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칫 함정에 빠질 수 있는 통계의 맹점과 딱딱하게 여길 수 있는 통계학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괴짜통계학]이 세간의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운전면허발급기관의 책임자격인 지방경찰청장 출신 모대학 교수의 학술지가 눈길을 끈다.
이 교수의 학술지(2008.6. 운전전문학원과 일반운전학원의 출신운전자별 교통사고율 비교에 관한 연구)는 공교롭게도 운전면허취득절차를 개선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와 국무회의의 협의결과를 발표한 법제처장의 발언에 이어서 운전면시험관리단의 조사자료를 인용한 뉴스전문 방송사의 기사(운전전문학원 사고율 오히려 높아)가 있은 직후에 경찰청의 [출신별 초보운전자 교통사고 비교통계]를 근거로 하여 발표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이 교수는 “경찰관의 힘은 ‘법대로’에서 나온다.”라는 자신의 철학을 토대로 글을 쓰기도 하였는데, 위 학술지가 과연 통계의 기본원리와 법률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학술지의 제목부터가 문제가 있다. 법률이 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운전전문학원제는 법령이 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시험을 면제해 주는 제도인 반면에 일반운전학원은 단순히 운전교습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따라서 학술자료의 근거로 사용한 경찰의 통계자료와 같은 ‘비전문학원출신’ 또는 ‘운전면허시험장출신’이라는 용어를 배제하고 굳이 ‘일반운전학원출신’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의 평소 철학인 ‘법대로’에 비추어 볼 때, 시험면제수단인 운전전문학원출신과 운전면허시험장출신 운전자의 능력을 비교하는 자체가 법리상 모순이고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학술지의 내용과는 다르게 비교대상 중 하나인 ‘운전면허시험장출신’을 일반운전학원출신으로 표기할 수밖에 없었던 두 번째 이유는 경찰의 [출신별 초보운전자 교통사고 비교통계]는 통계의 기본조차 무시된 비과학적인 통계라는 점을 저자 스스로가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수년간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사실에 관한 부담을 떨쳐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학술지의 모태가 된 경찰의 [출신별 초보운전자 교통사고 비교통계]가 저급하고 치졸한 수준의 비과학적이고 비상식적인 통계라는 사실은, 2006년 헌재의 판정에 의하여 「해당 운전전문학원출신운전자(들)의 사고비율에 따라 행정처분의 가부를 결정토록 한 도로교통법 제71조의15 제2항 제8호」가 폐지된 이후 경찰청 홈페이지를 통해서 발표를 시작한 [운전전문학원별 교통사고 현황]을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법령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서 동일한 요건을 갖추고 천편일률적인 교육과정을 실시하고 있는 전국의 운전전문학원출신 초보운전자가 야기한 교통사고를 집계한 [운전전문학원별 교통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지역 간, 도농 간의 편차가 크고(서울-0.21% / 광주-0.43%) 개별 운전전문학원 간 편차는 무려 13배(서울소재 학원-0.01% / 전북 김제소재 학원-1,31%)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동일한 요건하에서 천편일률적인 교육과정을 실시하고 있는 운전전문학원별 사고율의 차이가 이처럼 큰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에서 지적하였듯이 교통사고의 원인을 교습의 정도만으로 진단하는 자체에 무리가 있으므로 비교평가 자체가 무의미하고, 운전면허를 취득한 운전자들의 운전시점에 있어서 지역 간 도농 간의 차이가 큼으로 단순히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람을 분모로 한 사고비율을 근거로 한 비교통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비교통계가 최소한의 객관성을 갖추려면 실제운전을 시작한 운전자를 분모로 하는 통계방식을 적용하여 비교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2006년 현재 인구 100명당 자동차보유대수가 65대(한국: 40대) 수준인 일본의 지정교습소별 교통사고 발생률은 연평균 1.6%대를 넘나들고 있는데, 연평균 0.3%대를 넘지 않는 우리나라의 연구자나 행정가 중 어느 누구도 일본의 교육과정(기능검정 포함)이 우리의 그것보다 못하기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임으로 두 나라의 지정교습소(운전전문학원) 출신 초보운전자의 사고율의 차이는 면허취득 후 실제 운전에 임하는 비율에서 오는 차이라 판단함이 적절할 것이다.
(참고 웹페이지 주소: http://www.police.pref.miyagi.jp/menkyo/main/sitei/siteikyo.html)
따라서 운행거리, 성별, 연령, 지역 등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운전시점조차도 감안하지 아니한 경찰의 [출신별 초보운전자 교통사고 비교통계]는 물론이고 이렇듯 부실한 통계를 모태로 한 모교수의 학술지(운전전문학원과 일반운전학원의 출신운전자별 교통사고율 비교)는 그야말로 휴지통에 던져 버려할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함에 전혀 무리가 없다.
참고로, 학술지를 발표한 모교수는 ‘살인면허’를 발급하고 있는 것으로 매도당하고 있는 운전면허시험장을 총괄하는 운전면허시험관리단의 장을 역임하였고 한동안 운전면허시험 응시자와 언론의 지탄을 면치 못한 기능교육의무화와 수강료하한제 도입에도 일조한 바가 있다.
국가고시응시자와 시험면제자에 대한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지만 운전면허증의 발급번호만으로도 출신을 구분할 수 있는 경찰이 굳이 한 지붕 두 가족에 의한 결과가 필요했다면 비교적 정확한 통계를 도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보험가입연령 또는 가입연도별 교통사고발생현황을 파악하여 분석하는 식의 방법이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비교통계를 생산해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국민의 혈세를 헛되이 낭비하면서까지 졸속하고 비과학적인 비교통계를 생산하여 운전면허시험장 출신운전자와 시험관(경찰공무원)을 매도해 온 경찰청과 모교수의 부적절한 행태를 아니 지적할 수 없다.
문제는 또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150만원 가량의 비용을 들여야만 비로소 단독으로 운전을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는 등의 현행 운전면허 취득 관련 제도는 분명 문제가 있으므로 그 시험절차를 미국, 유럽식으로 간소화하고 실효성을 제고하여 국민의 부담을 덜어 줄 것을 지시한 마당에도 이들은 본질적인 문제에 해당하는 운전면허시험방식의 개선보다는 이미 그 수명을 다한 운전전문학원제 구하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능히 예측 가능했던 자연스러운 수효감소 현상에 따른 공급을 조절하지 못하고 마구잡이식으로 허가를 남발한 주무당국의 무책임한 행태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대다수 운전전문학원 운영자들의 원성이 빗발치는 가운데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경찰청 주무부서 관계자의 언론을 통한 발언(▲)은 학원을 선택함에 있어서 접근성이 최우선 고려대상인 수강생의 입장에서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대다수 학원운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망언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 2008.04.10, 한국일보. [초보운전자 사고율 광주 1위] 경찰관계자는 “자동차 보유대수와 전문운전강사, 교육 프로그램이 학원별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고율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이므로 운전면허 시험 응시생들은 경찰이 제공하는 학원별 관련 정보를 참고한 뒤 학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1인당 약350만원의 수강료를 지불하고도 개인강사 또는 노상운전교습소를 통해서 재교육(도로연수)을 받아야만 단독운전이 가능한 구조적인 결함으로 인하여 OECD가입회원국 중 제2위의 교통사고발생국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지정교습소제가 진정 우리가 지향해야할 운전면허제도인가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는 한편으로, 저들 일본의 지정교습소 운영자를 비롯한 관계당국 공무원의 정직함 만은 우리나라의 운전전문학원 운영자집단의 구성원과 관계 공무원들이 본받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끝
2008-9-29. 녹색교통정책연구소 / 녹색자동차문화교실 정강
□참고자료(성명서) 참조: http://blog.naver.com/kdtester/130031202308
□관련 글: 운전전문학원의 주장과 소회, 이래서 어이없다.
□참고기사
YTN-TV 2008-4-21 운전전문학원 운전면허가 오히려 사고율 높아
충청투데이 2009-8-5 운전전문학원 출신운전자 사고율 높다
헤럴드경제 2008-09-29 기능-주행 병합 무산..."업계의 입김에 밀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