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급제를 바란다면 오리 그림을 선물하라
출처: 다음백과사전
조선 후기 200년을 대표하는 화가로 삼원삼재(三園三齋 : 단원, 혜원, 오원, 겸재, 관아재, 현재) 가운데 한 사람이 현재 심사정입니다. 그의 작품에 '연지유압도(蓮池柳鴨圖)'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심사정 작품으로는 특이하리만큼 화사한 빛깔로 그려져 있는데 이 그림을 보면 연못에서 헤엄치는 오리가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오리는 암컷과 수컷의 사이가 좋아 부부금실을 나타내는 그림으로 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 그림에서 오리는 장원급제를 바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그림 이름 연지유압도를 풀어보면 '오리 압(鴨)' 자가 있는데 이 압(鴨) 자를 나눠보면 '갑(甲)'과 '조(鳥)'가 됩니다. 여기서 갑은 으뜸 곧 장원급제를 뜻하는데 오리가 두 마리이면 '이갑(二甲)', 곧 향시(鄕試)와 전시(殿試)에서 모두 장원급제하라는 뜻이지요. 그뿐만 아닙니다. 연지, 곧 연못에는 연밥이 있는데 연밥을 뜻하는 '연과(蓮顆)'는 잇달아 합격한다는 뜻의 '연과(連科)'와 발음이 같습니다. 그래서 연못에 오리가 두 마리이면 연과이갑(連科二甲)으로 잇달아 두 과거 시험에 장원급제하라는 뜻입니다. 이 그림은 과거를 보는 선비에겐 최고의 선물이었을 것입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과거에서 장원급제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였기에 이런 그림이 무수히 그려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요즘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이면 수험생 학부모가 학교 정문에 엿을 붙이고 간절히 비는 모습이 흔한데 심사정이 과거 시험에 합격하라고 '연지유압도'를 그리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마음을 보여주는 풍습일 것이다.
※ 참고
향시(鄕試) : 조선 때, 각 도에서 유생(儒生)에게 보이던 과거
전시(殿試) : 조선 때, 문과 1차 시험에서 뽑힌 사람들을 모아 임금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던 과거
그러나 일반적으로 연지유압도는 부부간의 금슬을 나타내는 원앙 한쌍을 묘사했는데 집안의 번영과 화합이란 상징성을 나타내고 있다.
※ 세계미술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작가 장다첸의 힘!
중국의 화가 장다첸(張大千, 1899~1983)이 57세 때 처음으로 떠난 유럽여행에서 피카소를 만났다. 그 만남에서 피카소는 장다첸을 “오로지 전통만 있을 뿐 창조적인 부분이 결여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2011년 경매시장에서 창조성을 부르짖었던 피카소의 작품이 장다첸의 뒤로 밀리고 말았다. 미술시장 분석회사인 프랑스의 아트프라이스(artprice)는 “2011년 세계 미술시장 개요”에서 중국 작가 장다첸이 지난 해 경매 낙찰총액에서 가장 잘 팔린 작가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장다첸의 2011년 경매낙찰총액은 5억 달러(약5천700억원)를 넘어 2010년에 피카소가 세운 최고가(3억 6천만 달러: 약4천 140억원) 기록을 경신했다.
2011년 5월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장다첸의 가우도(연꽃과 오리)가 2184만 달러(한화 264억)에 낙찰되었다. 비싼 낙찰가에 비해 그림은 매우 단순하고 전통적인 강한 먹색의 연잎과 붉은 연꽃 아래 두 마리 오리가 그려진 전형적인 연지유압도(蓮池柳鴨圖)형식이다. 연지유압도는 오래 전부터 많은 화가들이 선호해 온 그림의 소재이다. 식상하리만치 평범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장다첸의(가우도)가 주목 받는 것은, 가장 전통적인 소재에 자신만의 개성과 독창성으로 화면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진한 먹의 농담 변화로 연잎의 질감을 살려냈고, 연꽃에는 대담하게 붉은 색을 써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