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의 아름다운 전통, 판공 성사
우리는 매해 사순 시기에 ‘판공성사표’를 받습니다. 회개와 보속의 사순 시기에 고해 성사를 봄으로써 주님 부활 대축일을 잘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순 시기와 대림 시기에 보는 판공성사는 사실 한국 천주교회에만 있는 고유한 전통입니다. ‘판공’(判功)이라는 말은 ‘공로를 판별한다.’라는 뜻인데, 고해 성사를 통해서 신자는 스스로 자신의 부족함과 허물을 깊이 성찰하고, 교회를 대표하는 사제는 신자들의 공과(功過)를 판단하게 됩니다.
「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제90조)는 판공 성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1항 모든 신자는 일 년에 적어도 한 번은 고해 성사를 받고 영성체하여야 한다. 이 영성체는 원칙적으로 부활 시기에 이행되어야 한다(교회법 제920.989조 참조).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기를 재의 수요일부터 삼위일체 대축일까지 연장하고 있으므로(교구사제특별권한 제7조 참조) 이때에 맞추어 판공 고해성사도 집전되어야 한다.
2항 부활 판공 성사를 부득이한 사정으로 위의 시기에 받지 못한 신자는 성탄 판공 때나 다른 때에라도 받아야 한다(교회법 제989조 참조).
이 조항을 바탕으로, 주교회의 2014년 춘계 정기총회에서는 “부활 판공 성사 기간 내 판공 성사를 받지 못한 신자가 성탄이나 1년 중 어느 때에라도 고해 성사를 받으면 판공성사를 받은 것으로 인정한다.”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2015년 추계 정기총회에서는 이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판공성사표에 “판공 성사 기간 내에 성사를 보시기 어려우면, 판공 성사 기간 이후라도 성사를 보시고 성사표를 제출하시면 됩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넣게 하였습니다. 판공성사표를 본당에 제출하면 그 내용이 교적에 기록되는데, 이는 신자 개인의 신앙생활과 전체 신자의 동향을 파악하는 사목 자료로 활용됩니다.
요즘 많은 신자가 고해성사를 부담스럽게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이 성사는 하느님과의 친밀함과 영적 자유라는 놀라운 은총을 선물해 줍니다. 우리 교회가 아름답게 이어온 판공성사의 전통을 통해 더욱 많은 교우가 주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은총을 마음속 깊이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 의정부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