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진실
스캇트 맥티어리(Scott Mcteary)가 그 로그북에 쓰여있던 이름이였고 그가 그 트럭의 주인일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제이 앤드 엠 트럭회사(J&M Trucking Inc)는 그가 다니는 또는 다녔던 회사임이 틀림없다.
나는 전화번호부 책에서 제이 앤드 엠 트럭(J&M Trucking) 회사를 찾아내 전화 다이얼을 돌렸다.
두번의 수신음이 있은 후 전화선 저쪽에서 여자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제이 앤드 엠 , 뭘 도와 드릴까요?"
" 스캇트 맥티어리와 통화하고 싶은데요?"
" 스캇트 누구라고요?"
" 스캇트 맥티어리" 나는 천천히 또박 또박 말 했다.
" 그런 사람은 여기에 없는데요 전화를 잘못 거신것 같습니다"
" 아 잠깐만요" 여자가 전화를 끊을까봐서 서둘러 소리 쳤다.
" 스캇트 맥티어리는 2년전에 그 회사에 근무 한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그 사람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잠깐동안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마 주위에 누구에게 물어보는 것 같았다.
한참만에야 다시 목소리가 들려 왔다.
" 잠깐만 기다리세요."
그리고는 다시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What can I do for you sir? (뭘 도와 드릴까요?)
" I’m looking for Scott Mcteary Sir"(스카트 맥티어리씨를 찾고 있습니다.)
" 전화 거신 분은 누구십니까?"
" 헝그리울프(Hungry Wolf ) 라고 하는 사람인데 스캇트 맥티어리에 관해 알고 싶은 것이 있어서 전화하는 것입니다."
갑자기 상대방의 목소리가 험악하게 거칠어졌다.
" 뭘 원하는거요? 보험회사입니까? 아니면 신문기자입니까 당신?"
" 아니요, 나는 보험사 직원도 아니고 기자도 아님니다. 그냥 트럭 운전사일뿐입니다."
" 스캇트 맥티어리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말해 줄 것도 없습니다. 난 바쁘니 이만 끊어야겠습니다."
퉁명스럽게 내뱉더니 곧 수화기를 내려 놓을 것 같았다.
나는 얼른 말 했다.
" 나는 단지 제인을 만났을 뿐이고 그리고…."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그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 당신이 제인을 만났다고? 어떻게…?"
그리고는 잠시 조용해졌다.
제인이라는 이름에 놀라는 그의 반응을 보고는 나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것은 상대방이 스캇트 맥티어리를 알고 있다는 뜻이고 이제 궁금증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 제인은 잘있습니까?"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 예, 잘 있습니다만…"
나는 그녀의 핼쓱한 얼굴과 술취한 모습을 상기하면서 말을 끊었다가 다시 계속 했다
" 사실은, 그녀가 걱정이 됩니다."
" 으음… 아직도 그렇군요."
한숨 섞인 어조로 그가 신음하듯 내뱉었다
그의 이름은 웨인 존스톤(Wayne Johnston)이고 스캇트 맥티어리와 함께 일 했던 동료였으며 사업 파트너였으며 또한 절친한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하였고 그의 가족들과도 가깝게 지내서 그의 아내인 제인도 잘 알고 있다고 말 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2년전, 오래된 프레이트라이너를 운전하던 스캇트 맥티어리는 새 트럭을 샀고, 그리고 그 새 트럭을 몰고 처음 일을 나간 날, 7살 된 아들 필립(Philip)을 태우고 나갔다가 일을 마치고 돌아 오던 중, 맞은편 언덕 길에서 중심을 잃고 내려 오던 승용차에게 그 트럭의 앞바퀴를 들이 받히는 사고를 당했고 갑자기 조향능력을 잃게 된 트럭은 다리 난간을 들이받고는 그대로 다리 밑으로 추락했다.
그렇게 높은 다리는 아니였으나 공교롭게도 추락하면서 트럭차체가 뒤집어져 지붕부터 땅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스캇트와 그의 아들 필립은 현장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트럭 아래부분에는 강철 프레임이 있어 웬만한 충격에도 견디지만 지붕은 아주 약하기 때문에 꺼꾸로 떨어지면 그대로 압사될 위험이 있다.
더 불행한 일은 남편과 아들을 마중 나오던 제인이 그 참혹한 현장을 제일 먼저 목격하게 된 일이였다.
트럭안에는 피와 꽃으로 뒤범벅이 되여 있었다. 다음 날이 마침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이므로 스캇트는 사랑하는 아내 제인을 위하여 꽃을 한아름 사 들고 가던 중이였던 것이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한꺼번에 잃고 그리고 또 그 처참한 광경을 직접 눈으로 본 제인의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가 있을까 ?
도저히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충격이요, 비극인 것이리라.
그 후 제인이 충격과 슬픔에 잠기고 비애의 나날을 보내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했던 것이나, 시간이 지나도 제인이 남편과 아들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 만큼 날이 갈 수록 제인은 더 깊은 절망과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폐인이 되다시피 세상을 단절하고 술과 수면제와 때로는 마약으로써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웨인 존스톤은 이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슬픔이 북받친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자기도 여러번 제인을 찾아가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갈때마다 만나 주지도 않고 미친듯이 가라고 소리치기만 했다고 한다.
그게 벌써 세월이 한참 흘렀건만 제인이 미쳤다는 소문만 있을뿐 아직도 아무도 그녀를 만날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 아니 오늘이 2월13일이잖아! 이렇 수가 ??.... 2년전 오늘이 바로 스캇트와 필립이 사고 나서 죽은 날이라네!, 발렌타인데이 바로 전날이였지,
이런 우연도 있을까? 그가 죽은 날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당신이 전화를 걸어오는 바람에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다니..오! 마이 갓! 믿을 수가 없네! 정말로! 믿을 수가 없어!"
나는 어지러운 현깃증을 느끼며 조용히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는 다시 수화기를 들고 다이알을 돌렸다
회사의 배차계 당담자인 토마스의 사무적인 말투가 수화기 저쪽에서 귀를 울린다.
" 에스 지 티"
" 나야, 헝그리 울프"
" 응 울프?!,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위성통신도 안잡히고…지구상에서 사라진줄 알았잖아"
" 잠깐 길을 잃었을 뿐이야"
" 트럭과 화물은 아무 이상없고? "
" 그래 너는 나보다 화물이 더 중요하지? 이 빌어먹을 인간아!"
사고때도 꼭 화물부터 물어보는 이 인간들이 밉다. 물론 그게 이 배차계들이 해야 하는 일인지는 잘 알지만 꼭 인간적인 대화가 거의 없는 게 싫다.
" 아, 물론 화물이 안전하다는 것은 너도 안전하다는 거지 뭐 안그래?"
얼버무리는 그에 대고 나는 단호하게 말 했다.
" 이 화물 배달 날짜를 하루 연기 해 줘야겠어! "
" 뭐? 어림도 없는 소리… 아니 헝그리울프! 한번도 배달에 늦어 본 적이 없는 자네 아닌가? 도대체 무슨일이야?'
" 지금은 뭐라고 설명 해 줄 수 없네 ,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탁하네 배달날짜를 하루만 늦추어 줘."
수화기에서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한결 수그러진 목소리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 고객에게 뭐라고 설명하지?"
" 거짓말은 자네 전문이잖아 알아서 해 ! 그럼 난 간다."
" 잠깐만 기다려 어떻게든 해볼게, 그렇지만 설마 바보같은 짓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 난 네가 바보 같은 화물을 줄때만 바보 같은 짓을 하네"
" 알았어, 알았다구."
전화기를 내려 놓고 나서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트럭을 올라탔다.
그리고 다시 하이웨이 81번을 올라 운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가는 방향은 캐나다가 아닌 반대방향이였다.
아침에 달려 나온 길 바로 그 길을 다시 돌아 가고 있었다.
불과 몇시간 전 다시는 그 산길은 안가겠다고 했는데 나는 지금 다시 그 길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도 모르는 어떤 강렬한 힘이 나를 그 쪽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또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된다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돌아 가야만 한다는, 어쩌면 거기에서 내가 꼭 해야만 하는 임무가 숙명처럼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그 술미녀, 아니 제인에게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