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클래식 음악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악입니다.그렇지만 많은 비유럽 문화권 역시 유럽의 예술 음악에 버금가는 독자적인 고전 음악을 보유하고 있지요.어떤 문화권에서든전문적인 음악,보존되고 계승될 만한 음악,배울 만한 가치를 인정받는 음악, 이론적인 체계를 갖춘 음악이면 포괄적으로 ‘클래식 음악(고전 음악)’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기록과 채보가 유럽 음악의 핵심적인 특징이지만, 그렇다고 기보가 고전 음악의 기본 범주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문화권에서는 양피지나 종이가 없는데도 아주 오랫동안 음악이 전해져오고 있으니까요. 진보라는 개념은19세기 패권주의를 낳은 불행의 씨앗입니다. 유럽에서는 모든 인류가 공통적으로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진화하고 발전하며,모든 민족은 점차 더 좋은,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고가 뿌리를 내립니다.그리고 이런 시각으로 다른 문화권을 바라보지요. 유럽에 속하지 않은 다른 지역의 문화는 근원적이지만 아직 덜 진보된 ‘원시적인’문화로 여겨집니다. 오늘날의 학문은 더 이상 획일적이고 직선적인 진보를 내 세우지 않습니다.오히려 각 문화의 독창성과 중요성을 주장할 만큼,역사를 이해하는 가치관과 관점이 넓어졌지요. 지구상의 문명화된 지역에는 대부분 하나의 음악 문화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개의 음악 문화가 공존하지요.아프리카의 경우를 봅시다.
북쪽은 아랍의 영향을 많이 받고,남쪽은 상대적으로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그리고 언어와 문화가 서로 다르고 생활양식에서도 차이를 보이는 많은 부족들이 모여 삽니다. 이들의 전통 음악을 보면, 5음 음계도 존재하고7음 음계도 눈에 띕니다. 독자적인 음 체계를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자연적인 음정들을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음악은 구전으로 전해지며,기보체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동아프리카의 거대한 왕국이었던 부간다의 궁중음악은 거의 5세기 전부터 지금까지 이 지역 음악가들에게는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아마 아프리카의 고전음악으로 꼽아도 무리가 없을 겁니다.부간다의 궁중의식에는 복잡한 리듬의 북 음악과 바키심바Bakisimba,낭카사Nankasa,아마군주Amaggunju등의 춤이 등장하고,엔낭가Ennanga(하프의 일종),엔통골리Entongoli(리라의 일종)같은 선율악기와,아마딘다Amadinda.아카딘다 Akadinda같은 실로폰이 음악을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5세기,일본은 불교의 전파와 함께 중국과 한국의 오랜 문화를 받아들여 가구라神樂,야마토우타大和歌,구메우타久米歌등의 독자적인 노래 형식을 발전시킵니다. 특히 춤과 음악이 결합된 전통 궁중음악인 가가쿠雅樂는10세기에 예술적으로 성숙한 경지에 이르고,그 후로 몇 세대를 거치며 궁중의 중심 문화로 자리매김합니다. 복잡한 작곡 기법에 기반한다는 점이 이 음악의 특징인데,이는 향후 아시아 음악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더 나아가 세계적인 예술 형식으로 뻗어나가는 발판이 되지요. 위에서 살펴본 부간다나 일본의 궁중음악처럼,인도,한국,중국 등 다른 문화에서도 고전적인 음악으로 여겨지는 여러 예들이 존재합니다.특히 기원전1000~600년 사이에 쓴 『시경詩經』에는 지금까지도 고전 음악이라 여겨지는 중국의 옛 음악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른 문화권의 음악은 서방의 음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변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팝 음악,대중음악의 발전과 유럽 클래식 음악의 세계적인 시장화로 수천년간 지켜온 문화유산이 점점 미려나는 상황입니다. 음악은 언어와 비슷합니다.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언어는 사라지고 맙니다.한 연구단체는,다음 세기에는 아마 전체 6500여종의 언어 중 3분의1정도가 사멸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을 내놓았지요.마찬가지로 지구상의 모든 음악 문화가 다음 세기에도 고스란히 살아남지는 못할 겁니다. 귀중한 인류의 문화자산 중 일부는 되돌릴 수 없는 몰락의 길을 가겠죠. <출처:쾰른음대 교수진,‘클래식 음악에 관한101가지 질문’_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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