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과 어느 시인의 죽음
정현수
누군가는 이 첨단 시대에 자기만을 위한 것을 찾는 것에 전념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그건 복잡다단한 21 세기 시대에(개성 시대) 어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자연스레 자기에 맞춰지고 그것에 의해 빗나간 걸 찾기 위한 자기 노력일 수도 있다. M*나 일부 세대들은 그들만의 의식이나 사고에 첨단 IT를 발휘하며 공중곡예하듯 위험스레 살아가고 있다.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의 정보나 세태의 흐름을 수집하여 그들 인생이 얼마나 찬란한가에 의미를 둔다. 또 자기들의 첨단 의지를 최대한 표현하기 위한 속성에 멈춤도 없다. 자랑인 양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에 집중하며 살아가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서로 속고 속이며 그 속에 교활한 계략이 있는지도 모르고 즉흥적이며 감각적인 것에 몰입해 잘못된 의식 사고로 이끌어 간다. 때론 신념과 열정으로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단호하듯 엄숙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진중한 꿈이 아닌, 디지털의 너그러움이 없이 서로를 도구라 생각하는 망각의 현실에 젖어 제멋대로의 환상의 세계에 빠져 있지 않을까? 단언컨대 그건 전근대적 사회 윤리며 잘못됨이다. 그런 풍조에 빠져 모순에 부딪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현실은 모든 게 반 반으로 갈라진 세상에 당연히 일부다. 그러니 다른 기성인들은 그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애정이 깊은 더없는 관심을 보여야 한다.
어느 방송국에서 방영한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에서 한 주인공과 반려견의 모습을 보았다. 운동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점차 근육이 굳어가는 '루게릭 병'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홍 정식'(57) 씨와 유선암과 피부암이 퍼진 그의 반려견 '쿠키'(11)의 전국 일주 여정을 그린 프로그램이다. 9년 전 개 번식 농장에서 갇혀있던 쿠기를 데려와 돌보던 중 그에게도 1년 전 회복이 불가능한 루게릭 병을 얻은 것이다. 그는 절체절명에서 단호하고도 숙명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걸 스스로 확인한 것이다. 절박한 현실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하는 것에 고심했다. 그리고 그는 힘든 선택을 하고 그걸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지금 생(현실)에 할 수 있는 만큼의 여행을 계획했다. 숨이 붙어 있는 한 행복하고 싶다는 그의 결연한 의지는 확고했고 신념은 열정으로 이어져 갔다. 그 모든 열정과 의지는 지금까지의 삶과 전혀 다른 것이 된 것이다.
사람은 자기감정에 진실이 다다를 때 벅찬 희열을 느낀다. 자기가 살고 있다는 의지 표현에 어떤 게으름이나 자기 신념을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뭐라도 해야만 했던 그는 쿠키와 여행을 계획했다. 그 둘이 시작한 아름다운 우정을 위해, 작은 행복을 위해 간단한 꾸러미와 개조한 자전거 한 대로 시작했다. 어떤 허세도 과장도 없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꺼리지 않는 마음으로 오직 사는 날까지 행복하겠다는 마음으로 길을 떠난 것이다. 오직 둘만이 죽음으로 가져갈 수 있는 재산, 아름다운 추억을 쌓기 위해, 행복을 살아 숨 쉬는 날까지 가져야겠다는 신념뿐이었다. 정식 씨는 쿠키가 심하게 아파 힘들 때 여행을 중단하고 자기 짝이 진정이 될 때까지 마냥 기다려 주고 도리를 다함은 그녀, 쿠키를 사랑하고 그 격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어떤 것에도 마다하지 않고 서로 함께하는 시간에 의미를 두었기 때문이다. 과정에서 함께 했기에 행복을 배웠고 감사하다는 그는 이전의 삶과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이라는 걸 확인했을 것이다.
"카프카"는 나태와 함께 성급함은 최악이라 했다. 그들은 그 어려운 여정을 그저 행복이라는 보편 평범에 욕심 없이 그 둘의 생을 맡겼다. 힘듦에 나태하지 아니하고 과정에 순응했다. 성급함도 없이 때와 장소에 맞춰 격이 없이 둘의 의지에 충실했다. 병에 의한 편하지 않은 그의 움직임은 최악의 멍에였는데도 그는 행복을 그려냈다. 또 쿠키의 생의 진단이 얼마 가지 않을 것을 수의사는 판단했는데 쿠키는 어느 날부터인가 걷기를 시작했고 그 과정을 이겨내고 있었다. 그것은 정당한 신의 축복이었다. 허상이 아닌 진지한 그 둘의 현실이 됐다. 그리고 어렵지만 하나하나 그들의 시대를 써 나아갔다. 그 둘을 이해하는 너그러움과 마지막까지 함께한다는 행복에 지금도 동행하고 있다. 그들의 여정이 늘 하느님과 함께하길 빌 뿐이다.
사람은 누군가를 위해서 태어났다 볼 수 있고 그 의미를 위해 살다가 사랑을 품고 사라져 간다는 말을 감히 말하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어느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사랑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
지난 3 일 한 초등학교 4 학년 아이가 등굣길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며칠 후 생을 달리했다. 11 살의 그 아이는 간장과 좌우 신장을 기증해 3 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뇌사 상태에 빠졌을 때 그 아이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알리기 위해 세상에 나와 선택받았음을 알리고 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한 사랑(장기 기증)은 우리를 다시 찾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찾게 한 것이다. 세상을 떠나지 않고 기다려 준 것도 절실한 누군가를 위해 사랑을 주고 가려한 것이다. 아이의 잠깐 왔다가 흔적을 남기고 간 떠남은 그 크기나 정도가 예쁜 사랑이라는 입김이었다. 우리가 서로 섞일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삶 그 자체를 사랑의 상관적 관계로 봤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의 부모는 아무 꾸밈이 없었고 그 아이는 우리와 만남으로 새로운 세계로 맺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서로를 배려하는 우직하고 아름다운사랑이 아닐까?
그 아이는 죽은 윤 동주와 닮은 시인이다. 그 시는 은근히 해학적이며 '별을 헤는 밤'의 시 마냥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뭔가를 동경한 시를 노래한 듯하다. 그 아이는 소박한 꿈과 자유로움을 노래해 유쾌하지만 아쉬움을 남긴 것 같다. 가슴이 먹먹함은 윤 동주와 다를 바 없다. 티 없이 맑고 순수했으며 아무 거리낌 없이 자유로이 써 내려감은 신선하고 맑은 생명력을 가진 수수 함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천차만별이고 다 다르다. 그 아이가 가진 것은 때 묻지 않음이다. 아이는 순수한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다가 간 천재 시인이었다. 그 아이가 뭔가를 남겨두고 떠난 지금, 그것은 우리에게 미련을 갖게 하는 허심탄회한 희망일 것이다. 그곳에 멈추면 그것만 보이지 만 계속 가다 보면 다 보이는 혜안의 꿈이 될 것이다. 아이의 꿈은 하늘에서 계속될 것이다. 그 아이의 시는 밝고 유쾌했다.
마법사탕
이런 사탕이 있었으면 좋겠어
망고 사탕을 먹으면 시험 백점
딸기 사탕은 우주여행 왕복권
수박 사탕은 방학 한 달 추가
자몽 사탕은 투명인간 변신
포도 사탕은 하늘을 나는 날개
맬론 사탕은 용돈 1억 원
자두는 아까 했나 안 했나
딸기는 했나
그만하고 숙제하자
그 아이는 예견한 듯 딱 한 줄의 애틋한 시도 남겼다.
'사랑하오나 만날 수 없도다… '
그의 죽음이 deo gratias(신의 은총)로 인간적 인간애의 산증인이 되길 하느님께 기도할 뿐이다.
2023.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