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분교 아이들의 반짝임…환경의 미래를 비추다
동부초 율포분교장 환경동아리 ‘윤슬’ 손창익 지도교사
동부초 율포분교장 환경동아리 ‘윤슬’ 손창익 지도교사.
맑고 반짝이는 잔물결처럼 작은 움직임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거제시 동부초등학교 율포분교의 환경동아리 ‘윤슬’은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이 생태전환교육을 통해 환경보호의 빛나는 모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이 잔잔한 물결에 비쳐 반짝이는 모습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깨끗하고 반짝이는 지구를 만들겠다는 학생들의 소망이 담긴 이름이다.
지난해, 이 작은 분교의 동아리는 환경부가 선정한 ‘우수 환경동아리’에서 최고상인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생태전환교육의 모범으로 자리 잡았다. ‘윤슬’ 동아리 이끄미인 손창익 교사를 만나봤다.
동부초 율포분교장 환경동아리 ‘윤슬’. @율포분교 제공
#기후천사단 ‘윤슬’ : 생태전환교육의 빛나는 모델
‘윤슬’은 경상남도교육청이 주도하는 생태전환교육의 한 축인 ‘기후천사단’의 일원이다.
경남교육청은 지난 2021년 3월 전국 최초로 생태전환교육 전담부서인 기후환경교육추진단을 신설하고 학생 환경동아리인 기후천사단을 중심으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생태전환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기후천사단은 처음 117개 동아리, 2548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395개 동아리, 8308명의 학생들이 활동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매년 환경부가 선정하는 ‘우수 환경동아리’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기후천사단은 학생들이 생태 중심적 삶의 방식을 체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손 교사는 “윤슬이 기후천사단 활동을 통해 경남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 취지에 맞게 바다 생태계의 변화와 기후위기의 연관성을 탐구하며 실질적인 기후행동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동부초 율포분교장 환경동아리 ‘윤슬’. @율포분교 제공
#“기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작은 행동부터 실천할게요”
율포분교는 학교 바로 앞에 넓은 바다가 펼쳐진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동아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윤슬’의 대표적인 활동은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해양생태연구소를 통해 해양생물을 채집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부표와 채집판을 활용해 해양생물을 관찰하며 해양 외래종의 증가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배우고 있다.
6학년 고은솔 학생은 “부표에서 유령멍게 같은 해양외래종을 발견했어요. 바다 속에서는 형태가 온전한데 바깥에서는 흐물흐물해지는 게 신기했어요. 이런 생물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 바다에 많아진다는 걸 알고 놀랐어요”라며 걱정했다.
또 학생들은 학교 인근 갯벌에서 조개를 채집하며 지역 생태계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6학년 정윤호 학생은 “조개를 채집하러 갔는데 생산량이 많이 줄었다는 어촌계장님의 말씀을 듣고 기후변화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체감했다. 그래서 작은 기후행동이라도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슬’은 바다뿐만 아니라 학교 텃밭 가꾸기, 해변 쓰레기 줍기, 캠페인 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기후위기를 실감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3학년 강민서 학생은 “바다에 쓰레기가 보이면 바로 줍고 일회용품을 가급적이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바다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손 교사는 “학생들에게 자연을 탐구하고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면 기후위기를 직접 느끼고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환경 감수성을 키우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동부초 율포분교 전경. @율포분교 제공
#작은 분교, 고사리 손에서 시작된 큰 변화
‘윤슬’의 활동은 단순히 학생들의 학습을 넘어서 지역사회와 협력하며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2023년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성과로 이어졌고, ‘윤슬’은 생태전환교육의 모델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윤슬’은 산과 들로 탐구 범위를 확장해 다양한 생태계를 탐구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할 계획이다.
작은 분교에서 시작된 아이들의 바닷가 움직임이 이제는 바다를 넘어 산과 들, 그리고 지구 전체를 향한 희망의 목소리가 되고 있다.
윤슬이 만들어가는 반짝이는 나비효과는 오늘의 작은 실천이 내일의 푸른 지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 위기의 시대, ‘윤슬’은 우리 모두에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길을 묵묵히 비추는 따스한 빛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