 때 이홍기 거창군수가 자리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4월 5일 모임은 개소식을 앞두고 거창에 모인 김에 가진 식사시간”이라며 “그 자리에서 선거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없다.”고 했다.
이어 “4월 14일과 5월 13일 모임에서는 ‘여성 단체에서 애를 써라’, ‘여성 단체가 적극적으로 일 잘하는 군수 재선시켜야 하지 않겠나’ 등 관련 발언을 했으나 이홍기 거창군수가 듣지는 못 했다.”고 했다.
특히, “5월 13일 모임에서 이홍기 거창군수는 마지막에 도착해 식사만 하고 돌아갔고, 선거에 도와달라는 말은 자리에 없을 때 했으며 도움과 관련한 구체적인 협의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씨는 “자신이 여성 단체 회원에게 제공한 ‘황진환’을 전달하거나 혹은 전달할 계획이 있었던 것은 이홍기 군수도 봤을 것”이라고 했다.
증인 박 씨 기억 비교적 정확, 이 씨는 검찰 조사와 다른 부분도 있어
이날 증인에 나선 박 아무씨는 ‘이 아무씨가 이홍기 거창군수의 선거법 관련한 증언 중 장소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시종일관 증언 내용이 같았다.
박 씨는 증언 도중 ‘이 씨가 선거법 위반을 걱정해 향우연합회에서 결제하자’고 한 발언이 ‘이홍기 군수와 함께 있었던 식당에서 한 발언’이라고 했다가 이후 ‘자리를 옮겨 다른 카페에서 발언한 것’이라고 했다.
이 아무씨는 검찰 조사 때와는 달리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부분이 있었다. 검찰은 “증인 이 아무씨는 조사 당시 ’4월 5일 모임에서 ‘군수가 한번 더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함께 참석한 김칠성 교육장이 고개를 끄덕였으며, 이홍기 거창군수도 자리에 있었다.’라는 증언을 했었다.”고 했다.
검찰은 또, “이 씨가 ’4월 5일, 백 아무씨는 선거에서 열심히 역할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라며 조사에서 증언했었다.”라고 했다. 특히 ‘검찰의 조사를 받은 백 아무씨, 김칠성 교육장, 박 아무씨도 이와 비슷한 진술을 했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정에서 이 아무씨는 “4월 5일에는 선거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없다.”라고 했다. 또, 다른 피고인인 김 아무씨와 구치소에 접견을 하며 발언한 내용에 대해서도 모두 기억이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말미에 이 씨는 “검사에게 진술한 것이니 모두 맞다. 그러나 오늘 진술한 것도 진실이다.”라며 “20일 구금되다 보니 잘 기억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현재 심신이 피로하고 정신이 멍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부분이 많은데, 본인은 검찰 조사 당시했던 진술들을 모두 인정한다.”라고 해명했다.
이환철 행정과장 이름 자주 거론…논란 일듯
이날 법정에서는 이환철 거창군청 행정과장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검찰 심문에서 증인 박 아무씨는 “4월 5일 거창을 방문했을 때 음식점 주차장에서 이환철 과장이 마중을 나왔고, ‘군수님이 좀 늦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증언했다. 4월 5일은 이홍기 거창군수가 출마를 위해 직무 정지된 상태였다.
증인으로 나선 이 아무씨도 “보통 자신이 거창을 오갈 때에는 사무국장인 박 씨가 이환철 행정과장에 미리 연락을 했고, 관례적으로 해 오던 일”이라며 “사건 당시 이홍기 군수는 직무가 정지된 상태였지만, 어떤 식으로 행정과장에 연락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또, 검찰은 “최근 이환철 과장이 구치소에 있는 이 아무씨를 접견했다.”라며 “구속된 이 아무씨의 조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했다.
특히, 이 씨가 이천영 한국승강기대학 이사장에 의해 이사로 추천될 당시에도 행정과장 자격으로 동석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증인 심문을 통해 드러난 행정과장의 수행이, 과연 공무원 신분으로 적절했는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