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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에 돈 한 푼도 없는데 글쓰기에 전념한다? 저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그게 비굴한 타협이라고 생각지는 않아요.
장강명 소설가는 2013년 돌연 잘나가던 일간지 기자직을 그만뒀습니다. 몇 년만 더 일하면 관리직을 맡을 수 있었는데도요. 대신 아내에게 “다음해 12월까지 시간을 달라”고 말했죠.
30대 후반의 나이에 전업작가로 성공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는 1년에 2200시간 일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엑셀 시트를 활용해 원고 작업량을 기록했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기상 시간, 체중, 운동 시간, 술 마시는 횟수까지 기록했죠. 일상을 철저히 통제한 겁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의 작품은 드라마·영화로도 제작되며 성공을 거뒀습니다. 최근 손석구 주연의 영화로 개봉한 ‘댓글부대’,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등이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죠.
‘기록’은 장 작가의 삶을 어떻게 바꿨을까요? “기록이 나를 지켜줬지만, 실패의 도구이기도 했다”고 말한 이유는 뭘까요? 신간 『미세 좌절의 시대』를 낸 그를 만났습니다.
💬목차
🔹자기객관화·자기통제, 기록의 두 가지 효용
🔹전·현직 프로 바둑기사 30명 넘게 취재한 이유는
🔹돈 vs 의미 있는 일, 선택 아닌 구간의 문제
서울 구로에서 만난 장강명 소설가. 사진 폴인, 송승훈
자기객관화·자기통제, 기록의 두 가지 효용
Q. 퇴사 후, 전업 소설가가 되기 위해 아내에게 시간을 달라고 하셨다고요.
2013년 8월에 퇴사했고, 아내에게 2014년 12월 31일까지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다른 제안이 와도 거절하기로 했죠. 스카우트 제의, 대기업 회장 자서전 써달라는 제안(웃음), 드라마 대본 작업…. 그런 제안이 왔는데 전부 거절했어요. 소설만 쓰는 삶을 살기 위해서요.
그래서 기록을 시작했어요. 저는 늘 제가 좀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웃음). 작가로서 긴장감을 갖기 위한 도구로 기록을 활용한 거죠.
Q. 어떻게 활용했나요?
저에겐 기록이 두 가지로 쓰여요. ① 자기 통제 ② 자기객관화 도구예요.
우선 일한 시간을 철저히 기록했어요. ‘1년에 2200시간 이상 일하자’는 목표가 있었거든요. 스프레드 시트를 활용해 원고를 하루에 몇 매 정도 썼는지 기록했어요. 그 가운데 소설, 칼럼, 에세이 분량을 나눠 적었고요. 기상 시간, 체중, 운동 시간, 술 마시는 횟수까지도 기록했어요. 그렇게 써 보니, 1년에 3000시간 정도는 일하더라고요.
Q.작가로 자리 잡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됐나요?
확실히 효능이 있었어요. 결심도 자주 하게 되고요. 자기관리의 규율이나 기강을 만들어줬어요. 또 업무 분량을 기록한 스프레드 시트를 보면 어떤 영역에 얼마나 투자하는지 알 수 있어요. 제가 쓰고 싶은 글쓰기, 즉 소설에 치중하는 비중이 작아지면 바로 알 수 있죠. 본업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신문사 칼럼을 쓰던 일도 아쉽지만 그만뒀어요. 그렇게 통제해 오다가 더는 일상을 기록하지 않기로 한 게 네 달 전부터예요.
Q. 도움이 됐는데, 왜 그만두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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