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zard Ernst & Simon Singh가 쓴 『Trick or Treatment: The Undeniable Facts about Alternative Medicine』 중 67~73쪽을 참조하라.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침술 임상 시험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예컨대 1982년에 코운(Richard Coan)이 실시한 임상 시험에서는 침술 치료를 받은 집단과 침술 치료를 받지 않는 집단을 비교했다. 당시에는 이런 식의 임상 시험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식의 임상 시험으로는 침술 본유의 효과인지 플라시보 효과인지 알 수가 없다.
1979년에 WHO(World Health Organization, 세계 보건 기구)의 의뢰로 배너먼(R. H. Bannerman)이 정리한 『Acupuncture: the WHO view』에서 침술에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에는 침술의 효과가 플라시보 효과에 불과하다고 추측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가짜 침술과 진짜 침술을 비교한 임상 시험이 유럽과 미국에서 수십 건 실시되었다. 그 이후로도 침술 임상 시험은 계속되고 있다.
WHO에서 2003년에 다시 침술에 대한 보고서를 출판한다.
Acupuncture: review and analysis of reports on controlled clinical trials
http://apps.who.int/medicinedocs/pdf/s4926e/s4926e.pdf
이번에도 침술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특히 28개의 질병과 증상 등에 대한 침술의 효과가 임상 시험을 통해 증명되었다(proved)고 결론 내리고 있다.
1. Diseases, symptoms or conditions for which acupuncture has been proved—through controlled trials—to be an effective treatment:
Adverse reactions to radiotherapy and/or chemotherapy
Allergic rhinitis (including hay fever)
Biliary colic
Depression (including depressive neurosis and depression following stroke)
Dysentery, acute bacillary
Dysmenorrhoea, primary
Epigastralgia, acute (in peptic ulcer, acute and chronic gastritis, and gastrospasm)
Facial pain (including craniomandibular disorders)
Headache
Hypertension, essential
Hypotension, primary
Induction of labour
Knee pain
Leukopenia
Low back pain
Malposition of fetus, correction of
Morning sickness
Nausea and vomiting
Neck pain
Pain in dentistry (including dental pain and temporomandibular dysfunction)
Periarthritis of shoulder
Postoperative pain
Renal colic
Rheumatoid arthritis
Sciatica
Sprain
Stroke
Tennis elbow
(23~24쪽)
1979년에 이어 2003년에도 WHO에서 침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리고 이것이 서양에서 침술의 인기가 치솟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이로써 침술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인정 받은 것인가? 침술의 최종 승리가 확정된 것인가?
Edzard Ernst & Simon Singh는 WHO의 결론이 엉터리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WHO의 침술 위원회(acupuncture panel)에는 침술에 비판적인 사람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침술의 효과에 대해 의학계에서 논란이 많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것은 아주 이상한 일이다.
둘째, 2003년 보고서의 초안과 개정안을 작성한 사람은 Zhu-Fan Xie(谢竹藩)인데 베이징 대학 중서의결합연구소(Institute of Integrated Medicines in Beijing)의 명예소장이다. 침술에 이해관계가 걸린 이런 사람이 보고서를 작성한 것도 아주 이상한 일이다.
셋째, 중국의 임상 시험에 많이 의존했는데 중국의 침술 임상 시험은 믿기 힘들다.
넷째, 서양의 허술한 임상 시험에 많이 의존했다.
나는 서양의 임상 시험은 완벽하고 중국의 임상 시험은 몽땅 엉터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중국의 연구자들이 중의학을 지원하는 국가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면 서양의 연구자들은 연구 자금을 대는 다국적 기업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하지만 중의학과 관련한 중국의 행태는 특별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마오쩌둥의 주치의에 따르면 마오쩌둥은 중의학을 믿지도 않고 그 치료를 받지도 않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열렬히 지원했다. 의학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중국에서는 대학 차원에서 침술 마취로 심장 수술 같은 대수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사기로 보인다. 심지어 침술로 청각 장애인이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당국에서 떠벌리고 있다.
중국은 서양의 선진 산업국보다 훨씬 비민주적이다.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억압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 당국의 정책에 반대되는 연구를 발표하기가 매우 힘들다.
중국의 침술 임상 시험의 결과는 너무나 긍정적이다. 예컨대 침술로 중독 치료를 시도한 결과 서양에서는 약간 긍정적인 결과와 애매한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가 섞여 나왔다. 반면 중국의 임상 시험에서는 한결같이 긍정적인 결과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