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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맥행(打麥行)-보리타작 정약용
新篘濁酒如潼白 (신추탁주여동백)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뿌옇고 大碗麥飯高一尺 (대완맥반고일척) 큰 사발에 보리밥, 높이가 한 자로세. 飯罷取耞登場立 (반파취가등장립) 밥 먹자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雙肩漆澤蒜日赤 (쌍견칠택번일적) 검게 탄 두 어깨 햇볕 받아 번쩍이네. 呼邪作聲擧趾齊 (호사작성거지제) 옹헤야 소리 내며 발맞추어 두드리니 須臾麥穗都狼藉 (수유맥수도랑자) 삽시간에 보리 낟알 온 마당에 가득하네. 雜歌互答聲轉高 (잡가호답성전고)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는데 但見屋角紛飛麥 (단견옥각분비맥) 보이느니 지붕 위에 보리티끌뿐이로다. 觀其氣色樂莫樂 (관기기색락막락)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어 了不以心爲形役 (요불이심위형역)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네. 樂園樂郊不遠有 (낙원락교불원유)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닌데 何苦去作風塵客 (하고거작풍진객) 무엇하러 벼슬길에 헤매고 있으리요.
◘ 핵심 정리 ❚시대: 조선 후기 (영조때) ❚갈래 : 행(한시의 일종), 서정시 ❚구성 : ‘기-승-전-결;의 4단 구성 ❚성격 : 사실적, 반성적 ❚제재 : 보리타작 ❚배경 사상 : 실사구시의 실학 사상 ❚특징 : ∙ 평민적인 시어로써 농촌의 노동을 사실적이고 현장감 있게 그려 내 조선 후기 한시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 줌. ∙ 다산의 중농 사상과 사실주의 시 정신을 잘 나타냄 ∙ 보리 타작하는 농민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함. ∙ 선경후정의 시상 전개 ❚주제 : 농민의 보리 타작 노동과 거기에서 나타나는 건강한 삶의 모습래: 서정시, 한시
◘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농민들이 보리 타작이라는 공동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을 통해 노동이야말로 참으로 즐거운 삶이요, 건강한 삶임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육체와 정신이 통일된 농민들의 건강한 모습이 진정한 삶의 표상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음이 몸의 노예가 되어 벼슬길에서 헤매며 시달렸던 자신의 삶을 반성하기도 한다. 조선 전기의 한시가 사대부의 음풍농월의 시로 존재하다가 조선 후기에 오면서 백성의 삶을 사실적으로 노래하는 경향으로 바뀌었음을 보여 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작품의 구성
◘시구 풀이 ①새로 거른 막걸리 ~ 햇볕 받아 번쩍이네. : 농민의 소박하고 건강한 삶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다. 막걸리와 보리밥이 비록 좋은 술과 기름진 고기는 아닐지라도 건강한 노동의 삶을 드러내는 넉넉한 음식으로 나타나며, 햇볕에 검게 탄 두 어깨가 보여 주는 건강한 삶의 모습에 화자는 감탄하고 있다. 이 시의 화자는 노동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 않으며, 대상인 농민들이 노동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이에 감동을 받고 있는 존재이다.
② 옹헤야 소리 내며 ~ 보리티끌뿐이로다 : 노동요를 부르면서 흥겹게 보리 타작을 하고 있는 농민들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다. 온 마당에 가득한 보리 낟알은 농민들의 부지런함과 풍성한 노동의 결실을 나타내며, 노동요의 가락이 높아짐에 따라 농민들의 노동도 더욱 격화되고 있다. 지붕을 덮은 보리티끌, 즉 탈각된 보리 껍질은 농민들의 건강한 노동력을 보여주는 것이며, 화자는 농민들의 건강한 노동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③ 그 기색 살펴보니 ~ 노예 되지 않았네 : 화자는 농민의 흥겨운 노동에서 건강하고 생동하는 삶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로 말미암아 농민들이 육신과 정신의 조화로운 통일을 이루고 있다는 인식에까지 이르고 있다. ‘마음이 몸의 노예 되다’라는 표현은 물질적 욕망으로 정신을 얽어맨다는 뜻이며,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이는 화자가 농민의 삶을 바라봄으로써,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깨닫고 있음을 보여 준다.
④ 낙원이 먼 곳에 ~ 헤매고 있으리요. : 농민의 모습에서 얻은 삶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은 이 부분에서 화자의 내면에 반성과 태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즉, 화자가 벼슬길에 나서서 고뇌와 시름에 시달려 온 것은 모두 부질 없는 짓이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부분은 농민들의 삶이 가지는 자족적인 측면을 표현했다고도 할 수 있다.
■ 내용 연구 - 한시는 조선 후기에 들어와 민족 문학의 성격을 강하게 나타내, 사대부의 음풍농월의 시로서가 아닌, 민족의 삶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노래하는 경향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 공동 작업으로 진행되는 보리타작이라는 노동에 몰두하는 농민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노동하는 삶이야말로 기쁜 삶이라는 주제를 잘 나타내고 있다. 시인은 육체와 정신이 통일되어 있는 농민들의 모습에서 마음이 몸의 노예가 되어 벼슬길에 헤매이며 시달리는 자신을 반성하고 있다. - 새롭고 가치 있는 삶을 평민들의 현실 세계에서 찾고자 한 당시의 진보적 지식인들의 경향을 엿볼 수 있다. - 한시가 민요를 수용한 것은 고려 후기부터였지만 조선에 이르러 민요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성장하는 평민들이 갖는 역사적 動力이 인식되면서 한시의 민요 취향은 더욱 확대되고 질적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 정약용의 조선시 선언 : 茶山의 문학관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 중의 하나는 그의 시가 강한 민족 주체 의식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글자로 시를 쓰면서 민족 주체 의식을 담는다는 것이 모순이긴 하지만 그는 중화주의의 절대적인 권위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 行은 자기의 감정이나 사물을 거침 없이 가볍게 노래하는 한시의 한 체이다.
■ 작품 해설 다산(茶山)의 한시 작품은 실학 사상을 배경으로 사회 제도의 모순, 관리나 토호들의 횡포, 백성들의 고뇌, 농어촌의 가난 등이 그 주제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대부분이 현실적인 면을 사실적으로 그렸으며, 시어(詩語)도 평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보리 타작'도 가난을 딛고 건실하게 일하는 농민의 건설적인 모습을 보이는 바, 악부(樂府)시체에서 전화한 한시의 한 체인 '행(行)'을 그 형식으로 하고 있다.
■ 형성 평가 ♣ 이 노래에서 시적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 건강한 농민들의 삶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는 것이다.
♣ 이 시의 표현상 특징은 무엇인가? - 사실적 묘사
♣ 이 시의 작자는 지식인으로서 벼슬길에도 나선 바가 있다고 짐작된다. 이러한 경력의 화자가 반성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부분은 어디인가? - 11~12행
♣ 이 노래의 원래 제목은 타맥행(打麦行)이다. 여기에서 '行'이란 무엇인가? - 자기의 감정이나 사물을 거침없이 가볍게 노래하는 한시의 한 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