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뿌리를 찾아서>
송정동의 아름다운 풍광과 포구
구덕포와 구덕일출
구덕포(九德浦) 마을은 송정동 800번지 일대에 있던 자연마을이다. 동해선 옛 송정역에서 철길을 지나 해수욕장에서 남쪽으로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면 한적한 어촌마을을 만나게 된다. 송정과 청사포 사이에 있는 작은 포구로 대부분 암석해안으로 이루어져 있다. 왼쪽에는 송정해수욕장과 물 맑은 파란 바다를 끼고 오른쪽은 옛 동해남부선 철도 흔적과 갯마을의 풍경이 아직은 카페들 틈에 조금 남아 있다.
2006년 APEC 성공개최 기념으로 와우산 십오곡도 달맞이길 옆 등잔산 정상 위에 세워진 해마루에서 바라본 구덕포에서 떠오르는 해는 일대 장관이다(구덕일출).
구덕포 마을에는 수령이 약 300년 이상이된 해송이 마치 용이 꿈틀거려 하늘 위로 올라가는 듯 절묘한 형상으로 땅 위를 기듯이 덮고 있는 소나무가 있는데, 이 와송(臥松)이 지닌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 온다.
이 소나무는 본래는 동해 바다에서 살고 있던 해룡 부부인데 허구한 날 부부 싸움만 하여 평화로운 바다에 평지풍파를 일으켜 바닷가 인간 세상에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 이를 보다 못한 용왕님이 지팡이로 무릎을 한 번 후려치고 이들 부부를 소나무로 만들어 구덕포 해안가로 쫓아냈는데,‘인간 세상에 나가서 9가지 덕을 베풀어 그동안 풍파에 시달리던 사람들에게 사죄를 다 하면 다시 동해 바다로 불러들인다’고 하였다고 한다.
“9덕은 첫째, 나무줄기는 어부들의 배를 만들 용골이 되고, 둘째, 가지로는 어부들이 집 지을 때 지붕의 서까래가 되고, 셋째로 나무의 가지 끝에는 바닷새들의 집을 지을 안식처가 되고, 넷째로는 떨어진 솔잎으로 추운 겨울 혼자 사는 할머니 집 군불용 땔감이 되고, 다섯째로는 그 잎으로 추석날 송편 빚는 맏며느리의 떡시루 깔개가 되고, 여섯째로는 송진으로 밤새 공부하는 선비의 호롱불이 되고, 일곱 번째는 무성한 가지로 바람을 막아 태풍에 지붕이 날아가는 집이 없도록 하고, 여덟 번째는 관솔로는 훼를 밝혀 밤에도 어부들이 고기를 잡게 하고, 마지막 아홉 번째는 시원한 나무 그늘을 만들어 더위에 지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쉬게 하라!”하며 용왕님이 명을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부부는 아직도 허리 한번 펴보지 못한 채 나란히 땅에 엎드려 서로를 쳐다보며 원망만 하고 있는지 9가지 덕목 중 한 가지도 제대로 베풀지 못해보고 세월만 보내고 있다고 한다.
※ 구덕이란 9가지 덕목을 말하며 구전 채집 재구성 이야기임
/ 이광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