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사장 분투기’라는 책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의 자영업자 실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가 왜 이렇게 늘어났고,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이 주저앉는지, 그런 자영업에 계속해서 사람들이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실패한 많은 자영업자들은 실패의 이유를 자신의 능력 부족이라고 말한다. 물론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않고 생계를 위해 무작정 자영업이란 정글로 뛰어들었다면 실패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자영업 세계는 권리금으로 이익을 보려는 사람, 그와 뜻을 함께하는 부동산 중개업자들과 같이 맹수들이 새로운 먹잇감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정글 속에 어떠한 준비도 없이 서둘러 들어가는 것은 그들의 실수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사회과 이들에게 자영업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제공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정보를 찾아도 정부에서 제공하는 정보 중 쓸모 있는 정보는 거의 없다. 결국 자영업 준비자들이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데 자영업을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고 어떤 정보를 어떻게 수집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런 그들을 정글 속 절벽으로 내모는 것은 우리 사회인 것이다.
자영업계가 불황인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실정에서 자영업을 ‘창업’이라는 멋진 말로 포장하여 사람들을 정글 속으로 내민다. 그렇다고 자영업계를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다. 권리금이나 보증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자영업자들이 수두룩한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권리금이 법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대기업과 프랜차이즈는 골목 상권을 침해하고 있다. 동네 빵집은 물론 자영업자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분야까지 이들이 파고들고 있다. 정부는 적어도 상권 제한을 했어야 한다. 자영업이 보장 받아야 할 업종과 골목에는 이들이 들어서지 못하게 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눈을 감고 있는 도중에 골목 상권들의 대부분은 빼앗기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방법을 총동원해서 자영업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자영업자들의 불행을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다. 한국 자영업자 비중은 경제활동인구의 28.8%로 8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들의 불황은 대부분의 국민과 연관되어 있다. 자영업의 문제는 복지의 관점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금 이대로 지속되었다가는 골목 상권은 아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아니 대기업만이 존재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나의 기업에서 생산 유통 판매까지 독점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까지 가게 된다면 정부가 규제할 수도 없을 뿐더러 정부의 경제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자영업의 권리를 보장하고 보호해야 한다.
자영업이 많이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단계에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는 위기의 순간에 있다. 지금 당장 자영업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야 한다. 지금 당장부터 위기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 전체가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다. 그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모두가 ‘골목사장분투기’를 읽고 현재의 위기를 직시하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지금 당장의 편의를 위해서 대기업과 프랜차이즈를 옹호하지 않기를 바란다. 작은 행동부터 자영업자들을 지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