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漢詩)
환생시(還生詩)
원등암상일륜월遠燈庵上一輪月
영타도성작재신影墮都城作宰身
갑오이전해봉승甲午以前海奉僧
갑오이후김성근甲午以後金聲根
해봉사<海奉師>
원등암 산 위에 한바퀴 둥근 달이
그림자가 도성에 떨어져 재상이 되었구나!
갑오년 전에는 해봉이란 스님이었는데
갑오년 이후에는 재상 김성근이 되었구나.
이 게송(偈頌)은 칠언절구(七言絶句) 평기식(平起式) 시(詩)다. 압운(押韻)은 상평성(上平聲) 진통(眞統) 운족(韻族) 신(身), 상평성(上平聲) 원통(元統) 운족(韻族) 근(根)으로 작게(作偈) 했다. 시제(詩題)는 환생게(還生偈)로 전해진다. 자료마다 게송(偈頌)마다 기구(起句)와 승구(承句)가 다르다. 석년중유원암산(昔年曾遊遠岩山) 오락한성작재신(誤落漢城作宰身)으로 된 것도 있고, 원암산상일륜월(遠岩山上一輪月) 영락한성작재신(影落漢城作宰身)으로 된 것도 있고, 원등산상일륜월(遠燈山上一輪月)으로 된 것이, 파제(破題) 작시법(作詩法)으로 보면 맞는 것 같다. 원등암(遠燈庵)에 있는 환생(還生) 선화(禪話)라면 당연히 원등산일륜월(遠燈山上一輪月)이 평측(平仄) 운통(韻統)으로 봐도, 맞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기구(起句)를 원등암상일륜월(遠燈庵上一輪月)로 했다. 갑오년 이전에 원등암에서 수행하던 해봉(海奉)이란 스님이 남긴 선화(禪話)다.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 원암산(遠岩山) 원등암(遠燈庵)이라는 암자(庵子)가 있는데 이곳에 해봉(海奉)이라는 주지가 있었다. 해봉 스님이 1834년 2월 8일 입적(入寂)하면서 원등암 석굴나한전(石窟羅漢殿)에 조그만 석함(石函)을 두면서 “이 석함은 전라(全羅) 감사(監事)로 부임(赴任)하는 사람만이 열 수 있을 것이다”라는 유언(遺言)을 남겼다. 그 후로 감사로 부임한 사람마다 암자에 와서 열어보려고 하였으나 열지 못했다. 그런데 김성근(金聲根) 감사가 30세 때 전라 감사로 부임하고 암자에 찾아와서 석함(石函)을 열자 바로 석함이 열렸고 석함 속에서 불경과 함께 위의 칠언절구 게송(偈頌)이 나왔다는 것이다. 게송 내용으로 보면 김성근(金聲根) 전라 감사는 해봉(海奉)스님의 환생(還生) 후신(後身)이 틀림없다. 해봉(海奉) 스님은 명필(名筆)이었다고 전한다.
그래서 그런지 김성근(金聲根) 감사도 당대 명필(名筆)로 알려졌다. 부산 범어사(梵魚寺) 일주문(一柱門) 글씨가 김성근(金聲根) 감사 글씨라고 한다. 전생(前生)의 필력(筆力)이 후생(後生)에도 여전(如前)함을 나타내준 예다. 범어사 일주문에 보면 조계문(曹溪門)이라는 작은 편액(扁額)은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가섭존자(迦葉尊者), 달마대사(達磨大師), 육조(六祖) 혜능대사(慧能大師)의 법맥(法脈)을 이은 조계종(曹溪宗) 사찰(寺刹)임을 나타낸 것이고, 오른쪽의 ‘선찰대본산(禪刹大本山)이라는 편액(扁額)은 범어사(梵魚寺)가 선종(禪宗)의 으뜸 사찰임을 알려주고 있고, 왼쪽의 금정산범어사(金井山梵魚寺)라는 편액(扁額)은 산명(山名)과 사찰명(寺刹名)을 밝힌 것이다. 78세 때 관서(款書)로 쓴 것으로 자료에 나온다. 김성근(金聲根) 감사는 서재필박사(徐載弼博士)의 외숙(外叔)으로 알려져 있다. 팔공산동화사(八公山桐華寺)와 해남대흥사(海南大興寺) 현판(懸板) 편액(扁額)도 쓴 것으로 나온다. 전생이 해봉(海奉)스님이라는 것을 안 후에 김성근(金聲根) 감사가 쓴 시가 기구 승구만 고친 위에서 지적한 시구로 게송을 차용 작시했다. 옛날에는 일찍이 원암산에 노닐다가 한성에 잘못 떨어져 재상의 몸이 되었구나! 감오년 이전에 해봉이란 승(僧)이였다가 갑오년 후에는 김성근이 되었구나.<昔年曾遊遠岩山 誤落漢城作宰身 甲午以前海奉僧 甲午以後金聲根> 게송에서 보듯이 전생에 수행승이 후생에 잘못하여 유생(儒生)으로 태어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불교(佛敎)에 귀의(歸依)하여 서울 대각사(大覺寺) 부근에 살면서 용성선사(龍城禪師)의 지도로 참선(參禪) 정진(精進)했다고 한다. 공직은 대한제국 총리대신(總理大臣)까지 지냈다고 한다. 말년에는 전국 사찰을 돌면서 수행정진도 하고 원등암(遠燈庵)에 사답(寺畓)도 시주를 했다고 한다, 사후(死後)에는 사리(舍利)가 많이 나왔다고도 한다. 조선말 근대에 있었던 환생(還生) 선화(禪話)다. 마무리를 지으면서 게송 하나를 올립니다, 삼계는 마치 우물의 두레박 같아서 백천만겁 미진겁이 지나갔네, 이 몸을 금생에 제도하지 않으면 어느 생에 다시 제도하겠는가? <三界猶如汲井輪 百千萬劫歷微塵> 오늘은 원등암 해봉스님 환생 선화 게송을 반추해 보았다. 요즘 유튜브에 보면 어떤 스님이 윤회는 없다고 단언을 해서 야단이다. 견성성불(見性成佛)을 했으면 모르되 삼독심(三毒心)이 들끓은 범부(凡夫)라면 구업(口業)을 짓는 일이니, 장군 죽비로 30방을 맞아야 할 것이다. *관서(款書)란 그림을 그린 후 작가의 이름과 그린 날짜, 장소 그리고 누구에게 헌정하는 것인지 등을 써놓은 글을 말한다. 여법당 화옹 합장,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