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천국 빛고을 건강타운
이 명 사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들이 환영 받을 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거리를 배회한다든지 지하철이나 공원에 가서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이 많다.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잠이나 자고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지내든지 잔소리나 하고 이것저것 간섭한다고 집안 식구들에게서 핀잔을 듣기도 한다. ‘내가 정말 열심히 일하고 가족들을 위해 헌신했는데 늘그막에 이렇게 쓸모없이 뒤퉁거리가 되어있다’는 생각에 삶의 의욕도 건강도 잃게 된다.
그런 노인들에게 기쁨과 활력을 되찾게 해 주고 건강한 웃음과 행복한 에너지를 충전 시켜 주는 곳이 있다. 이곳이 광주광역시 빛고을 노인건강타운이다.
이곳은 3만평이 넘은 넓은 부지에 7년의 공사기간을 통해 복지관, 문화관, 체육관, 후생관, 야외시설 등이 완성되었고, 한의원, 치과, 물리치료실, 건강 증진실, 구내 매점, 은행 등의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수강과목은 200개가 넘는다하니 어느 누구나 자기의 수준이나 취미 적성에 맞게 골라 참여할 수가 있다. 그야말로 노인들에게 안성맞춤인 평생교육원이자 건강증진 기관이다. 한 강좌 수강하는데 4개월에 수강료가 2만원밖에 안 된다. 싼값으로 맛있는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구내식당이 있고, 무료 셔틀버스가 시내 곳곳으로 운행되고 시내버스 노선도 다양해서 교통도 좋은 편이다.
나는 직장에서 퇴임하고 오랫동안을 집안에서 할 일없이 그럭저럭 보냈다. 그동안 고생하며 바쁘게 살았으니 이제는 좀 편하고 한가하게 살자는 생각 이었지만, 집안에서 너무 느슨하게 사니까 살만 찐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에 나오게 되었다.
내가 처음 수강한 과목은 가곡 부르기, 한국무용, 라인댄스였다. 모두 다 재미있고 유용했으며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내 느슨하고 무기력한 생활에 활기가 생기고 바빠졌다는 것이다. 수업하고 남은 시간에는 체육관 걷기코스를 돌면서 운동하고 시간나면 도서실에 가서 책 읽고, 벤치에 앉아서 쉬기도 하면서 푸르른 잔디와 넓은 부지에 나무들과 꽃을 보면서 마음이 행복해 졌다.
아침에 이곳에 도착하면 이미 수업하고 있는 교실에서 들려오는 오카리나 소리, 하모니카소리에 내가 다시 학교에 온 느낌이 들어서 설레었다. 키타 연습하는 사람, 요가 하는 사람, 춤추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 각자 자기분야에서 열심을 다하며 늘그막을 아름답게 보내는 멋쟁이들이었고, 도서실에서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지 집중하여 있는 모습들이 경이롭고 존경스러웠다.
많은 사람들과의 사귐도 좋고, 합창단에 참여해서 합창복을 입고 무대에 서보는 값진 경험도 하게 되었다. 문학반에 참여해서 글을 쓰게 되고 서구청에서 하는 문예작품 공모에서 수상도 하고 동산 문학에 등단하는 영광도 얻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하루 종일 책 한번 읽지 않고 지내던 날이 태반이었는데 지금은 책을 자주 읽게 되었고, 글쓰는 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수준 높은 동료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도 큰 기쁨이었다.
광주에 노인들을 위한 이런 평생교육 기관이 생겨서 행복한 노후를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해준 것에 감사한다. 여기에 다니는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여기를 ‘노인 천국’이라고 말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외국 관광객들도 우리 노인 건강센터를 방문하고 부러워한다. 점점 많은 노인들이 와서 이제 주차장이 부족할 정도이지만 광주에 사는 노인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감사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