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변화된 일이 공하다고 말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변화시키는 마음 역시 선정을 닦아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마음으로 갖가지로 변화를 지어 사람이나 법이 된다.
이 변화에는 인도 있고 과도 있거늘 어찌 공하겠는가?
[답] ‘그림자 같다’고 말한 것 가운데서 이미 대답했지만 이제 다시 대답하리라.
이 인연은 비록 있으나 변화된 결과는 공한 것이다.
마치 입으로 무소유(無所有)를 말함과 같으니,
비록 마음이 입으로 말을 내게 했지만,
마음과 입으로써 있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곧 말한 바는 무소유이나 곧 이것은 유(有)인 것이다.
가령 “둘째 머리, 셋째 손이 있다”고 말했을 때,
비록 마음과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으나 머리나 손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과 같다.
또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무생(無生)을 관하면 유생(有生)에서 벗어나고,
무위(無爲)에 의지해 유위에서 벗어나게 된다.
비록 무생법을 무(無)라고 관찰하지만, 인연은 될 수 있다.
무위의 경우도 그러하다”고 하셨다.
변화된 것이 비록 공하나 또한 능히 마음의 인연으로부터 생겨난다.
비유하건대 환이나 불꽃[焰] 등의 아홉 가지 비유와 같으니,
비록 없는 것이나 능히 갖가지 마음을 내는 것이다.
또한 이 변화된 일은 6인(因)과 4연(緣)에서 구할 수 없으니,
여기에는 6인과 4연이 상응하지 않기 때문에 공하다.
또한 공이란 보이지 않기에 공이 되는 것이 아니고,
실다운 작용이 없는 까닭에 공하다 한다.
이런 까닭에 ‘모든 법이 변화와 같다’고 말한다.
- 대지도론/용수보살 지음/구마라집 한역/김성구 번역/동국역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