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번 주 금요일에 2030혈액질환환우 및 고형암 환우분들 약20명이 춘천에 당일치기로 나들이 다녀왔습니다. 제가 왠만하면 후기 같은 거 잘 안 남기는데 너무 즐겁고 뜻 깊은 시간이이여서 같이 나누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중증재생불량성빈혈로 타인조혈모세포이식 후 4개월이 된 배수겸이라고 합니다. 발병은 15년 전 중학교 2학년 때 했었는데 공여자가 없어서 면역치료와 수혈치료로 살다가 올해 초중증으로 바뀌면서 공여자를 찾아 이식하게 되었습니다.
이식을 위해 입원해있는 동안 2030혈액질환모임의 밴드가 생기게 되었고 바로 밴드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혈액질환, 그중 젊은 환우를 위한 모임이라 같은 동질감 속에 공유하고 서로 힘이 되며 희망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정말 좋았습니다.
1달에 한 번하는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이식초기이고 회복단계라 참석할 수 없었습니다. 4개월쯤 되니 모임에 나갈 체력도 생기고 이제 가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모임을 대신해 춘천으로 나들이를 간다는 공지글을 보았습니다. 당시 집에서 회복하는 시간이여서 너무 심심했습니다.
글을 보고 나서 정말 참석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밖에서 하루종일 나들이하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혈액암협회 봉사자이신 민석이형(희망맨)께 의견을 여쭤보았습니다. 민석이형도 오케이하시고 저 또한 생각하고 고민도 꽤 많이 했습니다. 그 결과 가자!!라고 결심했습니다. 또, 평소 체력운동을 해놔서 자신은 있었습니다. 전날 인솔자이신 윤수지간사님의 전화통화에서 제 몸 상태와 여러 가지 안내등의 내용을 통화하였는데 마음이 한층 더 편안해지고 기대되었습니다.
당일 아침 서울역 앞, 타고 갈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제가 거의 세 번째로 일찍 도착 했습니다. 제 이름이 적힌 명찰을 목에 걸고 어색하게 앉아있었습니다. 점점 사람들이 도착하고 간단한 눈인사를 했습니다. 밴드에서 본 얼굴들을 볼 때 마다 내색은 안했지만 반가웠습니다. 제 옆자리는 민석이형이 타셔서 많이 도와주시고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제가 잘 적응 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버스가 출발하고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이름과 얼굴을 대충 익히고 춘천으로 도착하는 동안 맨 뒷자리로 이동해 승훈님, 성원님, 호성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떻게 발병하게 되었고 치료는 어떻게 하고 있으며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친구들과의 관계는... 등등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정말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나이대로 비슷하고 고충도 비슷하니 이렇게 말잘 통하는 친구들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느새 춘천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간곳은 김유정문학촌 이었습니다. 단체 사진도 찍고 두 명이 짝을 이루어구경도하고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고형암 환우분과 짝이 되었는데(이름을 까먹었습니다ㅜ 죄송해요)저와 병은 달랐지만 생활하거나 느끼는 감정, 힘든점 등은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서로 위로도 할 수 있었고 희망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김유정문학촌이 볼 것은 없었습니다.(윤수지간사님 죄송ㅜ)하지만 그 시간동안 걸으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정말 의미 있었습니다.
드디어 점심시간! 점심은 건강식인 가마솥보리밥을 먹었습니다. 여러 가지 나물과 보리밥을 비벼서 냠냠! 저는 아쉽지만 이식4개월이라 음식을 조심해야 해서 거기서 나오는 미역국과 된장국으로 밥을 먹었습니다. 나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레일 바이크를 타러갔습니다. 처음 타보는 거라서 설렜습니다. 레일바이크를 기다리는 동안 같은 재생불량성빈혈 환우인 민희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웠습니다. 2주후에 반일치이식을 하신다고 걱정을 많이 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이식 선배로서 몇 가지 조언과 경험담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 분이 정말 힘이 되고 고맙다고 표현해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수치도 좋고 숙주반응도 없이 이곳에 와서 활동하는 자체가 희망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레이바이크에 몸을 싣고 달렸습니다. 좋은 공기와 햇살을 가르며 철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듯 다리를 움직였습니다. 강원도라 경치가 좋은 건 말 안 해도 다 아실 거라 생각됩니다. 가끔 동굴 같은 터널로 들어가니 정말 시원하고 머리도 맑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식후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음은 구봉산전망대라는 곳을 이동했습니다. 그곳에는 산토리니라는 그리스식 카페가 있는데 그곳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이번나들이의 하이라이트! 나의 1년 후의 모습을 각자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서 색도화지와 크레파스로 생각을 적고 꾸미고 발표를 했습니다. 각자 치료 때문에 하고 싶은 것, 또 원하는 것, 저 같은 경우는 먹고 싶은 것 등등 비슷한 부분도 있고 각자의 특별한 어떤 것도 있었습니다. 2030인 만큼 여친남친, 결혼, 출산은 대부분 공통적이었고 희망 가득한 그런 내용들이었습니다. 발표를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힐링이 되었습니다.
이제 전망대에 나가서 춘천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탁 트인 시야도 감상하고 사진도 찍고 자유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진담당을 해주시는 박정숙부장님께서 단체사진부터 시작해서 아기자기한 커플사진, 개인사진을 다양하게 찍어주셨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여정의 시간이 흐르고 단체사진을 찍고 서울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하루 종일 움직이고 이야기하고 했지만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이식 후 이렇게 많이 활동한건 처음이었습니다. 돌아가는 버스에서 좀 쉬려고 눈을 감았지만 잠이 들지 않았습니다. 너무 행복했습니다. 좋은 사람들 함께 즐겁게 여행하고 또 저 스스로 체력적으로 걱정했지만 이겨낸 것 같아서 마냥 행복했습니다. 집에 가는 버스에서도 뒷 자석으로 옮겨서 수다를 떨었습니다. 하루 동안 많이 이야기하고 친해졌습니다. 다음 달 모임도 벌써 기대되었습니다.
다들 헤어지고 박정숙부장님과 윤수지간사님과 혈액암협회 빌딩 앞에서 제일 마지막에 헤어졌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삼일이 지났지만 여전한 설렘이 남아있습니다. 이 느낌을 간직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테리님 안색을보니 좋네요 .입술색깔도좋고 쭉건강하세요
철인님 감사합니다^^ 수치좋고 컨디션좋습니다! 철인님도건겅하세요~
너무 좋아보이시네요~좋은시간 되셨겠어요
앞으로도 건강하세요 쭈욱~~!!!
네 감사합니다^^ 건강잘 챙기며 놀겠습니다ㅎㅎ
좋아보입니다~저도 기회가되면 함께하고 싶넹ㅎ^
가입하셨더군요ㅎㅎ 함께해요^^
@공부하는 테리 가입은했는데 멀어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