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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문수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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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이야기 스크랩 서울 호압사와 사자암 창건
들꽃* 묘연 추천 0 조회 13 09.09.11 20:4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서울 호압사와 사자암 창건

 

지난 2월 국보 1호 숭례문이 전소됐다. 이어 정부종합청사에도 불이 나는 사태가 발생해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었다. 경복궁을 지을 때는 불의 기운을 막기 위한 비책으로 사찰도 세웠는데 호압사와 사자암이 그곳이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위치한 호압사는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 뒷산 호암산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지어졌다는 창건설화가 전해내려 오고 있으며 상도동 사자암도 경복궁의 달아나는 우백호 기운을 누르기 위해 세웠다는 이야기가 설화로 전한다.

 

도성으로 들어오는 ‘불 기운’을 막아라

 태조임금 조선왕궁 조성 때 액운 겹쳐

 호랑이 산 기세 막기 위해 사찰 창건해

 3년 뒤 사자암 세워 白虎 기운도 눌러

 

때는 조선왕조를 개국할 당시 태조 2년. 경복궁 축조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다. 새 왕조의 기틀을 잡고자 태조는 나라이름을 ‘조선’으로 바꾸고 도읍을 한양으로 옮겨 새 궁궐 공사를 한창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궁궐의 공사 도중에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목공들이 정성껏 집을 지어 올리면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 버렸던 것.

“거참 이상하다. 분명 사람의 손에 의해 무너지지는 않았어. 누가 감히 새 나라를 세우는데 이런 해괴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귀신이 밤마다 나타나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이 아닐까.”

<사진> 경복궁의 우백호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삼성산에 세운 사자암 전경.

새 나라를 세우느라 민심이 아주 민감한 시기에 발생한 알 수 없는 일 때문에 태조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매일 매일 현장을 다니며 치목하나도 허투르게 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정성을 들였던 태조는 윤대(輪對, 임금이 각 부처를 돌며 보고를 받던 회의)도 취소하고 급히 어전회의를 소집했다.

“이 보시오. 대신들. 새 궁궐을 짓는데 이해되지 않는 일이 생기는데 왜 그런지 이유를 소상히 밝혀야겠소. 일설에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귀가 얇은 백성들은 벌써부터 이곳에 새 왕조가 들어설 땅이 아니라고 입소문을 내고 있다는데 입단속을 하기 위해서라도 원인을 규명해야 되겠소.”

새 나라 건설과정에서 흉흉했던 민심을 가까스로 수습하고 무학대사의 대의를 물어 건립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왕궁이었으나 세세한 부분까지 따르지 않았던 게 마음에 걸렸다.

“한양은 맞는데 무학대사의 말대로 인왕산을 진산(鎭山)으로 삼고 백악산을 좌청룡(左靑龍)으로 삼고, 남산을 우백호(右白虎)로 삼지 않아서인가….”

태조는 도읍을 한양으로 잡았으나 정도전을 비롯한 유생들의 말을 빌어 백악산을 진산으로 하고 낙산(駱山)을 좌청룡으로 인왕산을 우백호로 하여 남향 대궐을 짓고 있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큰 일을 진행한 이상 계획을 수정할 수는 없었다.

“오늘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한 것은 최근 도성 축조를 가로막는 세력이 있어 이를 색출하기 위함이니 경들은 똑똑히 어명을 수행하시오. 도성의 기둥을 세우면 밤새 이를 무너뜨리는 불순한 이가 있다하니 반드시 이 불한당을 잡아 들여야 할 것이오.”

“예. 전하, 어명을 실행하겠사옵니다.”

우렁찬 신하들의 대답은 대답에 불과했다. 다음날 일어나면 세워 놓았던 기둥이 다시 무너져 있었다. 대목장들은 왕명이 내려져 있음에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고 두려움까지 느꼈다. “이건 필시 사람이 저지른 일이 아니야. 귀신이 저지른 일일 것이야.”

그들은 저마다 간밤에 꿈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자네도 꿈을 꾸었는가. 나도 꿈을 꿨다네.” “그래, 참 이상하구만. 그렇게 큰 호랑이가 으르렁대는 모습이 마치 현실같이 느껴진단 말이야.”

다음날 어전회의에서 신하들이 고했다. “전하. 황송하오나 지난 밤에 대목장들의 꿈에 호랑이가 출몰하여 도성 기둥을 무너뜨렸다고 하옵니다.”

“당치 않는 소리. 무슨 그런 회괴한 꿈 이야기를 한단 말이오.” 태조는 자신이 직접 현장을 확인하겠다며 갑옷을 갖춰 입었다. 이윽고 밤이 이슥해졌다. 사위가 갑자기 스산해지더니 난데없이 바람이 공사현장을 스쳤다.

“아니, 저것이 무어야!”

신하들이 소리치는 곳을 보니 반은 호랑이 모습을 하고, 다른 반은 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한 모습을 한 괴물이 도성의 기둥을 삽시간에 허물어 뜨려 버렸다.

“여봐라. 저 괴물에게 불화살을 쏘아라.”

날렵한 궁사들이 전진 배치돼 괴물을 향해 공격을 감행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태조 임금은 거쳐로 돌아오며 깊은 시름에 빠졌다. “정영 이곳은 왕궁터가 아니더란 말인가. 그렇다면 무학대사의 말대로 인왕산을 진산으로 해야 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유학자들의 반발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진척되고 있는 나랏일을 돌이킬 수는 없지 않는가….”

태조가 침통한 마음으로 수침에 들었을 때 어디에서 소리가 들렸다.

“한양은 비할 데 없이 좋은 도읍지로다”

“누구시오.”

태조가 깜짝 놀라 누구냐고 물었다. “그건 아실 것 없습니다. 전하께서 지금 심려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드리고자 왔을 뿐이니까요.” 머리가 하얀 노인이 태조 앞에 불쑥 나타났다. “내 고민을 안다고 하니 그럼 노파께서 가지고 있는 묘안이 무엇이오.”

태조가 묻자 노인은 한강 남쪽의 한 산봉우리를 가리켰다. 마침 음력 보름 전후라 달빛이 앞산 허리에 걸려 있고 산의 형태가 어스름하게 나타났다.

“아니 저건 호랑이가 아니오. 저 웅크리고 있는 호랑이가 이 도성을 굽어보며 달려들 듯이 서 있구료.” “전하. 바로 보셨습니다. 그 호랑이의 기운 때문에 지금 축조하고 있는 도성의 기둥이 밤만 되면 무너져 내리는 것이옵니다. 하루빨리 저 호랑이 기운을 눌러야 합니다.”

<사진> 호압사에서 바라본 호암산 모습으로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다.

“어떻게 하면 되겠소.” 태조가 물었다.

“호랑이는 필시 꼬리를 밟히면 힘을 못 쓰는 법이지요. 저 웅크리고 있는 호랑이의 꼬리 부분에 절을 세우십시오. 그러면 만사가 형통할 것이옵니다.”

태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노인은 자취를 감춰 버렸다. 다음날 태조는 신하들에게 일러 노파가 일러 준대로 호암산 꼬리 부분에 절을 짓게 하고 ‘호압사(虎壓寺)’라 부르게 했다. 밤에 나타난 노인의 말대로 호압사가 세워지자 대목장들의 꿈에 호랑이가 꼬리를 내리고 순한 양으로 변해 도성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도성공사는 순탄하게 진행됐다. 3년여가 지난 뒤 무학대사가 왕궁의 형세를 다시 관찰하게 됐다. “큰일났다. 우백호의 호랑이가 멀리 달아나고 있어.” 무학대사는 경복궁의 우백호에 해당되는 지역(현재 서울역 인근 만리동)의 모양이 왕궁을 감싸는 모양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호랑이가 달아나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할까. 무슨 비책을 써야 하겠구나.” 무학대사는 며칠을 고민하다가 손바닥을 탁 쳤다. “그래. 저기 보이는 삼성산에 사자를 세워놓으면 되겠구나.”

무학대사는 태조임금에게 청을 올렸다. “전하. 소승이 보건데 왕궁이 자리하고 있는 우백호의 형국이 멀리 달아나고 있어 이를 막아야 할 듯 합니다. 하루빨리 호랑이가 달아나지 않게 그 길목에 사자를 세워 놓으면 될 듯 합니다.”

태조는 무학대사의 청을 받아들여 현재 동작구 상도동 동남쪽 산기슭에도 조그마한 암자를 지어 ‘사자암(獅子庵)’으로 명했다. 이후 한양의 축조는 원활하게 진행돼 회향될 수 있었다고 한다. 태조는 무학대사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사자암이 들어선 산 봉우리 이름을 ‘국사봉’으로 개명하도록 명했다고 한다. 도읍을 정한 지 600년이 지난 현재도 호압사와 사자암은 청와대의 불기운과 달아나는 호랑이의 기운을 막으며 불자들의 기도도량으로 각광받고 있다.  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찾아가는 길

사자암: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노량진역에 내려 마을버스 2번이나 11번을 타고 종점까지 오면 사자암이 나온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는 상도동 성대시장을 찾아 삼성산 맨꼭대기를 향해 올라오면 된다.

호압사: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려 5412번 버스를 이용해 관악구청과 관악산입구를 지나면 시흥 2동 벽산아파트가 나오고 다음코스가 호압사 입구다. 중앙대입구에서 출발할때는 5529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는 시흥대로를 따라 안양방향으로 가다가 시흥 4거리에서 좌회전하여 계속 직진하며 시흥 2동 벽산 아파트 단지가 나오고 계속 가다보면 사찰입구가 보인다.

참고문헌 및 도움: <한국불교전설 99>(최정희), 호압사 홈페이지, 사자암신도회 임순자(대도행)회장.

[불교신문 2414호/ 4월2일자]

2008-03-29 오전 10:38:12 /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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