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코스는 수락산과 불암산의 둘레길이다. 두 산은 서울에 등을 돌린 형세다. 전설에 의하면,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터를 잡는다는 얘기를 듣고 원래 금강산의 봉우리였던 두 산이 한양의 남산이 되겠다고 달려왔으나 이미 시답잖은 산이 버티고 있어, 삐쳐서 그 자리에 등을 돌리고 않았다고 한다. 또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꼴 보기 싫어서라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이런 맥락에서 수락산 기슭에 살았던 천상병 시인은 ‘수락산은 불쾌하게 돌아 앉았다’고 쓰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산의 등에 올라타 보면 서울의 상계동과 불암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도봉산과 북한산 풍광이 일품이다.
수락산 옛 채석장에서는 가야할 불암산이 한눈에 잡힌다. 오른쪽으로 노원구의 아파트 단지들이 빼곡하다.
조망은 수락산, 불암산은 호젓한 숲길
서울둘레길 157㎞ 대장정의 출발점은 서울창포원이다. 앞쪽으로 도봉산 암봉들이 악마의 성채처럼 우뚝하고 뒤로 옹골찬 수락산이 버티고 있다. 서울창포원은 붓꽃을 테마로 한 공원이다. 지금은 황량하지만, 5~6월이면 노랑꽃창포, 부처붓꽃, 타래붓꽃, 범부채 등 130여 종의 다양한 붓꽃 수십만 송이가 피어난다.
서울둘레길의 출발점인 서울창포원은 앞으로 도봉산, 뒤로 수락산이 버티고 있다.
서울창포원에서 수락산으로 들어서는 과정이 매끄럽다. 창포원을 나와 중랑천을 따르다가 수락리버시티 아파트단지의 생태공원을 통해 수락산으로 넘어간다. 아직 계곡은 얼어있지만, 얼음장 밑에는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청량하다. 꽃눈을 단 나뭇가지도 부쩍 물이 올랐다. 봄은 이미 나무 안에서부터 오고 있었던 것이다.
(왼쪽) 상도교에서 바라본 중랑천 산책로.
(오른쪽) 수락골로 내려가는 길에 만난 서울둘레길 안내판은 주민들이 적어서 소박하다.
고개를 하나 넘으면 수락산의 대표적인 계곡이자 등산로인 수락골(벽운동계곡)을 지난다. 많은 등산객들로 제법 북적북적하다. 다시 오르막을 한동안 오르면 첫 번째 조망 데크를 만난다. 건너편 북한산과 도봉산의 모습이 장관이다. 호젓한 리기다소나무 숲길을 내려오면 노원골을 만난다. 이곳은 수락골 다음으로 많은 사람이 찾는 등산로 입구다. 계곡을 건너 산허리를 타고 돌면 두 번째 조망 데크가 나온다. 왼쪽으로 불암산이 살짝 보이고, 앞쪽으로 아파트 단지들이 빼곡하다. 다소 삭막해 보이지만, 도봉산·북한산·수락산·불암산이 아늑하게 품고 있다.
노원골은 수락골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수락산의 대표 계곡이다.
데크를 지나 모퉁이를 두어 번 돌면 너덜지대 같은 곳을 지난다. 이곳은 예전 채석장이 있던 자리다. 풍경은 황량하지만 앞쪽으로 시야가 터져 조망이 좋다. 너덜길 끝 지점에 세 번째 조망 데크가 있다. 수락산 둘레길 3개의 데크 중에서 이곳이 가장 시원한 조망을 선사한다. 가야할 불암산이 어서 오라는 듯 두 팔을 벌리고 있다. 데크를 지나면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서 당고개역과 덕릉고개가 갈린다. 본 코스는 당고개역을 지나 불암산으로 넘어가고, 우회코스는 산길을 통해 덕릉고개로 간다. 거리는 4.3㎞. 시간 여유가 있고 체력에 자신 있으면 우회코스를 밟아도 좋겠다.
옛 채석장 자리에 세워진 전망 데크. 수락산 둘레길을 통틀어 가장 조망이 좋다.
당고개역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효림사는 따뜻한 녹차, 커피 마실 수 있게 해놓았다. 따뜻한 인심이 느껴진다. 당고개역에서 수락산과 불암산은 바통터치를 한다. 1번 출구 쪽으로 나오면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따르면 길을 건너고 골몰길을 지나면 불암산 철쭉동산을 만난다. 이곳에 빨간 우체통 같은 스탬프 보관함이 있다. 꽝! 스탬프를 찍었으면 다시 출발.
길을 나서면 불암산의 암봉이 올려다보이는 ‘넓은마당’이 나온다. 약수터, 체육시설, 화장실 등이 자리한 공간이다. 이곳을 지나면 길은 울창한 숲으로 빨려 들어간다. 불암산 둘레길은 숲길 걷는 맛이 좋다. 중간 중간 약수터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학도암갈림길에서 잠시 둘레길을 벗어나 학도암에 들러보자. 학도암 뒤에는 13.4m에 이르는 거대한 바위에 양각 기법으로 마애관음보살좌상이 새겨져있다. 섬세한 수법으로 마치 부처님이 살아 있는 듯 느껴진다. 이 관음상은 명성황후의 발원으로 조성되었다고 전한다.
학도암 마애보살좌상은 높이 13.4m에 이르는 거대한 부처상이다. 19세기 조각상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첫댓글 서울 둘레길 1코스~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