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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법칙: 추락하기 위한 모든 조건의 ‘and’의 법칙
-항공기 추락사고의 원인을 살펴보면, 발생할 모든 요소가 놀랍게도 ‘and 조건’으로 대부분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소한 어느 한 조건만이라도 ‘or’였거나 발생하지 않았다면 피할 수 있는 사고였지만, 결과는 빈번하게 달리 나타난다. 모든 조건이 묘하게 뒤얽히며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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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23.2 F/O 저쪽 유도로 좀 보세요.
11:11:24.7 F/O 이쪽은 뭐지?
11:11:33.6 F/O 그 대각선 말입니까?
11:12:27.2 CAP 우리는 장주패턴을 넓게 하면 안 되는데, 저쪽은 전부 산이야.
11:13:00.5 CAP 어 비가 오는군, 우리는 비온다는 정보가 없었는데?
11:17:29.8 CAP 이 고도를 유지해야 하는가?
11:17:30.9 F/O 유지하지 말고.
11:17:33.2 F/O 700으로 강하.
11:17:39.5 F/O 바람이 너무 세다, 착륙기어 내려요?
11:17:47.3 CAP 착륙기어 내림, 플랩 20?
11:17:48.9 F/O 플랩 20
11:18:00.3 OBS 700으로 강하.
11:18:52.5 F/O 내가 조종한다.
11:19:33.2 CAP 활주로 잘 지켜보고.
11:19:34.0 F/O 선회합시다.
11:19:44.8 F/O 현재고도 700으로 유지.
11:19:59.5 CAP 활주로 끝과 나란한 지점을 보았나?
11:20:01.0 F/O 활주로 끝과 나란함.
11:20:01.8 CAP 타이밍.
11:20:13.1 F/O 바람이 너무 세다, 조종하기 힘든데.
11:20:16.9 CAP 내가 조종할께.
11:20:23.6 F/O 빨리 선회하고 너무 늦지 않도록.
11:20:32.0 CAP 플랩 30, 이미 내렸다.
11:20:33.9 CAP 속도를 줄여라.
11:20:54.1 CAP 활주로를 찾는데 도와줘.
11:20:59.0 F/O 비행하기가 힘들어지 지는데.
11:21:01.9 F/O 고도에 주의하고.
11:21:08.9 CAP 활주로 봤나?
11:21:10.4 F/O 아니오, 안보이는데요.
11:21:11.7 F/O 복행하시오.
11:21:14.7 F/O 당겨! 당겨!
11:21:17.0 F/O [충격음 들림.]
2002년 4월 15일 11시 21분 경 베이징-부산 간을 운항하는 보잉 767-200ER 국제선 항공기에서는 촌각을 다투는듯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몇 분 후, 항공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이 활주로를 벗어나며 북쪽 4.6 킬로미터에 위치한 돗대산에 추락하고 만다. 충돌과 뒤이은 화재로 비행기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2명의 부조종사를 포함해 129명의 탑승객들은 한순간 사망하고 만다. 당시 사고 항공기에는 1명의 기장과 제1 부조종사, 제2 부조종사 각 1명, 8명의 객실 승무원, 그리고 155명의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때 여객기는 계기비행방식으로 비행 중이었다. 대체 이 항공기는 어떻게 운항했길래 이토록 끔찍한 사고를 내게 되었을까?
사고가 난 후의 조사에 의하면, 2002년 4월 14일 오후 2시 중국국제항공공사의 규정에 따라 승무원들은 출근해 운항관련 서류를 건네받고 간단한 신체검사를 마쳤다. 항공기 운항임무를 수행하는데 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왔고, 이들은 여느 때처럼 탑승했다. 129편은 계획된 출발시간보다 약 17분 지연된 8:37경 중국 베이징 공항을 출발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어떤 문제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이때 이미 래드 플래그가 발생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사고 후 조종실 음성기록 장치를 확인해 본 결과 몇 가지 분명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선, 녹취록에 의하면, 제2 부조종사는 “잘 들리지 않는데”라고 말하고 있다. 제1 부조종사도 “분명히 잘 들리지 않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제2 부조종사는 “내가 통신을 맡겠습니다. 당신들은 잘 들으시오, 부산에 온 적이 적은데”라고 말했고, 이후 관제사와의 통신은 제2 부조종사가 전담하게 된다. 11:06:30에 제2 부조종사는 김해접근관제소 접근관제사와 최초로 통신을 하였고, 접근관제사는 129편에게 “헤딩 190도 방향, 6,000 피트로 강하”를 지시하였다. 11:08:50에 제1 부조종사가 “접근범주 찰리”라고 말하자, 제2 부조종사는 “뭐라고?”라고 한 뒤, 접근관제사에게 “찰리, 에어 차이나 129”라고 답변했다.
11:08:56에 접근관제사는 129편에 착륙활주로가 18R로 변경되었고, 바람은 210도 방향 17노트이며, 활주로 18R로 선회접근이 예상된다고 통보하였다. 11:10:19부터 11:12:29 사이, 기장과 제1부조종사는 착륙활주로가 18R임을 확인하고, 선회접근을 시도한다. 기장은 이때 “우리는 장주패턴을 넓게 하면 안되는데 저쪽은 전부 산이야”라고 주의를 주었다. 기장이 “비가 오는군, 우리는 비가 온다는 정보가 없었는데?”라고 말하자, 제1 부조종사는 “플랩 1?” 이라고 말했고, 기장은 “OK, 내려” 라고 말했다.
11:14:47에 기장은 “안경을 벗고 밖에다 눈을 좀 적응시켜야겠는데, 시정이 안 좋은데”라고 말하였으며, 11:15:15에 접근 관제사는 129편에게 90도 방향으로 좌선회하라고 지시했다. 잠시 후, 기장은 재차 “비가 오는 지역인데”라고 말하였다. 기장이 “내려”라고 말하자, 제1 부조종사가 “플랩 5”라고 말하였고, 이어 플랩 레버가 내려지는 듯한 소리가 있었다. 기장은 “바람이 센데”라고 말했다.
제1 부조종사가 “바람이 너무 세다, 착륙기어 내려요?”라고 말할 때 바퀴다리를 내리는 듯한 소리가 있었으며, 기장은 “착륙기어 내림, 플랩 20?”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1부조종사가 “플랩 20”이라고 말하였고, 플랩 레버를 내리는 듯한 소리가 있었다.
11:18:53에 제1 부조종사가 “내가 조종한다, 헤딩선택”이라고 말하고는, 자동비행 장치를 단절하고 수동으로 비행을 실시했다. 이어서 기장은 “20초 활주로를 잘 지켜보고”라고 말하였으며 제1 부조종사가 선회를 알려주었다.
11:20:01에 제1부조종사는 “활주로 끝과 나란함”이라고 말했다. 11:20:02에 기장은 3선회 시기의 측정을 시작하는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제1부조종사는 “바람이 너무 세다, 조종하기 힘든데”라고 말했다.
3선회를 위한 시간측정을 시작한 지 13초가 경과한 시점인 11:20:15에 기장이 “터닝베이스”라고 말하였으며, 기장은 “내가 조종할게”라고 말했다. 11:20:19에 관제탑 정국지관제사가 “에어 차이나 129, 터닝베이스에서 보고”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기장은 “우선회”라고 말하였다. 11:20:24에 제1 부조종사는 “빨리 선회하고, 너무 늦지 않도록”이라고 말하였다. 11:20:34에 기장은 “속도를 줄여라”라고 말하였으며, 제1 부조종사는 “OK”라고 응답하였다.
11:20:47에 접근관제사가 접근관제소와 관제탑사이의 직통전화로 “Go around 같아요?”라고 말하였으나, 직통전화 녹음과 관제탑 관제사의 진술에 의하면, 관제탑 관제사가 응답한 기록은 없었으며, 접근관제사로부터의 송신내용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1:20:51에 관제탑 부국지관제사는 “에어 차이나 129, 당신의 의향을 다시 말하시오.”라고 하였으나, 이에 대한 운항승무원의 답변은 없었다.
11:20:54에 제1 부조종사는 “고도에 주의하고”라고 말하였으며, 기장은 “활주로 찾는데 도와줘”라고 말하였다. 제1 부조종사는 이에 대한 반응으로 “비행하기 힘들어지는데, 고도에 주의하고”라고 다시 말하였다.
11:21:09에 기장은 “활주로 봤나?”라고 물었으며, 11:21:10에 제1 부조종사는 “아니오, 안 보이는데요”라고 말했다. 11:21:12에 “복행하시오”라고 말하였으나, 기장은 응답하지 않았다.
11:21:15에 제1 부조종사가 “당겨! 당겨!”라고 말하였고, 항공기의 기수는 11.4도로 상승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나, 엔진 추력은 증가되지 않은 채 그대로 충돌하고 말았다. 이것은 사고 후 발견된 블랙박스와 여러 기록을 통해 확인된 결과였다.
사고 후에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사 통합 항공기시스템 실험실에서는 129편의 김해공항 접근시 비행과정에 대한 모의실험비행이 실시되었다. 그 결과 지면과의 충돌 6초전에 항공기는 산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 여객기는 어떻게 해서 추락하게 된 것일까?
사고 원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사고 당일 김해공항에는 약한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구름상태는 500 피트에서는 스캐터드(scattered, 구름의 양이 3/8부터 4/8정도 덮여있는 상태)였고, 1,000 피트에서는 브루큰(Broken,구름의 양이 5/8부터 7/8정도 덮여있는 상태), 2,500 피트에서는 오우버 캐스트(Overcast, 구름의 양이 8/8인 상태) 상태였다. 항공기가 약 700 피트의 고도로 선회접근 할 때 관제탑에서는 항공기를 육안으로 거의 볼 수 없었으나, 활주로 중간정도에서는 잠시 볼 수 있었다. 또한, 활주로 18R의 3선회 지점부근에는 구름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항공기가 충돌한 높이 정도에 약간의 구름이 덮여 있었다. 따라서 129편 운항승무원들은 3선회 및 4선회를 실시하면서 활주로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또한 구름을 통과하게 됨으로서 전방의 시야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다.
육안 관측은 기상관측장소 북쪽에 위치한 대형격납고 때문에 북쪽 및 북북서쪽 지역의 저고도 상공은 육안 기상관측이 불가능했다. 특히, 18R에 대한 3선회 구역 및 최종접근로 부근 구역이 관측자의 시야로부터 가려져 있었다. 이러한 차폐지역은 규정상 어긋난 것은 아니었으나, 이상적인 장소는 아니었다.
김해공항은 구조상 활주로 18R의 사용횟수가 빈번하고, 계기 기상상태에서도 선회 접근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음으로, 활주로 18R에 대한 3선회 구역 및 그 부근의 시정과 하늘상태의 관측은 무엇보다 필수적이었다. 또 매 관측마다 계류장으로 이동해 관측을 하게 됨으로 관측자에게 상당한 불편이 뒤따랐다. 이 점은 활주로 환경 자체가 그리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활주로 18R로의 선회 접근시에는 승무원간에 각별한 협조가 요구된다. 기장은 우측선회 장주 비행시 좌측석에서 조종하게 됨으로, 우측에 위치한 활주로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우측석의 부조종사가 활주로 끝을 통과할 때 3선회를 위한 정확한 시간측정을 해 주고 활주로 위치 및 지상에 있는 참조물들을 확인하여 기장에게 조언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안전 착륙을 위한 팀웍에 한계를 드러냈다.
그것 말고도 커뮤니케이션상의 문제점도 발견되었다. 129편 운항승무원들은 민항총국령에 의거해, 영어시험 합격증을 모두 소지하고 있었으나, 통신을 가담했던 제2 부조종사의 관제탑 주파수로의 이양지시 관련 등의 교신에 대해 기장 및 제1 부조종사는 모니터링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관제탑에 있는 관제사와 적절한 시기에 교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장은 활주로 북단 끝을 통과한 후 관제사의 착륙허가 교신내용에 신경을 쓰다가 그만 3선회를 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기장은 항공기의 기수 방향이 정상보다 지연된 상태에서 3선회를 시작했고, 이는 약 40초가 경과한 때였다. 이때는 항공기는 이미 선회접근구역을 벗어난 때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장이 활주로를 찾는 것을 도와 달라고 부조종사에 요청했으나, 정확한 응답 없이 그는 그저 “비행기가 힘들어 지는데”라고만 말했다. 제1 부조종사는 외부 상황에 대한 언급 없이 그저 “고도에 주의하고”라는 말만 했고, 기장이 재차 “활주로 봤나?”라고 물었을 때에야, 그는 “없는데… 안 보이는데”라고 말하였다. 구름사이로 전방의 장애물을 확인하고, 제1 부조종사가 “당겨! 당겨!”라고 외치자, 기장은 당기는 조작을 하였으나 이때는 너무 늦었다.
항공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129편 운항승무원들은 대형항공기의 착륙기상 최저치를 숙지하지 못한 채 선회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접근 브리핑시 중국국제항공공사의 운항 및 훈련매뉴얼에 수록된 브리핑 항목 중 실패접근 관련사항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운항승무원들은 활주로 18R로 선회 접근을 하는 동안 상황인식을 못해 기장이 의도했던 시기에 3선회를 실시하지 못했고 지연되어 항공기가 선회접근구역을 벗어나도록 했다. 더구나 선회접근 중 활주로를 시야에서 잃어버렸을 때에는 복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시하지도 않았다. 항공기 추락 약 5초 전, 제1 부조종사가 기장에게 복행할 것을 권고했으나, 기장은 이에 반응하지 않았고, 제1 부조종사도 복행하지 않았다. 불명확하고 혼동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 한 예로 예컨대, 관제사가 “착륙할 수 있어요?”라고 물어왔을 때, 그는 그저 “로저, QFE 3,000, 에어 차이나 129”이라고만 응답했다. 이것은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이 될 수 없었다.
위험관련 조사결과는 더욱 심각했다. 중국국제항공공사는 선회접근에 대한 운항승무원의 훈련을 베이징수도국제공항만을 대상으로 한 모의 비행장치에서 수행했지, 김해공항의 활주로에 대한 훈련을 수행한 적이 없었다. 물론 3명의 운항승무원의 조종사 관리교육 훈련도 미흡했다. 운항승무원들에게 1질의 젭슨 매뉴얼이 제공됐는데, 이것도 기장이 사용하고 있어 타 운항승무원들은 매뉴얼 정보를 서로 확인할 수조차 없었다. 또 운항승무원들은 선회접근시 중국국제항공공사가 정한 표준통화절차를 따르지도 않았다.
선회접근시의 속도 문제도 불거졌다. 129편은 선회접근시 최대 속도인 140 노트를 초과하여 150~160 노트로 비행했다. 이는 적절한 시점에 착륙할 활주로를 번번이 놓치게 된 한 원인이 되었다. 관제 기관과의 무선통화를 담당하고 있던 제2 부조종사는 수차례 관제사의 지시에 부정확하게 대답했고, 기장과 제1 부조종사는 이에 대해 수정조치도 하지 않았다. 또한 관제사는 항공기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아 운항승무원에게 착륙가능여부를 질문했지만, 운항승무원들은 국지관제사의 질문에 적절한 응답을 하지도 않았다.
사고당시 김해공항 관제탑에도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설치된 MSAW 시스템은 시각경고기능만 설계되어 있어, 청각경고를 포함하도록 하는 ICAO의 권고사항에 맞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관제사가 주시하지 않으면 저고도 경고를 적시에 인지할 수는 없었다.
항공기가 레이더 상에서 사라지고 항공기와 관제탑간의 무선통신이 두절되었을 때 관제탑 관제사는 적시에 수색 및 구조 부서에 통보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김해공항 활주로의 활주로 가시거리 측정 장비는 장기간 고장난 상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사용목적에 적합하게 운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불가피하게도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요소들이었다.
그 외 기타 부수적인 요인들도 발견되었다.
제1 부조종사가 해야 할 브리핑의 일부항목은 누락되었고, 시작과 끝도 명확하지 않았다. 물론 절차에 따른 각 조종사의 임무분담에 대한 명확한 언급도 없었다. 기장과 제1 부조종사는 착륙 후 유도로 사용, 선회접근 장주 및 장애물 등에 대해 대화인 듯한 브리핑을 했으나, 선회접근시 우선순위, 긴급성, 중요성, 주의사항 및 승무원간의 협조사항 등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이는 조종실 내 조종사들이 절차 및 유의사항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것을 보여준다.
기장은 선회 접근시 활주로 등의 위치를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하거나, 구름에 진입하여 시계를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즉시 복행해야 하지만 그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조사결과 그는 김해공항에서의 선회접근 경험이 없었다. 이는 중국국제항공공사에서 767 기종의 선회접근 훈련이 베이징 공항만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지 김해공항을 대상으로 별도의 훈련을 받지 않은 것과 관련 있다. 결과적으로 기장이 활주로 북쪽의 선회접근구역에 인접한 장애물에 대해 알지 못한 이유였다.
차이나 129편의 사고에는 부가피한 래드 플래그가 발견되었으나, 불운도 크게 작용했다. 그렇지만 사고를 내재하고 있는 크고 작은 원인들을 모두 불운 탓만으로는 돌릴 수 없다. 숨어 있는 여러 원인들은 승무원의 업무 수행상의 문제점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국 사고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형 사고를 유심히 살펴보면, 사고의 징후가 되는 원인들이 숨어 있다가 어느 시점이 되었을 때 모든 요소가 갑자기 ‘and 조건’이 되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빠졌으면 피할 수 있었거나, 피해를 줄 일 수 있었던 사고였지만, 이런 점들은 무시되었고, 그 결과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오늘날 기업에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드러나지 않은 채 숨어 있다. 이런 작은 원인들은 대수롭게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이것들이 작동해 어느 한 기업을 되돌릴 수 없는 극단의 비극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곤 한다. 일상의 업무에서 나타나는 래드 플래그를 감지하고, 즉각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차이나 129편과는 같은 불운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취하는 점검은 종종 사고 후의 반성으로 대체되곤 한다. 차이나 129편의 경우가 그랬다.
<차이나 129편 추락사고의 교훈>
차이나 129편 사고에는 여러 래드 플래그가 잠복되어 있다. 주요하게는 현지 지형지물에 대한 사전 숙지가 없었고, 관제탑과 항공기간, 항공기 승무원간의 커뮤니케이션 장애가 큰 영향을 미쳤다. 거기다가 비, 안개 등 열악한 자연조건이 부합하며 일어났다. 특히 간과할 수 없는 것으로 커뮤니케이션라든가, 권한과 책임, 적시의 의사결정 등이 원활히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들이 필요했을까? 여기서는 간단히 주요 사항만 체크해 보기로 한다.
ㆍ항공교통관제기관에 항공기의 접근범주나 선회접근 최저 기상치가 공식적으로 통보되는 등 국제적인 표준절차나 규정을 따랐더라면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ㆍ조종사가 접근이나 착륙을 하는데 기상이 적절한지 정확히 판단했고, 관제사도 항공기를 체공시키거나 다른 공항으로 비행하도록 지시했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ㆍ129편 운항승무원들이 비행시 이용한 비행정보 자료인 젭슨 매뉴얼은 현지 사정에 충실한 매뉴얼이 될 수는 없었다. 제대로 된 매뉴얼만 있었어도 사고를 피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ㆍ김해공항 활주로 18R의 특성에 대해 승무원들의 정확한 이해가 없었다. 김해공항의 활주로에 대해 시전 훈련을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없던 사항이 훈련부족, 정보부족으로 결정적인 사고요인으로 급부상했다.
ㆍ129편 비행 중 모든 기내방송이 중국어와 영어로만 실시되었으며, 한국어를 사용하는 많은 한국인을 위한 한국어 방송은 실시되지 않았다. 이는 사고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 수 있지만, 현실적 조치와 동떨어진 운용방식이다.
래드 플래그 제3법칙: 징후가 현실화 되는 ‘And 조건’의 법칙
-개별적인 징후들이 하나도 빗나가지 않고 연속될 때, 위험은 점차 가중되며 종국에 가서는 마침내 대형 사고로 귀결된다.
<징후 예측과 위험 발생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들 >
차이나 129기는 사고 후 사고원인관련조사, 위험관련조사, 기타 조사결과의 3개의 범주내에서 조사가 이루어졌다. 사고가 발생되도록 주요역할을 한 불안전한 행위(unsafe acts), 불안전한 조건(unsafe conditions) 또는 안전결핍(safety deficiencies)과 관련된 사항들이었다. 이 모두 래드 플래그과 관련된 것들.
이 같은 조사는 기업체 리스크 진단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는데, 우리에게 예방과 대응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하지만 사전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 조사에 의하면 40퍼센트 이상이나 되는 기업이 위기관리 체계에 별 관심이 없는 걸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절반에 해당되는 기업들이 현재 아무런 위기대응 체계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기업은 위험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래드 플래그를 사전에 감지, 이의 예방에 힘써야 한다. 기업이 당면한 위험요소로는 ① 노동쟁의 및 파업, 기술적 오류, 테러 및 폭발 등으로 인한 생산중단(17%) ② 태풍, 지진, 홍수 등 자연재해(13%) ③ 리콜, 행정조치, 소송 등의 법률적 위기(13%) ④ 임직원 착복, 내부 부정 등 경영 위기(13%) ⑤ 바이러스, 시스템 오류, 해킹 등 IT 스스템 오류(9%) 등이 있다.(참고: TRC Korea,『위기관리 실태 보고서』, 2005.2.) 이 같은 래드 플래그는 발생하기 전에는 이에 투입되는 모든 비용이 낭비인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나, 최선의 방어 노력이 없으면 기업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위험은 항시 기업 내 잠재된 불안인자이다. 우리의 기업은 항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다양한 감시, 관리, 제어 활동을 통해 래드 플래그를 사전에 감지하고 사전에 대응한다면, 사고의 발생을 피하거나, 피해가 나더라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기업의 뿌리를 송두리채 흔들어 버리는 최악의 상황은 언제든 모면할 수 있게 해준다.
차이나 129편 사고 보듯, 조직 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역할분담, 위험 요인에 대한 사전 숙지 등은 필수적이다. 오늘 우리 회사는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 모든 사고가 증명하듯, 항시 벌어질 수 있는 일들만이 벌어진다.
<참고자료>
건설교통부 항공사고조사위원회, 「공항접근(CFIT) 사고, 중국국제선항공사(CA) 129편, B767-200ER, B2552, 김해, 돗대산」, 『항공기 조사보고서』, 2002. 4. 15.
Copyright: 전경일, <레드 플래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