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일요일
다이소에서 초를 사 와 촛불명상을 진행함.
강사님께서 말씀해주신 촛불의 3분의 2지점, 촛불의 중간보다는 촛불의 끝을 보는 일이 집중하기에 더 좋다는 느낌을 받음.
촛불의 끄트머리를 바라보다가 눈을 뜨고 있는 일에 한계를 느끼면 그순간에 눈을 감았다. 감긴 눈꺼풀 안쪽에 어떤 상이 맺혔는데, 그것은 촛불의 온전한 상이라기보다도 그저 어떤, 명멸하는 아주 작은 빛에 가까운, 그런 이미지였고. 그 이미지가 사라질 때까지 나는 그것을 주시했다. 주시하다 보면 빛이 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사라진 게 아니었다. 사라진 게 아니라, 그저 나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바람에 뇌가 잠시 착각한 것이었고, 다시 정신을 한곳에 모으면 조그만 빛이 아주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치 눈빛으로 또 다른 빛을 잠재우려는 듯이.) 그마저도 내내 주시하고 있다 보면 완전히 소멸 되었고, 소멸 되고 나면 다시 눈을 떴다. 눈을 뜨고 나면 눈앞에 실재하는 촛불을 볼 수 있었고. 다시, 촛불의 끄트머리에 시선을 두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런 식으로 두어 차례 반복.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호흡길이에 따라 촛불도 늘어나고 줄어들기를 반복하며
일렁이는 듯 보였다. 촛불이 불안정하게 흔들리면 그것이 나의 호흡 리듬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적고 보니, 나 자신을 촛불이라 착각한 나머지 촛불에게 마음이 끄달려 갔던 것 같다. 감정은 내가 아니고 생각은 내가 아니듯이 촛불 역시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며.. 촛불 따라 내 마음도 흔들릴 땐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도록 해야겠다.
눈의 시선과 수평이 되는 위치 촛불을 두기보다는
45도 정도의 낮은 위치에 촛불을 위치하는 편이 명상하기에는 훨씬 수월했다.
낮은 위치에 둔 촛불은 나의 코끝 방향과 수평이 되는 자리에 위치하게 된다. 코끝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숨결에 촛불이 자연히 영향을 받게 된다. 촛불에 이는 미세한 파장과 변화를 감지할 때마다 현재 나의 호흡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11월 14일 목요일
스트레칭으로 몸을 이완한 후 수식관--사마타--교호호흡--사마타 순서로 진행하였다. 이후에
싱잉볼 소리를 틀어놓고 소리를 따라가는 식으로 소리 집중 명상을 함.
요즘엔 명상의 마지막 단계에서 '통렌(Tonglen)'을 하고 있다. 통렌을 한 후, 자애경을
소리내어 읽기도 한다.
통렌이란 티벳 용어로 '주고 받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들숨에 타인의 고통을 들이마시고, 그 고통을 내 안에서 정화시켜 행복과 평화의 빛으로
바꾼 후 날숨에 그것들을 내뿜음으로써 다른 이들에게 전해준다는 의미를 지닌다.
명상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나 자신의 안위와 안식을 위해 행해지는데, 통렌 같은 경우는 나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서, 타인을 위해서 하는 수행이다.
통렌을 하다 보면 세상 모든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을 의미하는 불교용어, '인드라망'이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게 아직은 쉽지 않다고 느낀다. 억지로 하다간 탈이 날 것이라, 통렌을 할 때와 자애경을 읽을 때, 그리고 식사를 할 때 정도만 의식적으로 그런 마음을 지닌다.
첫댓글 아난다님, 촛불 명상에서 촛불에 주의 집중력을 키우는 수행으로 나아가는 것에 방점을 가지기 바랍니다.
촛불 잔상에 대한 부분은 내려 놓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통렌 소리명상도 나와 함께 타인을 위한 자애심을 일으키는 부분도 마음의 정화, 고요와 평온함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