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노트르담 성당’의 제단과 내부.
반월형 아치와 기둥으로 장식돼 있고, 태피스트리로 꾸며진 중앙 제단화에서는 낙원 한가운데 서 계시는 성모 마리아를 볼 수 있다.
출입구를 통해 안으로 올라가면 원형으로 건립된 아름다운 성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당 내부
둘레도 주입구처럼 반월형 아치와 기둥으로 장식돼 있고, 천장에서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은 기도하는 사람들의 어깨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단아한 제단
주변도 그리스도교를 상징하는 십자가 문양 등이 동일한 패턴으로 장식돼 통일감을 준다. 태피스트리로 꾸며진 중앙 제단화에서는 낙원 한가운데 서
계시는 성모 마리아를 볼 수 있다.
주 제단의 왼쪽에는 성모님께 봉헌된 작은 ‘마리아 경당’이 있다. 이곳의 벽화와 제대의
모자이크는 예술계의 팔방미인 장 콕토(Jean Cocteaue, 1889~1963년)가 1960년에 만든 작품이다. 프랑스 출신인 그는 극작가와
연출가, 소설가와 시인 그리고 화가로서 거의 모든 예술방면에서 다재다능한 예술가였다.
경당의 좌측에는 ‘성모영보’ 벽화가 있고,
우측에는 ‘성모 승천’ 벽화가 있다. 정면은 ‘예수 수난’ 벽화로 꾸며졌는데 십자가 아래에서 눈물을 흘리며 비통해하는 성모님과 요한 사도, 로마
병사들이 선으로 묘사돼 있다. 제대의 정면 모자이크에서는 갓 태어난 아기예수를 구유에 눕히는 성모님의 겸손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마리아 경당의 ‘예수 수난’ 벽화와 갓 태어난 아기 예수를 구유에 눕히는 성모님 모습을 표현한 제대 모자이크.
원래 이 성당은 인근에 거주하는 프랑스 신자들을 위해 건립됐지만, 오늘날에는 그들뿐 아니라 이곳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을 품어 준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이주민이나 외국인 노동자들까지도 차별 없이 안아 주고 있다. 성당 옆에는
상담소가 있어 힘든 사람들을 위로해 주고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살펴 준다. 또한 물질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사랑의 실천도 활발하게
펼친다. 성당의 문도 항상 열려 있어 피곤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거나 기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성당 건물이나 그 안에 있는 성상과
예술품도 사람들에게 성스러움과 마음의 위로를 선사한다.
각박하고 메마른 사회에서 오늘날 교회가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하는지,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은 말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셨듯이 이 성당도 오가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내어 주며 성체성사 같은 모습을 잘 보여준다. 눈을 들어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도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성당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도교 신자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지친 사람들을 아무 조건 없이 품어 주는 교회야말로 참다운 그리스도의 교회일 것이다. 삭막한 도시 한가운데서 언제나
사람들을 안아 주는 프랑스 노트르담 교회 같은 성당을 우리 주변에서 더욱 많이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