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curling에는 물리학이 많이 관여한다. 회전 속도, 각도, 운동량 전달, 마찰 분석 등. 그런데 화학이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선수들 유니폼은 '라이크라'Lycra로 만들고, 컬링 시트sheet의 가장자리는 비교적 마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고밀도 '폼'foam으로 제작된다. 슬라이더 신발의 밑창은 프라이팬에 쓰는 것과 같은 '테플론'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얼음과 스톤에서 역할이 특히 두드러진다.
이 스코틀랜드 스포츠는 얼음 표면 바로 아래에 배치된 염수나 부동액을 순환시키는 파이프망을 통해 정확히 영하 5 °C로 유지한 얼음 위에서 진행된다. 얼음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얼음 속에 내장된 센서를 통해 온도, 습도, 심지어 공기 질까지 모니터링한다.
시트를 만들기 위해 얼리는 물은 그냥 수돗물이 아니다. 여과하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필요하면 pH도 조절한다. 물 속 총용존고형물TDS의 양이 많을수록 얼음은 더 부드러워진다. 컬링의 경우, 전문 제빙 기술자들이 마찰이 거의 없는 매우 단단한 얼음을 만들기 위해 0~10 ppm의 TDS를 유지한다. 아이스하키와 스피드 스케이팅은 이보다 약간 더 부드러운 얼음을, 피겨 스케이팅은 120~150 ppm으로 가장 부드러운 얼음을 만든다.
컬링 시트에는 페블pebble이라 부르는 ‘얼음 돌기’가 있는데, 두 번에 걸쳐 매우 정교하게 만든다. 첫 번째는 실온의 물을 사용하고, 두 번째는 따뜻한 물을 사용해 조금 더 키가 큰 페블을 만든다. 이렇게 하면 위층이 닳아도 아래층이 남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내구성 있는 페블을 만들기 위해 계면활성제를 쓰기도 한다.
컬링 ‘스톤’을 만드는 재료는 전 세계 단 두 곳에서만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나는 영국 웨일스 북부의 트레포 화강암 채석장Trefor Granite Quarry이고, 다른 하나는 스코틀랜드 본토 서쪽에 있는 섬 알리사 크레이그Ailsa Craig이다. 이 사실상 독점 체제에서 네 가지 종류의 스톤이 나온다. 스코틀랜드 섬에서 나는 블루 혼Blue Hone과 커먼 그린Common Green, 웨일스 채석장에서 나는 블루 트레포Blue Trefor와 레드 트레포Red Trefor다.
이 가운데 블루 혼은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스톤 바닥 부분인 '러닝 밴드'에 가장 이상적인 재료로 여겨진다. 잘 깨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스톤과 부딪히는 '스트라이킹 밴드'에는 적합하지 않은데, 초승달 모양의 깨짐chip이 쉽게 생기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밝힌 연구에 따르면, 핵심은 암석의 광물 입자 크기에 있다. 블루 혼은 대부분 크기가 비슷한 작은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어, 큰 입자보다 얼음에 의해 뽑혀 나갈 가능성이 낮다. 설령 떨어져 나가더라도 생기는 구멍이 작다. 또한 비교적 비공성非孔性 암석이어서 미세한 흠집 속에서 얼음이 형성되며 생기는 균열을 막아준다.
스트라이킹 밴드에는 나머지 세 종류의 스톤이 더 적합하다. 이들은 광물 입자 크기의 분포가 더 넓어, 초승달 모양의 깨짐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컬링 스톤에 쓰이는 암석은 흔히 화강암이라 불리지만, 엄밀히 말하면 화강암이 아니라 화강암질 암석granitoid이다. 지질학자의 설명에 따르면, 관입 화성암을 분류하는 방식은 암석 내 특정 광물의 함량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화학적으로 화강암과 유사한 암석, 즉 화강암질 암석의 경우에는 석영, 알칼리 장석, 사장석의 비율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이 분류에 따르면, 아일사 크레이그의 암석은 알칼리 장석 석영 섬장암, 블루 트레포는 석영 몬조가브로, 레드 트레포는 화강암•화강섬록암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