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장수 우투리
1. 개요
한국의 설화. 배경은 지리산이지만, 한반도 각지에 비슷한 이야기가 많다.
'우투리'는 '우두머리'의 변형이라는 설이 있으며, '동구리'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반쪽이처럼 '웃통'만 있는 아이라 해서 우투리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제주도에도 삼별초와 김방경을 주인공으로 한 비슷한 설화가 존재한다.
7차 교육과정의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교과서에 실린 건 서정오 작가가 편찬하고 보리 출판사에서 펴낸 저연령층 대상 설화집인 '옛 이야기 보따리' 시리즈의 10권에서 가져온 것으로,[1] 여러 구전 설화의 내용을 갈무리해서 다듬은 재편집본에 가깝다.
2. 줄거리
임금과 벼슬아치들이 폭정을 부려 시달리던 백성들이 영웅을 바라던 때의 이야기다. 지리산에 살던 가난한 부부에게 아이가 태어나는데 어떤 도구를 써도 탯줄이 잘리지 않다가 지나가던 할머니가 억새풀로 탯줄을 치니 그제야 잘라졌다.(억새 외에 대나무 같은 것을 쓰는 판본도 있다.)
부부는 아기 이름을 우투리라 지었으며 우투리는 아기 때부터 남다른 모습을 보였는데, 방에 잠깐 눕혀놓고 나갔다 오면 아기가 올라갈 수 없는 시렁이나 장롱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부부가 몰래 우투리를 바라보니 겨드랑이에 붙은 조그만한 날개로 날아다니던 것이었다. 이게 상당히 기겁할 일인 게 겨드랑이에 날개가 난 아이는 장차 영웅이 될 거란 얘기였는데,[2] 일반 백성에게서 영웅이 태어난 걸 알면 임금과 귀족들이 부부와 아이를 죽이려고 할 테니 부부로선 기쁨보단 걱정이 더 크게 들었다.[3]
부부는 의논 끝에 아이를 데리고 지리산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갔으나 그새 백성들에게 소문이 돌아 임금의 귀에도 들어갔으며 임금은 장수에게 군사를 맡겨 우투리를 잡으러 보냈다.[4] 우투리는 일이 수상함을 알고 감쪽같이 사라졌고, 장군은 우투리의 부모를 잡아 고문을 하지만 그들도 우투리가 어디 갔는지는 모르기에 별 수 없이 며칠 후에 풀어줬다. 집에 돌아오니 우투리가 눈물을 흘리며 부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이후 우투리가 콩 한 말을 가져와 어머니에게 볶아달라고 했는데, 어머니는 콩을 볶다가 한 알이 톡 하고 튀어나오는 걸 보고 배가 고파 그걸 주워먹었다. 우투리는 볶은 콩으로 갑옷을 만드는데 어머니가 주워먹은 딱 한 알이 모자라서 왼쪽 겨드랑이 날개죽지 아래를 못 가리게 되었다.
우투리는 그 뒤에 어머니에게 "조금 있으면 군사들이 다시 올 것 입니다. 혹시 내가 싸우다 죽거든 뒷산 바위 밑에 묻어 주되, 좁쌀 서 되, 콩 서 되, 팥 서 되를 같이 묻어주세요. 그리고 삼 년 동안은 아무에게도 묻힌 곳을 가르쳐 주지 마세요. 그러면 삼 년 뒤에는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러고 다시 군사가 쳐들어오자 우투리가 그 앞에 나가 대치한다. 군사들은 겁을 먹고서 가까이 오지 못하고 멀리서 활만 쏘지만 전부 콩 갑옷에 맞아 힘없이 부러진다. 그러자 우투리가 왼팔을 들어서 콩 한 알이 모자라 빈 부분을 드러냈는데 마지막 화살 하나가 날아와 그 부분에 적중했다. 군사가 물러가자 우투리의 부모는 숨을 거둔 그의 말대로 곡식을 준비해 뒷산 바위에 묻어주었다.
임금은 우투리가 죽었다는 그 소식을 듣고 안심했는데 몇 년 뒤 백성들 사이에서 우투리가 아직도 생존해 있다는 소문이 돌자 이번에는 직접 군사를 거느려 지리산으로 쳐들어갔다. 우투리의 부모를 붙들어 우투리를 묻은 곳을 밝히라고 협박하자 어머니가 묻은 곳을 실토했다. 임금은 뒷산 바위로 가서 바위 밑을 파보지만 아무리 파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바위 밑이 아니라 바위 속에 무언가 있겠거니 하고 바위를 열어보려고 한다.
바위를 열어보려고 하나 딱히 방법이 없자 이번엔 우투리를 낳을 때 뭔가 이상한 일이 없었으냐고 우투리의 아버지를 협박하는데, 우투리의 아버지가 말을 하지 않자 남편 목에 칼을 들이대고는 우투리의 엄마를 협박하여 결국 우투리의 어머니가 비밀을 알려주었다. 임금이 다시 뒷산으로 가 억새풀로 바위를 치자 바위가 갈라지며 속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안을 보니 우투리를 묻을 때 같이 묻은 곡식들이 병사가 되고 말과 무기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바위가 열린 틈으로 바람이 들어가자 그 많은 병사들이 녹듯이 사라졌고, 우투리도 같이 사라졌다. 이때가 딱 3년(혹은 정해진 기간)에서 하루가 모자라는 날이라고 한다.
그 뒤 지리산 어느 자락에서 날개 달린 말이 나타났다. 아기 장수를 태울 예정이었던 용마였다. 며칠 밤낮을 구슬피 울며 주인을 찾아 헤매다가 용소에 빠져 죽지만 그 뒤로도 냇물 속에서 말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돌고, 백성들은 우투리가 이번엔 물 속에서 살아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우투리가 피를 토하고 쓰러졌을 때 "이럴 줄 알았다. 에미가 원수라."라는 유언을 남기는 버전도 있다. 이성계가 나오는 설화에선 "방정맞은 년이 말을 해서 좋은 자식을 죽였다."라면서 우투리 어머니를 처형하는 판본도 있으며[5] 아들이 세상을 떠난 이후 부모 모두 혹은 어머니가 연못에 몸을 던져 자결하는 버전이나 우투리가 지금은 결국 실패했지만 언젠가 다시 자신이 나타날 것을 예언하고 땅을 갈라 그 속으로 사라지는 버전도 있다.
3. 그 외
구전 설화인지라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며 배경이 지리산이 아닌 것도 다수 있고[6] 구전 설화의 특성상 전해오는 지역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가 있다.
영웅의 출현을 통해 부패한 세상의 개혁을 원하는 민중의 바람이 스며든 이야기지만 결말은 새드 엔딩이라는 게 특징이다. 이는 기존의 권력에 맞서기에는 너무나도 나약한 소시민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투리가 산 속에서 홀로 곡식으로 병사를 만들고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대실패한 것부터 매우 황당하다는 느낌도 있다. 홍길동처럼 확실한 사상이나 여러 조력자나 주변인의 지지를 얻어서 성공한 케이스와 대조적.
우투리 부모 입장에선 지은 죄도 없이 자식 때문에 생고생한 이야기. 그 노력도 소용 없이 고문당하는 등, 콩을 주워먹는 부분에도 '배가 고파'라는 설명이 들어가니 가난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부분. 애초에 등장인물이 아니라 그들이 사는 사회가 제일 문제였다는 이야기로 우투리가 희생당하는 이유가 '영웅이라서'일 정도니...
해당 설화는 여러 신화와 설화에서 나오는 아버지 살해나 형제 살해의 정반대격인 자녀 살해 모티프에 해당한다. 자녀 살해 모티프는 스토리가 어쨌든간에 부모가 외압에 굴복하거나 기존 질서 수호, 혹은 웃어른을 위해 어린 자녀를 희생시키거나 희생시키려는 시도를 하는게 주된 내용이다.
세계 각지에는 우투리와 비슷하게 불사의 육체에 단 하나의 약점이 있는 존재들이 있는데, 이러한 특징을 가진 존재들은 세세한 내용은 달라도 결국에는 무조건 약점을 공략당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클리셰가 있다. 해당 클리셰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그리스 로마 신화
아킬레우스 - 발목을 제외한 모든 신체가 불사였지만, 발목에 독화살이 적중당해 사망한다.
디오스쿠로이 - 형제 중 동생은 불사지만, 자신의 다른 반쪽이나 마찬가지인 형이 전사하자 동생도 불사를 포기하고 사망한다.
북유럽 신화
발두르 - 겨우살이를 제외한 그 어떠한 것에도 해를 입지 않는 신체지만, 로키의 농간에 의해 겨우살이로 만든 미스틸테인에 찔려 사망한다.
시구르드[7] - 용의 피를 뒤집어 쓰고 불사의 몸이 되었지만, 나뭇잎에 가려져 있었던 단 한 부위를 창에 찔려 사망한다.
인도 신화
라바나 - 약해서 우습게 본 인간과 원숭이를 빼고 불사를 얻었지만, 비슈누의 인간 화신인 라마찬드라에게 패해 사망한다.
나무치 - 인드라가 자신을 배신할 수 없게 조건부 불사를 걸었지만, 이 불사의 틈새를 노린 인드라에게 사망한다.
브리트라 - 나무치와 동일한 전승이 유명하지만, 입 안에 있는 유일한 약점을 인드라에게 공략당했다는 전승도 있다.
보통은 해피 엔딩이나 희망찬 엔딩으로 끝나는 한국 설화답지 않게 꿈도 희망도 없는 배드 엔딩으로 끝나는 몇 안되는 작품이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등장한 주인공 입장에서는 기껏 태어나서 모든 계획을 만들었더니 부모가 트롤짓을 해서 두 번이나 죽어버린데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이 죽는 걸 두번이나 지켜봐야 했고 의도치는 않았지만 이래나저래나 대역죄를 가진 자식의 일을 도와준 셈이니 임금 입장에서도 곱게 봐주지도 않았을 테니 좋은 결말이 나지도 않았을 것이다.[8]
위에 언급한 것처럼 답답한 행적들 때문인지 한때 우투리 엄마 안티카페가 존재하기도 했다.
별주부전과 더불어 어릴적의 동심깨는 설화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하필 이것저것 다 알기 시작하는 중학교의 필수과목인 국어책에 들어있다보니 재미삼아 읽었다가 내용을 보고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에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는 말도 심심치않게 보인다.
先是, 龍岡居民林同告: "安州人金德光妻良女方今自謂: ‘生子如佛, 臍下産出, 空中飛去, 年至十八九, 則持國與國接戰。’" 命遣安琛鞫之。
전에 용강(龍岡) 사는 백성 임동(林同)이, 안주(安州) 사람 김덕광(金德光)의 아내 양가 여자 방금(方今)이, ‘아들을 낳았는데 부처같고, 배꼽 아래로 낳았으며 공중으로 날아갔는데, 나이 18, 19살이 되면 나라를 주장하고 나라와 접전한다.’ 하였다고 고발하였는데, 안침(安琛)을 보내어 국문하게 하였다.
- 연산군일기 50권, 연산 9년 6월 15일 경술 3번째기사 #
조선왕조실록 중 연산군일기에 우투리와 비슷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는데, 공중을 날아다니는 아이가 태어났다는 고발의 기록이다.
4. 대중매체
1990년대 반공 동화 중에 아기장수 이야기를 토대로 한 작품이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태어난 아기장수가 장성해서 김일성을 모티브로 한 폭군의 침략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 이후 폭군은 역시 김정일을 모티브로 한 세자와 폭정을 저지르며 나라를 망치고 있고 아기장수는 명군이 되어 따로 자신의 나라를 만들어 발전시킨다는 결말. 아기장수가 전체적으로 백선엽과 박정희의 행보를 섞어서 미화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갓 오브 하이스쿨(게임):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등장한다.
검은사막 : 필드 보스 겸 아침의나라 스토리의 캐릭터로 등장한다. 여기서는 다른 매체와 달리 까치로 추정되는 새 수인으로 나온다.
성공한 아기장사: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 나온 설화로, 임금이 명군이어서 아기장사의 능력을 외적 격퇴에 제대로 쓰는 거로 해피 엔딩. 또한 아기장수가 형제로 나와 용이 된 할아버지와 함께 적을 물리치는 설화도 있다. 그 외에도, 차마 자식을 죽일 수 없던 부모가 날개만 억지로 잘라내서 그저 힘만 센 장사가 되었다가 그 힘으로 도적들을 물리친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투리: 야뇌 백동수의 작가 이재헌과 짱의 작가 임재원이 코미카에서 연재한 웹툰이다.
우투리 하나린: 이 설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천하장사 오찰방: 김삼의 만화로, 이 우투리 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겨드랑이의 날개를 가진 이는 영웅이 되며 최후에 실패하기 되는 것까지. 여기에 다양한 한국 설화의 모티브들이 추가되어 있다.
포천: 4막 28장(159화)에서 짤막하게 등장하며, 이 설화를 엮어서 묘사한다. 작중 왜구들과 싸우던 이성계가 무쌍난무를 펼치던 아기발도를 보고는 이지란과 함께 투구를 벗기고 머리를 꿰뚫어 사살하는 장면이 묘사되는데, 이성계가 아기발도를 활로 쏘아죽인 이후 이성계曰 "그러고 보니 그 어린 장수 이름이 우투리였다던가?"라고 짧게 대사를 한다. 물론 이는 그저 웹툰 내용일 뿐 실제 정사와는 전혀 다르다.[9]
Why? 신화와 전설: 병사 중 한명이 마지막 화살로 우투리의 갑옷 빈틈을 노려 쏴서 우투리가 죽었으며 해설칸에는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기 위해 산신령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다니는데 우투리를 추천하는 산신령이 있어 우투리를 죽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10]
내일이 없는 시한부 공주라서요: 원전과는 달리 용마를 타고 하늘에 올라 전쟁신이 되었다.
만화로 만나는 세계의 요괴: 여기에선 인간을 멸망시키려는 요괴가 된 걸로 나온다. 과거 모든 인간을 요괴화시키기 위해 강력한 요기가 담긴 상자를 깨트렸으나 주인공이 이를 흡수해서 실패하고 인간을 말살하는 걸로 방향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