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교황청 어린이 전교회 설립 160주년 기념 담화 (2003년 1월 6일) 교황청 어린이 전교회 설립 160주년을 맞아 교황 성하께서는 110개국의 어린이 전교회 회원들에게 담화를 보내셨다. 현재 어린이 전교회 회원들은 3,000개 이상의 계획을 후원하고 있다. 다음은 교황 성하의 담화 내용이다.
사랑하는 어린이 선교사 여러분,
1. 19세기 전반에 유럽은 선교 활동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으며, 교회는 어린이들의 선교 능력을 인식하여 어린이들이 또래 친구들에게 복음을 알리는 일에 적극 동참하도록 권유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중국 가톨릭 신자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데에 열심이었던 프랑스 낭시의 샤를 드 포르벵-장송 주교는 1843년 5월 9일에 파리의 어린이들에게 날마다 성모송을 바치고 다달이 동전 한 닢을 헌금함으로써 중국의 어린이 신자들을 도와줄 것을 제의하였습니다. 물질적 정신적 후원을 통한 이러한 선교 활동은 곧이어 프랑스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들로 전파되었습니다.
1919년 9월 30일, 존경하는 저의 선임자이신 베네딕토 15세께서는 이렇게 쓰셨습니다. “저는 비그리스도교 어린이들의 세례를 목적으로 하는 교황청 어린이 전교회를 모든 신자에게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 어린이는 이 단체에 가입하여 이 단체를 통해 이웃을 복음화함으로써 돕는 법을 배우고, 어려서부터 이미 신앙의 큰 가치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Maximum illud).
올해, 주님 공현 대축일은 특별히 중요합니다. 전세계 110개국에 있는 교황청 어린이 전교회가 탄생 160주년을 맞기 때문입니다. 교황청 어린이 전교회는 전세계 모든 교구의 어린이들에게 기도와 희생, 구체적인 연대 활동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그들은 또래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어린이 선교 시대
2. 사랑하는 어린이 선교사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얼마나 큰 사랑과 헌신으로 이 사도직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지 잘 압니다. 여러분은 여러분과 같은 또래이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다른 어린이들의 처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함께 나누려고 노력하며, 가난한 어린이들에게는 물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른들의 전쟁에 휘말려 흔히 그러한 어른들의 폭력에 희생되는 어린이들의 고통과 비극에 함께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아직 예수님을 모르는 다른 수많은 또래 친구들도 여러분이 받은 신앙의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날마다 기도하십시오. 여러분은 물론 예수님을 만나 뵙고 그분의 복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누구나 풍성한 영적 은혜를 받는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그것은 곧 거룩한 은총 생활, 모두가 형제자매가 되게 하는 사랑, 다른 사람들에 대한 헌신, 주고받는 용서, 환영하고 환영받고자 하는 마음, 우리 마음을 영원한 생명으로 채워 주는 희망, 은혜이자 의무인 평화입니다.
이 성탄 시기에, 수많은 지역 교회의 교황청 어린이 전교회 어린이들은 동방 박사나 양치기의 옷을 입고 집집마다 다니며 성탄의 기쁜 소식을 알립니다. 이러한 즐거운 풍습은 독일어권 나라들에서 어린이 전교회가 처음 시작하였으며 그 뒤 다른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갔습니다. 곧 소년 소녀들이 문을 두드리며 성탄 송가를 노래하고, 기도를 드리며, 각 가정에 기금 모금을 위한 연대 계획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어린이들은 어른들까지 복음화합니다.
온 세상을 끌어안는 사랑
3. 이러한 복음화와 연대 활동은,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몇 주간의 성탄 시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 계속됩니다. 따라서 나는 여러분에게 가난한 나라들에서 오는 수많은 도움의 요청에 너그러이 응답하도록 권고합니다. 유럽과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서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같은 목적을 위하여 기도하고 노력하고 있습니까! 지구 연대 기금이 설립되어, 전세계 곳곳에서 보내 주는 후원금 덕분에 날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기금은 어린이들을 돕는 크고 작은 계획들을 지원하는 데에 쓰입니다.
먼 곳의 어린 친구들과 결연하여 ‘별을 파는 어린이들’이 되거나 우표 수집가가 된 어린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제로 군대에 끌려가는 또래 어린이들이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있도록 장난감이나 비싼 게임기를 내놓는 어린이들도 있습니다. 또한 선교 지역에서 교리서를 만들거나 학교를 세우는 일을 지원하도록 여러 방법으로 저축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예가 있습니다. 어린이 선교사들은 그들이 모은 기금으로 3,000개 이상의 계획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이 엄청난 소리 없는 사랑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진정 기적이 아닙니까?
사랑하는 어린이 선교사 여러분, 여러분은 이 기적에 참여하여야 합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어린이들은 기도와 가난의 고통을 선물로 바칠 수 있습니다.
선교의 교육적 힘
4. 사랑하는 어린이 여러분, 선교 활동은 여러분이 신앙 안에서 성장하도록 도와주고, 여러분이 예수님의 사랑스러운 제자가 되도록 해 줍니다. 불운한 어린이들에게 연대를 보여 줌으로써 여러분은 인류의 커다란 요구에 마음을 열게 됩니다. 여러분은 가난하고 궁핍한 어린이들 안에서 예수님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마테오 리치, 샤를 드 푸코, 캘커타의 마더 데레사, 그 밖의 많은 선교사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펼친 일이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여러분의 목자이신 주교님과 신부님, 교리교사, 영성 지도자, 그리고 여러분의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어린이 전교회를 마음에 두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어린이 전교회는 시초부터 자랑스러운 선교 열매를 맺어 왔고, 교회 역사에 아름다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어린이 선교사들이 도와준 최초의 중국 어린이들은 교사나 교리교사, 의사, 신부님이 되었습니다. 세례의 은총이 그들과 그들 가정에 빛이 되었습니다.
다른 어린이들의 헌금과 기도의 도움을 받은 어린이 가운데는 순교자인 첸 바오로와 최초의 북경 대주교인 티엔 켄신 추기경도 있습니다. 그 뒤, 시간이 지나면서 복음화에 완전히 헌신하려는 소명이, 많은 소년 소녀들의 가슴 속에서 자라났습니다.
1882년 5월 12일, 일곱 살의 나이로 교황청 어린이 전교회에 가입하였고, 14살에 이미 세상 구원을 위하여 예수님께 자신을 바치기로 결심한 리지외의 아기 예수의 데레사를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오늘날에도 이러한 정신이 교회 안에서 계속해서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더욱 많은 어린이들이 일생의 어느 한 시기가 아니라 평생 동안 복음을 위하여 일하도록 기도합시다. 또한 하느님께 어린이 전교회의 사랑의 활동이 모든 곳에서 더욱 많은 열매를 맺게 해 달라고 기도드립시다.
또 다른 성모송
5. 전세계 어린이들의 요구는 너무도 많고 복잡하여 아무리 많은 헌금 상자도, 아무리 큰 연대 활동도 그러한 요구들을 다 들어주기에는 부족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이 필요합니다. 사랑하는 어린이 선교사 여러분, 교황청 어린이 전교회에 가입할 때 여러분은 첫 맹세로서 날마다 성모송을 바치기로 약속합니다. 사실 여러분도 선교의 성공은 무엇보다도 기도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복음화의 별이신 성모님께 의지합니다. 160년 동안, 여러분은 전세계 어린이들을 대신하여 성모님께 호소해 왔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묵주기도의 해에 이러한 사랑을 더욱 충실하게 실천해 나가기를 촉구합니다. 여러분 가운데 좀 더 나이가 많은 어린이들은 이따금 묵주기도 한 단을 바치거나 더 나아가 다섯 단을 바쳐야 합니다. 선교의 묵주기도는 우리를 선교와 연결시켜 줍니다. 흰 단은 유럽에 복음화 열정이 되살아나 많은 교회들이 생겨날 수 있도록 유럽을 위하여 바칩니다. 노란 단은 아시아에 생명과 젊음이 넘치도록 아시아를 위하여 바칩니다. 녹색 단은 고통받고 있지만 복음 선포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 아프리카를 위하여 바칩니다. 붉은 단은 새로운 선교 노력을 약속하는 아메리카를 위하여 바칩니다. 푸른 단은 복음화가 더욱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기를 바라는 오세아니아 대륙을 위하여 바칩니다.
사랑하는 어린이 선교사 여러분, 성모님께서 여러분의 헌신에 함께하십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들, 그리고 여러분의 교회 공동체를 성모님께 맡겨 드리며,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사랑으로 축복을 보냅니다.
바티칸에서 2003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원문 160th Anniversary, Holy Childhood Association “Helping Others Welcome Jesus Brings a rich Store of Spiritual gifts”: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 4(1777), 영어판, 2003년 1월 22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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