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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구미철인클럽 원문보기 글쓴이: 왕발(김기중)
" 교육의 초석은 정직이다. (The cornerston of education is honesty)"
" 정직한 실패"
나는 수영 훈련과 달리기 훈련을 자전거 훈련의 10% 밖에 하지 않는다. 아직 철인3종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는 없다. 자전거로 하고 싶은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에 자전거 중심적으로 몸을 만들고 자전거 중심적으로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올해 열리는 철인 3종 풀코스 3군데 (제주, 신안, 여주)를 모두 나간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고통에 대한 내성을 높이며 장거리 때 먹는 것을 배우고 장거리 후 회복하는 것을 배우기 위함이다.
배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이다. 지금 더 나은 성적을 내는 것보다 정직하게 레이스를 펼치며 자신의 실력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자전거를 마친 후 달리기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다리에 쥐가 언제 나는지 그것을 어떻게 푸는지... 더위로 머리가 아플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배가 아플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무릅이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발바닥이 아플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자와 바지 안에 보급소에서 주는 각얼음을 넣어보기도 하고, 종아리 컴프레셔를 무릅까지 올려 달려보기도 하고, 배가 아파 오바이트를 하면서도 계속 먹어보고...
이번 신안 풀코스에서도 준비되지 않은 달리기에서 많은 고생을 했으며 여전히 풀코스에서 달리기를 해내는 숙제를 풀지는 못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웠다.
누군가 경기를 마치고 ' 오르막이 60개나 되더라." 고 할 정도로 오르막이 많고 1킬로 정도의 비포장도로를 5번 통과해야 했던 사이클 코스, 작은 언덕을 12번을 넘어야 했던 런 코스, 100 명 가까운 철인을 탈진, 일사병, 열사병으로 포기하게 만들었던 그늘이 없는 코스에서 하루 종일 강렬한 햇빛이 내리째던 무더운 날씨
우리나라 역대 풀코스 경기 중 가장 힘든 대회로 평가 받는 신안 자은 풀코스 대회를 사진과 함께 후기를 남깁니다.
수영 3.8킬로
경기 2시간 전인 5시 30분 부터 준비하여 경기장에 한시간 전에 도착하였다. 벌써 많은 분들이 슈트를 입고 워밍업까지 하는 것을 보니 다음에는 3시간 전부터 준비를 해서 경기장에 두시간 전에 도착해야 할 것 같다.
숙소에서 속을 비워서 내심 좋아했는데 수영을 앞두고 화장실을 두번이나 더 갈 줄은 예상을 못했다. 결국 슈트를 입고 있는데 시합이 시작이 되어버렸다. 급하게 웨트슈트를 입다가 웨트슈트가 약간 찟어졌고 물 속으로 뛰어가다가 넘어지기도 하며 허둥 지둥 수영의 제일 후미를 쫓아갔다.
나는 수영을 할 때 제일 선두에 서서 초반 첫 바퀴에서 몸싸움과 드레프팅을 하며 얼떨결에 1킬로 정도는 해버리는데 이번 레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앞도 뒤도 없이 수영을 해야했다.
수영 바꿈터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아내가 1등이 물에서 나온 지 한참이 되어도 아빠가 나오지 않자 아들이 화를 내면서 울었다고 한다.
아들이 이번 풀코스 레이스를 끝까지 지켜보면서 1등이 그렇게 중요치 않고 이기고 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를 하는 것이 성적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일을 하는 것이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닌 것 처럼 목적과 결과를 아들이 살아가면서 혼동하지 않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해 남은 자전거와 달리기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였다.
첫바퀴째를 돌고 나오는 모습
수영 기록은 제주 경기보다 16분 정도 늦은 1시간 46분 19초로 전체 160명 중 147등을 하였다. (완주하지 않은 사람은 기록이 없어 모든 기록은 미완주자를 뺀 기록이지만 사진으로 보니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
자전거 180킬로
자전거를 출발하기 전 마음 속에 몇가지 목표를 정했다.
지금 수영을 마치고 나온 후 다 떠나버리고 얼마 남아있지 않는 자전거만큼 자전거를 마치고 도착했을 때 자전거가 바꿈터에 많이 도착하지 않게 하겠다. 6시간 안에 들어오겠다. 어느 누구도 내 앞을 지나가게 하지 않겠다.
자전거 때 팀코리아 팀복을 입었는데 그 의미는 오늘 풀파워로 자전거를 달리겠다는 각오였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옷을 입을까도 생각했지만 오늘은 의지를 선택하였다.
자전거 코스는 처음 50킬로를 달려서 자은도에서 다리 건너서 다른 섬을 오고 간 후에 자은도 25킬로를 5 바퀴 돈 후 피니쉬까지 5킬로 달리면 되었다.
자은도에 언덕이 많고 비포장 도로 구간까지 있다고 하니 초반 50킬로에서 평속을 빼놓지 않으면 6시간 안에 못 들어올 것 같아 초반부터 강하게 달렸다. 하지만 초반 50킬로도 오르막이 제법 있어 자은도에 들어왔을 때 평속 32킬로 정도 밖에 내지 못했다.
자전거를 내려서 끌어야 할 지도 모른다는 12% 경사도의 오르막과 비포장 도로가 있는 일명 천사의 날개라는 자은도의 25킬로 LAP을 돌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오르막은 심하지 않아서 댄싱으로 모두 넘어갈 수 있었고, 비포장 도로는 펑크 날 위험이 도로보다는 높았지만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5바퀴를 계속 평속 30킬로 이상으로 달리는 것은 만만치 않은 코스였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어느 누구도 내 앞을 지나가지는 못했는데 마지막 50킬로 정도를 남기고 한 분이 뒤에서 나타났다. 그 분과 잠시 타보니 평지는 나보다 빠르고 오르막은 나보다 느려서 일반 사이클 경기이면 이기기 딱 좋은 타입이였다. 하지만 이것은 철인 경기이고 드레프팅이 안되기에 상황이 달랐다. 규정대로 자전거 4대 정도 거리를 띄우고 일직선으로 뒤에 서지 않고 평지에서 붙어가다가 오르막이 나오면 도망을 갔다. 뒤를 돌아보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도망을 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또 앞질러 가신다. 확실히 마지막 남은 구간에서 평지발은 나보다 나은 것 같다. 그렇게 서로 앞지르기를 4-5번 하다가 마지막 피니쉬를 앞두고 평지 구간에서 놓쳐버렸다. 결국 목표로 했던 어느 누구도 나를 앞지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은 그 분을 놓치면서 깨졌다.
6시간안에 들려고 했던 것도 6시간 3분 3초로 들지 못했다. 기록은 160명 중 8등을 해서 나쁘지 않았고 6시간 안에 든 선수가 3명 밖에 없었기에 좋은 기록이였지만 내가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해 아쉬웠다.
3번째 바퀴에서 좀 더 집중을 했었으면 6시간 안에 들었을 것인데... 마지막 7킬로를 남기고 놓치지 않을 수 있었는데... 아쉬워 하면서 동시에 쥐도 나지 않고 단 한번도 드레프팅하지 않고 180킬로를 잘 달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달리기 42.195 킬로
자전거를 마치고 달리기를 하기 위해 운동화도 신고 옷도 갈아입으러 탈의실에 들어갔는데 힘이 들어서 자전거 헬멧을 베개로 바닥에 잠시 누었다. 1분도 못 누워 있었는 것 같은데 밖에서 부른다. " 59번 아빠. 아들이 빨리 나오라 합니다." 라고...
아들의 독촉에 탈의실에서 쉬지 못하고 나왔다.
아침에 먹을려고 했는 것을 수영 출발을 맞춘다고 반도 못 먹었고, 자전거 중간 보급도 하지 않았기에 배가 고파서 통조림 전복죽을 먹으면서 달리기를 준비하였다.
통조리 전복죽을 차갑게 먹는 연습을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는 것 같다. 편의점에서 차가운 통조림 전복죽은 정말 맛 없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김에 싸서 맛있게 먹었다 ^^ 풀코스에서 음식을 배가 안 아프게 먹으며 기분이 너무 좋다. 맛은 필요없고 배만 안 아파면 최고의 식사인 것이다.
아들이 차에 가서 영화보고 싶다고 아빠 빨리 달리기 하러 가라고 울지만 먹을 것 먹고 챙길 것 챙기고 달리기에 나선다.
자전거 무릅은 안 아픈데 달리기하는 무릅은 아파서 어떻게 완주를 하나 걱정하며 42.195킬로의 먼 길을 떠났다. 같은 무릅인데 연습된 자전거와 연습되지 않은 달리기에서 다르게 반응을 하는 것이 신기하다.
6바퀴 랩을 도는 달리기 시합인데 차에 가서 영화도 보고 저녁도 먹었는지 3바퀴를 마치고 4바퀴에 들어오니 가족이 보인다. 아들이 함께 달리는데 너무 빨라서 쫓아갈 수가 없다.
달리기 할 때 해가 질 때 까지 무지 더워서 힘이 들었다. 몸에 물을 붓고 얼음을 모자와 옷에 넣어 달리기도 해보지만 잠시 뿐이고 매우 더운 하루였다.
달리기와 걷기를 반복하며 5바퀴째를 뛰다가 걷는 사람이 앞질러 갈 정도로 페이스가 떨어져서 그 때부터 걸었다.
대회가 아주 힘든데도 불구하고 42.195킬로를 달리는 6번을 왕복하는 런코스에서 출발과 피니쉬를 제외하고는 칩을 체크하는 계측기와 심판이 없었고 해가 지고 난 뒤에는 가로등도 없는 코스에서 오로지 본인만이 정직하게 12번의 반환점을 돌면서 완주를 해야 했다.
몇명이 룰을 어기고 완주를 한 사람도 있겠지만 어두워서 볼 수도 없었다. 대부분의 철인은 다리를 절면서도 정직하게 완주를 하였다. 어둠 속에서 짧은 순간이지만 서로 교차하며 본 그 들의 눈빛과 얼굴에 보이는 각오들은 멋졌다.
우리는 아는 것이다. 철인 풀코스를 뛰는 이유가 완주와 기록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직하게 룰을 지키며 최선을 다해 완주해냈을 때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컴프레셔를 올려 무릅을 고정시키고 완주해낸 다섯번째 풀코스 완주
제주도 풀코스를 뛴 지 얼마되지 않아서 더 피곤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몸이 철인 풀코스에 적응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10일 뒤에 열리는 여주 풀코스에서는 어떤 레이스를 펼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달리기는 6시간 36분 41초로 160명 중 148등을 하였고, 전체 성적은 14시간 55분 38초로 완주한 160명 중 83등을 하였다.
[증도 자은도 관광편]
철인 대회의 매력이기도 하며 힘든 부분 중 하나 이기도 한 것은 아주 먼 곳에서 열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긴 일정을 빼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덕분에 한 번도 가보지 않는 지역을 관광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된다.
1004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신안군인데 정말 멋진 곳이였다. 제대로 휴가같은 여행을 다녀오지 못했는데 아내와 아들이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매우 좋았다.
시합이 열리는 자은도로 들어가기 전에 금요일 밤에 증도에서 하루를 보냈다.
바닷가 바베큐 장소에서 저녁으로 바베큐로 먹었다. 두번째로 바베큐를 해보는데 역시 나는 요리는 잘못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부터 자취를 해서 10년 이상 혼자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요리는 내가 한 요리이다. 라면 빼고...^^;
바베큐를 한 후 달빛이 아름다운 해변에서 돌 던지기를 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제주때와 같이 너무 피곤한 상태로 시합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오전에 2시간 정도 증도 관광을 한 후 자은도에서 빨리 대회 준비를 하고 일찍 숙소로 가서 쉬기로 하였다.
신안에 있는 섬들의 해변은 참 다채로웠다. 모래 사장에 난 구멍은 조그마한 게가 낸 구멍이다.
바닷가에 있는 막대기는 무엇인가 했더니 그물을 걸어놓은 곳이였다.
증도는 일명 '슬로 시티' 라는 도시 별칭을 가지고 있는데 태양광으로 가로등을 돌리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짱뚱어 다리라는 곳에서 농게, 짱뚱어 등을 구경을 하였는데 돌같이 보이는 것이 전부 게와 짱뚱어였다.
정말 많은 생물체를 볼 수 있었던 신기한 갯벌 생태 체험이였다.
느려서 더 행복한 섬 SLOW CITY 증도
오전 2시간동안한 짧은 관광이였지만 신기한 것도 많이 보고 가족과 행복했던 여행이였다.
증도의 짱뚱어 다리를 본 후 바로 옆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염전인 태평염전에 가보았다.
고맙습니다 라는 드라마 촬영지가 있어서 가보았는데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인지 별 감흥은 없었다.
자은도로 이동
배를 타고 자은도로 들어간다. 햇빛이 얼마나 뜨거운지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내와 아들은 모자에 양산까지 구입으로 하여 단단히 무장을 하였다.
우리나라 해변 중 수질 좋고 모래 좋은 곳으로 유명한 백길 해변이다. 파도가 잔잔하여 아이가 놀기에 얼마나 좋은지 아들이 정말 신나게 놀았다고 한다.
자전거 검차를 마치고 자전거 거치를 마친 후 한 컷
해가 질려고 하는 자은도의 풍경은 참 따뜻한 풍경이였다.
아래층이 횟집이고 윗층에 민박을 하는 곳에 숙소를 잡았다. 민박집에 보이는 경치가 일품이였다.
다음날 태풍이 온다고 하여 경기를 마친 후 철인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되 밤 11시 30분 배로 자은도를 빠져나왔다. 나는 지쳐서 잠에 들어서 보지 못했는데 아내는 자은도를 떠나는 배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았는데 너무나 아름다워 울 뻔 했다고 한다.
너무나 멋진 곳에서 대회를 열어 준 대회 측에 감사를 드린다.
첫댓글 정말 고생 많이 했구나..
그렇지만 멋지구나.
늘 도전하시는 모습 대단합니다.
안하시는 운동이 없어시군요 화이팅 입니다.
형님 대단합니다.
대단하십니다.
도전정신에 박수을보냅니다.
가족과함께 했다는것이 큰의미가 있네요~~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강한 정신력과 체력 넘 부럽부럽^^
왕발님 멋쟁이~~~^^
읽는내내 감동이 왔어요. 철인들이 깜깜한 밤에 바퀴를 돌면서 서로의 눈을 보고
철인동지임을 확인하게 하는 마음이 전해지고 사진들이 모두 귀해요. 훌륭해요.
철인의 세계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에 감사드리며 항시 아름다운 인생을 전파해주어 새로운 삶에 대한 느낌과 감동 잘 느끼고 갑니다.
철인풀코스 한달에 3번이나 참가해도 되는건가요?? 형님 에너지 쓰시는 만큼 보충도 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