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6차 전남 고흥 팔영산(2023.11.30.)
오늘은 전남 고흥의 팔영산을 다녀왔습니다. 날씨가 좀 쌀쌀하기는 했지만 공기도 맑고 청면한 날이어서 등산하기는 너무 좋은 날이었습니다. 능가사 추차장에서 출발하여 1봉 2봉, 3봉, . . . 이렇게 차례로 팔봉까지 다녀오는 코스입니다. A팀은 전코스를 주파하고, B팀은 1봉까지만 가는 분도 있었고, 6봉까지 가는 분도 있었습니다.
팔영산은 멀리서 보면 8봉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 마치 하나의 봉오리처럼 보이는 아름다눈 바위산입니다. 계단과 난간이 잘 되어 있었지만 거의 전부 바위로 되어 있어서 암벽을 타는 기분이었습니다. 앞만 보고 가다가 처음 만난 제1봉인 유영봉에 올라가니 갑자기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사방이 탁 터인 경관이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위에서 아래를 보니 주변이 들판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고 있어서 들판과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있는 풍광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하산길에 박은옥 권사님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제 주차장까지 와 버렸습니다. 산이 아무리 좋아도 같이 가는 사람만 하겠습니까? 여행에서 무엇을 보느냐보다 누구와 같이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더욱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팔영산, 왜 八峯山이 아니고 八影山일까요? 영(影)은 그림자라는 말인데, 저 육중한 바위산을 어찌 그림자라고 했을까요? 추측건대 이 산의 이름은 스님이 짓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입구에 능가사라는 절이 있으니 그런 추측은 사실일 가능성이 큽니다. 불교에서는 이 세상이 하나의 꿈과 같다고 생각하는 사상이 있지 않나요? 보이는 모든 것이 실체가 아니라 우리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는 생각 말이지요. 그러니 도통의 경지에 도달한 스님이 보기에는 저 큰 바위산도 그냥 그림자로 보이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그렇게 힘들어 올라간 저 산이 견고한 바위가 아니라 그냥 그림자일 뿐이었다면, 우리가 올라가면서 힘들었던 것도, 우리가 흘린 땀도 한갓 아지랑이 같은 헛것이 아니었을까요?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면서 내려왔는데, 오늘은 특별한 하산주와 안주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목요천봉의 보배이자 모두가 닮고 싶어하는 방석하 고문님이 집에서 손수 준비해 오신 돼지고기 김치찌게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어디 이번 한 번이었습니까? 제가 알기에도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없이 여러 번이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돈도 돈이지만 그 연세에 그 많은 양을 집에서 준비하는데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더구나 사모님의 협조가 없으면 어디 가당치나 한 일이겠습니까? 그 무거운 것을 버스 정거장까지 손수 가져오시는 것은 어디 간단한 일입니까? 그런데 그런 노력과 정성의 결과물이어서 그런지 어찌 그리 맛이 있는지요. 너무 감사하지만 고생하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기까지 했습니다. 방선생님, 앞으로는 너무 힘들게 하시지 말고 가볍게 하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오늘 너무 잘 먹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정말 멋진 산행을 마무리 했습니다.
총무님께서 회장님의 근황을 알려 주셨습니다. 다다음주 총회에는 참석하실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회원들 모두 빨리 뵙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점심을 제공하니 반찬을 싸 오지 말라는 당부가 있었습니다.
한 주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다 다음 주 동학사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참석 못한 죄송한 마음이지만 일지와 앨범을 보며 사랑이 넘치는 우리 목요천봉산악회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열심히 체조하는 모습에서 안전산행을 보장받고. 고문님께서 주시는 사랑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나는 무엇으로 어떻게 보답해야 하나 ?
회장님께서는 그냥 참석만 하셔도 목요천봉 만만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