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 한가위다. 3년 만에 거리두기 없는 명절을 맞아 벌초와 성묘를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묘의 잔디를 정리하고 잡초를 뽑다보면 야외활동이 많아진다.
꼭 벌초나 성묘가 아니더라도 가을은 농작업이 많은 계절이다. 이때 조심해야 할 질환이 쯔쯔가무시증·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유행성출혈열·렙토스피라증 등 가을철 감염병이다.
◆쯔쯔가무시증·SFTS, 진드기에 물리면 감염=야외 풀밭에서 진드기에 물리면 감염되는 질환이 있다. 쯔쯔가무시증과 SFTS가 대표적이다. 특히 SFTS는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없어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살인진드기병’이라 불리기도 한다. 치사율은 약 10~30%다.
쯔쯔가무시증은 털진드기에 기생하는 세균인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가 원인이다.
쯔쯔가무시증 잠복기는 보통 1~3주다. 외부 활동 1~3주 후 갑자기 오한이나 40℃ 가까운 고열, 두통 등이 나타나고, 이어 기침, 구토, 근육통, 복통, 인후염이 동반되며 발진과 진드기에 물린 부위에 까만 딱지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진드기에 물린지도 모른 채 생활하다가 증상 발생 뒤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쯔쯔가무시증은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2주 이내에 호전된다. 하지만 진단이 지연될 경우 폐렴·급성 신부전·뇌수막염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사망률이 30~60%에 이른다.
SFTS는 2009년 중국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감염병으로 SFTS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우리나라·중국·일본에서만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참진드기의 일종인 작은소피참진드기가 매개로 추정되는데, 제한적이지만 환자의 체액과 혈액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2차 감염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상은 보통 4~15일의 잠복기를 거쳐 38~40℃에 이르는 고열, 혈소판 감소, 구토, 백혈구 감소 등이 동반된다. 중증의 경우 근육 떨림, 혼동, 혼수 등 신경계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치명률은 평균 16.3%로, 최대 30%에 이른다.
김시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몸에 붙은 진드기를 무리하게 떼어내면 몸체 일부가 피부에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며 “야외활동 후 발열 등 증상이 있는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행성 출혈열·렙토스피라증, 쥐 분변 통해 감염=유행성 출혈열은 신장의 염증과 급성 출혈을 유발해 ‘신(腎)증후군 출혈열’로 불리기도 한다. 원인은 한타바이러스다. 풀밭에 묻은 설치류의 타액·소변·분변이 건조되면서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증상은 평균 2~3주의 잠복기를 거친 후 몸살이나 장염과 비슷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일반적인 몸살이나 장염과 달리 피부 홍조·점상 출혈·결막 충혈 같은 증상을 보인다.
유행성 출혈열은 시간이 지나면서 발열기·저혈압기·소변량 감소·소변량 증가·회복기 등 5단계의 임상 경과를 보인다.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치사율은 2~7%로 알려진다.
다행히 유행성 출혈열은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1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면 95% 이상 항체가 생성된다.
렙토스피라증도 주의해야 한다. 렙토스피라증은 주로 9~11월에 발생하고 고열·근육통·두통·설사·발진·결막 충혈의 증상이 나타난다.
◆야외활동 최소화·청결 유지 필요=앞서 말한 가을철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진드기나 들쥐 등이 있는 풀숲 등에서의 야외활동을 최소화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야외활동을 하게 된다면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농작업을 할 때 일상복과 작업복을 구분해 입는다.
작업복은 소매와 바지 끝을 단단히 여미고 토시와 장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풀밭에 앉을 때도 돗자리를 사용해야 한다. 사용한 돗자리는 씻어 햇볕에 말린다.
특히 풀밭에 옷을 벗어놓거나 눕지 않도록 하고 용변을 보는 일도 삼간다.
김시현 교수는 “풀밭이나 밭 등에서 야외활동 후 일정 기간 지난 뒤 갑작스러운 고열과 함께 구토, 설사, 복통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가을철 감염병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고려해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와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특히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의 경우 감염 시 사망률이 높아지는 만큼 야외활동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