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아시아영화제 비극영화부문 작품상 수상.
그것은 분명 한국동란이 빚어낸 비극의 상징이었다. 비무장지대 속에는 엄마를 잃고 헤매는 어린 남매가 있었다. 어린 남매는 분명히 남으로 갔을 것만 같은 부모를 찾아 월남할 것을 결심한다. 그리하여 그들 어린 남매는 아슬아슬한 고비를 수없이 넘긴 끝에 마침내는 국군 전초기지에서 꿈에도 잊지 못해하던 엄마를 만나게 된다는 내용을 곁들인 문화영화.
1965년 박상호 감독이 제작 연출한 이 영화는 세계 최초로 휴전선 비무장지대 DMZ에서 촬영한 분단의 아픔을 그린 세미다큐멘터리 극영화이다.
마치 르네 클레망 감독이 연출한 <금지된 장난>의 정서가 물씬 묻어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625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어느 MP복장을 한 소년(이영관)과 깡통을 든 소녀(주민아)로 군사분계선에서 우연히 만나 점점 친해지면서 각자의 어머니를 찾아간다는 스토리가 골격을 이룬다.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DMZ의 우거진 잡초, 괴물처럼 멈춰선 철마, 폭격을 맞아 부서진 야포와 전차, 폐허가 된 콘크리트 건물 안에 나뒹구는 죽은 병사들의 해골들, 박상호 감독은 그 천진난만한 전쟁고아 소녀 영아의 시선을 통하여 우리의 역사적 전쟁의 비극을 카메라에 잘 담아내고 있다.
소녀 영화를 돌봐주던 소년이 북으로 넘어가던 간첩의 칼에 찔려죽는 장면, 먹거리를 찾으러간 소년과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극적으로 만나는 소녀 영아의 장면, 특히 소녀와 동행하던 염소가 지뢰를 밟아 터지는 라스트신에 도달하면 뭔가 가슴을 울컥하게 한다.
1965년 아카데미극장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러닝타임 92분으로 상영되었지만 오리지널 필름이 행방불명이 되어 현재 출시된 DVD는 국가기록원에 보관되어 있던 아시아영화제 영어자막본을 복사한 러닝타임 62분 버전이다.
박상호 감독은 연극배우 박정자의 친오빠이며 1950년대 초 극단 신협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1955년 신상옥 감독의 영화 <꿈>에 조연출로 입문한 뒤 1956년 김근자 주연의 멜로드라마 <해정>(海情)으로 데뷔했다.
이 영화는 1966년 아시아영화제 비극영화 부문 작품상과 제4회 청룡영화상 비극영화 작품상과 흑백촬영상(안윤혁), 아역특별상(주민아)을 수상했다.
[글/ 스탠리]
[출처] 비무장지대 (1965)- 1960년대 한국 전쟁드라마의 고전 |작성자 스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