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는 60cm의 폭설이 쏟아지는 날, 민통선에도 눈발이 날려서 길이 상당히 미끄럽습니다.
마을회관에 도착하여 장수사진 촬영을 무료로 봉사하는 효심애봉사단을 기다립니다.
이 봉사단체는 어르신들을 촬영하여 액자로 만들어드리는데, 영정사진이 아니라 장수사진을 찍어드립니다.
회관 칠판에는 한달전부터 장수사진 촬영이 공지되어 있습니다.
9시가 넘어 도착한 봉사단이 세트를 준비하기 시작하는데, 마음이 급한 어르신은 벌써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기다립니다.
2월 8일로 잡은 것은 설명절 다음주인지라 모두 때빼고 광낸 직후이기 때문이지요.
봉사단은 6명이며 양복과 한복도 여분으로 준비를 해왔네요.
스탭들이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촬영준비를 합니다.
회관 벽에는 유행가 가사가 큼지막하게 쓰여져있군요.
이 동네 총무님이 직접 가르쳐주고 있다는데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가수 오승근 ==> 김자옥 신랑이라고... ㅋ)
첫 촬영자는 노래를 지도하는 동네 총무님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재능을 기부하여 어르신들께 봉사하는 분들의 노고가 있기에
한겨울의 추위가 무색해집니다.
현장을 지켜보니 어르신들이 가장 어려운 것이 스마일입니다.
너무나 근엄한... 굳은 표정때문에 진행팀의 주문이 반복됩니다.
"귀염둥이 손자 생각하시고 하하하 웃어보세요~~~ "
동네 궂은 일에 맨앞장 서시는 김회장님 사모님도 오랜만에 한복을 다려입으셨네요.
부부사진도 함께 촬영하는데 다정한 포즈로 연출해봅니다.
속속 도착하는 어르신들이 순서대로 메이컵과 의상을 손보고 대기중입니다.
'아니, 어머님은 잘 웃으시는데 아버님은 화나신 표정이에요.
하하하 웃어주세요~~'
눈발이 날리지만 장수사진에 호응도가 아주 높아서 지팡이를 짚고서도 회관으로 오십니다.
9학년 마리아 할머니는 기어코 사진촬영을 거부하십니다.
주름살이 너무 많아서 싫다고...
한편에서는 기다리는 시간을 화투 운세 패떼기로 보냅니다.
정회장님 사모님도 뒤늦게 합류하여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습니다.
김포시에서 기증한 안락의자는 어르신들의 인기메뉴입니다.
12시 즈음에 30여분의 촬영이 모두 끝나고 밥상이 차려집니다.
식재료가 대부분 이 동네에서 직접 가꾼 것들이기에 촬영팀은 밥과 국을 모두 2그릇씩 뚝딱 해치웠네요.
이쪽 방은 바깥 어르신들이 쓰는 곳입니다.
세트 철수후에 오신 어머님을 위해 간이세트를 설치해서 촬영했네요.
식사후 코디를 담당했던 언니가 벽에 붙은 가사를 보면서 '내나이가 어때서'를 열창합니다.
어르신들이 하나같이 즐겁고 신나게 박수치면서 따라 불러봅니다.
이렇게 잔치분위기로 장수사진 촬영이 끝났네요.
사진은 약 한달후 액자로 포장되어서 택배로 보내올 예정입니다.
촬영팀들 모두 수고많으셨구요, 참여해주신 어르신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