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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음식이야기
강원도는 영서와 영동으로 나누고 영서는 다시 원주를 중심으로 한 남부, 춘천을 중심으로 한 북부로 나누는데 춘천이나 원주는 서울, 경기도와 가까워 강원도의 고유생활문화권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춘천이나 원주는 강원도 사투리도 거의 없습니다.
강원도의 특색과 문화는 내륙지방, 구체적으로 영월, 평창, 정선이 그 진수를 보여준다 할 것이고 홍천, 횡성도 그 생활권에 영향을 받았다 할 것입니다. 인제, 화천 등 북부지방 산악의 생활과 삶도 비슷하기는 하나 조금 다른 점들이 있습니다.
강원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무엇입니까? 강원도에서 20살까지 산 사람의 뇌리에 처음에 떠오르는 것은 옥시기(옥수수의 강원도 사투리, 일부에서는 강냉이라고도 함)입니다. 예전에는 8월쯤 강원도에 가면 옥수수가 키가 커서 그랬는지 보이는 것은 옥수수밭뿐이었습니다.
지금은 옥수수도 비닐을 씌우거나 일찍 심고 빨리 자라 7월초만 되어도 풋 옥수수 수확이 시작되지만 예전에는 8월중순이 되어서야 풋 옥수수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별다른 먹거리가 없던 시절 방학이 되면 매일 옥수수 밭에 나가 옥수수 알이 찼나 옥수수 껍질을 벗겨보는 것이 일과였습니다. 옥수수는 수수와 달리 꼬리에 알갱이가 달리지 않아 이를 개꼬리라고 합니다. 옥수수가 여물었는지는 옥수수 수염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옥수수 수염은 그 끝부분부터 연황색에서 옅은 갈색으로 그리고 짙은 갈색으로 변해가는데 옅은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면 먹을 수 있고 이때가 풋 옥수수로는 제일 맛있을 때입니다.
풋 옥수수는 그냥 찌면 절대로 맛이 없습니다. 옥수는 찌는 것이 아니라 삶는 것입니다. 풋 옥수수를 먹으려면 반드시 쪘는지, 삶았는지를 물어 보시기 바랍니다. 옥수수 삶는 데는 두가지 재료만 들어갑니다. 굵은 소금과 당원(사카린의 일종)입니다. 옥수수 날 것은 약간 아리고 떫은 맛이 납니다. 이를 소금과 단맛으로 중화시켜 맛을 배가시키는 것입니다. 요즘은 삶을 때 설탕을 쓰면 됩니다. 왜 삶아야 하는지 답이 나왔지요. 소금과 설탕이 들어간 물속에서 푹 삶아져야 옥수수 알로 그 맛이 스며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옥수수는 쪄서 조금만 지나도 맛을 잃습니다. 여름날에는 쪄서 몇시간만 볕 내어 놓아도 쉽니다. 강원도 곳곳을 가다 사서 먹은 옥수수중 절반은 전날 삶아 남은 것을 팔아 맛이 간 것들이었습니다. 옥수수는 따서 껍질을 벗겨 오래 두지 않아도 맛이 떨어지고, 껍질을 벗기지 않고 오래 두어도 수분이 날아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밭에서 따서 바로 쪄야 제 맛이 납니다. 따라서 옥수수는 현재 옥수수통을 까면서 불에 찌고 있는 지 확인하고 사 드시기 바랍니다. 미리 팩에 담아 놓은 것이나, 오늘 바로 따서 찐 것이 확인되지 않은 옥수수는 사 드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천지가 옥수수였지만 그조차 많이 먹지 못했습니다. 가을에 수확을 해서 수매를 하거나 식량으로 써야 했기 때문입니다. 강냉이 밥에 대해서는 이승복씨 죽음관련해서 많이 회자되었습니다. 가을에 완전히 여문 옥수수를 베어 옥수수 통을 따내 집옆 나무 등에 원추형으로 매달아 건조시킵니다. 옥수수 대궁은 큰 단으로 묶어 세워 옥수수 가리를 만듭니다. 옥수수 대궁과 잎이 더 건조되면 겨울에 작두로 썰어 소 사료로 사용되었습니다.
가을, 겨울 햇살을 받아 건조된 옥수를 겨울밤 방안으로 가져와 송곳으로 타게고 손으로 으깨 옥수수 알갱이로 만듭니다. 옥수수 속(이름을 잊었네요)은 불쏘시개로 사용합니다. 옥수수 알갱이는 매상하거나, 시장에 내다 팔기도 했습니다.
옥시기밥은 어떻게 할까요? 옥수수알을 우선 큰 맷돌에 넣어 갑니다. 옥수수알이 거칠게 부서져 떨어집니다. 이 옥수수 알을 체에 칩니다. 쌀알 만큼한 체구멍으로 옥수수 부스러기가 떨어집니다. 남은 큰 알갱이는 다시 맷돌에 갈고 체로 치기를 반복합니다. 이렇게 얻은 옥수수 알갱이들을 옥수수쌀이라고 했습니다. 쌀에 얼마나 원한이 사무쳤으면 쌀 크기로 부순 알갱이들 옥수수 쌀이라고 했겠습니까? 이 옥수수쌀을 물에 불려 옥수수알 껍질(알에도 얇은 껍질이 있음)을 걷어냅니다. 이 옥수수쌀에 물을 붓고 밥을 하면 옥수수밥이 되는데 쌀을 조금 섞거나 감자도 넣에 밥을 하기도 했습니다. 옥수수밥을 먹을 때 우리들은 입안에서 돌굴러 간다고 했습니다. 맛은 둘째치고 밥은 익어도 딱딱하고 거칠었습니다. 그래도 학교 다닐때 옥시기밥과 조밥을 싸서 오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옥수수술은 옥수수를 불려 작은 맷돌에 갈아 질금가루(보리싹을 틔워 말린것, 일명 엿기름)를 섞어 하루정도 두었다가 가마솥에 넣고 삶습니다. 꽤 오래 삶으면 두부하고 나온 물처럼 시퍼렇게 되는데 식힌후 베자루에 넣고 짜냅니다. 이 짜낸 물을 큰 항아리에 붓고 고두밥, 누룩을 넣고 발효시킵니다. 1주일 정도 되면 발효되어 엄청나게 독한 노르끼리하며 새파란 옥수술이 됩니다. 누룩과 질금, 삶은 시간, 고두밥과의 배율 등 의해 술의 당도, 도수가 결정되는데 원 옥수수술은 한잔만 마셔도 주저앉아 일어날 수 없습니다.(경험담)
옥수수 삶은 물은 술도 될 수 있고 엿도 될 수 있습니다. 베자루에서 짜낸 물을 가마솥에 붓고 불을 때며 졸이면 조청이 되고, 더 졸이면 엿이 됩니다. 하루종일 장작으로 불을 때야 엿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옥수수 음식으로 올챙이 국시(국수의 강원도 사투리)가 있습니다. 올챙이 국수를 먹을 수 있는 기간은 풋옥수수가 완전히 딱딱하게 굳기 전 까지입니다. 꾸덕꾸덕해진 옥수수를 따서 타게고 갈아 껍질을 걷어내고, 가마솥에서 불을 맞춰가며 저으며 끓입니다. 어느정도 수분이 증발하면 찬물을 가득 부은 양푼위에 끓인 옥수수죽을 옥수수 국수틀에 붓고 눌러 줍니다. 이 죽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찬물과 만나 뚝뚝 끊어지는데 이 모양이 올챙이 같이 생겼다고 해서 올챙이 국시로 명명되었습니다. 이 국수를 국자로 떠서 간장 간을 해서 먹었는데, 풀기가 없어 목으로 후룩후룩 잘도 넘어 갔습니다.
옥수수 뻥튀기는 옥수수를 안방 알음목에서 완전히 딱딱해지도록 더 건조한 후 시장 뻥튀기 기계에서 튀겼는데 보통 옥수수 두되면 큰자루가 하나 가득뻥튀기로 되었습니다.
옥수수 다음으로 감자가 있습니다. 늦가을 양지바르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 구덩이를 파고 다음해 쓸 씨감자를 묻습니다. 구덩이 위쪽은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여유공간을 주고, 위로 나뭇가지와 흙으로 등으로 덮어 감자가 어는 것을 막습니다. 단 공기구멍을 남겨 짚으로 막습니다. 얼기설기 뭉친 짚이 보온도 해주고 공기도 통하게 해 감자를 썩지 않게 해줍니다.
해토가 되면 구덩이의 흙을 치우고 감자를 꺼내 칼로 눈을 땁니다. 감자하나에 많게는 대 여섯 개의 눈을 딸 수 있습니다. 칼로 베어진 부분을 재로 소독합니다. 4월초쯤에 감자를 심습니다. 이 감자가 6월 하지쯤이 되면 꽃이 피고, 꽃이 피면 먹을만큼 감자가 컸다는 증거이니 다 영글지 않았지만 캐서 쪄 먹었습니다. 가끔씩 감자 수확도 못하는 해가 있었습니다. 싹이 난후 서리가 내려 감자를 죽여버렸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6월 1일 강원도 산간에 서리가 내려 피해가 컸습니다.
하지 감자가 나오고 바로 보리도, 밀도 수확합니다. 소위 보릿고개, 춘궁기를 지나면서 먹지못해 부황든 얼굴이 조금 가라앉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햇감자는 칼로 깍지 않았습니다. 물에 불려서 숟갈로 북북 문질러 껍질을 간단히 제거합니다. 많은 속살이 베어져 나가 아까운 식량이 조금이라도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지혜였겠지요. 가마솥에 물을 적당히 붓고 작은 바가지(옛날 박에서 나온 참바가지)를 거꾸로 덮고 그 위로 감자를 올립니다. 감자와 함께 감자가루나 밀가루를 반죽하여 수제비 모양으로 떼어 같이 넣어 찌기도 했습니다. 물이 자작자작 해져 감자가 솥바닥에 누를 정도가 되면 바가지를 꺼내고 당원을 약간 넣고 큰 주걱으로 쪄진 감자와 전분덩어리들을 같이 으깹니다. 이것이 소위 ‘감자범벅’입니다. 감자는 하얀 분말을 내며 익은 파삭한 감자범벅 한그릇으로 점심을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감자음식은 감자전인데 갈아서 부치면 되는 것이니 설명이 필요없겠지요. 고추 등을 약간 썰어 넣어 맛을 더하기도 했습니다. 감자는 밖으로 나와 공기와 접촉하면 변색되니 검은 감자전을 먹기 싫으면 갈자마자 전을 부치거나 물을 충분히 하여 공기와의 직접 접촉을 피하면 됩니다.
세 번째, 감자떡입니다. 감자떡은 감자 녹말로 만드는데 녹말을 얻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감자는 장마철에 싹이 완전히 죽고 난후 수확하는데 비가 많은 철이다 보니 썩은 감자가 많이 나옵니다. 또 캐다가 호미에 많이 찍히는데 이를 모아 큰 양푼이나 다라에 담아 위에 쑥등으로 덮어 놓습니다. 꼭 우물가에서 썩힙니다. 이 감자가 썩을 때 파리가 들끓습니다. 다 썩으면 체로 불순물과 감자껍질을 제거합니다. 이렇게 되면 녹말이 남는데 이 녹말의 군내를 없애기 위해 물을 수 없이 갈아줍니다. 이를 햇볕에 말려 건조한 녹말이 감자떡의 재료입니다. 감자떡의 맛은 어느 떡보다 맛있습니다. 단점은 빨리 식고, 식으면 급격히 맛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감자녹말은 검은색부터 하얀색까지 여러종류가 있는데 이는 감자썩음의 정도에 따라 전분의 색깔도 달라졌습니다. 지금 감자떡은 거의 연한 회색빛을 띠는데 검은 회색빛의 감자전분으로 만든 감자떡이 훨씬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감자요리과 반찬은 수없이 많습니다.
다음으로 메밀 요리입니다.
메밀은 강원도에서 2모작이 가능한 유일한 곡식입니다. 감자나, 보리를 수확하고 그루 팥을 심지 않으면 8월초에 메밀을 뿌렸습니다. 그러면 10월에 수확이 가능했습니다. 그만큼 속성으로 자라는 곡식이 메밀입니다. 메밀은 베어 말려 도리깨 등으로 텁니다. 이 알갱이를 다시 껍데기를 벗겨야 메밀알갱이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빻으면 메밀가루가 됩니다.
메밀 국수를 막(대충) 만들어 먹었다고 해서 강원도에서 막국수 또는 메밀국시라했습니다. 함경도나 평안도는 메밀로 만든 국수를 냉면이라고 했습니다. 냉면과 막국수는 결국 똑같은 음식입니다. 요즘 냉면을 밀가루로 반죽해 뽑아 쓰는데 원래 냉면은 메밀로 뽑은 것이었습니다. 차게 해서 먹는다고 냉면이 아니라 메밀이 원래 찬성분이고, 냉면을 겨울에 해먹었기 때문에 냉면입니다. 강원도 막국수는 북쪽과 같이 원래 정식 끼니로 먹은 음식이 아닙니다. 겨울 출출할 때 먹는 간식이거나 밤참용이었습니다. 추렴음식이기도 했습니다. 동네에 한두집씩 반드시 막국수틀을 갖추고 막국수를 뽑는 집이 있었는데 정식으로 장사를 하기 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겨울에 심심하니 모여 돈을 추렴하여 국수를 뽑으라고 주문 하면 국수를 뽑았습니다. 막국수 만드는 법은 간단합니다. 빻아 놓은 메밀가루를 따뜻한 물을 부어 가며 반죽합니다. 메밀이 찰기가 덜해 밀가루를 약간 섞기도 합니다. 이 반죽을 끓는 솥위 에 얹은 막국수틀에 넣고 강한 힘으로 누름니다. 막국수틀은 양쪽에서 강하게 누를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막국수틀을 통과한 국수발이 끓는 물에 떨어져 익습니다. 이를 건져 찬물에 빨아 사리를 만듭니다. 지금은 육수가 많이 개발되었지만 예전에는 그냥 물을 약간 붓고 다데기와 간장양념, 설탕을 넣고 생김을 구워 고명으로 올리고 백김치나 깍두기를 반찬으로 해서 먹던 음식이었습니다. 여기서 빠뜨려서는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메밀 끓인 물입니다. 메밀은 원래 찬성분으로 위에 들어가 소화력을 떨어뜨립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찬물대신 면발을 끓은 물을 먹었습니다. 맛이 싱거우니 간장을 약간 떨어뜨려 먹습니다. 요즘 막국수집에 가면 무가 반찬으로 나오는데 소화를 돕기위해서입니다.
두 번째는 메밀전입니다. 강원도에서는 적이라고 했습니다. 물에 메밀가루를 적당히 풀고 화로에 솥뚜껑을 거꾸로 뒤집어 달굽니다. 들기름을 준비하고 무을 손잡이 있게 깎아 들기름을 찍어 솥뚜껑에 골고루 바릅니다. 미리 준비한 백김치를 찢어 솥뚜껑에 올리고 지글지글할 때 풀어 놓은 메밀을 두르고, 뒤집어 익힙니다.
메밀묵은 메밀가루를 풀로 쑤어 식힌 것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래도 가장 많이 먹은 것은 메밀 전이었습니다.
평창과 정선에서는 콧등치기라는 국수가 있습니다. 메밀가루로 반죽을 칼국수로 만들어 감자 등을 썰어 넣고 끓인 것을 이렇게 불렀는데 찰기가 없는 메밀국수가 뚝뚝 끊어지며 콧등을 쳤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그 다음은 밀가루 음식인 장국수와 찐빵입니다.
7월초 밀을 수확해서 탈곡기로 털거나 도리깨로 치면 밀알이 빠집니다. 이 밀알을 방앗간에 가지고 가서 빻아 밀가루를 만들었는데 벼과 같이 밀알을 얼마나 벗겨내냐에 따라 가루 색깔이 좌우됩니다. 벼를 많이 깎을수록 백미가 되듯이 밀가루도 마찬가지입니다. 벼를 깎아 떨어진 것을 쌀겨라 하고 밀가루를 빻기전에 깍아 떨어진 것을 밀기울이라 하지요. 밀기울이 누룩의 원료가 되는 것은 아실 겁니다. 쌀겨는 돼지 사료로 애용되었는데 요즘은 사람들도 덜 깍은 현미밥을 많이 먹지요.
장국시는 지금으로 이야기하자면 우리밀로 반죽해서 만든 칼국수입니다. 무쇠솥에 된장을 풀고 감자를 썰어 넣습니다. 여기에 아욱 등을 넣고 칼국수와 함께 끓입니다. 이 칼국수가 강원도 장국수인데 맛이 정말 죽입니다.
찐빵은 횡성 안흥이 유명해졌는데 최근 안흥에 가 본 경험으로는 강원도식 찐빵을 하는 집이 불행히도 한집도 없었습니다. 찐빵은 발효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소(앙꼬)입니다. 소의 재료는 팥인데 붉고 묽은 팥소는 원래 강원도식 찐빵이 아닙니다. 팥을 굵게 타게서 불려 팥껍질을 건져냅니다. 이를 무쇠솥에 넣고 찌는데 수분이 거의 증발되어 퍽퍽할 때까지 찝니다. 물기가 없어 탈 지경에 이르면 이를 퍼내 으깹니다. 이 소는 약간의 붉은 색을 띠지만 요즘 진빵의 속과 같이 질고, 묽고, 검붉은 색이 아니라 파삭하고 맑은 흰분가루에 가깝습니다. 이를 잘 인 반죽에 넣고 쪄냅니다. 너무 오래찌지 않으면 안의 소가 물기가 없이 그대로 익어 파삭하여 겉빵과 맛의 조화를 이룹니다. 요즘 소를 이렇게 만드는 집을 보지 못했습니다. 안타까울 뿐입니다.
다음은 산채입니다. 산채비빕밥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정확한 시원을 알지 못하지만 대보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보름 전날 강원도에서 봄에 뜯어 말린 고사리, 고비, 각종 취, 호박꼬자리, 피마자 잎, 무시래기등 무수한 나물이 밥상에 오릅니다. 강원도에서 산채를 무치는데 참기름보다 들기름을 많이 사용합니다. 향이 훨씬 좋고 고소합니다. 대보름 전날 동네 아이들은 모두 떼를 지어 각설이가 되어 남의 집 밥과 나물을 얻으러 다닙니다. 왜냐하면 그날 밥을 아홉 번인가 먹어야 굶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가지를 가지고 따라다니는 놈, 양푼을 가지고 쫒아다니는 놈, 수저만 가진 놈, 천차만별로 남의 집 앞에서 소리지르고 깡통 등을 쳐대면 주인은 오곡밥과 산채를 듬뿍 담아 줬습니다. 이를 고추장, 된장에 들기름을 넣어 비벼 먹고 온동네 집을 찾아 돌며 배터지게 먹곤했습니다. 이것이 산채 비빔밥으로 진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산채비빔밥에 있어 핵심은 고추장이 아니라 된장찌개입니다. 정선의 곤드레밥도 핵심은 곤드레라기 보다는 된장찌개와 들기를을 떨어뜨러 지은 밥, 그리고 파와 달래를 다져 넣은 간장양념에 달렸다는 것이 더 옳을 것입니다.
속새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속쌔(강원도에서 세게 발음함)는 씀바귀의 한종류로 밭에 무더기로 뭉쳐 나는 식물인데 얇은 뿌리가 여러 가지로 길게 뻗고 이를 캐서 먹습니다. 강원도 평창, 횡성과 그 일부에서만 먹습니다. 예전에는 많이 먹었나 봅니다. 달래, 냉이, 씀바귀 캐러 가자는 노래가 있으니까요. 강원도 음식중에 최고는 속새입니다. 뿌리를 약간 데치거나 물에 오래 불려 쓴기를 빼고 초고추장에 파, 마늘을 넣고 무쳐먹는데 이 쌉싸름한 맛에 인이 들면 도저히 끊을 수가 없습니다. 한의학적으로 쓴 맛은 심장에 좋습니다. 토끼가 겁이 많다고 하는데 이 씀바귀 잎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고들빼기도 씀바귀 한종류지만 뿌리가 곧고 둥글지요. 강원도 산비탈밭에서 자라는 고들빼기 큰 줄기는 엄지손가락보다도 굵습니다. 고들빼기는 잎도 먹습니다. 고들빼기 뿌리를 칼로 십자로 찢어 소금물에 데치고 양념과 무를 나박쳐 함께 작은 항아리에 담가 겨울에 먹는데, 이렇게 담근 항아리 고들빼기 김치를 맛본지 오랩니다.
강원도식 미꾸리탕, 잡어 매운탕, 어죽 등 민물고기 요리와 강원도식 돼지국밥, 소고기국, 닭백숙 등 육고기 요리와 명절때 만든 과질, 증편 등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런 요리들을 어디서 하느냐가 중요할텐데 이런 정보는 절대로 맨 입으로 알려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막국수, 닭갈비, 송어회중 선택하여야 한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겠지요. 단 개인적으로 송어회는 권하고 싶지 않네요. 미국에서 1965년 양식용으로 들여온 송어는 원래 회감용이 아니였지만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것입니다. 회를 먹는 나라가 많지 않지만 민물어류의 회를 먹는 곳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송어는 원래 회귀성 어류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민물에서 양식합니다. 냉수성 어종으로 10도에서 20도 사이의 온도에서만 서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약간의 흙냄새를 수반하고 고기질이 푸석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콩가루에 묻혀 먹습니다만 맛은 바다회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맛이 없습니다. 단 송어회를 맛보지 않으신 분들은 맛보기를 할 수는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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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송어회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무한리필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어서 ㅎㅎㅎㅎ
회를 안 좋아하는 분들도 많아서
막국수와 닭갈비 고려해볼까 하는데
잘 아는 맛집 있으면 추천해주시길
맛없으면 먹지 말아야지. 무한리필 취소합니다.
제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영월에서 민물양식 송어회를 콩가루와 갖은 야채(양배추와 부추)초고추장과 함께 비벼서 쌈싸먹었던 맛은 가히 일품이었습니다. 영월 지역 이장님과 소개팅을 할때 송어회는 반드시 먹어야만 한다고 해서 따라가서 먹었는데 저 혼자서 한접시 다 비웠습니다. 글구, 제가 강원도에서 맛본 옥수수 막걸리 강추입니다. 옥수수 막걸리와 밀전병, 도토리묵 무침과 함께 메밀국수로 입가심을 하면 거의 듁음이죠..^^;;
다 먹고 싶다....
말 나온 음식은 다 먹어줘야 예의인데...
대단한 필력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