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신문 직격칼럼]폭력 없는 세상에서 살고싶다

[최광림]

◈폭력 없는 세상에서 살고싶다 / 토요신문 본지 주필◈

 일진회를 비롯, 학교폭력을 뿌리뽑겠다는 경찰당국과 사회단체의 강력한 의지천명과 대대적인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빈발하는 폭력은 이제 그 도를 넘어섰다.
 
 조폭영화를 촬영하듯 친구를 펜으로 찌르고 숟가락을 달궈 몸을 지지는가 하면 발가벗긴 채 성

기와 항문을 후벼가며 성고문까지 서슴없이 자행한 광기(狂氣) 어린 가학행위의 가해자와 피해

자는 모두 인천시내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들이었다(4월 22일자 조선일보)는 보도는 학교폭력

이 극단의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충격적인 일이다. 
 
 K(16)양에게 악몽 같은 나날이 시작된 것은 인천 H중학교 3학년이던 작년 3월 초였다. 같은 반 

Y(16)·P(16)양은 K양을 몸집이 작고 예쁘지 않은 데다 걸핏하면 운다는 이유로 '찔찔이'라는 별

명을 붙여가며 처음에는 놀리고 잔심부름을 시키다가 날이 갈수록 그 도가 점점 심해져 급기야 

손찌검에 금품갈취로 이어졌다. 
 
 이들 3명 중 피해자 K양과 가해자 Y양은 공교롭게도 올해 같은 고교에 진학했고 괴롭힘은 계속

되었다. 지난달 6일 Y양은 자신의 남자 친구 J(16)군과  P양을 데리고 인천 화수동 K양 집으로 

찾아가 K양을 근처 Y양의 집으로 끌고 갔다. 이들은 숟가락을 일회용 라이터에 달궈 K양의 왼쪽 

배를 지진 다음 사인펜으로 허벅지와 인중을 찔러댔다. 그도 모자라 심지어 K양을 벌거벗기고 

필기구와 나무 젓가락으로 자궁과 항문부위를 쑤셔대고 디지털카메라로 사진까지 찍었다. 이 엽

기적 고문의 이유는 단지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가 그 전부였다. 
 
 또 최근 대구시내 일선 중학교에서 적발된 학교 폭력모임 '일진회'는 자신들의 대장을 '장군'이

라고 부르며 힘이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폭행과 갈취를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거된 이

모(14. 중 3년)군 등 10명은 대구지역 4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신학기 때부터 대장과 행동대장, 

행동대원 등으로 위계를 정해 '일진회'라는 명칭의 모임을 결성하고 지난 1월 중순 대구시 북구 

복현동에 사는 같은 행동대원 최모(15)군 집에서 6∼7일간 합숙을 해가면서 회원들간 몸싸움을 

붙여 승자를 가리기도 하고 피해학생인 박군 등을 불러들여 범행을 모의하고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나아가 일진회 서울지역 연합 학생 1천 여명이 지난 2003년 겨울 방학기간 동안 '일일 락카페' 

행사를 하면서 음란 파티를 벌였다는 사실이 경찰청 주관으로 열린 학교폭력 예방 워크숍에서 

공개됐다.
 
 서울 J중학교 정세영(鄭世泳·52) 교사는 워크숍에서 "일진회 소속 남녀 커플이 알몸상태에서 음

란한 춤은 물론 춤을 추는 파트너를 골라 돈을 주고 옆자리에 앉혀 같이 놀게 하는 이른바 '노예

팅' 행사까지 벌였다"면서 특히 지난 2000년과 2001년에는 성신여대 입구에서 '일일 콜라텍' 행

사를 열어 직접 성행위까지 했다고 밝혔다.
 
 정 교사의 충격적인 사례보고도 그렇거니와 1천 여명의 중고생이 공개장소에서 음란파티를 해

가면서 학생신분을 넘어선 성인들에게도 용납되기 어려운 행위를 거침없이 자행하는 동안 과연 

학교당국과 경찰은 뭘 했는지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일진회'란 속칭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한다'는 뜻으로 10여 년 전 일본 고교생들 사이에 처

음 등장한 후 일본 만화책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교내 폭력조직을 일컫는 말로 통하기 시

작했다. '일진회'의 내부 규율과 교육과정을 보면 마치 '성인조폭'을 빼닮았다. 여러 학교의 일진

회 조직이 모여서 지역연합을 구성하고 지역연합이 자치구별로 연합, 이것이 다시 '서울 연합'으

로 이어져 갈수록 광역화 내지 조직화되는 양상을 띄고 있다.
 
 '폭력 없는 세상에서 살고싶다'던 3년 전 자살학생의 유서는 오늘날 비뚤어진 사회현실을 적나

라하게 대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폭력으로 경찰에 검거된 학생 수는 7천274

명, 72개에 달하는 학교 내 폭력조직이 해체된 것으로 집계됐다. 교내폭력의 창궐로 움츠리고 있

는 사람은 피해학생이나 가족뿐만이 아니라 이 사회 전체다. 더구나 일진회와 같은 교내폭력은 

성인폭력의 온상으로 국가사회의 암적 존재다. 거듭 강조하지만 학교당국과 경찰은 물론 국가

와 국민이 나서서 폭력을 뿌리뽑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choikwanglim@yahoo.co.kr]         

[M/ Souvenir de Varsovie / 바르샤바의 추억/ 앙드레 가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