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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8년 전인 2008년에 작성한 글로
바다목장을 계몽하기 위해서 작성했던 글입니다.
[너, 홍어 먹을 줄 아냐?]
2년 전 이맘 때 이야기다.
6월초 퇴근시간에 아는 형님을 찾아갔다. [세라믹인공어초바다목장]이란 인터넷 카페를 개장하고 그동안 연구하고 작업해서 공개해 놓은 [갯녹음 백화현상] 같은 것들을 보여주고, 내가 그동안 무슨 일을 해놨는지 자랑도 좀 하고 ‘술하고 고기 좀 사주라’고 하려고.
용하 : 형님, 고기하고 술 좀 사줘요. 먹고 떨어져서 푹 좀 자고 싶네!
형님 : 그래 세라믹인공어초 바다목장이건 갯녹음 백화현상이건....... 그것들은 그것들이고, 너 얼굴 보니까 우선 뭣 좀 먹으러 가긴 가야겠다!
그런데 시계를 보더니, 보는 사람 마음 안 편하게.......
형님 :....... 조금만 더 있다가 가자. 한 군데 전화 올 때가 있거든!
용하 :.......?.......선약되어 있어?
형님 : 뭐, 약속이랄 것은 없고.......바쁘다고 했는데, 나 일 마칠 시간에 다시 전화하겠다고....... 오늘 낮에 또 전화가 왔네. 저녁에 한번 보자고.
용하 :.......그럼, 나는 다음에 하지요 뭐.......
형님 : 곧 전화 올 것이니까, 다음으로 미루면 되니까....... 전화 받고 나가자니까!
갑자기 찾아가서 술하고 고기 좀 사주라고 했다가 민망해지면서 불편해지려고 했다.
형님 :.......너 보쌈 좋아하냐?
용하 : 돼지고기에 보쌈김치?
형님 : 어, 그것 먹어보니까 먹을 만하데!
용하 : 좋은 고기에 보쌈김치 잘하면 맛있지요. 보쌈 잘하는 집 아는데 있어?
형님 : 어, 아는 사람이 얼마 전에 보쌈집을 하나 개업했는데....... 먹어보니까 먹을 만해.
용하 : 형님 잘 아는 사람 집?
형님 : 어!
불편해질 것 같아서 내가 먼저 틀었다.
용하 : 그러면 다른 것 먹으러 갑시다. 괜히 내가 부담스러울 것 같고.......오랜만에 만났는데, 형님하고 나하고 편하게 이야기도 좀 하게.
형님 : 그런 것도 좀 있겠지?........그럼 뭐 먹으러 갈까?
용하 : 싱싱한 회나 먹으러 갑시다. 요 앞에 해운대 신도시 재래시장 주변에 막 썰어서 양 많이 주면서도 깨끗한 횟집들 몇 군데 있데요. 두어 달 낚시를 못 갔더니만 날것이 막 땡기네!
회 이야기가 나오자 그 형님, 뭔가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 홍어이야기를 꺼냈다.
형님 : 너 홍어 먹을 줄 아냐?
용하 : 그럼, 홍어를 못 먹어? 촌에서 초상났을 때나 결혼식 같은 것 할 때 한번 씩 먹지요!
형님 : 그럼, 너 홍어 맛 알아?
용하 : 맛 정도야 알지! 왜 홍어 사줄라고?
형님 : 꼭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싱싱한 회에 소주를 먹고 싶은데 시끄러운 선술집 같은 곳으로 싸구려 홍어를 먹으러 가자고 할 것 같았다.
용하 : 장마철 다 오는데, 요새 홍어 맛없을 텐데? 홍어는 찬바람 나야 맛있지, 요새 같이 날 다 풀리면 맛 떨어져! 소주에 깔끔하게 회 먹으러 갑시다.
형님 :.......홍어보다는 회가 났겠지?.......
용하 : 그렇지요, 3년 전엔가 허영만 [식객] 만화 보고 홍어가 먹고 싶어서 일부러 몇 집 찾아다닌 적이 있는데, 가 본 집마다 영 아니데. 홍어 파는 데라고 해봐야 거의 다 선술집 식으로 싸구려에 관리도 안 된 썩은내 나는 것들이나 내놓고.......
이 형님, 지나가는 투로 홍어 이야기를 또 했다.
형님 : 홍어가 원래 썩은 냄새 나는 것 아니냐?
용하 : 안 그래, 홍어가 제대로 된 것은 썩은내가 아니고 삭은내가 나지.
형님 : 썩은 냄새하고 삭은 냄새하고 틀려?
용하 : 당연히 틀리지, 썩은내는 구역질 나올라하고 삭은내는 상큼하고.
형님 : 홍어는 다 썩은내 나는 것 아니고?
용하 : 안 그렇다니까! 먹을 줄 아는 사람들한테 제대로 된 홍어회는 상큼해!
형님 : 홍어회가 상큼해?
용하 : 상큼해! 모든 회는 다 고유한 향이 있는데, 홍어 향은 상큼해. 많이 안 먹어 본 사람들한테는 그 향이 좀 독특하고 세다는 것뿐이지.
형님 : 그럼 삭힌 홍어가 썩은내 나고 삭은내 나는 그 이유가 뭔데?
용하 : 뭐긴? 재료 차이지!
형님 : 재료 차이라니?
용하 : 싱싱한 홍어를 잘 삭히면 그 향이 상큼하고, 퍼질러진 홍어 사다가 삭힌 것이라고 내놓으면 구역질 올라오는 썩은내 올라오고.
형님 : 또?
용하 : 관리 차이지!
형님 : 숙성 관리 차이?
용하 : 그렇지요. 허영만 홍어 만화 보고 홍어 맛 한번 볼라고 몇 군데 다녀보니까....... 홍어 파는 식당 주인들 자체가 숙성에 대한 개념들이 안 돼 있어.
형님 : 그것을 어떻게 아는데?
용하 : 뭐 냄새나는 홍어를 뚜껑도 안 덥고 냉장고에 다른 반찬들하고 같이 넣어 놓으니까 홍어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에 잡냄새들이 섞이는 것이고....... 숙성에 대한 기본 개념도 안 돼 있으니까 허옇게 김 다 빠져서 쓰디쓰고 썪은내 펄펄 나는 홍어를 썰어서 그것도 회라고 내놓는 거지요.
그래도 이 형님, 홍어 먹으러 갈 것도 아니라면서 계속 홍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용하 : 그런데 왜?....... 형님, 홍어에 관심 있어? 홍어장사 한번 해볼라고?
형님 : 아니,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아니고.......아는 사람이, 누가 홍어장사를 해 볼라고 하는데, 자꾸 나한테 물어보는데....... 내가 홍어를 먹어봤어야 알지........
용하 : 아는 사람이 홍어장사를 하고 싶어 한다고?
형님 : 어, ㅎㅎㅎㅎ- 그런데 내가 뭐를 알아야 대답을 해줄 것 아니냐?
용하 : 누군데 그 사람이?
형님 : 그냥 아는 사람.......
용하 : 참 나....... 언제부터 시작한다고?
형님 : 지금 하고 있어.
용하 : 뭔 소린데 그게?....... 홍어장사를 해보고 싶어 한다면서 지금 하고 있다는 소리는 또 뭔데?
형님 : ㅎㅎㅎㅎ- 그런 게 있다니까!
그러면서 더 이었다.
형님 : 너, 홍어에 대해서 웬만큼 아는 것 같다. 홍어 맛도 아는 것 같고?
용하 : 뭐, 어릴 때부터 초상나면 두엄거름 속에 묻어다가....... 잡는 것 봐 왔으니까.
형님 : 그래서 홍어 좀 먹었냐?
용하 : 어릴 때는 못 먹었지. 어릴 때 냄새나는 것을 어떻게 먹어? 그런데, 군대 갔다 와서 술 먹고부터는 홍어가 먹어지데요, 그 전까지는 그 냄새도 싫더니만....... 나이 먹으면서부터는 일 있을 때 한번 씩 먹으면 그런대로 먹을 만은 해!
형님 : 전라도 가서 먹으면 홍어가 맛있어?
용하 : 뭐, 특별히 맛있다는 것은 못 느끼고....... 그냥 먹을 만한 정도?
형님 : 그럼, 그쪽 어른들은 뭐라고 하시는데?
용하 : 어른들도 뭐, 요새 다 수입산인 줄 아시니까....... 아쉬운 대로 해결하는 거지요. 어른들도 다 아셔, 옛날 맛이 안 난다고!
형님 : 수입산 중에서도 칠레산 홍어가 더 났다면서?
용하 : 나도 많이는 안 먹어봐서 잘은 모르는데 그런가보데요. “돈 좀 더 줄 테니까 맛있는 것으로 가지고 오라”고 해서 받은 것은 맛이 좀 더 나아! 그것이 수입산 중에서도 칠레산 홍어라고 하데.
형님 : 너 고향이 해남이라고 했지?
용하 : 예, 해남. 낳기는 해남서 나서 세 살 때 부산 왔다가, 일곱 살 때 다시 전라도 강진 월출산 밑으로 이사 가서 거기서 초등학교 중학교는 마치고, 고등학교 때부터 부산으로 왔고!........ 초상이나 시앙(시재)지낼 때 해남하고 강진 한번 씩 가면 홍어가 나오는데, 그렇게 좋은 홍어가 안 나와.
형님 : 그쪽에서도 옛날 맛이 안 난다고 한단 말이지?
용하 : 지금은 거기나 여기나 내나 수입산 홍어라니까. 홍어가 부산으로 들어와서 목포 영산포 쪽으로 옮겨가서 숙성시켜서, 그것이 전국으로 퍼진다고 하잖아요?
형님 : 하기야....... 그래도 너는 홍어를 웬만큼 먹어본 소리를 하네?
용하 : 한번 씩 땡기니까! 그럴 때는 자갈치나 부전시장에 가서 홍어 냄새나는 가오리 사다가 찜도 한번 씩 해먹어.
형님 : 홍어 냄새 나는 가오리도 있냐?
용하 : 있어. 간재미라고, 찜하면 홍어 냄새 심하게 올라오는 가오리가 있어. 간재미도 알고 보면 홍어거든! 작아서 그렇지. 더 알고 보면 가오리나 홍어나 상어나 다 같이 ‘물렁뼈 집안’으로 한 뿌리고!
형님 :....... 그래?....... 그런데 왜 홍어회나 삼합을 안 먹고 찜을 먹는데?
용하 : 제대로 된 홍어를 하는 집이 없으니까. 질 안 좋은 홍어 먹으면 썩은내에 쓴맛 나거든, 썩은 냄새 나고 쓴맛 나는 홍어회 먹을 바에야 찜을 먹는 게 났지. 홍어나 가오리나 질이 좀 떨어져도 찜을 해놓으면 썪은내하고 쓴맛은 없어져요....... 고린내 나는 생선들도 구우면 고소해지잖아? 쪄도 그 냄새들이 없어지고. 원리가 같은 거예요.
형님 : 그래?.......
용하 : 홍어도 생선이라........ 찌면, 질 떨어진 홍어에서 올라오는 썪은내하고 쓴맛은 없어지면서 담백해져! 콕 쏘는 냄새도 강해지고! 대신에 잘 삭힌 홍어를 먹었을 때 풍겨지는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향과 맛은 없어져버리지요....... 그러면서 찜은 쏘는 맛이 회에 비해서 좀 텁텁한 데가 있고.
[홍어회도 세꼬시]
이 양반, 홍어를 계속 더 캐물었다. 나는 더 잘난 척을 했고.
형님 : 그럼 너는 맛있는 홍어하고 맛없는 홍어 정도는 구분할 줄 알겠네?
용하 : 그 정도야 알지?
형님 : 맛있는 홍어는 무슨 맛인데?
용하 : 회 맛이지 무슨 맛이야? 형님, 홍어회도 회야, 회! 생선 회!
형님 :....... 그 정도야 나도 알지?
용하 : ㅎㅎㅎㅎ- 알기는 뭐를 알아? 개념을 모르구만!
형님 :........?.......
용하 : 형님, 홍어회는 세꼬시야, 세코시!
형님 : 세꼬시?........
용하 : 그래! 뼈째 썰어먹는 세꼬시! 옛날부터 홍어를 뼈째 세꼬시로 썰어 먹은 것이라고!
형님 .......으음....... 홍어회가 세코시라?.......
용하 : 그렇지, 세꼬시! 우리가 홍어회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세꼬시라는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형님 : 아아! 맞네!.......
용하 : 전어나 도다리나 뼈째 썰어서 씹어 먹으면 그 회가 더 고소해지잖아? 뼈에서 ‘살에서는 없거나 부족한’ 더 고소한 맛이 나오는 거라고. 홍어도 뼈에서 나오는 그 향과 맛이 더 독특하면서도 강할 뿐이고!
형님 : 아아, 이해가 된다. 이해가 돼!
[처음으로 맛있게 먹었던 홍어]
홍어이야기가 더 길어졌다.
형님 : 그럼, 너는 진짜로 맛있는 홍어회 먹어봤냐?
용하 : 딱 한번!
형님 : 언제?
용하 : 전에 우리 여직원이 갖다 주더라고!
형님 : 여직원이?
용하 : 예, 그때 내가 한참 낚시에 빠져들고 회 맛에 막 맛 들일 때였는데, 여직원 한 명이 “사장님 홍어 드실 줄 아냐?”고 해서, “먹을 줄 안다”고 했더니, 흑산도 홍어라고 가져와서 맛있게 먹은 적 있어.
나는 스물넷에 군대를 제대하고 스물여덟 되던 해인 1993년부터 작은 사무실을 내고 광고출판업을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업이 그런대로 되는 편이어서 디자인 편집 쪽에 여직원들 서너 명을 데리고 일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여직원 한 명이 “사장님 홍어 드실 줄 아시면 홍어 좀 가져올까요?”고 해서, “그럼 먹을 줄 알지, 무슨 귀한 홍어가 있냐?”고 했더니....... 자기 아버지 고향이 목포에서 흑산도 가다 보면 신안군 우이도란 섬인데, 아버지를 따라서 어릴 때 부산으로 이사를 왔는데, 그래도 아버님이 홍어를 좋아하셔서 해년마다 겨울이면 흑산도에 사시는 아버지 친구 분이 최상급 홍어를 아이스박스에 얼음 채워서 보내오셔서 이웃에 아버님 친구들하고 나누어 드셨는데.......
부산 사람들도 처음에는 홍어를 안 먹다가 나중에는 너무 맛있게들 나누어 드셨는데, “이번에 아파트로 이사를 들어가고 나서는 주위에 홍어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 없고, 아버님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데 냄새 때문에 병원에 가져갈 수 없어서 냉장고에 홍어가 많이 남아있다”고 해서....... “그럼 나도 맛 좀 보자”고 했더니....... 생전 보지도 못한 싱싱한 홍어고기를 덩어리째 가져와서 맛있게 먹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전에 이미 해양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홍어 원산지에서는 홍어를 삭혀먹지 않고 일반 회처럼 싱싱할 때 바로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군대 갔다 와서는 백령도에서 해병대 나온 친구로부터도 그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었다.
해병대 나온 친구와 나는 비슷한 시기에 군대를 가고 제대를 했는데, 제대 후에 그 친구 하는 말이 “백령도에서도 홍어가 많이 나오고, 대대 체육대회 같은 행사 때는 현지 선장이나 뱃사람들이 홍어를 많이 갔다 줘서 홍어 잔치를 하는데, 홍어회는 삭혀먹는 것보다 싱싱할 때 먹는 것이 더 맛있고, 싱싱한 홍어회가 있으면 돼지고기나 우럭 광어 같은 것은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라는 것이었다.
그 친구는 부산 토박이였는데, 백령도로 해병대 갔다 오더니 완전히 홍어 마니아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그 친구 횟집 같은 술자리에 가면 “홍어도 일반 회하고 같은 회고, 홍어는 육질이 찰진데다 비린내까지 없어서 일반 생선회를 못 먹는 사람도 싱싱한 홍어회는 먹을 수 있고, 홍어는 먹을수록 맛있는데 중독성이 있고....... 백령도뿐만 아니라 흑산도 같은 섬 지방에서도 홍어를 삭혀 먹는 것이 아니라 싱싱할 때 회로 먹는데, 그것은 홍어를 제일 많이 먹고 홍어 맛을 제일 잘 아는 현지 사람들도 ‘홍어는 삭혀 먹는 것보다 싱싱할 때 회로 먹는 것이 더 맛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자랑 겸 홍어타령을 많이 했었는데....... 그 맛이 궁금하던 차에, 마침 사무실 여직원이 ‘홍어 먹을 줄 아냐’고 해서 말로만 듣던 싱싱한 홍어회를 한번 먹어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흑산도 풍년호 강택영 선장이 어부생활 20년 만에 잡았다는 19kg 암놈 대물 홍어.
2008년 10월 25일경 잡았는데, 지금까지 최대어 기록이다.
홍어는 8~9kg까지를 1번치, 7~8kg 짜리를 2번치, 6~7kg 짜리를 3번치, 5~6kg 짜리를 4번치,
그 이하를 폴랭이라고 하고, 9kg이 넘어가면 특대라고 하는데.......
19kg이라면 얼마나 큰 년인지 생각해보시라.
참고로 풍년호 강택영 선장은 홍어를 직접 잡기도 하고, 가게를 하면서 도매로 팔기도 한단다.
연락처 : (택배) 017-612-3094, (선장님)017-601-3094
그리고 10년도 넘게 지나서, 홍어 이야기가 나오자 내가 또 그 친구를 대신해서 홍어 자랑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용하 : 먹을 줄 안다고 하니까, 뚜껑 있는 플라스틱 통에 날개 째로 세 동가리를 가져왔더라고. 김빠지면 맛없고, 사장님 낚시 다니셔서 회 뜨실 줄 아니까 직접 썰어서 드시라고.
형님 : 플라스틱 통에 담아서 날개 째로?
용하 : 예, 그런데 보니까 그때까지 내가 알고 있는 홍어하고는 틀려요.
형님 : 어떻게?
용하 : 그때까지만 해도 나도 홍어하면 아주 꾸질꾸질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홍어가 깨끗해! 싱싱한 물고기 다듬어 놓은 것처럼 탱탱하고, 썰어놓으니까 살이 터질라고 하고.
형님 : 삭힌 것이 아니고?
용하 : 자기는 ‘냉장고 속에서 몇 칠 된 것이라 삭혀진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볼 때 내 기준에는 아예 안 삭혀진 것이었지요. 신안 우이도 그쪽에서는 홍어를 그렇게 안 삭혀 먹는다고 하고, 흑산도 쪽에서는 더 싱싱할 때 회로 먹는다고 하고!
형님 : 그래?.......
용하 : 나도 그때 내 기준에는 싱싱한 홍어를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더라니까!....... 싸아-해!
형님 : 싸아-해?
용하 : 예, 싸아-해. 박하사탕 처음 먹을 때 목구멍 콧구멍 시원해져서 놀랐을 때처럼 싸아-해. 시원하면서도 향기롭지!ㅎㅎㅎㅎ.......
[물고기들의 향기]
이 양반, 안 믿어지는 모양이었다.
형님 : 홍어냄새가 향기로워?
용하 : 형님! 홍어회도 돔이나 광어나 우럭이나 마찬가지로 물고기 회의 한가지라고!
형님 :.......
용하 : 다만, 홍어에는 일반 물고기에서는 안 나는 암모니아 냄새가 처음부터 있는데, 덜 삭힌 홍어는 그 향이 시원하면서도 향기로운 암모니아 냄새야! 그리고 그 향이 톡톡 쏘게 터지는 것이 아니라 쏴아아-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진하게- 진하게 퍼지는 것이지. 씹을수록 아주 진하고 향기롭게! 쏴아아-하고 ㅎㅎㅎㅎ.......
형님 :.......?.......암모니아 냄새가 향기로워?
용하 : 형님, 홍어에서 나는 냄새가 꼭 암모니아 냄새만 있는 것이 아니라니까!
형님 : 홍어에서 나는 냄새가 암모니아냄새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용하 : 그렇지요, 모든 물고기에는 본래의 고유한 향이 있잖아!
형님 : 물고기마다 고유한 향이 있다고?
용하 : 그럼! 물고기마다 향이 다 있지.
형님 : 물고기마다 향이 있다는 소리는 첨 들어보네.......
용하 : 형님도 회 좋아하시잖아?
형님 : 회는 자주 먹지?....... 그래도 아직까지 물고기 마다 향이 있다는 것은....... 못 느낀 것 같은데?
갸우뚱 거리길래-
용하 : 물고기들마다 각자 다른 향이 다 있어! 벵에돔, 돌돔, 감성돔, 볼락, 우럭, 농어, 광어, 돔, 복어, 매가리(전갱이), 고등어, 학꽁치, 쥐치, 노래미, 게르치........ 이런 것들이 다 저마다의 향이 있다고!
형님 : 물고기에 향이 있다?.......
용하 : 형님, 은어 먹어봤지요?
형님 : 은어?....... 수박 향 나는 거?
용하 : 예, 그것도 물고기 향이야! 은어도 강에서 알을 까서 부화했다가 장마철 시작되려고 할 때 바다에서 다시 강으로 올라와서는 돌에 붙어있는 이끼 같은 것 주둥이로 핥아먹으면서 향이 진해지는데, 은어향도 은어만이 가지고 있는 물고기 향이라고!
형님 :........ 은어는 수박 향내 난다는 것은 알겠는데?.......
용하 : 인자 쪼금 이해가 돼시는가 봬? 은어나 홍어나 다른 물고기들에 비해 향이 강한 것일 뿐이고, 다른 물고기들도 다 각자 향이 있다니까?
그래도 갸우뚱 했다.
용하 : 형님, 옛날에 노래미 먹었어, 안 먹었어? 형님도 어릴 때 바닷가 살았다고 하니까 그 정도는 알 것 아니야?
형님 : 그때는 노래미 같은 것은 고기로 쳐주지도 안했지. 잡히면 다 버려버렸었고! 방망이만한 게르치나 잡히면 그냥 버리기 아까우니까 미역국에 넣어 먹었을까?
용하 : 그럼, 왜 안 먹었는데?
형님 : 노래미는 뭐랄까?....... 노린내 같은 묘한 풀냄새 비슷한 냄새가 있어?
용하 : 바로 그거야, 그것이 노래미 향이라고! 게르치도 노래미하고 비슷한 향이 있고. 그런데 곰곰이 느껴보면 노래미 그 냄새가 은어향이랑 닮은 데가 있는 향이라고!
형님 :....... 은어 향하고?.......
용하 : 그럼요. 다만, 은어는 향이 감미로운데 반해서 노래미향에는 약간 비위 상하는 냄새가 나는 것이고?
형님 :....... 듣고 보니까 그 말이 맞네!
용하 : 그런데 지금은 형님도 노래미나 게르치를 잡어회로 먹잖아요?
형님 : 지금은 없어서 못 먹지, 그것들은 다 자연산이니까?ㅎㅎㅎㅎ
용하 : 그러면, 그것들에서 향이 느껴져 안 느껴져?
형님 : 아하! 맞다........ 노래미나 게르치 회를 먹으면 풋풋한 향이 있어!
용하 : 형님, 그거야! 옛날에는 바닷가 사람들한테는 물고기가 워낙 흔하고 사람들 비위가 약해서 노래미 같은 것은 고기 취급도 안하고 그냥 버렸는데, 요새는 횟집에서 깨끗하고 냄새 안 나게 회 뜨는 기술도 좋아지고 사람들 비위도 좋아져서 노래미나 게르치 같은 것도 잡어로 먹는 것이라고.
형님 : 으음, 듣고 보니까 그렀네. 요새는 자연산 노래미나 게르치 잡어회가 양식한 광어나 우럭보다 더 비싸! ㅎㅎㅎㅎ-
용하 : 그것은 자연산 회 맛을 아는 사람들이 그 향과 맛을 좋아하니까 그런 가격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형님은 노래미나 게르치 향이 안 좋아?
형님 : 좋지, 풋풋하니 신선하잖아! 없어서 못 먹지ㅎㅎㅎㅎ-
나는 1991년도부터 바다낚시를 다녔는데, 당시에는 많은 낚시꾼들이 돔이나 농어 볼락 우럭 정도만 고기로 취급했다. 그리고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연근해 바닷가에 노래미나 게르치는 흔해 빠질 정도로 물고 올라왔는데, 그것들은 풀냄새 난다고 고기 취급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니, 미각의 향을 이끌어냈다.
용하 : 노래미나 게르치에만 그런 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벵에돔도 여름에는 풀냄새 나는 놈들이 있어. 낚시꾼들 중에서도 여름에는 벵에돔을 안 먹는 비위 약한 사람들이 있고.
형님 : 벵에돔에서도 여름에는 풀냄새 나는 놈들이 있단 말이지?
용하 : 예, 벵에돔에서도! 그러다가 날 추워져서 회를 떠 놓으면 푸르스름한 끼가 도는 회 냄새가 고소해지는데, 그러면서 은어 향기 비슷한 풋풋한 향이 있어.
형님 : 아아....... 다른 고기에서도 있나?
용하 : 쥐치에서도 그 향이 있어! 막 잡아서 포 떠 놓은 쥐치에서도!
형님 : 쥐치에서도?
그러면서, 더 캐물었다.
형님 : 쥐치 말고 또 다른 물고기들은?
용하 : 그걸 어떻게 다 말로 해줘?....... 미세한 차이들인데?
형님 : 아니, 니가 말해주니까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다른 물고기들도 한번 이야기 해봐.
용하 : 뭐....... 오징어는 달착지근한 향이 있고........ 돌돔이나 감성돔은 향도 달콤하면서도 풋풋하니 신선한 향이 있고, 참돔은 같은 돔인데도 그 향이 더 연하다고 할까?....... 농어 우럭 볼락도 돔이랑 향이 비슷한데 약간씩 차이가 있어, 아주 약간씩....... 표현은 힘들어도 많이 먹어본 사람들 입은 그것을 알아요. 코도 알고!
형님 : 약간씩의 차이라?........감이 오는 것도 같은데?.......
비교를 시켜주면 이해가 빠를 것 같았다.
용하 : 형님, 고등어 회 먹어봤어?
형님 : 어, 고등어회 그것 생각보다 맛있데!
용하 : 그럼 고등어회 냄새는 어때요?
형님 : 고등어회 냄새?
용하 : 예.
형님 : 글쎄?....... 냄새가 거의 안 났던 것 같은데?
용하 : 고등어 같은 경우에 냄새 안 나라고 포를 뜬 다음에 식초를 탄 얼음물에 살짝 담갔다가 꺼내기도 하는데, 그래도 고등어는 고등어 특유의 냄새가 있어요. 비릿한 냄새! 고등어나 전갱이나 방어 같이 기름기가 많은 물고기들은 회 자체에도 약간의 비린내가 있거든. 회를 잘 해놓으면 비린내가 거의 안 나는데.......그래도 나.
형님 : 고등어회에서 비린내가 난다?.......거의 안 났던 것 같은데?
용하 : 거의 안 나도 쪼금은 있어요, 막 죽여서 잡은 고등어를 회로 하니까 싱싱해서 냄새가 거의 없다고 느껴지는데....... 고등어도 물고기라 고등어회에는 물고기 특유의 신선취가 있어요. 고소한 기름 냄새하고 같이!
형님 :.......글쎄? 그런 것 모르고 맛있게 먹었다는 기억밖에 없어.......
용하 : 그럼....... 형님이 우럭이나 돔이나 광어 같은 흰 살 생선을 회로 먹었을 때 느꼈던 그 향하고 고등어회를 먹었을 때 느꼈던 향을 곰곰이 비교해 봐요. 사람의 뇌는 자기가 경험한 것을 기억하고 비교하면 쉽게 구분할 수 있으니까?
그랬더니-
형님 :....... 아아! 이제 알 수 있겠다. 돔이나 우럭 광어 같은 것들은 회에서 풋풋하니 신선하면서도 고소한 향이 났는데....... 고등어 회에서는 그런 향들 속에 비릿한 향이 있었네.
용하 : 형님도 미각이 상당하시네, 가르쳐주니까 바로 아시고!ㅎㅎㅎㅎ-
형님 : 설명해주니까 맛에 대한 기억이 살아나면서 차이가 있다는 감이 딱 오네!
용하 : 진짜로 감이 와?
형님 : 어, 감이 와!
용하 : 그럼, 모든 물고기들은 다 고유한 향을 가지고 있는데 뭔지 알겠어요?
형님 :.......?.......뭔데?
용하 : 그냥 가르쳐주면 재미없고?
형님 :.......
용하 : 낚시 오래 다닌 사람들이 양식한 고기에서는 사료 냄새나고 수족관에 오래 있은 고기에서는 수족관 냄새 난다고 하는 말 들어본 적 있지요?
형님 : 낚시 좀 다니고 회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말들을 하는데....... 나야 그 정도는 모르지.
용하 : 그게 맛의 경험이야. 바다에서 낚시로 바로 잡아 올린 고기는 다 저 마다다의 향이 있거든.
형님 :.......
용하 : 그런데, 그것들이 수족관에 오래 갇혀 있잖아? 그 향이 없어져버리고 몸에 수족관 냄새가 스며들어서 어종마다 본래 가지고 있는 향이 없어져 버리는데....... 바다낚시 오래 다닌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요. 먹어봤으니까. 그게 맛의 경험이거든. 사람의 혀하고 코가 얼마나 섬세한 지 세월이 아무리 오래 지나도 사람의 뇌가 그것을 기억을 한다니까.
형님 :....... 그렇긴 한데, 그것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
용하 : 그럼 다시, 회로 먹는 물고기들의 공통적인 향이 뭘 것 같아요? 벌써 가르쳐드렸는데!ㅎㅎㅎㅎ-
형님 :.......?.......감이 오는 것 같은데, 말로는 표현이 힘드네.......
용하 : 물고기 특유의 신선한 신선취예요. 바로 바다냄새! 깨끗한 바다에 가면 뭔가 모르지만 싱그러운 향기가 있잖아? 그 바다냄새! 모든 바다 물고기에는 그 향이 있다니까! 싱싱하고 풋풋한 향!...... 여름날 아침에 이슬 마르고 풀밭에 가면 연하게 풍겨오는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풀냄새 같은 것!
형님 : 아아....... 그런 느낌이 온다!
[홍어 회, 홍어 냄새]
다시 홍어 이야기로 돌아왔다.
용하 : 홍어한테도 그런 물고기 특유의 맛과 향이 있어요!
형님 :.......
용하 : 홍어도 물고기 특유의 신선취하고 단맛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고소해야, 그것이 맛있는 홍어라고!
형님 : 아- 그럼, 홍어회에서도 그런 향과 맛이 난다는 말이냐?
용하 : 그렇지요!
형님 : 삭혀도?
용하 : 그렇지요! 홍어도 그 물고기 특유의 향이 암모니아 냄새에 묻혀 있는데....... 그래서 제대로 된 홍어 냄새는 구역질나는 암모니아 냄새가 아니라, 생선회 특유의 신선취도 같이 느껴지는 상큼한 암모니아 냄새라고.
형님 :........제대로 숙성된 홍어는 상큼한 암모니아 냄새?.......
용하 : 예, 생선회 많이 먹어봤거나 진짜 맛있는 홍어를 먹어본 사람들한테는 그래요.
형님 :........그러면 맛있는 홍어는 상태가 어떤데?
용하 : 맛있는 홍어회는 일단 회 색깔이 맑아!
형님 :.......맑아?.......
용하 : 투명해! 일반 회도 싱싱한 것 먹으면 맑고 투명하잖아? 그거하고 마찬가지야. 홍어회도 신선해야 맑고 투명하고, 신선도가 유지돼야 맛이 고소하고 회를 씹은 뒤에 쓴 맛이 안 남는 거고!
형님 : 또?
용하 : 홍어회는 막 쳐놓은 찰떡처럼 찰져!
형님 : 쫀득쫀득하단 말이냐?
용하 : 쫀득쫀득하다는 말에도 찰지다는 뜻이 있기는 한데, 그냥 쫀득쫀득하다고만 하면 ‘살이 단단하면서도 꼬들꼬들’ 감칠맛이 나는 돌돔이나 복어 회에 더 어울리는 말일 것 같고.......
형님 :.......
용하 : 찰지다는 말은 봄 도다리 같이 ‘살이 부드러우면서도 입안에서 착착 달라붙으면서’ 감칠맛이 나는 회에 더 어울리는 말일 것 같은데....... 홍어회는 봄 도다리보다 더 찰져. 봄 도다리도 회가 부드러우면서도 착착 달라붙잖아?....... 예, 좋은 홍어회는 찰져요!
형님 : 그럼, 회 중에서 도다리 말고 찰진 것이 또 뭐가 있는데?
용하 : 놀래기라고 있어, 용치놀래기! 혹돔 새끼처럼 생겼으면서 피부가 미끌미끌 끈적끈적하고 수놈은 화려한데, 낚시꾼들 아니면 잘 모르지. 하기야, 요새는 수족관에도 몇 마리씩 넣어놓은 집들이 보이기는 하데.
형님 : 놀래긴지 용치놀래긴지는 모르겠고........
뭔가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
형님 : 그럼, 홍어가 색깔이 뿕으스럼한 것은 왜 그러냐? 많이 삭은 것은 자줏빛 도는 색깔도 나던데?
용하 : 그것은 숙성과정에서 나오는 것인데........
자줏빛 나는 홍어회를 봤다는 것은 아주 질 좋은 홍어를 봤다는 이야기이다. 홍어회는 처음에는 흰살 물고기의 회 같은 색깔을 띠다가 삭히면 빨갛게 되고, 더 삭히면 자줏빛 빨간색으로 되는데, 홍어회가 자줏빛을 띨 때 향이 가장 강하다. 자줏빛을 띠는 홍어회는 좋은 재료를 잘 삭혔다는 뜻이다. 그리고 홍어회가 자줏빛을 넘어가면 허옇게 변하는데 이때부터는 홍어의 맛과 향이 독해지기 시작하면서 회를 씹고 나면 뒷맛에 쓴맛이 남게 된다.
형님 : 홍어가 붉은 홍(紅)자가 아니고 넓은 홍(洪)자 써서 홍어(洪魚)데?
용하 : 그렇데요. 넙치를 광어라고 하는 것하고 같은 이치인가 봐. 그리고 그것은 흑산도 같이 원산지에서는 싱싱할 때, 회 색깔이 흰색일 때 먹어서 홍어에 붉을 홍(紅)자를 안 쓰고 넓을 홍(洪)자를 갖다 붙인 것 같고.
형님 : 아, 그럴 것도 같네.
용하 : 홍어가 원래는 색깔이 흰 살 생선이잖아요? 그런데 홍어가 삭혀지면 자줏빛 붉은 색깔을 띠는 것은 홍어가 죽고 나서 몸속에 남아있는 피 성분 때문에 빨갛게 되었다가 더 지나면 남아있는 요소가 분해되면서 피자두 색깔 같이 자줏빛이 되는 것 같어.
형님 : 암모니아가 아니고....... 요소가?
용하 : 암모니아는 요소가 분해된 다음에 나온 것이고, 요소는 뷰렛반응이라는 것이 있거든. 요소가 뷰렛반응을 일으키면 보라색을 띠게 되는데, 원래 홍어의 빨간 피 색깔하고 합해져서 자줏빛을 띠게 되는가 봐, 내 생각에는. 형님도 광고쟁이니까 CMYK 색상배합에 대해서 알 것 아니야?
형님 :........ 그래서 홍어회에서 자줏빛 빨간색이 나오는가 보네!........
CMYK란 색상배합 용어의 약자로 C는 하늘색에 가까운 파랑(Cyan, 사이안), M은 분홍색에 가까운 빨강(Magenta, 마젠타), Y는 연한 노랑(Yellow, 옐로우), K는 검정(Black, 블랙)이다.
용하 :그리고 자연계에서 붉은색을 띠는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가 철분(Fe)이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면 산화되면서 붉은색을 띠게 되는데, 피 속 헤모글로빈에 철분이 많이 들어있거든.
형님 :.......
용하 : 보통 일반 물고기들도 처음에 잡아서 막 썰어놓으면 흰색으로 맑았다가 공기 중에 노출되면 약간 붉은 빛을 띠게 되는데, 홍어는 어느 정도까지 숙성시킬수록 아주 빨갛게 되는데....... 그것은 홍어한테는 철분이 많아서일 것도 같은데, 자세한 것은 그쪽에 과학자들이 더 연구를 해봐야 할 것 같고.
형님 : 그런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홍어에 대해서 잘 아냐?
용하 : 내가 바다목장 연구했다고 안 그래? 바다목장! 바다목장이 뭐겠어? 맛있는 고기 많이 키워서 잡아내는 것이 제일 큰 목적인 것 몰라? 그리고 내가 바다낚시 경력이 20년이 다 되어가고 해양고등학교 나왔고, 참 나.......
형님 : 해양고등학교 나와서 낚시 다녔다고 홍어를 그렇게 다 잘 아는 것은 아니잖아? ㅎㅎㅎㅎ-
용하 : 아- 바다목장 10년 연구했다니까, 바다목장!ㅎㅎㅎㅎ-
형님 : 너 홍어도 제법 공부를 한 것 같다?
용하 : 공부랄 것은 없고....... 3년 전엔가 허영만 [식객]에 [순라길] 홍어 이야기 보고....... 홍어이야기 [순라길]은 몇 번을 봤지요. 관심 있는 것이 만화로 나오면 이해하기도 쉽고 재미도 있으니까. 그때 홍어에 대해서 나름대로 자료 좀 찾아본 적 있어요........ 그런데 홍어에 대한 자료가 생각보다 너무 없데!
형님 : 어쩐지?........
용하 : 그리고, 서울 제기동 한약방 골목에서 한의원 크게 하시는 고모부 한 분이 계시는데, 그 양반이 늦은 나이에 내공 좀 더 쌓는다고 한의대학 입학해서 공부를 하시더라고. 그러면서 홍어를 연구해서 [홍어 논문]을 쓰셨는데, 3년 전에 내가 허영만 만화보고 홍어에 관심이 있을 때 할아버지 제삿날 오셨는데....... 그날 밤에 같이 홍어이야기를 한 적 있어. 이야기가 되더라고!
형님 : 그럼, 그렇지!....... 너 같은 놈이 자료 찾아서 공부했다면 믿을 수 있겠다!
용하 : 인공어초 바다목장 만들어서 물고기 팔아먹으려면 당연히 물고기 공부를 해야지요.ㅎㅎㅎㅎ-
[홍어 맛 좀 봐주라]
그때 전화가 왔다.
형님 : 아! 원장님, 예예- 오케이! 그리고 내가 오늘 홍어 전문가 한 분 모시고 갈께요........ 예예, 드디어 임자 한 명 나타났네!....... 예예- 먼저 가서, 우리끼리 먼저 먹고 있으라고?....... 8시? 예에-!
그리고는 전화를 끊는 것이었다. 이 형님도 꼼꼼하고 나도 웬만큼 친하지 않고서는 준비되지 않은 술자리에는 합류하지 않은 사람인데, 이 양반 사람을 황당하게 했다.
용하 : 형님, 지금 뭐하시는 건데?.......
형님 : 홍어 먹으러 가자고!
용하 :.......?....... 형님! 내가 뭐한다고 모르는 원장이란 사람들하고 술을 먹어?
형님 : 아니, 너는 오늘 가야 된다!ㅎㅎㅎㅎ-
용하 : 아니, 안가! 내가 뭐 하러 가? 그것도 이 꼬라지에?
형님 : 이 사람아, 어마어마한 일마치고 온 사람이 옷 좀 그래서 어떻다고?
용하 : 아니, 안 해. 안가! 나는 모르는 사람하고 술 먹으면 안 넘어가.......
형님 : ㅎㅎㅎㅎ- 너는 오늘 가야한다니까!ㅎㅎㅎㅎ.......
용하 : 다음에 올 테니까, 그때나 회하고 소주 좀 사줘요........
이 양반이 자기 맘대로 자리를 잡아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
형님 : 너 먹고 싶은 데로 원 없이 홍어 먹게 해줄께!
하는 것이었다.
용하 :.......그건 또 뭔 소린데?
형님 : 너 방금 전에 전화 온 사람이 누군 줄 아냐?
용하 : 원장님이라면서?.......병원원장? 학원원장?
형님 : 하하하하- 홍어집 주인!
용하 :........ 그건 또 뭔 소린데?
형님 : 아! 이제 체면 좀 세울 수 있을 것 같네........
그러면서 그간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었다.
용하 : 그럼, 오늘 낮에 전화해서 오라고 한 사람이 방금 전에 전화 온 영어학원 원장 하는 홍어집 주인이었네?
형님 : 어!ㅎㅎㅎㅎ- 안가고 싶은데, 또 오늘 밤에 다른 약속 잡지 말고 와서 홍어 좀 먹고 이야기 좀 해주라고 연락이 온 거야. 내가 뭐를 알아야 이야기를 해줄 것 아니냐? ㅎㅎㅎㅎ-
용하 :....... 형님, 그 집에 가서 홍어 몇 번 먹었는데?
형님 : 여섯 번쯤 되지?....... 오늘 가면 일곱 번짼가 그래. 그런데, 나도 염치가 있지 홍어 맛도 제대로 모르면서 어떻게 또 가냐?ㅎㅎㅎ-
용하 :........장사 할라고 오라고 하는 것 아니고? ㅎㅎ-
형님 : 아니, 나도 미안해서 처음에 한두 번 얻어먹을 때는 돈을 줄려고 했지. 절대 안 받아!
용하 : 그럼, 형님도 다른 사람들 몇 번 데리고 갔겠네?
형님 : 어, 허허- 내가 감투 가지고 있는 것도 있어서....... 세 번인가 데리고 갔지.
용하 : 그때는 돈 받고?
형님 : 그때는 받지? 우리 계원들 계도 거기서 했으니까 ㅎㅎㅎㅎ-
이 양반이 최근에만도 괜찮은 홍어를 제법 먹어봤다는 것을 알았다.
용하 : 그 정도 맛 봤으면 홍어 맛 알 건데요? 형님 전에는 홍어 안 먹어봤어요?
형님 : 내가 젊을 때는 비위가 약해서 음식을 가렸지 않냐?
용하 : 그래 먹어보니까 어때요?
형님 : 전에는 홍어 홍자도 싫고, 냄새도 못 맡았는데....... 먹어보니까, 먹을 만 해. 냄새도 별로 안 나는 것 같고....... 니가 말한 것들하고 비슷해. 전에는 홍어회가 뭐랄까........ 솔직히 더럽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용하 : 한마디로 혐오스러웠지요!
형님 : 어, 맞아! 그래서 젓가락도 가기 싫었는데....... 깨끗하고, 이 집 것은 역겨운 냄새가 아니데. 몇 번 먹어보니까 니 말대로 그 냄새가 좋아지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용하 : 홍어회 색깔은?
형님 : 붉은색이 났지. 자줏빛 색깔도 난 것 같고?....... 그러다가 먹어본 사람들이 너무 강하다고 해서....... 주인이 더 덜 삭혀진 것으로 주문을 바꾼다고 했는데....... 하여튼 간에 지금까지 ‘홍어하면 더럽다’고 생각해왔던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
용하 : 영어학원 원장인데, 홍어장사를 시작했다는 말이지요?
형님 : 아직 정식으로 홍어장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고, 지금 하고 있는 보쌈집에서 정식 메뉴판에도 안 넣고....... 그냥 홍어회 한 접시 사진 찍어서, 프린트해서 벽에 붙여놓고 들어온 사람들이 찾으면 주는 정도야.
용하 : 그럼, 그 사진은 형님이 찍어서 이 사무실에서 프린트해서 줬네?
형님 : 어! 하하하하-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 집이 선술집보다 조금 크다 싶을 정도의 식당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용하 : 그러면, 그 보쌈집은 어디에 있는데? 내가 이 동네 보쌈집은 모르는 데 없을 것인데! 홍어 파는 보쌈집이 없던데?.......
형님 : 바로 앞에!
용하 : 바로 앞에 어디?
형님 : 바로 앞에?
용하 : 길 건너 도원보쌈?
형님 : 어, 도원보쌈!
용하 :.......크네?........
한방 먹은 느낌이 들었다. 이 양반이 요 바로 앞에 두고도 지나가는 것처럼 내 실력을 떠보고 있었던 것이다. 저 집은 그 당시에 개업한지 6개월쯤 된 장사 잘 되는 보쌈집이었다.
형님 : 너 저 집 알아?
용하 : 알지 그럼, 몰라? 저 집 작년 말쯤에 개업했잖아?
형님 : 니가 그것을 어떻게 아는데?
용하 : 참, 형님도 나도 본업이 광고쟁인 것 몰라? 전에 와서 [해운대 관광특구 지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잖아?
형님 : 참, 너 해운대관광특구 지도 만든다고 그랬지?
해운대는 관광특구로 [휴양관광]과 함께 [의료특구]와 [음식요리특구]도 함께 지향하고 있는데, 이것들에 맞추어 나는 예전부터 [해운대 관광특구 지도]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용하 : 형님, 저 집 장사 잘 되잖아?
형님 : 현재, 보쌈집치고는 해운대에서 났지!
용하 : 개업한 지 반년 다 돼 가는데, 손님 안 떨어지고 계속 차데?
형님 : 어, 한번 와서 먹어본 사람들은 계속 오는가봐.
용하 : 사장이 실력이 있는가봐?
형님 : 실력 있다고 봐야지.......
용하 : 형님, 저 사장 잘 알아?
형님 : 어, 잘 알아!
용하 : 언제부터 아는 사인데?
형님 : 벌써 십년 넘었지, 내가 해운대 신도시 생기자마자 여기 들어와서 책 냈으니까. 내가 들어오니까, 나보다 더 먼저 와 있더라고.
용하 : 형님보다 먼저?
형님 : 어, 나보다 몇 달 먼저 들어왔을 거야.
용하 : 그때는 그 사람 뭐하고 있었는데?
형님 : 내나 영어학원! 아 그때는 학원은 아니었구나, 그때는 학습지만 했으니까.
용하 : 방문판매하는 영어학습지?
형님 : 어, 그때도 자기가 직접 학습지 영업을 한 것은 아니고, 방문판매하는 선생님들 모집해서 관리하는 일을 했는데....... 몇 년 있다가 영어학원을 차리데.
용하 : 영어학원은 커?
형님 : 큰 편이지, 해운대서 손가락 안에 드니까.
용하 : 선생님들은 몇 분이나 계시고?
형님 : 전에 한참 할 때는 방문 선생님들까지 하면 150명쯤 됐지?....... 지금도 70~80명은 될 거야.
용하 : 진짜로 크네!.......그때부터 형님하고 광고로 알게 된 사이네? 지금까지.
형님 : 그렇지! 10년 넘게 내 책에 광고를 한 번도 안 빠지고 했으니까.
해운대 전화번호 광고부 책 맨 뒷 페이지 표지에 그 영어학원 광고가 실려 있었다.
용하 : 이 양반 자리도 제일 좋은 자리 잡아서....... 형님 덕분에 돈 많이 벌었네. 학습지 사장이 영어학원도 크게 하고, 저 큰 건물에 식당도 통째로 차리고.
형님 : 나도 저 때문에 벌만큼은 벌었지 않겠냐? 다른 데 안하고 나한테만 한 번도 안 빠지고 쭉 해줬으니까.
용하 : 정이 깊은 사이네, 그 사람 나이는?
형님 : 나보다 한 살 작아, 토끼띠!
용하 : 그러면 나보다는 4살 더 많네!
형님 : 그렇게 되지.
용하 : 그 양반 형님 덕분에 돈 벌어서, 형님 믿고 자문을 구하는 것이구만!
형님 : 뭐 그런 것도 조금은 안 있겠냐?
용하 : 동네장사 하면서 다른 데 광고 안하고 한 책에만 광고해서 성공했으면 자기능력도 능력이지만 광고효과 못 봤다고 못하지!
형님 : 너도 해본 놈이라 잘 아네.ㅎㅎㅎㅎ-
이때부터 홍어집 사장에 대한 정보가 더 나왔다.
형님 : 사람이 치밀해, 이것저것 다 알아보고 준비되면 밀어붙이고.
용하 : 그럼, 영어학원 원장이 저 큰 보쌈집을 시작했어도 준비를 잘 해서 저만큼 장사가 잘 되는 것인가?
형님 : 말마라, 하하하하........
용하 : 저 보쌈집 시작하기 전에 뭐를 준비했는데?
형님 : 정말 거짓말 안 하고....... 보쌈집 시작하기 3년쯤 전부터 부산시내 맛있는 집이란 맛있는 집은 다 찾아다녔다. 부산시내 뿐만이 아니지, 경상도 일대에는 소문 좀 났다 하면 다 찾아다녔으니까. 백 집도 더 찾아다녔을 거야. ㅎㅎㅎㅎ.......
용하 : 맛보러? 형님도 같이?
형님 : 어, 하하하하- 퇴근시간 되면 전화가 와요, 오늘은 어디에 어느 집에 갈 것이니까 또 같이 좀 가자고. 주말에는 자기 차타고 시외로 나가고! 하하하하.......
용하 : 혼자 가도 될 것을 왜 꼭 같이 가자고 하는데?
형님 : 음식점을 하면 밥만 파는 게 아니라 요리에 술이 나오지 않냐? 분위기도 느껴봐야 하고!
용하 : 진짜로 3년 동안 맛보러 다녔단 말이요?
형님 : 진짜로! 반찬 한 가지 먹으면서도 이것 맛 어떠냐 그라고, 저것 맛 어떠냐 그라고....... 괜찮은 집 같은데 맛을 모를 것 같으면 다음에 또 가서 맛보고........
용하 : 그러니까요?
형님 : 처음에는 부산 시외로도 많이 다녔는데.......확실히 수준이 해운대만큼 못해.
용하 : 가격이? 맛이?
형님 : 가격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음식점 안에서 돌아가는 분위기나 체계도 그렇고!....... 물론 다른 데도 해운대보다 잘하고 비싸게 음식을 파는 집들도 많이 있는데, 가격 대비에서나 전반적인 면에서 확실히 해운대 신도시 주위가 나아.
용하 : 형님 같은 분이 실제로 그것을 느끼셨네!
형님 : 확실히 그것이 느껴지더라니까.
용하 : 그래서요?
형님 : 처음에 몇 개월은 주말이면 밖으로 돌아다니다가, 뭐 크게 배울 것이 없는 것 같아서 나중에는 해운대하고 해운대 인근에만 돌아다녔지.
용하 : 그럼 그 돈은?
형님 : 자기가 다 냈지! ㅎㅎㅎㅎ-
용하 : 형님은 아예 안내고?
형님 : 어떻게 아예 안낼 수 있겠냐, 같이 먹는데? 몇 번 내긴 냈는데....... 자기는 일 준비한다고 내지 말라고 해서 안냈어. 아예 안 냈다고 봐야지. ㅎㅎㅎㅎ-
용하 : 그래서 3년 동안 잘 얻어먹고 댕겼네? ㅎㅎㅎㅎ-
형님 : 어, ㅎㅎㅎㅎ-
용하 : 그럼, 주로 어느 쪽 집들을 다녔는데?
형님 : 뭐 소고기집, 돼지고기집, 횟집, 술집........ 이름 좀 있고, 장사 좀 된다는 데는 다 다녔어. 그러면서 반찬 맛 이야기하라고 하고, 고기 맛 이야기 하라고 하고, 술맛 이야기하라고 하고, 인테리어 느낌 이야기하라고 하고, 직원들 입고 있는 옷 분위기 이야기하라고 하고....... 직원들이 편해 보이냐 안 편해 보이냐 이야기 해보라고 하고.......
용하 : 그럼, 형님이 이야기 해줬네? ㅎㅎㅎㅎ-
형님 : 그럼, 이야기해줘야지. 내 돈 주고는 못 사먹는 것 얻어먹는데!ㅎㅎㅎㅎ........
용하 : 진짜로 사장이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뵈?
형님 : 사장이 지 나름대로 보는 눈도 있고 기준도 있어! 그러면서도 나 데리고 다니면서 느낌을 물어본 것이고!
용하 : 좋은 인연에 참 재밌게들 사셨네!
저 정도 건물을 통째로 얻어서 음식장사를 하려면 5~6억 정도의 현금이 들 것인데, 그 중에서 인테리어 비용만 2억 원 가까이 들 것인데....... 라는 계산을 해보니, 음식장사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준비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형님 : 그러더니만 작년 가을에 저 건물을 얻어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작년 겨울에 보쌈집을 시작한 거야.
용하 : 형님은?
형님 : 나는 얻어먹고 이야기 해주는 것으로 끝났지.ㅎㅎㅎㅎ-
용하 : 개업하고 지금까지 장사 잘 된 것도 형님 덕이 컸구만. 음식장사를 안 해본 사람 같구만!
형님 : 음식장사를 처음 해 본 것은 맞는데, 뭐 내 덕이 컸겠냐? 지가 잘해서 그렇고....... 그만큼 맛있는 것 공짜로 얻어먹고 댕겼으면 됐지!ㅎㅎㅎㅎ-
용하 : 그런데 보쌈집 잘 되는데, 왜 홍어장사를 같이 한다고 그래?
형님 : 확실한 건 나도 모르지. 보쌈집 개업시켜놓고 손님 좀 차니까 올 봄에 또 연락이 오데.
용하 : 홍어 좀 같이 먹으러 다니자고?
형님 : 어, 하하하하-
용하 : 그래서 또 홍어 먹으러 다녔네?
형님 : 어, 그런데........ 니 말대로 썩 그렇게 댕기게 하는 집이 없더라고. 대부분 옛날 선술집처럼 허름하거나 그렇고........ 그리고 그 특유의 냄새 때문에 비위도 상하거니와....... 나 같이 넥타이 메고 생활하는 것이 몸에 베인 사람들은 편하게 앉아있기도 좀 그렇고. 그 사장도 그렇다고 해서....... 홍어집은 몇 집 안 다녔어, 열 집 정도나 다녔나?.......그러다가 두 달쯤 전에 또 연락이 온 거야!
용하 : 이번에는 와서 홍어 맛 좀 봐주라고?
형님 : 어! ㅎㅎㅎㅎ- 잘 아네?
용하 : 뻔하네, 그래가꼬요?
형님 : 가서 먹었는데....... 내가 언제 홍어를 먹어봤다고 ‘홍어가 맛있다 맛없다’를 이야기 해주냐?
용하 : 그래서요?
형님 : 그래도 계속 홍어를 주문시키데. 그래가지고 자기 아는 사람들 오라고 해서 먹여보고 맛있냐고 물어보고, 나한테도 아는 사람들 좀 데리고 와서 먹어보고 이야기 좀 해주라고 해서....... 오라고 해서들 같이 먹었지.
용하 : 또 공짜로?
형님 : 어, 공짜로! ㅎㅎㅎㅎ-
용하 : 그러니까요?
형님 : 아- 사람들이 ‘먹을 만하다, 맛있다’하면서도 정확한 평가를 못 내린 거야. 사람들이 너처럼 정확한 표현을 못하고.......뭐랄까? 애매하게 포괄적으로 통상적으로 주서들은 이야기들만 하고........ 사람들이 자기가 먹은 것에 대해서 정확한 맛 표현을 못한다는 것은 정확한 맛 분석을 못한다는 것이거든!
용하 : 그래도 그 사장은 형님을 계속 오라고 한다면서?
형님 : 그래도 내가 났다고 생각이 들어서겠지.ㅎㅎㅎㅎ-
용하 : 하기사, 형님하고 인연 맺어서 영어학원도 크게 차리고 보쌈집도 성공시켰으면 믿음이 가겠네!
형님 : 나도 그 정도 보람은 가지고 살아야지.ㅎㅎㅎㅎ-
용하 : 그런데 왜 하필, 홍어가 제일 맛 떨어지는 시기에 홍어장사를 시작한다고 그래요?
형님 : 시작한 것이 아니라니까?
용하 : 지금도 홍어를 팔고 있다면서?
형님 : 팔기는 팔고 있는데, 광고를 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 메뉴판에도 안 넣고 프린트해서 가게 안에 벽에만 몇 군데 붙여놓고 들어온 손님 중에서 찾는 사람한테는 주문을 받는다니까 그러네?
용하 : 시범적으로?
형님 : 어, 본격적인 홍어장사는 올 겨울부터 할 생각인 것 같어.
용하 : 지금부터 반년 동안 홍어에 대해서 배우고?
형님 : 어! 그런데 지금 니가 나타난 거야.ㅎㅎㅎㅎ
용하 : 형님, 도원보쌈에 홍어 메뉴가 뭣뭣 있어?
형님 : 홍어회! 홍어삼합!
용하 : 두 가지만? 홍어탕 같은 것은 없고?
형님 : 어, 탕은 냄새 때문에 보쌈 손님하고 안 맞는다는 계산인가 봐.
용하 : 홍어회하고 홍어삼합 가격은 얼마나 하는데요?
형님 : 보쌈집이라 홍어삼합 위주로 전략을 세운 것 같던데, 홍어삼합 작은 것은 4만5천원하고 큰 것은 6만5천원! 그리고 회는 홍어삼합에 보쌈고기 빼고 3만원!
용하 : 홍어회는 한 접시에 몇 점 놓이는데?
형님 : 열여덟 점인가 놓여. 그래가지고 3만원!
용하 : 솔직히, 형님 입맛에 어때요?
형님 : 전에는 홍어 냄새도 못 맡았는데, 먹을 만해. 내가 아직까지 홍어 맛을 몰라서 그런지 회보다는 삼합이 더 나은 것 같고. 그리고 보통 홍어집에서는 삼합에 돼지고기가 일반 수육이 나오지 않냐? 저 집은 보쌈고기가 나오거든.
용하 : 먹어본 사람들이 보쌈 맛은 어떻다고 하는데?
형님 : 보쌈 먹어본 사람들도 고기가 맛있다고 하고!
용하 :........ 보쌈집에 홍어장사라?....... 보쌈집에 홍어장사?.......
형님 : 나도 처음에는 보쌈집에서 홍어가 어울릴까 생각했는데, 몇 번 먹어보니까....... 사장이 머리를 잘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사장이 확실히 장사에 밝다는 것을 느끼겠어!
홍어 제철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홍어를 먹어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용하 : 형님, 홍어 먹고 나면 다음날 또 땡겨?
형님 : 어! 희한하게 다음날 또 땡기는 것 같더라고?....... 우리가 돼지고기든 쇠고기든 배부르게 먹으면 몇 칠은 보기도 싫지 않냐? 회도 먹고 난 다음날에는 땡기기까지는 안 하고?....... 그런데 홍어는 먹고 나면 어떻게 된 것이 희한하게 바로 다음날 또 땡기는 것 같다니까!
나는 그날 신선한 회가 먹고 싶었는데, 홍어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홍어가 땡기기 시작했다. 들어보니까 이 정도 사람들이라면 자신감도 생겼고!
용하 : 한번 가봅시다!
이후로 나는 그 집에서 질 좋은 홍어를 열두 번이나 공짜로 얻어먹었다. 아니, 공짜로 얻어먹었다고 하면 사람이 염치없어 보일 것 같고 시식 후에 맛을 평가해줬다고 하는 것이 사람이 덜 염치없을 것 같다. 말이란 참 묘해!....... 어떻게 기술이 들어갔는지 보시라!
[홍어 맛보러 가다]
그렇게 해서, 오랜만에 해운대 신도시에서 출판광고업을 하는 형님을 찾아갔다가 ‘홍어 장사를 준비하는 보쌈집이 있는데 홍어 좀 먹어보고 홍어 맛 좀 봐주라’고 해서 생전 알지도 못하는 사람 집으로 ‘그렇게 잘 알지도 못하는 홍어 맛을 봐 준다’고 엉겁결에 따라가게 되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갔더니 입구에서 관리인으로 보이는 실장이란 여자가 ‘연락 받고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형님하고 인사를 했다. 소개를 시켜줘서 나도 실장이란 여자 분하고 간단히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는 이때부터 본의 아니게 홍어전문가가 되고 말았다.
실장 : 홍어는 어떤 걸로 해드릴까요?
형님 : 뭐로 할래? 홍어 회? 홍어 삼합?
용하 : 회로 합시다! 회 맛을 봐야 홍어 상태를 알 수 있으니까.
형님 : 전문가가 홍어 맛을 보려면 회 맛을 봐야 한다고 하네요,ㅎㅎ-
용하 : 전문가 아니라니까 그러시네요, 사람 무안하게.......
실장 : 그럼, 홍어는 삭힌 것으로 할까요, 덜 삭힌 것으로 할까요?
형님 : 좋은 홍어인지 보려면 덜 삭힌 것이 났겠지?
용하 : 그렇지요! 원 상태에 가까우니까.
형님 : 술은.......?
용하 : 소주하지요? 내내 소주가 당겼는데!
형님 : 덜 삭힌 홍어는 소주도 괜찮겠지?
용하 : 홍어도 회라니까! 모든 회에는 소주가 어울려요.
실장이 주문을 받고 나갔다. 실장이란 여자가 주인 같이 잘 해서 식구냐고 물어봤더니, 식구는 아니고 그냥 일하는 사람이란다. 나도 이전에 본업이 출판 광고쟁이로 어떤 집에 들어가면 재빠르게 살펴보고 그 집이 장사가 될 집인지 안 될 집인지 판단하는 습성이 몸에 베여 있는 사람인데, 들어오면서 보니 열대여섯 명 정도는 될 것 같은 직원들이 바쁘면서도 표정들이 모두 밝았다. 피로한 기색 없이 편해 보이고.
용하 : 인테리어 배치가 많이 넓어요? 통로도 넓고, 테이블 간격도 넓고, 방도 크고........
형님 : 어, 넓은 편이지
용하 : 보쌈집 인테리어 배치를 이렇게 넓게 해서 계산이 나오나?....... 손님 들어올 때는 한꺼번에 밀려들어오니까 테이블들을 더 붙여놔야 한 팀이라도 더 받을 수 있을 텐데?
형님 : 계산이 있어서 넓게 했겠지.......
용아 :....... 그래도 많이 넓네!
[덜 삭힌 싱싱한 홍어회를 맛보다]
서빙 하는 아주머니가 카트에 싣고 와서 상을 차려주고 나갔고, 여실장이 직접 홍어접시를 들고 따라와 상차림 가운데 비어놓은 자리에 놓았다. 홍어 코도 있었다.
실장 : 김사장님, 홍어 코도 조금 썰어왔어요. 드시고 말씀 좀 해주세요!
젓가락을 대기 전에 홍어회를 살폈다.
용하 : 홍어 때깔 좋네!
형님 : 때깔이 좋은 편이냐?
용하 : 회가 맑잖아요? 투명해 보이는 것 같이!
여실장도 물었다.
실장 : 이 정도면 좋은 홍어회에요?
용하 : 예, 색깔이 참 좋네요.
쇠고기든 돼지고기든 물고기든, 잘 아는 사람들은 그 색깔만으로도 그 맛을 짐작할 수 있다.
형님 : 어이 홍어전문가! 홍어 코부터 맛 한 번 봐봐.
용하 : 참, 사람 민망하게 하시네........ 형님, 코는 진하니까 회부터 먹어봅시다.
형님 : 아, 그게 또 그러냐?ㅎㅎㅎㅎ
입안이 담배에 찌들어 있어서, 소주 한 모금을 입에 담고는 혀 위에서 몇 번 오무작거린 다음에 돌려 삼켰다. 그리고 입안에 고이는 침으로 두세 번 정도 더 씻어서 삼키고.
용하 : 형님도 드셔 봐요.
형님 : 실장님도 같이 드셔보세요.
실장 : 저는 괜찮아요. 두 분 맛보시고 난 다음에 이야기 들을께요.
젓가락을 들어 홍어 한 점을 집어서 아무 것도 안 묻히고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두 사람은 보고만 있었다. 쑥스럽게도!
용하 :.......?....... 음 신선하네요. 잡냄새 없고!....... 괜찮네!
형님 : 괜찮아?
용하 : 괜찮아요!
다시 젓가락으로 홍어회 한 점을 집어서 아무 것도 안 묻히고 입에 넣었다.
형님 : 아무 것도 안 찍어 먹어?
용하 : 회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무 것도 안 묻히고 먹어야 그 회의 제 맛을 느껴요. 회를 먹는다는 것은 날것이 땡겨서 먹는 것인데, 날것에는 날것만의 신선한 맛이 있거든. 거기에 뭐를 섞으면 그 맛이 없어져버리고.
씹던 홍어회를 삼켰다.
형님 : 맛이 어떠냐?
용하 : 전문가도 아닌데 내가 바로 어떻게 알어? 여러 번 씹어 먹어봐야 알지. 홍어같이 뼈있는 회는 꼭꼭 씹어 먹어봐야 맛을 알어. 형님도 꼭꼭 씹어 먹어 봐요, 술맛 보는 것하고는 틀리니까.
이번에는 홍어 두 점을 집어서 입으로 넣었다. 많이 삭힌 것이 아니라 향이 강하지는 않았어도 꼭꼭 씹을수록 입안에 단물이 많아지면서 시원하고 향긋한 홍어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숨을 들이마시고 쉴 때마다 콧구멍- 목구멍 속으로까지 시원해지고, 단물을 삼킬 때마다 목구멍 밑으로까지 더 시원해졌다.
용하 : 맛있네! 형님도 같이 드셔 봐요.
형님은 고춧가루 몇 알 섞여 있는 소금에 찍어서 맛을 봤다. 나는 또 회만 집어서 씹었고. 질근질근 씹히는 찰진 살에도 암모니아 향이 들고, 위아래 어금니 사이에서 물렁뼈가 눌리어 오도독오도독 깨질 때마다 더 진한 암모니아 향이 터져 나오고 곧이어 고소한 단물이 혀로 옮겨와 고였다. 씹으면서도 넘기면 또 속까지 더 시원해지고.
용하 : 이맘 때 이 정도면 좋은 홍어네요!
형님 : 좋은 홍어?
용하 : 예, 상급! 많이 안 삭힌 것이라 처음에는 향이 진하지 않아도 씹을수록 그 향이 진해지면서 단맛이 나고 고소한 맛이 깊어져요. 씹을수록 맛과 향이 풍부해지잖아요?
형님 : 씹을수록 맛과 향이 풍부해지는 것이 좋은 홍어냐?
용하 : 바로 그거지요. 질이 떨어지는 홍어는 씹을수록 쓴 맛이 나거든. 그 냄새도 상큼하지 못하고 역겨울 수 있고. 형님도 다른 홍어집 많이 다녀봤다고 했으니까.......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인데?
형님:....... 아, 이제 알 것 같네!
[홍어코를 맛보다]
홍어회를 맛봤으니 이제 홍어코를 맛 볼 차례였다. 맛을 볼 때는 진한 맛을 먼저 보고 연한 맛을 나중에 보면 연한 맛을 잘 느낄 수 없어서, 일부러 진한 맛이 나는 홍어코를 나중에 맛본 것이었다.
홍어 코 색깔이 가을에 막 빠진 상수리 알 같이 고동색으로 투명했다.
용하 : 형님, 이 홍어 코 색깔은 정말로 좋은 거야!
형님 : 꼭, 투명한 젤리 같기는 한데....... 내가 뭐를 알아야지?
용하 : 싱싱한 홍어를 잘 삭힌 거라 이렇게 맑고 깨끗한 고동색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형님 :....... 그렇구나!
홍어 코 한 점을 입에 담았더니 향이 입안을 채우는 것을, 깨물었더니 쏴아-하고 진하게 퍼졌다. 숨을 쉴 때마다 홍어회보다 더 진한 암모니아 향에 목구멍 콧구멍 허파까지 더 시원해졌고. 몇 번을 먹었다는 형님도 따라했다.
용하 : 으음~ 깔끔하고 상쾌하네!
형님 : 홍어 코도 상급이냐?
용하 : 예, 향이 강하면서 뒷맛에 걸치는 것이 안 남잖아요?
형님 : 그래....... 이 냄새는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홍어냄새하고는 틀려.
옆에서는 여실장이 안 가고 계속 지켜보고 있었고, 홍어전문가를 데려왔다는 형님은 여실장한테 결론을 내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형님 : 그래, 니가 봐도 오늘 나온 홍어는 상급이네?
용하 : 예, 이맘때 이 정도 홍어 같으면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실장님, 홍어 맛있네요. 정말 좋은 홍어 받으시네요!
이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형님이 나를 이집에 데리고 올 때는 ‘비싼 돈 주고 받는 홍어를 제대로 받고 있는 것인지 확신을 갖지 못하고, 그것을 확인해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서, 거기에 답을 해준 것이었다.
실장 : 홍어 보내주는 데서도 이맘때는 이것이 최상급이라고 하더라고요!
용하 : 내가 진짜 홍어 전문가 데리고 온 것 같구만 ㅎㅎㅎㅎ-
여실장이 잠깐 동안 평을 듣고는 일 때문에 가보겠다고 만족한 표정으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부산에서 홍어장사를 준비하다]
이후로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형님 : 그런데 왜 다른 집에서 먹는 홍어는 이 맛이 안 나지?
용하 : 아까도 이야기 하니까, 재료차이라고. 재료비 차이지!
형님 : 재료비 차이?
용하 : 당연하지요! 비싼 돈 주고 가져오니까 이 맛이 나는 거지. 다른 집들도 돈 많이 주고 더 좋은 홍어 받으면 이것보다 더 좋은 맛이 날 것이고! 소고기집도 1등급 한우 파는 집하고 싸구려 수입산 파는 집하고 확실하게 차이 나잖아요?
형님 : 그럼, 다른 홍어집도 그러면 될 것 아니야?
용하 : 부산서는 홍어를 안 알아주잖아? 부산에도 홍어 마니아들이 있기는 있는데, 소비자층이 너무 얇아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좋은 홍어를 받기가 힘들고!
형님 :.......
용하 : 흑산도나 목포 같은 곳에서도 좋은 홍어는 없어서 못 파는데....... 홍어 맛도 모르고 값도 제대로 안쳐주는데 부산으로 좋은 홍어를 보내겠어요?....... 장사 원리가 그렇잖아요?
형님 : 그건 그렇겠다........
용하 : 그래도 홍어를 찾는 사람이 있으니까 선술집 같은데서 구색 맞춘다고 싼 것 같다놓기는 하는데, 비싼 홍어 맛이 날 리가 없는 것이지요. 주인들 자체도 진짜 맛있는 홍어를 안 먹어 봐서 진짜로 좋은 맛있는 홍어를 모르는 것이고.
형님 : 그렇겠네, 그게!
용하 : 형님, 이집 사장하고 다른 집 홍어집 열군데 정도 다녀봤다면서....... 맛을 떠나서, 규모 갖추고 홍어 장사하는 집 있던가요? 요새 보쌈 유행해서 보쌈 체인점 많이 생겼는데....... 보쌈집 정도로 규모 갖추고 장사하는 홍어집이 부산 시내에 한 집이라도 있었어?
형님 : 못 봤지. 대부분 선술집 수준이고, 그 중에서 괜찮다고 해봐야 일반 식당 정도?.......
용하 : 그렇다니까. 보쌈집뿐만 아니라 소고기집, 횟집, 한정식, 뷔페........ 식당 크게 하는 집들이 많은데, 부산에서 홍어집 크게 하는 집은 한 집도 없잖아? 그것이 돈이 되고 돈이 안 되고 시장성 때문이라고!
형님 : 맞네!
용하 : 홍어집 허름한 것은 부산뿐만 아니고.......서울 광주 목포 거의 다 마찬가지요. 인터넷에 [홍어] 이미지 검색해서 보니까....... 올려놓은 사진들 보면 홍어집들이 대부분 갈비집이나 일식집 보쌈집에 비해서 아직까지 영세성을 못 벗어났어!
형님 : 나도 이집 사장하고 인터넷 검색을 많이 해봤는데, 니 말 듣고 생각해보니까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 중에서도 홍어집이 규모나 인테리어가 제대로 된 집이 안 떠오르네!.......
용하 : 시장성 때문이라니까.
형님 : 그래도 부산은 이해가 되는데, 서울이나 광주 목포 같은 홍어집들도 왜 그렇지? 그쪽에는 옛날부터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텐데?
용하 : 그것은 그쪽에서도 옛날부터 홍어 자체가 귀해서 공급이 제대로 안 되서 그런 것도 있고, ‘홍어가 혐오감이 있어서’ 젓가락 묻히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서 얼른 소비시장 형성이 안 돼서 그래요.
형님 : 그쪽도?
용하 : 수입산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홍어가 귀했잖아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홍어가 안 잡혀서 흑산도 홍도에 홍어 배가 한 척밖에 안 남았었다가 지금은 아홉 척이 주낙으로 홍어를 잡고 있다고 하고?
형님 : 그건 나도 알고 있다.
용하 : 홍어도 안 잡히는데........ 홍어장사를 하고 싶어도 홍어가 없는데, 갈비집처럼 크게 벌려서 인테리어 잘해놓고 장사할 수가 없는 것이잖아요?
형님 : 아....... 고래고기 좋아해도 울산에 고래고기집 크게 하는 데 없는 것하고 마찬가진 것이네!
용하 : 그렇지요
형님 : 그래도 인터넷에 보니까, 인테리어는 허름하기는 해도 이름 좀 있는 홍어집들은 홍어값이 만만치가 않아? 홍어 마니아들이 일부러 찾아다니고!
용하 : 그런 집들은 맛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겠지요. 좋은 홍어를 받는다는 것이고.
형님 : 울산 고래집들처럼!
용하 : 그렇지요. 그런 홍어집들도 진짜 좋은 홍어를 받으니까 마니아들이 그 맛을 알고 찾아가는 것일 거라고. 울산 장생포에서도 고래 한번 들어오면....... 그래도 없어서 못 팔잖아?
형님 : 당연히 그렇겠네........ 또 인터넷에 홍어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카페도 많이 만들고, 홍어이야기들도 많이 올라와 있더라고!
용하 : 그렇데요.
형님 : 그 중에서도 김규환이라는 분이 홍어관련 좋은 글들을 많이 올려놓으셨고? [김규환 홍어] 검색하면 인터넷에서 바로 올라와!
용하 : [김규환씨 홍어이야기] 아는 것 보니까 형님도 홍어공부 많이 하셨네.
형님 : 홍어집 사장하고 같이 찾아보기는 많이 찾아봤지. 홍어장사 준비한다고 먹으러 다녔다고 안 그러냐?....... 그래도 홍어 검색하면 워낙 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고, 남의 글 복사해서 똑 같은 글들을 반복해서 올려놔서들....... 체계적으로 정리하기가 힘들어.
용하 : 인터넷이 그런 게 있지요.
형님 : 그래도 인터넷에 홍어관련 글들이 수없이 올라와 있는 것 보면 홍어 좋아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아? 글 올려놓은 사람들 보면 젊은 사람들도 많던데?
용하 : 수입산 들어오면서 홍어도 대중화 많이 됐어요. 홍어가 맛이 독특하면서도 강하고 중독성이 있어서, 제대로 된 홍어에 한 번 맛을 들이면 그 맛을 잊을 수가 없거든.
형님 : 그건 그렇고....... 니가 볼 때 이 집 홍어가 될 것 같냐?
용하 : 보쌈집에서 홍어장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감이 좋네. 홍어도 괜찮은 것으로 받고!....... 그래도 사장 한번 보고! 형님 이야기 들어보니까 사장이란 사람이 궁금해지네.
[홍어집 사장 들어오다]
이야기 중에 홍어도 맛있고 술도 잘 받는데, “탁-탁-탁-탁.......” 서둘러서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구둣발소리가 들렸다.
형님 : 여덟시 돼야 올 수 있겠다더니만 빨리 오네!
용하 : 발소리만 들어도 알어?
형님 : 저나 나나 바쁘게 사니까! 니가 오늘 내 체면 좀 살려주라.ㅎㅎㅎㅎ-
용하 : 오늘 홍어 좀 먹겠다는 느낌이 오네! ㅎㅎㅎㅎ-
사람을 기다리게 해놓은 약속에서 두 부류의 인간들이 있는데, 사람 기다리고 있는데도 거드름 피우고 들어오는 싸가지 없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미안해서 허둥대고 오는 사람들이 있다......... 사장이 들어오기 전부터 이것은 마음에 들었다.
홍어집 사장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장 : 아, 김사장님, 미안! 미안! 낮에 전화드릴 때만 해도 일마치고 바로 올 생각이었는데, 급한 일이 생겨가지고....... 담부터는 일찍일찍 시간 낼게.ㅎㅎㅎㅎ
형님 : 담에 또 부를라고?ㅎㅎㅎㅎ
사장 : 김사장님보다 더 믿을 사람이 있습니까?ㅎㅎㅎㅎ
형님 : 원장님, 나도 아직까지 홍어 맛 모르고....... 진짜 전문가 한 명 데려왔다니까!
이 사람들도 형님하고 나처럼 서로 말을 놨다가 올렸다 하는 사이란 것을 느꼈다. 그리고 홍어집 사장은 형님한테 ‘김사장님’이라고 부르고, 형님은 홍어집 사장을 ‘영어학원 원장’ 때부터 습성 때문에 ‘원장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고.
형님이 양쪽을 소개를 시켜서 나하고도 인사를 했다. 그리고 홍어이야기를 하다보면 이야기가 많아질 것 같아서 바로 호칭을 정했는데, 나는 홍어집 사장을 ‘사장님’이라고 부르기로 하고, 홍어집 사장은 나를 ‘윤사장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인사를 마치자 홍어집 사장이 바로 주인행세를 했다.
사장 : 식사들도 안하셨을 것인데, 삼합이 아니라 홍어회로만 드시고 계셨네? 돼지고기도 좀 안 드시고.......
형님 : 홍어전문가가 홍어 맛을 제대로 보려면 회만 먹어봐야 한다하네?
사장 : 아, 전문가께서! 제가 홍어에 대해 너무 몰라서요. ㅎㅎㅎㅎ....... 그래도 돼지고기 집에 오셨으면 돼지고기도 먹어주는 것이 매너 아닌가? 돼지고기집 주인이 내는 것인데?ㅎㅎㅎㅎ-
처음 만난 사람이었는데도, 홍어집 사장이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었다.
사장 : 아! 홍어 전문가 오셨다고 해서 어찌나 급하게 왔던지!ㅎㅎㅎㅎ-
용하 : 아! 자꾸 낯 뜨거운데요? 잠깐만요 잠깐만! 저는 홍어전문가가 아니고, 여기 형님한테 술 한 잔 얻어먹으러왔다가 홍어이야기가 나와서 어떨 결에 따라왔습니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까....... 제가 아는 한도에서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형님 : 야! - 너 정도 되면 전문가다, 전문가! 여러 사람 왔다갔어도 너만큼 아는 사람 없더라.
사장 : 저는 우리 김사장님 말씀이라면 다 믿으니까, 저도 전문가라고 믿을께요.ㅎㅎㅎㅎ-
이야기를 하다 보니 형님하고 사장하고도 편하게 하고, 형님하고 나하고도 편하게 하는데, 홍어집 사장하고 나하고는 자기를 ‘저’ ‘저’ 해서....... 형님이 중간에서 자기만 안 편하다면서 ‘그쪽으로도 편하게’ ‘나’ ‘나’ 하고....... 홍어집 사장도 자기가 배우는 입장이라면서 ‘이쪽으로도 편하게 나!, 나!’ 이야기를 하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형님 : 이 친구도 뭐 준비하는 것 보면 치밀해. 두 사람이 닮았네!
사장 : 아, 김사장님이 볼 때 나도 그렇습니까?
형님 : 그렇지, 원장님도 치밀하고 뭐 준비할 때는 지독하잖아?
용하 : 형님하고는 18년 정도 전에 만났는데, 닮았다는 분 뵈니까 반갑네요. 오늘 홍어는 사장님이 내시는 겁니다.ㅎㅎㅎㅎ-
사장 : 당연하지요! 나도 닮은 분 뵀다고 하니까 반갑네요.ㅎㅎㅎㅎ-
형님 : 이야기 해보면 두 사람이 죽이 잘 맞을 거야. 잘 한번 맞춰봐. 나는 홍어에 술이나 먹을 테니까ㅎㅎㅎㅎ-
정분이 깊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이왕 술자리가 만들어졌는데, 즐거우면 좋은 것이었다. 그리고 남의 사업이니까 도움이 되면 기쁜 일이고.
사장 : 홍어 드셔보시니까, 좀 어떻습니까?
용하 : 맛있네요. 냄새도 상큼하고, 씹히는 질감도 찰지고, 씹을수록 단맛이 나면서 고소한 맛이 진합니다. 좋은 홍어 받으시네요.
형님 : 점수로 치면 몇 점 정도나 되겠냐?
용하 : 점수로?....... 점수를 매기기는 난감한데.......
형님 : 그래도 장사하는 입장에서 감은 잡아야 할 것 아니냐?ㅎㅎㅎㅎ-
사장 : 점수로 매기기 어려우시면 [수][우][미][양][가]로 만이라도....... 솔직히 내가 감을 못 잡고 있는데, 감이라도 잡을 수 있게요.ㅎㅎㅎㅎ
용하 : 꼭 그러시면....... 홍어가 겨울에 맛있고 여름에는 덜하다고 하니까, 겨울 홍어를 100점 만점이라고 하고 여름 홍어를 85점 만점이라고 하면........ 85점 만점에 80점 정도?.......
사장 : 겨울이 아니라서 85점 만점에 80점이요?
용하 : 예, 85점 다 주면 안 믿으실 테고?ㅎㅎㅎㅎ-
사장 : 솔직히, 괜찮은 홍업니까?
용하 : 예. 지금 이철에 이 정도 홍어면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내가 먹어본 홍어 중에서도 아주 맛있는 홍어입니다.
사장도 홍어를 몇 점 집어 먹었다.
사장 : 김사장님, 덜 삭힌 것으로 드셨네?
형님 : 어, 홍어 맛을 제대로 보려면 덜 삭힌 것부터 먹어봐야 한다고 해서!
사장 : 그게 또 그렇습니까?
용하 : 덜 삭힌 홍어를 봐야 좋은 홍어를 쓰는지 덜 좋은 홍어를 쓰는지 알기가 쉽거든요. 삭힐수록 원래 품질 상태를 알아내기가 더 힘들어지고요.......
사장 : 예에!.......?.......
용하 : 이 정도 싱싱한 상태에서 삭혀진 홍어 같으면 회 좋아하는 부산 사람들 입에도 잘 맞겠는데요? 이 보다 더 강하면 손님들이 빨리 적응을 못할 것 같고요.
[홍어와 부산의 회 문화]
홍어집 사장이 ‘부산 사람들 입맛에 홍어의 숙성 정도를 맞춰내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사장 : 윤사장님이 홍어숙성 정도를 정확하게 보시네요!
용하 : 뭘 정확해요?ㅎㅎㅎㅎ- 부산서 회 좀 먹어보고 홍어 맛 아는 사람들한테는 빤한 것을 가지고!ㅎㅎㅎㅎ
사장 : 아니, 안 그렇습니다....... 김사장님, 내가 이것 때문에 요새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이전에 먹어봤던 것들하고 오늘 먹은 것하고 비교해서 어때?
형님 : 앞전에 것들보다 오늘이 먹기가 더 편하네!
사장 : 아, 내가 이것 때문에 요새 몇 칠을 잠을 못자다가....... 내 딴에는 부산 사람들 입에 맞춘다고 ‘덜 삭힌 것을 보내라’고 해서 받았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적응을 못하는 것 같아서, 바꿔보려고 해도 ‘홍어는 삭혀야 제 맛’이라고들 해서 고민 고민을 하다가........ ‘더 순한 것으로 보내라’고 해놓고, 김사장님한테 또 오시라고 한 것이었는데....... 윤사장님이 정확히 알아보시네!
용하 : 이 정도 같으면 삭힌 정도가 많이 순한 편이네요. 그래도 회가 이만큼 찰지다는 것은 싱싱한 홍어라는 뜻이고, 이렇게 싱싱하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해지고 홍어 특유의 향이 계속 강해진다는 것은 좋은 홍어여서 그렇습니다.
사장 : 이 정도 삭힌 홍어 같으면 부산 사람들 입에 맞겠습니까?
용하 : 예. 홍어회를 떠나서 부산은 회를 좋아하고 회 맛을 아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이 정도 질감이면 일반 활어회보다 더 낫지요! 맛은 비교도 할 수 없이 진하고요!....... 이 정도 홍어면 부산 사람들도 쉽게 맛을 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장 : 아, 이제 자신이 생기는 것 같네....... 홍어 삭힌 정도 때문에 요새 이만저만 고민한 것이 아니었다니까! 뭐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있어야지. 이사람 저사람 불러다가 먹여 봐도 비스무리하게스리 같은 소리들이나 하고!ㅎㅎㅎㅎ.......
형님 : 그럼, 많이 삭힌 홍어는 안 받고?
사장 : 그건 아니고! 이렇게 싱싱한 상태에서 약간만 삭힌 홍어도 받고, 삭힌 홍어도 받는데....... 삭힌 홍어도 저번에 것들보다는 한 단계 덜 삭힌 것으로 받을라고!....... 사람들이 얼른 적응을 못하는데, 삭힌 정도를 어느 정도 선에 맞춰야 할 지 감을 잡기가 어렵네!
용하 : 두 분 낚시 다니세요?
사장 : 나는 낚시를 못 배웠습니다.
형님 : 나도 섬에서 나서 나왔어도 낚시는 거의 안 다녀.
용하 : 그럼, 생선회는 얼마나 좋아하시고 자주 드세요?
형님 : 나는 회는 자주 먹지,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나이 먹으면서부터 회가 당겨. 회가 편하고.
사장 : 나는 회는 그렇게 많이 안 먹는 편입니다. 그래도 나이를 먹어가니까 회가 한 번씩 먹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그때는 한 번씩 먹고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형님 : 갑자기 낚시하고 회 이야기는 왜?
용하 : 회를 기본적으로 알아야 홍어장사를 잘 할 것 같아서요. 유행에 따른 사람들 식성 변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
사장 : 한번 들어봅시다.
용하 : 두 분! 돌돔, 감성돔, 벵에돔, 복어, 도다리 같은 것들 횟집에 가서 드셔본 적 있지요? 이것들이 아주 비싸잖아요? 왜 비쌀 것 같아요?
형님 : 맛있으니까 비싸지!
용하 : 또요?
형님 : 뭐랄까? 회들이 깨끗해 보이고 여물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사장 : 예. 그런 비슷한 느낌들이지요. 귀하기도 할 것이고.......
용하 : 예. 돌돔, 감성돔, 벵에돔, 복어, 도다리 같은 것들은 맛도 맛이고 희귀성도 있는데....... 얇게 썰어놔도 물이 안 나오고 꼬들꼬들 여물고 찰지면서 입안에서 씹히는 질감이 아주 좋아서 그래요.
사장 : 예에!.......?.......
이 홍어집 사장은 남의 이야기를 관심 있게 들을 때 ‘이해했다’는 것과 ‘궁금하니까 이야기를 더 해보라’는 뜻으로 “예에!.......?........”하는 습성이 있었는데, 지적호기심도 많고 이해도 빠르고, 자기가 필요한 것을 남이 이야기하도록 해서 남의 이야기를 아주 잘 듣는 사람이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대충 넘어가는 일이 없고.
용하 : 맛으로 따지면 가을전어나 꼬시래기 만큼 고소한 것이 없고, 고등어 회도 아주 고소한 회인데........ 입안에서 씹히는 질감이 떨어져서 고급횟감이 못 되는 거예요. 특히 고등어는 금방 물러져버리고요.
형님 : 아-
사장 : 예에!.......?.......
용하 : 그리고 두 분은 ‘회를 못 먹는 사람들’이 ‘회를 못 먹는 가장 큰 이유’가 뭘 것 같아요?
사장 :........?
형님 : 뭔데?
용하 : 날 것을 어떻게 생으로 먹느냐는 혐오감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입안에 들어가면 느글느글 할 것인데 징그럽게 그것을 어떻게 씹어 먹느냐는 질감에 대한 거부감이 커요.
사장 : 예에!.......?.......
용하 : 지금은 부산 사람들 중에서 어른치고 회 못 먹는 사람이 거의 없잖아요?
형님 : 부산 살면서 회 못 먹는다고 하면 바보소리 듣지.
용하 : 그럼, 부산 사람들이 언제부터 회를 이렇게 많이들 먹었다고 생각해요? 특별한 사람들 말고 대중적으로?
형님 :....... 오래되지 않았나?.......
사장 :....... 아닌 것 같은데?........
용하 : 두 분은 언제부터 회를 먹기 시작했습니까? 회가 먹고 싶어서 ‘내 돈 내고’ 회를 사먹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 것 같아요?
형님 :....... 내 돈 주고 사먹은 것은 서른 살 넘어서였네.
사장 : 나도 서른 살 넘어서인 것 같아요! 그 전에도 먹어보기는 먹어봤는데....... 솔직히 그때는 회 맛있다는 생각은 못했고!
용하 : 그럼, 두 분 친구들은요?
형님 : 아!....... 그러고 보니까 부산서도 사람들이 이렇게 회를 많이 먹기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됐네!
용하 : 내가 부산해양고등학교 나왔거든요.
사장 : 아, 그러시구나.
용하 : 82년에 입학했는데, 그때 학교에 경상남도나 전라남도 섬에서 온 친구들도 많았는데, 기억해 보면 그 애들 중에서도 회 먹을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나도 군대 갔다 온 이후로 바다낚시 다니면서 회 맛을 배웠고요.
사장 :.......
용하 : 내가 처음 횟집에 가서 회를 먹어본 것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로 잠시 가내수공업 신발공장에 다니면서 ‘횟집으로 회식하러 가자’고 해서, 횟집에 갔는데....... 남천동 삼익아파트하고 대연비치 아파트 사이에 [해변시장]이었어요.
형님 : 아! 해변시장!
용하 : 85년도 당시에는 송도나 광안리에 일본 관광객 상대로 하는 횟집들 말고는 부산에도 횟집이 거의 없었는데........ 남천동 삼익아파트 단지 들어서면서 부산에서 최초로 활어회 센터 개념으로 [해변시장]에 회 센터가 생긴 것이었어요.
사장 : 아!.......
용하 : 그런데, 그 당시 해변시장에서 파는 회가 거의 다 뭐였는지 압니까?
사장 :.......?
형님 :.......?
용하 : 아나고!....... 붕장어!
형님 : 아!- 아나고!
용하 : 다른 고기들은 거의 없었어요.
사장 : 다른 물고기들은 왜 거의 없었지요?
용하 : 양식도 많이 안 하고, 지금처럼 수족관도 대중화가 안 됐고, 회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는데 비싼 고기 갖다놨다가 죽어버리면 안 되니까!
형님 :.......
용하 : 대신에 붕장어는 부산-기장-칠암-통영 이쪽 앞바다에서 통발만 쳐놓으면 어마어마하게 올라왔거든. 다라에 넣어놓기만 해도 안 죽고!
사장 : 예에!.......?.......
용하 : 그래서, 그때만 해도 해변시장에 회 먹으러 가면 아줌마들이 붕장어 껍질 벗기는 것이 일이었는데....... 회로 다져서는 꽉 짜줘! 기름기 빠져서 꼬들꼬들해지라고!
형님 : 아!........
사장 : 기억나네!.......
용하 : 붕장어가 장어 종류라 기름기가 많은 것 때문도 있는데, 사람들이 그때까지만 해도 회를 거의 안 먹어봐서 회를 쳐서는 물로 빨아서 수건에 꽉 짜거나 ....... 심하면 빨래 돌리는 짤순이에 돌려서 짜버렸다고!
형님 : ㅎㅎㅎㅎ- 맞어 맞어!
용하 : 느글느글한 것 없어졌으니까, 입으로 불면 ‘스펀지 같이 날아갈 정도로 푸석푸석-코실코실 해졌으니까’ 초장 묻혀서 깻잎하고 상추에 싸먹으면 먹을 만하니까 먹어보라고!
사장 : 아하!.......
용하 : 그게 다 회를 안 먹어본 사람들 입에 거부감을 없애서 회를 많이 먹게 만들어서 장사할라고 장사꾼들이 개발해낸 상술이란 말입니다. 회의 질감을 사람들 입맛 식성에 맞춘 것입니다!
형님 : 아아 맞네!
사장 : 인정! 인정!
용하 : 그래서 부산에서 80년대 중반부터 붕장어(아나고) 회가 퍼지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나고를 먹기 시작하면서 회 먹는 것을 배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푸석푸석-코들코들한 질감의 아나고 회부터!
사장 : 아하!.......?.......
용하 : 내가 86년도에 군대를 갔는데, 군대 들어가기 3일전까지 자갈치에서 [신동아 회센타]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갔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자갈치에도 회센타가 없었습니다. 남포동 쪽으로 여관 골목에 횟집들 몇 군데 말고는요.
사장 : 예에!.......?.......
용하 : 그 당시에 자갈치하면 ‘지금 매립되어 있는 바다 옆으로 어선들 앞에’ 늘어서 있는 포장마차 [곰장어구이]였지요. 지금도 자갈치에 곰장어구이집들이 많이 있는데, 횟집 늘어난 규모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됩니다.
사장 : 예에!.......?.......
형님 : 홍어 이야기하다 이야기가 옆으로 새는 것 아니냐?
사장 : 들어봐요, 홍어장사 잘하려면 회부터 알아야 한다니까!
사장 : ㅎㅎㅎㅎ-
용하 : 그러다가, 내가 89년도 3월에 제대하고 나오니까 부산에 [향어 회] 열풍이 일어나 있는 것이었어요.
사장 : 아!....... 향어!
형님 : ㅎㅎㅎㅎ- 향어는 나도 많이 먹었어. 국수발처럼 썰어서 깨 뿌려서 깻잎하고 상추에 싸먹으면 맛있었어!
용하 : 붕장어 회를 먹기 전까지만 해도 부산에서도 ‘회는 일본 놈들이나 먹는 것이지 야만스럽게 어떻게 생선을 익히지도 않고 먹느냐’고 했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형님 :.......
용하 : 회를 직접 먹어보니까 먹을 줄 알게 되니까 ‘회가 맛도 있고, 영양가도 높고, 몸에도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
사장 :.......
용하 : 그런데 아나고 말고는 다 비싸잖아요?....... 그래서 향어가 나온 것입니다.
사장 : 싸고 양이 많이 나오니까?
용하 : 그렇지요!
형님 :....... 그런데, 향어가 왜 싸지?
용하 : 바다가 아니라도 육지 저수지나 수조에서도 키울 수 있으니까. 바다는 태풍 한 번 오면 다 터져나가면 3~4년 농사 도로아미타불 될 수 있는데, 댐이나 저수지는 파도나 조류가 없어서 안전하잖아?
형님 : 아-
용하 : 그리고 이 향어가 물 돼지라고 빨리 크거든.
사장 : 아하!
향어는 이스라엘 잉어라고도 불린다. 원래는 독일 품종인데, 사막지대인 이스라엘에서 단백질 공급원으로 개발한 것을 박정희 대통령 때 우리나라에서 수입해서 키운 것이었다. 많이 먹고 잘 커서 일명 [물돼지]라고도 불린다.
용하 : 향어가 싸고 고기 양도 많이 나오고 맛있는 물고기입니다. 포를 떴다가 층층으로 더 떠서 국수발처럼 채 썰어놓으면 입안에서 씹히는 질감도 좋고요!
형님 : 나도 많이 먹었으니까 알지.
용하 : 아나고(붕장어)가 부산 사람들이 회를 먹게 만들었다고 해도 아나고는 길쭉한 장어류였는데.......
형님 :.......
용하 : 물고기 같이 생긴 물고기로는 향어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회를 대중적으로 먹을 수 있게 만든 최초의 물고기입니다. 특히, 바닷가가 아닌 내륙지방에서도 사람들이 회를 먹을 수 있게 만들었어요. 향어를 대부분 댐에서 양식을 했으니까요.
형님 : 아!.......
사장 : 그랬었네!
용하 : 그래도, 향어를 대부분 내륙지방의 댐에서 양식했어도 그 향어 소비도 부산이 제일 많았어요.
형님 : 향어 소비도 부산이 제일 많은 것은 왜지?
용하 : 회를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요!
사장 : 아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되네! 홍어도 회니까, 부산 사람들이 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홍어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용하 : 그렇지요!
사장 : 아아, 맞네!
형님 : 그런데, 왜 요새는 향어가 거의 안 보이지?
용하 : 그 사이에 양식기술이 발달해서 상대적으로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들도 가격이 싸져버린 것입니다.
사장 : 아아-.......
용하 : 지금 광안리 민락동 회 센터에 가면 광어나 우럭이나 1킬로그램에 소비자가격으로 1만2천원에서 1만5천 원 정도 하거든!........ 통영 같은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적정 출하 체중 0.7kg 정도 참돔 한 마리 가격이 현지 가격으로 4천 원 정도 한다고 하고. 그러면 향어가 바다 가두리 양식장 물고기들하고 경쟁이 안 되는 것이지요!
형님 : 맞네.
사장 : 그래도 향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향어를 찾을 것인데?
용하 : 그런데 사람들 선입견이란 것이 또 무서워요.
형님 : 그건 또 뭔데?
용하 : 우리나라 사람들이 바다고기는 회로 먹어도 민물고기는 회로 못 먹는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디스토마가 공포였거든.
형님 : 아!
용하 : 옛날에는 디스토마 한 번 걸리면 죽는 병이었거든. 요새는 민물고기 좋아하는 사람들 1년에 알약 하나면 끝나지만!....... 그 디스토마가 백에 아흔아홉은 민물고기를 회로 먹는 사람들한테서 생겼단 말입니다.
사장 : 아아!
형님 : 그런 정서가 있었네.
사장 : 그럼, 부산에서 본격적으로 여러 가지 바닷물고기들 회가 대중화 된 것은 언제쯤부터지요?
용하 : 광안리해수욕장 끝머리에 [민락동회센타] 들어서고부터라 봐야지요! 민락동 회센타 생기고 나서부터 ‘회는 광안리 가면 싸게 먹을 수 있다’는 말이 생겼으니까요!
형님 : 인정! 그때 내가 그 동네 있었으니까.ㅎㅎㅎㅎ-
용하 : 우리 해양고등학교 다닐 때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부산에 횟집하면 송도에 거의 몰려있었는데, 당시에는 학교가 송도 길목에 있어서 내가 거기서 기숙사 생활을 2년하고 송도에서 하숙을 1년 했는데.......그 당시에 송도 횟집 횟값은 일반인들은 들어갈 엄두도 못 내게 비쌌었요.
사장 : 그랬었지요.
용하 : 광안리회센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부산 사람들 머릿속에 ‘회는 일본 사람들이나 먹는 것이지 어떻게 익히지도 않고 야만스럽게 날 것으로 먹느냐?’고 하는 혐오감도 있었지만 ‘회는 일본관광객이나 높은 데 돈 많은 사람들이나 먹을 수 있는 고급음식’이라는 부러움 같은 것이 상충했는데.......
사장 : 예에!.......?.......
용하 : 불면 날아갈 정도로 빨아서 짠 아나고로 회 먹는 것을 익히고, 국수발 향어 회로 회 먹는 것을 배우고 난 다음에는....... 광안리 회센타 생기고서부터 웬만한 사람들도 ‘광안리 회 먹으러 가자’는 말을 할 수 있게 됐던 것입니다.
사장 : 아아!.......
용하 : 그리고 광안리 [민락동 회센터]가 93년도쯤에 문을 열었으니까....... 가두리양식장이 대중화되면서 양식산 광어나 우럭 참돔 같은 것들이 마구 쏟아져 나올 때였고, 경기도 고성장기의 피크타임 때라 서민들 지갑에도 이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만 원짜리 몇 장 정도는 넣어 다닐 수 있게 된 때였고요. 거기에는 부산시의 정책적인 전략도 들어 있어요.
사장 : 아아!.......
이런 이야기들은 내가 해양고등학교 다닐 때, 83~84년도에 우리 [수산업] 과목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지금은 아나고 회만 찾고 있는데, 10년도 안 되어서 회가 부산에서부터 대중화 될 것”이라고.
형님 : 그럼, 자갈치 시장은?
용하 : 자갈치 [신동아활어회센터]는 남천동 [해변시장 활어회센터]보다는 늦게 생기고 광안리 [민락동 활어회센터]보다는 일찍 생겼는데, 87년도에 개장했고....... [자갈치활어회센터]는 [신동아활어회센터] 생기고 몇 년 있다 생겼는데, 자갈치도 초창기에 부산에서 활어회 대중화 선도에 크게 기여했지요.
형님 : 그래도 민락동만큼은 안 되지?
용하 : 자리가 좁아서 한계가 있으니까!
사장 : 아!.......
용하 : 그렇게 자갈치에서 87년도에 처음으로 [신동아회센타]가 생기고 활어회도 대중화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다음에, 남구(지금의 수영구)에서 광안리 해수욕장 끝머리를 매립해서 매립한지 불과 얼마 안 되어서 매립지에 활어회센터가 들어섰는데.......
형님 : 그때 그랬지. 그것은 내가 잘 알아.ㅎㅎㅎㅎ-
용하 : 광안리 민락동 회센터는 ‘자갈치 시장처럼 생선가게라는 이미지 없이’ 오로지 [활어센터] 개념으로 생겼습니다. 고기 따로! 초장값 따로! 초장집 개념으로요!!
사장 : 아! 초장집!
용하 : 고기는 활어센터에서 싸게 사서 그것을 초장집에 들고 가서 장만해주면 초장값하고 자릿세 몇 천원하고 술값만 내고 먹는 개념이요!
형님 : 맞어!.......
용하 : 회는 특별한 사람들만 먹을 수 있는 고급요리라는 개념을 서민들도 덜 부담스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개념으로 인식을 바꾸어서 소비자들을 끌어들인 것입니다.
사장 : 아!
용하 : 민락동 활어단지에서는 지금도 장사를 그렇게 하고 있고요.
사장 : 아....... 그게 그런 이유였구나.
형님 :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
용하 : 그래서 ‘회는 일본사람들하고 높은데 돈 많은 사람들이나 먹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대부분 부산 사람들 입에서 ‘회는 광안리 가면 싸게 먹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수 있게 됐으니까....... 부산에서 본격적으로 생선회를 대중화시킨 곳은 광안리 [민락동 회센터]라고 봐야지요.
형님 : 그 다음에는?
용하 : 광안리 민락동회센타 성공한 이후로는 부산 곳곳에 회센터들이 들어섰지요. 그 즈음에 지방자치단체가 실현됐고, 자치단체나 장사하시는 분들 입장에서 볼 때 ‘사람들 입맛이 이제 완전히 대중적으로 회 맛에 적응했다’는 판단이 섰으니까.
형님 : 그랬지, 아파트 들어서는 대로 대형 횟집이나 동네횟집들이 따라 들어섰으니까.
용하 : 다대포 송정 대변 명지 용원....... 바닷가 끼고 아파트 몰려 있으면 이제는 활어회센타나 횟집 안 몰려있는데 없잖아요? 산동네 구석구석까지 횟집 활어 수족관 없는 데가 없고........
사장 : 아아........
형님 : 그렀게, 시기별로 정리가 되네.
용하 : 부산서도 광안리 [민락동회센타] 생긴 이후로 불과 15년도 안 된 그 사이에 활어회가 대중화 된 것이고, 지금은 부산서는 회가 하나의 식문화 패턴으로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회식 할 때는 의례히 ‘회 먹으러 가까? 고기 먹으로 가까?’ 물어보게 되었으니까! 식생활 문화 자체가 바뀐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사장 : 아아! 불과 15년도 안 됐네!
용하 : 내가 93년도에 사무실 냈는데, 그때 젊은 우리 직원들한테 “회 먹을 줄 아냐”고 물어보면 “먹을 줄 안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안 먹어봐서들 그랬어요.
형님 : 그때는 그랬지!ㅎㅎㅎㅎ
용하 : 그래도 회식할 것 같으면 광안리로 데리고 다녔는데, 몇 번 먹어본 이후로는 “고기 먹을 것 같으면 회 먹으로 가자”고 그랬다고!
형님 : 회가 맛들이면 땡기는 것이 있어.
용하 : 그런데 지금은 대학생들한테 “너 회 먹을 줄 아냐?”고 물어보면 사람 뭘로 보고 무시하느냐 하고........ “회 먹을 줄 안다”고 해서 “쪽-바리 닮아서 그런 야만적인 것이나 좋아한다.”고 했다가는 귀싸대기 맞지!
형님 : 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실감나네!
사장 : 그래서, 정리를 하면요?
용하 : 홍어집에 와서 이렇게 회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은........ 회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만큼 입안에서 씹히는 질감이 중요한 것이니까 그 질감을 실감해보시라는 것하고.......
사장 : 예에!.......?.......
용어 : 홍어도 회라 질감이 중요하고, 홍어의 질감의 중요성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하고.......
사장 : 예에!.......?.......
용하 : 부산 사람들만큼 회 좋아하는 사람들이 없고, 홍어도 회여서 부산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그래서 앞으로는 홍어회 소비시장도 부산이 최대 소비시장이 될 것 같은데, 이집 홍어집 사장이 안목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은 거예요! 힘내시라고!
사장 : 이야!....... 감동적이네! 악수 한 번 더 합시다.ㅎㅎㅎㅎ-
형님 : 나도 같이.ㅎㅎㅎㅎ-
용하 : 소주도 한잔씩 하고요. 잘 들어주시니까 오늘 말빨 스네. ㅎㅎㅎㅎ-
다시 홍어 이야기로 돌아왔다.
사장 : 그러면 ‘홍어는 삭힐수록 맛이 좋아지고, 홍어 좋아하는 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좋아한다.’는 말은 그렇게 신경 안 써도 되겠습니까?
용하 : 진짜 맛있는 홍어는 세 번만 먹어보면 홍어 안 먹고는 못 버티게 되어 있습니다.
사장 :.......?
용하 : 오늘 나온 홍어 정도면 부산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고, 한번 먹어보면 다시 찾아오게 되어 있고....... 먹다보면 계속 더 많이 삭힌 강한 홍어를 찾게 되어 있어요.
사장 :.......
용하 : 그러면 중독 시켜가면서 그때 더 강한 홍어를 내놓으면 되겠네요!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사장 : 그럼, 윤사장님은 부산서도 홍어장사가 성공할 수 있다고 보시네요?
용하 : 그것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사장님 양심에 달렸지요?
사장 :.......?.......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용하 : 홍어장사만큼 속이기 쉬운 장사가 없잖아요? 만만한 게 홍어 조시란 이야기도 있고?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만만한 게 홍어 좋! 홍어 좋!’ 하는데 만만한 게 홍어 조시란 말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이지요?
용하 : 쓸모없는 사람한테도 홍어 조시라고 하고, 남한테 이용당하고 버림받을 때도 홍어 조시라고 하고, 무시 받을 때도 홍어조시라고도 하고,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그 원뜻은 홍어가 암놈이 살도 많고 맛도 있고 부드러워서 수놈보다 가격이 배 이상이나 더 나가는데, 홍어 수놈을 암놈으로 속여서 비싸게 팔려고 홍어 조슬 잘라 내버리는 데서 나온 말이에요.
형님 : 그렇다고 하데.ㅎㅎㅎㅎ-
용하 : 그래서 옛날에 홍어 파는 데서는 홍어 수놈은 배가 아래로 가도록 엎어놓고 파는데, 양심 불량한 홍어장사가 홍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암놈이냐 수놈이냐?’ 안 물어보고 그냥 크기만 보고 홍어 값을 물어보는 홍어를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맛없는 수놈을 같은 크기의 암놈 가격에 팔았는데....... 여기서부터 홍어장사하면 약간의 사기꾼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ㅎㅎㅎㅎ
형님 : 홍어장사 하면 사기꾼?.......
사장 : ㅎㅎㅎㅎ-ㅎㅎㅎㅎ........
용하 : 사람들이 모르니까! 암놈인지도 모르고 수놈인지도 모르고.ㅎㅎㅎㅎ....... 그리고 지금은 수입산까지 들어오는데, 우리나라에서 지금 유통되고 있는 홍어 중에서 수입산이 99% 정도 되거든! 그런데 웬만한 홍어집에서는 대부분 ‘흑산도 홍어’라고 팔잖아?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용하 : 사장님, 이 홍어는 어디 홍어라고 받습니까?
사장 : 흑산도 홍어!
형님 : ㅎㅎㅎㅎ-ㅎㅎㅎㅎ.......
용하 : ㅎㅎㅎㅎ-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ㅎㅎㅎㅎ.......아- 진짜!
형님 : ㅎㅎㅎㅎ.......
용하 : ㅎㅎㅎㅎ.......
용하 : 웃자고 한 소리고요, 사장님이 좋은 홍어만 확보할 수 있다면 장사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장 : 무슨 뜻인지 알지요.ㅎㅎㅎㅎ.......
[냉장 홍어와 냉동 홍어의 차이]
이야기가 진솔해지면서, 홍어집 사장이 국내산 홍어와 수입산 홍어를 구분할 수 있는 지 물었다.
사장 : 그럼, 국내산하고 수입산 홍어를 구분할 수 있습니까?
용하 : 껍질 안 벗기고 통째로 있는 것들은 보면 알지요. 그것은 직접 홍어를 갖다놓고 몇 번 비교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데, 홍어장사를 하려면....... 홍어를 통째로 받지 않은 이상은 다듬어놓은 홍어나 홍어회만 가지고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형님 : 그럼, 우리가 먹고 있는 이 홍어가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도 알 수 있나?
용하 : 국내산!
사장 : 수입산이 아니고 국내산인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용하 : 냉동 홍어가 아니라 냉장 홍어니까요!
사장 : 냉장하고 냉동으로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 알 수 있단 말입니까?
용하 : 그 정도는 알 수 있지요. 흑산도나 연평도 근해에서 잡은 홍어는 비싸게 받으려고 냉장 상태로 나오고, 원양에서 잡아온 것들은 다 냉동 상태로 종이박스에 포장되어서 컨테이너로 들어오니까요. 최고급 참치는 사모아 같은 곳에서 얼음 속에 냉장해서 비행기 태워서 일본으로 간다는 것까지는 TV로 봤어도 홍어가 비행기 탄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어요.
내가 1982년도에 부산해양고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아르헨티나 옆에 [포클랜드]란 섬을 두고 아르헨티나와 영국 간에 [포클랜드 전쟁]이 터졌는데, 영국이 이겨서 포틀랜드는 다시 영국령이 됐고, 내가 3학년이 되던 1984년도에 친구들 중에 포틀랜드 어장에 실습을 나간 친구들이 있었는데....... 주 어종 중에 하나가 홍어였다. 이즈음부터 우리나라에 수입산(외국산) 홍어가 들어왔던 것이다.
포클랜드는 남미 아래쪽 아르헨티나와 칠레 끝머리 아르헨티나 쪽 대서양 바다에 있다. 남대서양 마젤란 해협의 동쪽에 있는 섬들(군도)로 동서 두 개의 포클랜드 섬을 주도로 하여 약 200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차가운 남극해류와 부딪혀 황금어장을 이루고 있다. 포클랜드는 아르헨티나 말로는 말비나스(Malvinas)이다.
사장 : 그럼, ‘냉장이다’ ‘냉동이다’는 뭣으로 알 수 있는 거지요?
용하 : 회의 육질로요! 냉장은 쫀득쫀득 찰지고, 냉동은 한번 얼렸다가 해동한 것이라 조직이 깨져서 허물어져버리기 때문에 이것처럼 찰질 수가 없지요. 수입산 홍어는 싱싱한 회로는 나오기가 힘들 겁니다. 이 정도 회로도 나오기 힘들 것 같네요.
사장 : 냉장하고 냉동이 그만큼 차이가 있습니까?
용하 : 홍어 말고도 대부분 물고기들이 수입되는데, 참돔이나 감성돔 같은 것들도 수입되는데....... 냉동상태로 들어오는 물고기들을 회로 쓰지는 않잖아요?
형님 : 아.......
용하 : 한 번 냉동한 물고기는 근육조직의 탄력을 잃어서 횟감으로 가치가 없어서 그런 겁니다. 횟감의 탄력은 입에서 씹히는 질감이거든요.
사장 : 아, 이해되네.
용하 : 꼭 횟감용 물고기가 아니라도 명태를 생각해봐요. 생태는 살이 윤기가 있는데, 얼려서 들어온 동태는 녹여놔도 고깃살이 퍼석퍼석하고 섬유질까지 느껴지잖아요? 명태뿐만 아니라 모든 생선이 한번 얼려버리면 조직이 깨지고, 해동시키면 살결이 허물어지면서 탄력이 부족해지고 고깃살에서 물이 나오게 됩니다. 홍어라고 안 그러겠어요?
사장 : 예에!.......?.......
용하 : 그러니까 수입산 홍어는 싱싱할 때는 회로 나오지 못하고 숙성시켜서 회로 나오는 것이지요. 삭히면 냉장이나 냉동이나 표시가 덜 나니까요.
형님 : 아아.......
용하 : 한번 냉동된 고기는 찰기가 없어져요. 상대적으로 수분은 많아지고. 그래서 홍어도 숙성과정에서 수분 조절을 할 것인데, 그것이 숙성노하우일 것이고!.......
사장 : 예에!.......?.......
용하 : 흑산도 홍어는 절대로 냉동을 안 시킨다는데, 회를 씹을 때 질감을 파괴시키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야 회가 쫀득쫀득 찰지니까요.
사장 : 아아!....... 아, 이해가 되네요!
형님 : 바로 이해되네.ㅎㅎㅎㅎ-
[홍어 숙성과 암모니아 냄새]
용하 : 사장님, 솔직히 홍어에 대해서 얼마나 아십니까? 도사 앞에서 폼 잡았다가 나중에 민망해지면 안 되니까요?
사장 : 정말 모릅니다. 물어보려고 해도 주위에 홍어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도 없고, 인터넷보고 공부를 해보려고 해도 너무 어렵고....... 그냥, 다른 집들은 어떻게 하는지 먹으러 다녀본 정도입니다.
용하 : 사장님, 허영만씨 식객 [순라길] 홍어이야기 보셨어요?
사장 : 윤사장님도 [식객-순라길] 보셨습니까? 나도 [식객] 만화는 안 빠지고 보고 [순라길]은 여러 번 봤지요.
용하 : [식객]은 안 빠지고 보는데....... 그럼, 사장님도 홍어에 대해서 웬만큼 아시겠네요?
사장 : 정말로 모릅니다. [순라길]은 이야기 식이지 홍어 자체에 대해서는 그렇게 자세히 안 나오잖아요?
형님 : 나도 몇 번 봤는데, 홍어 자체에 대해서는 많이 안 나오는 것 같던데?
용하 : 그럼, 사장님 [홍어 숙성]에 대해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사장 : 정말 모른다니까요?
형님 : 그럼, [사후강직]은요?
사장 : 사후강직이요?
형님 : 사후강직은 뭐냐?
용하 : [사후강직]은 [사후경직]이라고도 하는데....... 동물이 죽으면 근육이 뻣뻣해졌다가 풀어지면서 썩는데, 가장 뻣뻣해졌을 그 시기나 그 과정 자체를 말합니다. 육질이 부드러운 회는 사후강직 시기가 제일 꼬들꼬들 맛있고, 육질이 질긴 소나 돼지나 고래나 참치는 그 단계를 지나서 저온숙성을 시켜야 맛있고요.
형님 : 사후강직하고 홍어장사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
용하 : 사후강직을 알아야 홍어는 왜 쉽게 안 썩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사장 : 나도 그것이 궁금했는데, 일반생선은 쉽게 썩어버리고 쇠고기나 돼지고기도 변질되면 못 먹게 되는데....... 홍어는 왜 썩는다고 안하고 삭는다고 하고, 왜 홍어는 오래 되도 먹을 수 있는 것이지요?
용하 : 그것은 홍어에 죽으면 암모니아가 많이 나와서 그래요. 보통 동물이 죽으면 사후강직 후에는 살이 풀어지면서 미생물들이 대량 번식해서 살을 먹어치우면서 분해되어 없어지는 것인데.......
사장 :.......
용하 : 홍어는 죽은 다음에 홍어 몸속에 들어있는 요소가 물과 암모니아로 분해되면서 암모니아의 강한 알칼리성이 세균을 죽이고 암모니아의 강알칼리성 때문에 미생물들이 번식을 못하니까 홍어 살이 물러지지 않고 근육조직들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홍어에서 수분이 증발되면서 살이 더 여물어해지고....... 홍어가 숙성도 되면서 그것을 먹어도 탈이 안 나는 것입니다.
형님 : 아.......
“일반적으로 생선이 썩게 되면 부패세균, 특히 혐기적인 조건하에서 생육 가능한 Clostridium Botulium균에 의해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아미노산은 amine, ammonia H2S, mwrcaptan, indole, 등의 휘발성 물질로 분해되어 최종적으로 강한 부패 냄새를 내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 생성됩니다. 반면에 홍어는 저장 초기에 약간의 세균이 검출되지만 홍어의 Ph가 상승함에 따라서 결국 세균이 완전히 소멸됩니다. 홍어pH는 저장 첫날 6.54로 시작해서 저장 20일에 9.45까지 상승합니다. 저장일로부터 약 10일이 지나면 암모니아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데, 이러한 요산 분해에 의한 암모니아성 질소 생성은 결국 세균의 작용이 아니라 홍어 자체의 자가소화효소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며 인체에 유해한 세균성 독성 물질이 생성되지 않습니다. 홍어발효 화학반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요소+물->암모니아+이산화탄소, [CO(NH2)2+H2O->2NH3+CO2]” - 「홍어의 저장 중 품질변화」경성대학교 산업대학원 식품개발학과 - 조은정 (지도교수 김희숙)
사장 : 홍어숙성에 대해서 말씀 좀 해주실래요?
용하 : 홍어숙성을 이해하려면 복잡해요. 일단 음식물 따위가 변하는 것을 [산패]라고 하는데.......
사장 :.......
용하 : 산패의 원인은 물 분해에 의한 [가수분해형]하고, 세균번식에 의한 [케톤형]하고,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하는 [산화형]이 있는데.......
형님 :.......
용하 : 산패된 음식물을 사람이 먹을 수 있으면 [발효] 또는 [숙성]이라고 하고 먹을 수 없으면 [부패]라고 합니다. 발효 또는 숙성되는 것을 ‘삭는다, 익는다’고 하고 부패되는 것을 ‘썩는다’고 하고요.
사장 : 예에!.......?.......
부패(腐敗)는 미생물이 작용하여 질소를 품고 있는 단백질이나 지방 따위의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 또는 그런 현상을 말하고, 독특한 냄새가 나거나 유독성 물질이 발생한다.
용하 : 홍어나 김치나 젓갈 같은 경우는 썩는다고 안 하고 ‘삭는다, 익는다, 발효시킨다, 숙성시킨다.’고 하잖아요? 사람이 먹을 수 있으니까요!
사장 : 예에!.......?.......
용하 : 그런데, 김치나 젓갈은 소금을 넣는데 홍어는 그렇지 않잖아요?
사장 : 예에!.......?.......
용하 : 그것은 배추나 젓갈은 소금물에 담가야 삼투압으로 물이 빠져서 ‘해로운 미생물들이 번식할 수 있는 수분의 양’을 줄여서 미생물이 대량번식을 못하게 해서 썩는 것을 막는 것인데, 홍어는 소금을 안 쳐도 홍어 자체에서 암모니아가 나와서 미생물들이 번식을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사장 : 예에!........?.......
용하 : 대부분의 식중독 사고는 미생물의 유지방 분해에 따른 미생물의 대량번식 때문에 일어나는데, 소고기를 육포로 말려도 기름기는 떼 내버리고 순수한 살만 말리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박재를 만들 때도 기름기란 기름기는 다 제거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미생물 번식에 따를 분해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분해된다는 것은 결국은 형체가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형님 : 아하!.......?.......
용하 : 여름에 물고기들 썩는 것 볼 때도 기름기 많은 배 쪽이 먼저 없어지잖아요? 미생물의 유지방 분해 때문에 그래요. 보통 물고기들 살 속에는 유지방이 5~15% 정도 들어있는데, 이에 비해서 홍어 살 속에는 지방질이 0.5~0.9%로 1%도 안 됩니다. 그러니까 홍어 살 속에는 본래부터 유지방이 적어서 미생물 번식이 어려운 환경인데 거기에 ‘홍어가 죽으면’ 요소가 분해되어 강알칼리성의 암모니아 성분까지 나오니까 미생물들이 사실상 살아남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사장 : 예에!.......?.......
용하 : 그리고 유지방이 적다는 것은 고기 속에 상대적으로 단백질이 많다는 뜻인데, 그것은 맛이 담백하다는 뜻이고....... 그래서 홍어가 단백질 효소들의 발효로 그 맛이 더 좋아지고 삭힌 홍어를 먹어도 탈이 안 나는 것입니다.
사장 : 아하!.......?.......
용하 : 그렇다고 해서 홍어가 영원히 안 썩는 것이 아니고, 홍어도 썩는데 썩기 전에 암모니아 덕분에 사후강직의 시기가 길다는 것뿐이에요. 그 초창기 동안에 여러 가지 단백질 효소들이 자체반응을 해서 홍어의 깊은 맛을 내는 것이고요.
사장 : 예에!.......?.......
용하 : 김치나 젓갈은 미생물에 의한 발효인데, 홍어는 미생물에 의한 발효가 아니라 홍어 자체의 몸속에 들어있는 단백질 효소들의 발효입니다.
형님 : 아하!.......
사장 : 확실히 이해되네!
“삭힌 홍어가 신선도를 유지하는 이유 : 홍어에 다량 들어있는 Urea(요소)와 TMAO(산화트리메탈아민)가 발효되는 동안 분해되어 암모니아가 다량 생성되며 특유한 신선한 맛을 풍기는 것은 Betain(베타인) 성분(강장작용, 이뇨작용, 항신염작용, 항균작용) 때문.” - 경성대학교 산업대학원 식품개발학과 - 조은정 (지도교수 김희숙)
“베타인(Betaine)은 식품의 감칠맛(음식물이 입에 당기는 맛) 성분으로 메틸기 공여를 통해 메틴오닌 합성을 촉진하여 항지간작용 및 혈압 강하, 항혈당작용, 시력회복, 해독작용, 세포 복제 기능 등의 작용을 한다. 베타인은 식품에 널리 존재하는 감칠맛 성분으로서 메틸기를 세 개 가진 아미노산이다. 백색의 결정으로서 약간의 냄새와 감미(단맛)가 있으며, 화학식은 C5H11NO2이다.” - 두산백과사전
용하 : 그리고 암모니아가 원래는 독성 물질인데, 홍어에서 나오는 암모니아성 기체를 홍어하고 같이 먹어도 괜찮은 이유는 그 양이 아주 적아서 그래요. 그것은 우리가 사이다나 맥주에 이산화탄소를 녹여서 마시는 탄산음료하고 같은 원리입니다.
형님 : 아아! 그렇구나........
용하 : 홍어나 가오리 상어류 같은 연골어류에는 피(혈액) 속에 일반 척추동물보다 100배나 많은 2.5% 정도의 요소가 들어있고.......
형님 :.......
용하 : 그 요소들이 삼투압작용을 위해서 살 속 세포들 사이에서도 [등장액] 상태로 이동을 하는데....... 홍어가 죽으면 피를 다 빼버리잖아요?
사장 : 예에!........?.......
용하 : 홍어는 피가 전체 체중의 7~8% 정도라고 하는데, 피를 다 빼버리니까 모세혈관 같은 혈관에 남아있는 요소가 분해되면서 암모니아 냄새가 올라오는 것인데........ 아주 미세한 양의 암모니아가 기체가 올라오는 것입니다.
형님 : 아!.......
용하 : 모세혈관은 살 속에도 미세하게 퍼져 있어요.
사장 : 아하, 무슨 말인지 이해되네.
용하 : 그리고 홍어 숙성 시에 홍어에서 올라오는 전체 휘발성 기체 중에서 암모니아성 기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정도밖에 안됩니다. 그래도 홍어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고 하는 것은 암모니아가 다른 기체들 보다 냄새가 월등히 강해서 그래요.
사장 : 예에!.......?.......
용하 : 그리고 어느 정도 홍어를 삭히면 어느 정도까지는 상큼한 암모니아 냄새가 나다가 어느 시기가 지나면 역겨운 암모니아 냄새가 올라오는데........
형님 :.......
용하 : 그것은 홍어에서 암모니아 말고도 올라오는 다른 기체 냄새들이 처음에는 좋은 냄새를 풍기면서 암모니아 냄새에 석여서 상큼한 암모니아 냄새가 나게 하는 것이고, 나중에는 나쁜 냄새를 풍기면서 섞여서 역겨운 암모니아 냄새가 나게 하는 것이고요.
사장 : 아하!.......
형님 : 아!.......?.......
용하 : 홍어 말고 다른 물고기들도 처음에는 신선한 냄새를 풍겼다가 나중에는 역겨운 비린내가 나잖아요?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휘발성 기체가 코를 자극한다는 것인데, 다른 물고기들도 휘발성 기체를 내뿜는다는 것입니다.
형님 : 아!.......
“생선의 비린내는 물고기에 들어있는 산화트리메틸아민(TMAO)이 세균에 의해 분해되는 부패과정에서 휘발성이 있는 트리메틸아민(TMA)이 생성되기 때문에 나는 냄새이다.” - 경성대학교 산업대학원 식품개발학과 - 조은정 (지도교수 김희숙)
용하 : 그러니까 홍어한테서도 암모니아 말고 다른 기체들도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홍어에서 역겨운 냄새가 나기 시작할 때 홍어회에서도 쓴맛이 나기 시작합니다.
사장 : 아하!.......
용하 : 그리고 홍어를 삭힐수록 암모니아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을 지나면 암모니아 냄새가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사장 : 예에!.......?.......
용하 : 홍어회 색깔로 보면 홍어를 막 잡아서 회를 뜨면 흰살 생선 같은 회이고, 삭히면 홍어회 색깔도 점점 빨개지는데 이때는 암모니아 냄새가 강해지는 때이고, 더 삭히면 붉은빛의 홍어회가 자줏빛으로 바뀌는데 이때가 암모니아 냄새가 가장 강할 때이고.......
사장 : 예에!.......?.......
용하 : 더 삭히면 맑은 자주빛깔의 홍어회가 허옇게 변색되면서 이때부터 암모니아 향이 약해지면서 잡냄새가 슬기 시작하고 맛도 쓴맛이 생기기 시작해요. 더 지나면 회색깔이 검은색을 띠기도 하고요!....... 예, 여기까지!
사장 : 아!.......
형님 : 오늘 홍어집 사장 좋은 것 배운다.ㅎㅎㅎㅎ-
사장 : 진짜로! 묵은 체증이 내려가면서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 같네!ㅎㅎㅎㅎ-
[이네기와 돔배기]
홍어집 사장은 궁금한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장 : 그러면, 홍어하고 상어가 물렁뼈집안으로 한 뿌리라고 하면 상어를 삭혀 먹는 데가 있습니까?
용하 : 나도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몇 년 전에 방송에서 [마지막 상어 사냥꾼]이라고, 완도 보길도 앞에 예작도라는 조그만 섬에서 [이네기]라고 하는 상어를 낚시로 잡는 다큐멘터리가 두 번인가 연속으로 방송된 적이 있었는데....... 두 분, 기억나요?
형님 : 어떤 어부가 젊은 자기 조카하고 배타고 나가서, 상어 끌어올리면서 괴상하게 생긴 몽둥이로 상어 앞대가리 쳐서 끌어올렸던 그 방송?
용하 : 예.
사장 : 아, 나도 생각난다!.......150kg 정도 되는 상어들이 몽둥이 몇 방에 맥을 못 추게 돼버리데?
형님 : 하아....... 그것 신기하데?
용하 : 두 분 다 기억하시네요.
형님 : 그런데, 어떻게 그 큰 상어가 별로 크지도 않은 몽둥이 몇 방에 그렇게 맥을 못 추게 돼버리지? 몽둥이가 아무리 괴상하게 생겼다고 해도?ㅎㅎㅎㅎ-
사장 : 그때 보니까 나무 몽둥이가 도깨비 방망이 같이 생겼데!ㅎㅎㅎㅎ-
형님 : 어, 그래 도깨비 방망이 같이 생긴 몽둥이였어.ㅎㅎㅎㅎ-
[마지막 상어 사냥꾼]에서 나온 괴상한 형태의 몽둥이는 옛날에 대밭에서 칡 캘 때 한번 씩 봤었는데, 윷나무나 소사나무 같은 키가 작고 단단한 나무에 칡넝쿨이 휘어감아 타고 올라가다가 칡넝쿨 때문에 나무의 매듭 부분에서 비정상적으로 굵어졌다가 그 위로는 다시 가늘어지게 성장을 하는 것을....... 그 어부가 윗부분을 잘라내 버리고 망치 용도의 몽둥이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무라 바다에 빠져도 뜨기 때문에 다시 건져낼 수 있을 것이고, 녹도 슬지 않을 것이고, 물기를 머금을수록 무거워지고 손잡이 반대편 끝부분이 뭉툭하여 충분한 충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바다 위에서는 쇠망치를 안 쓰고 나무망치를 쓰는 것이겠지.
용하 : 그때 자세히 보니까, 앞부분이 뭉툭한 도깨비 방망이 같은 몽둥이로 상어 콧등을 내려치던데....... 거기에 상어 신경이 몰려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사장 :.......
용하 : 상어는 시력이 안 좋고 후각과 청각이 발달되어 있는데, 전파를 쏘아서 되돌아오는 전파로 레이더 같이 물고기들의 위치나 크기를 알아내는데.......
형님 :.......
용하 : 그 신경기능들이 콧잔등 위에 몰려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그 부분을 내리치면 맥을 못 출 수밖에요.
형님 : 사람으로 치면 뇌에 해당하는 부위쯤 되니까!
사장 : 아, 그럴 것도 같네!.......
용하 : 그때 그 어부가 이항재씨란 분이었는데, 그 분이 그날 밤에 자기 조카하고 이네기를 여러 마리 잡아서 하룻밤에 500kg도 넘는 상어를 잡아서 돌아왔잖아요?
형님 : 그랬지!
사장 : 그리고 잡아오자마자 바로 팔려나가던데, 가격을 엄청 잘 받은 것 같데?
용하 : 그때 보니까, 살은 1kg에 1만원에 팔리고 내장은 1kg에 8천원에 팔아서 5백만 원을 넘게 벌던데....... 섬에서 그 많은 고기를 팔면서도 살을 1kg에 1만원을 받는다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비싸게 파는 것입니다.
사장 : 그 큰 상어가 산지에서 1kg에 1만원이면 엄청 비싼 것입니다.
형님 : 그 근처 동네에서는 분위기가 이네기라고 하는 상어 말고는 다른 고기들은 회로 쳐주지도 않은 것 같더구만.
사장 : 그렇데.
용하 : 그 상어가 칠성상어라고 꼬리가 긴 상어입니다.
사장 : 칠성상어?
용하 : 예, 그리고 내가 같이 낚시 다니는 분 중에 어릴 때 ‘해돋이로 유명한’ 감포에서 사셨던 분을 알고 있는데, 그 분 말씀 들어보니까 그 칠성장어가 동해안 감포에서도 나왔다고 그래요.
형님 : 그래?
용하 : 예. 그리고 그물에 칠성장어 한 마리가 올라오면 거기서도 동네잔치를 한다고 하고.
사장 : 아!.......
용하 : 그러면서 그 분도 칠성장어 회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시는데, 칠성상어 회가 있으면 옆에 다른 물고기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그렇고.
형님 : 아!
용하 : 그래서 그 상어 회 맛하고 질감을 물어보니까, 그 상어 회 설명이 꼭 싱싱한 홍어회 느낌이었다고!
사장 : 그래요?
용하 : 예. 그리고 [마지막 상어 사냥꾼] 그 방송에서 동네 사람들 잔치 할 때도 상어 껍질 벗겨서 회 썰어서 접시에 담아놓은 모습들이 나왔는데, 회가 아주 맑고 깨끗해 보이고 꼬실꼬실해보였다고.
사장 : 아아!....... 그랬었던 것 같네!
용하 : 그리고 동네 잔치할 때, 이네기 잡아온 그 어부가 했던 것 기억나요?
형님 : 무슨 기억?
용하 : 이네기 상어꼬리는 그 어부가 차지를 했는데, 삭혀서 먹는다고 그 상어 꼬리를 빈 쌀독(항아리)에 넣어놨다고. 몇 칠 있다가 삭혀 먹으면 더 맛있다면서.
사장 : 아하! 기억나네, 기억 나!
형님 : 히야, 너는 기억력 하나는 끝내준다.
용하 : 관심이 있는 것이 방송에 나왔으니까.ㅎㅎㅎㅎ
사장 : 이야!....... 그러니까 홍어 말고도, 상어도 꼬리는 삭혀서 먹는다는 뜻이네. 그 지방에서는! 그런데, 그 이네기라고 하는 상어가 워낙 맛있고 귀해서......... 그 동네나 그 옆 동네에서 사서 다 먹어버리니까 밖으로 못 나와서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고.
형님 : 듣고 생각해보니까 그렀네!
용하 : 흑산도 홍어도 귀할 때는 마찬가지입니다.
사장 : 아아!.......인정, 인정!
몇 년 전에 다큐멘터리로 방송된 [마지막 상어 사냥꾼] 이야기로 홍어 말고도 상어도 삭혀먹는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었다.
형님 : 또 다른 것은 없나?
용하 : 경북 영천 [돔배기]라고 하는 상어요리가 유명해요.
사장 : 경북 영천이면 태백산맥 안쪽 한참 내륙지방 산 속인데?.......
용하 : 예. 옛날에는 교통이 안 좋아서 다른 고기는 거까지 가지고 가면 부패가 심해졌는데, 상어나 가오리는 체내에 암모니아 때문에 오랫동안 버틸 수 있으니까.
형님 : 아, 그런 이유였네.
사장 : 그럼, 안동 [간 고등어] 유명한 것하고 비슷한 이유네요.
용하 : 그렇다고 봐야지요. 상어와는 달리 고등어는 잘 썩는 생선인데, 그 양이 워낙 풍부해서 중요한 단백질 지방질 공급원이었는데.......
형님 :.......
용하 : 옛날에는 냉장고가 없어서 다른 지역들도 고등어에 소금 간을 했는데, 동해안에서 양반 부자들 많이 사는 안동까지 들어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안동 간 고등어에는 그 지방만의 노하우가 축적이 됐겠지요.
사장 : 그럼, [돔배기]라고 하면 경상도 사투리로 토막이란 뜻입니까?
용하 : 예. 경상도 사투리로 [토막]을 [돔배기]라고 하는데, 상어가 커서 통째로 가지고 다니기 힘들었으니까.......
형님 : 아-
용하 : 토막을 내서 옮겼겠지요. 시장에 가면 상어를 이쁘게 토막 내놓거나 직육면체처럼 네모반듯하게 썰어놓은 것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통 털어서 돔배기라고 합니다.
형님 : 어, 그래 상어 돔배기! 간장 약간 타서 조림으로 제사상에 넙적하게 올라오는 그 상어고기. 산적으로도 하고!
사장 : 알겠네, 알겠네! 돔배기 그것 후라이판에 지져먹어도 맛있어. 담백하니.
형님 : 오늘 맛있는 이야기 너무 많이 나오는데?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맛있는 이야기 가운데 재밌네!
용하 : 그리고 일본도 상어요리하면 후지산 밑에 내륙지방이 유명한데, 경북 영천 돔배기하고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사장 : 일본에도 후지산 밑에 돔배기 비슷한 것이 유명하단 말이죠?
용하 : 예.
형님 : 하기야, 거기나 여기나 옛날에는 먹고사는 것이 비슷했을 테니까!
사장 : 그렇겠지!
용하 : 그래서 상어 돔배기에서도 홍어냄새 비슷한 냄새가 날 때가 있어요.
형님 : 상어나 홍어나 같은 물렁뼈 집안으로 핏속에는 일반 물고기보다 요소가 100배나 더 많이 들어있고, 그 요소가 분해되어 암모이나 냄새가 나는 것이니까!
용하 : 예.
사장 : 아하! 그럼, 돔배기에서 홍어냄새가 난다고 해도 상한 것이 아니라 돔배기도 홍어처럼 삭혀진 것이겠네!
용하 :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형님 : 아, 이해된다....... 재밌네!ㅎㅎㅎㅎ-
사장 : 홍어장사 준비하면서 재밌는 것 많이 배운다!ㅎㅎㅎㅎ-
[홍어와 간재미 그리고 가오리의 구분]
다시 본격적으로 홍어 이야기로 돌아왔다. 홍어집 사장이 물었다.
사장 : 그럼, 생긴 것은 비슷한데 홍어하고 가오리가 왜 그렇게 값 차이가 나는 거지요?
용하 : ㅎㅎㅎㅎ- 정말로 몰라서 물어요?
사장 :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솔직히,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야지요. 여러 번 배워보려고 했는데, 홍어하고 가오리 구분도 잘 못하겠고....... 진짜로요!
형님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지. 나도 몰라!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용하 : 홍어하고 가오리의 값 차이는 맛 차이 때문이지요!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사람이 살다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을 깜빡할 때가 있다.
형님 : 맛 차이 때문에 값 차이가 난다고?
용하 : 당연히 맛 때문이지. 홍어는 처음부터 비린내도 안 나고 삭힐수록 진하고 깊은 맛이 나고, 오래 삭혀도 안 썩으니까 보관도 오래할 수 있고.......
형님 : 그럼, 가오리는?
용하 : 가오리는 처음에 비린내도 조금 나고, 홍어는 씹을수록 맛이 진해지는데 비해서 가오리는 그것이 부족하고, 가오리는 오래 두면 삭혀지지도 않고 썩어버리고요.
사장 : 듣고 보니까 그거였네!ㅎㅎㅎㅎ.......
형님 : 이거 민망스러운데?ㅎㅎㅎㅎ.......
사장 : 그럼, 홍어하고 가오리는 어떻게 구분하지요? 인터넷에 보면 홍어를 가오리라고 했다가 가오리를 홍어라고 했다가........ 아무리 봐도 헷갈리던데?
이때 [수구리]를 생각해냈다.
용하 : 홍어하고 가오리를 구분하기 전에 홍어하고 상어를 구분하는 것을 배우면 홍어하고 가오리하고 개념이 확실히 잡혀요
사장 : 홍어하고 상어하고 구분이요?
용하 : 예, 개념을 잡으면 이해가 쉬워요. 홍어나 상어나 같은 물렁뼈 집안인데, 물고기 같이 생긴 것을 상어라고 하고, 납작한 것을 홍어하고 하잖아요?
사장 : 예에!.......?.......
용하 : 상어하고 홍어하고 중간 쯤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평안도 사투리로) 수구리라는 것이 있어요. 대갈통은 홍어를 닮았고 몸통은 상어를 닮았는데, 가래상어라고도 하고요. 그런데 이것을 홍어라고 안하고 가래상어라고 해서 상어에 포함시키는데, 그것은 대갈통하고 몸통하고 확실히 구분이 되어 있어서 그래요
형님 : 가래는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는다고 할 때 그 가래냐?
용하 : 예. 삽같이 생겨서 큰 것.
사장 : 이해!
용하 : 무슨 말이냐 하면, 상어는 대갈통이나 몸통이나 지느러미가 완전히 구분되어 있잖아요?....... 홍어는 그런 것 없이 납작하게 한 장으로 되어 있으면서 꼬리가 있고?
사장 : 예에!.......?.......
용하 : 대갈통-몸통-지느러미를 구분할 수 있으면 상어로 분류하고 그런 것 없이 그냥 한 장으로 되어 있으면 홍어로 분류하는데, 수구리는 홍어같이 한 장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갈통-몸통-지느러미를 구분할 수 있으니까 상어에 포함을 시키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상어하고 홍어하고 가까운 물렁뼈 집안이란 것을 알 수 있겠지요?
형님 : 아하!
사장 : 이해됐어요.
용하 : 그래서 홍어는 상어에 가까워서 썰어놓으면 날개 뼈들이 우동발처럼 두꺼운 편이어요. 가오리는 국수발처럼 가늘고.
사장 : 아, 이제 ‘홍어는 날개 뼈가 통통하고 가오리는 가늘다’는 그 말이 무슨 말인 줄 알겠다!
이 부분 추가 설명을 하면- 80년대 초에 우리가 배울 때는 [수구리]를 상어에 속하는 것으로 배웠는데, 최근에 백과사전을 살펴보니 수구리는 가오리목 가래상어과의 바닷물고기로써 상어가 아닌 가오리에 포함시킨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가미가 구멍이 상어와 같이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배 쪽에 있어서라고 하고.
용하 : 또, 홍어는 상어하고 가까워서 꼬리에 상어 등지느러미 같은 지느러미가 2개가 있어요. 꼬리 끝에는 꼬리지느러미도 있고요.
형님 : 아!.......
용하 : 상어가 납작하게 홍어로 되면서 등지느러미하고 꼬리지느러미가 퇴화했던지 진화했던지 한 것이지요. 그리고 홍어는 꼬리가 두껍고 짧아요.
사장 : 아하!
용하 : 그런데 가오리는 꼬리에 등지느러미도 없고, 꼬리가 채찍같이 길고 둥글면서 꼬리지느러미도 아예 없지요. 대신에 꼬리 윗부분에 ‘가늘고 긴’ 독침이 하나 있어요. 평소에는 감추고 다니다가 위험할 때는 세우지요........ 그러니까 홍어가 가오리보다 상어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장 : 아아- 이해된다. 이해되네!
형님 : 아아! 나도 확실히 이해되네!
사장 : 그럼....... 인터넷에 보니까 홍어하고 가오리하고 설명을 하도 헷갈리게 해놔서 구분이 안 되어서 더 찾아보니까....... 외국(영어권)에서는 홍어 종류는 스케이트(Skate)라고 하고 가오리 종류는 레이(Ray)라고 한다고 해놨던데, 그래도 구분이 안 되어서 아무리 찾아봐도 그 설명이 없던데....... 영어로는 홍어를 스케이트(Skate)라고 하고 가오리를 레이(Ray)라고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용하 : 나도 그것 때문에 한동안 헤맸는데.......
형님 :.......
용하 : 옆에서 수평으로 납작한 홍어나 가오리를 봤을 때 홍어는 꼬리에 등지느러미가 스케이트 날처럼 2개 튀어 올라와서 스케이트(Skate)라고 하고, 가오리는 쭉 벋은 광선(빛) 같이 생겨서 레이(Ray)라고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장 : 아아- 알겠다. 개념을 아니까 이렇게 쉬운 것을.......
형님 : 나도! ㅎㅎㅎㅎ-
사장이 더 물었다.
사장 : 그러면, 또 인터넷에 보니까 사진은 분명히 홍어인데 백과사전에는 [눈가오리]라고 나와 있는 것은 왜 그래요?
용하 : 그것 때문에 많이 헷갈려들 하시는데....... 옛날 학자 중에 정문기라는 분이 어류도감(1977년 한국어도보)을 만드실 때 홍어하고 가오리를 통 털어서 [가오리과]로 집어넣고, 흑산도에서 나오는 종류의 홍어를 [눈가오리]라고 분류를 해서 그래요.
사장 : 어쩐지?
용하 : 그것 때문에 말들이 많았고, 수입하는 과정에서도 관세 때문에 문제가 많았었습니다.
사장 : 그럼 지금은요?
용하 : 근래에 와서 한국해양연구소에서 홍어는 [홍어과]로 분류해냈고, 흑산도에서 잡히는 홍어를 [눈가오리]에서 [참홍어]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사장 : 어쩐지.......
홍어와 가오리의 구분에 대한 문제점들(특히 수입관세)이 많아 한국해양연구소의 정충훈 박사가 1999. [홍어류의 분류-한국어류학회지]를 통하여 홍어와 가오리에 대한 분류를 새로이 정립했다.
사장 : 또 인터넷에 보면 [홍어]라고 해서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흑산도 홍어하고 틀리던데, 그것은 왜 그런 겁니까?
용하 : 그것도 이전 어류도감에 흑산도 홍어를 [눈가오리]라고 하고 [상어가오리]를 홍어라고 해서....... 진짜 홍어를 모르는 기자들이 [참홍어] 기사를 올릴 때 [간재미] 사진을 올렸다가, 그것이 인터넷에 퍼져서 그래요
사장 : 간재미 사진을 [홍어]라고 올렸단 말입니까?
용하 : 예. 이전에 어류도감에 [상어가오리]라고 한 것이 서해안 일대에서 [간재미]라고 부르는 것이거든요. 간재미는 [참홍어]보다 훨씬 작은데 사진으로 보면 생김새가 거의 똑같아요.
사장 : 그랬었구나....... 그러니까 어렵지.
용하 : 그리고 [간재미]도 꼬리에 등지느러미하고 꼬리지느러미가 있으니까 [홍어]가 맞는 것이고요. 그래서 새로 어류도감을 통일할 때 그동안 표준말로 [상어가오리]라고 했던 (전라도 서해안 사투리인) 간재미를 [홍어]로 승격시킨 것이고요!
사장 : 아!........
용하 : 그런데 이것을 모르고, 진짜 홍어를 모르는 기자들이 진짜 [참홍어] 기사를 올릴 때 ‘간재미에서 승격된’ [(간재미)홍어] 사진을 첨부해서....... 사람들이 지금도 인터넷을 보면서 착각을 하는 것입니다.
형님 : 정리하면, 최근에 새로 어류도감이 만들어지면서 그동안 그냥 홍어라고 했던 흑산도 홍어는 [참홍어]로 승격됐고, 간재미는 [홍어]로 승격된 것이네!
용하 : 그렇지요!
그러자 홍어집 사장이 홍어와 가오리, 간재미의 차이점을 듣기를 원했다.
사장 : 그러면 홍어하고 가오리하고 간재미하고 비교해서 정리 좀 해주실래요?
용하 : 홍어는 큰 것은 10kg 정도까지 크고 맛있고.......
사장 : 예에!.......?.......
용하 : 간재미는 생긴 것도 홍어하고 비슷한데.......
형님 :.......
용하 : 간재미는 싱싱할 때 먹으면 맛도 홍어하고 비슷해서 크기를 알 수 없는 사진으로 봐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구분하기가 힘들어요.
사장 :........
용하 : 그리고 간재미는 커봐야 1kg 정도 밖에 안 돼서 두께가 얇고, 살집이 없어서 홍어만큼 찰진 회를 먹을 수가 없고, 그래서 주로 회 무침으로 묻혀먹고, 삭히면 말라 비틀어져버려서 가치가 없어져버리기 때문에 삭힐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사장 : 아하!.......?.......
형님 : 그럼, 가오리는?
용하 : 가오리는 시장에 가면 보통 배 쪽이 노란 노랑가오리를 말하는데, 크기는 거의 홍어만큼 해도 맛이 홍어나 간재미만 훨씬 못합니다. 생긴 것도 홍어하고 확실히 다르고요.
형님 :........
용하 : 홍어는 거의 마르모꼴인데 가오리는 둥그스름해요. 꼬리하고 지느러미는 아까 이야기 했고요!
사장 : 아아 이제 확실히 알겠네!
용하 : 그리고 옛날에 전라도 지방에서는 흑산도 홍어하고 같은 종류의 홍어만 홍어라고 하고 나머지는 다 간재미라고 불렀는데........ 그래도 좀 더 많이 아는 사람들은 노란가오리를 말할 때는 노랑간재미라고도 불렀어요.
사장 : 아!.......
용하 : 노랑간재미는 쳐주지도 안했고, 노랑간재미 먹을 바에야 그냥 간재미 먹었지요. 전라도 쪽에서는 홍어에 맛이 들었으니까.
형님 : 아!.......
여기서, [식객-순라길]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나름대로 홍어공부를 해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사장 : 그럼?....... 허영만 식객 [순라길] 끝나고 (식객 9권 154페이지에) 나와 있는 [홍어-눈가오리-가오리 구분]에 대한 설명은 어떻게 된 것이지요?
용하 : ㅎㅎㅎㅎ- 거기서도 설명이 잘못된 것입니다. 영만이 형님 팀도 실수를 한 것이지요. 아직까지도 대부분 백과사전에까지 그렇게 나와 있으니까.
형님 : 정확히 어떻게 잘못되었는데?
용하 : 거기에 나와 있는 설명 중에서 [홍어]하고 [가오리]에 대한 설명은 맞고, 거기에 [눈가오리]라고 나와 있는 그림은 [간재미]입니다.
사장 : 아하! [눈가오리]가 [홍어]하고 같은 것인데, [간재미]를 [눈가오리]라고 이름을 붙여놨단 말이지요?
용하 : 예. 거기에서 봐도 [홍어]라고 그려놓은 것하고 [눈가오리]라고 그려놓은 [간재미]가 생긴 것이 비슷해서 구분하기가 어려워 보이는데.......
형님 :.......
용하 : [홍어]하고 [간재미]는 실제로 대놓고 보면 크기 차이가 워낙 많이 나니까 그렇게 많이 헷갈리지 않아요.
사장 : 하아!....... 이제 뭐가 정확히 잡히는 것 같네!
형님 : 그럼, 그것 영만이 형님한테 알려줘야겠네. [식객] 앞으로도 계속 더 팔려나가서 계속 더 찍어낼 것인데....... 우리 셋 다 영만이 형님 펜들이잖아!ㅎㅎㅎㅎ-
사장 : 그리고 이왕 고쳐서 그릴 것이면 홍어하고 가오리는 크게 그리고, 그 중간에 [눈가오리]는 [간재미]로 바꿔서 확실히 작게 그리라고 하고.ㅎㅎㅎㅎ-
형님 : 너 오늘 진짜 홍어 값 제대로 한다. ㅎㅎㅎㅎ.......
사장 : 윤사장님, 홍어 많이 드십시오.ㅎㅎㅎㅎ.......
용하 : 아! 부담 없네.ㅎㅎㅎㅎ.......
[홍어는 정력제에 흥분자극제]
홍어가 몇 점 안 남았다.
용하 : 홍어집 사장님, 홍어 떨어집니다!
사장 : 아?....... ㅎㅎㅎㅎ-
사장이 직원을 불러서 추가 주문을 했다. 홍어 덜 삭힌 한 접시하고, 삭힌 것 한 접시하고. 그리고 홍어 코하고 홍어 애 남은 것 있으면 갖다 주라고. 그리고 막걸리도 두 통 같이 갖다 주라고.
용하 : 사장님, 오늘은 소주로만 합시다! 처음부터 소주가 먹고 싶었으니까요.
사장 : 그래도 [홍탁삼합]이라고 했는데, 막걸리도 있어야 안 되겠습니까?
용하 : 홍어가 소주하고도 잘 맞네요. 그리고 소주가 여러 잔 들어간 상태인데....... 이 상태에서는 [홍탁삼합] 맛을 제대로 볼 수 없을 것 같고, 홍어삼합이 소주하고도 어울릴 것 같은데....... 홍어하고 소주 궁합도 한번 체험해보고 싶어서요.
사장 : 참, 처음부터 회에 소주가 땡기신다고 하셧지요.
형님 : 나도 먹어보니까 홍어회도 소주하고 잘 맞네. 뒷맛이 딱 끊어지는 게 깔끔해, 취하지도 않고! 나도 오늘은 소주로 끝냈으면 좋겠는데....... 막걸리는 다음에 하지?
사장 :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겠는데, 윤사장님 다음에 못 오시면?
용하 : 아, 염려 마십시오. 홍어 준다고 하면 언제든지 올 수 있으니까!ㅎㅎㅎㅎ-
형님 : 바로 옆에 있어!
사장 : 잘 됐네요. 이 보쌈집 시작할 때도 애를 많이 먹었는데........ 김사장님 덕을 많이 봤는데, 자주 좀 와서 이야기 좀 많이 해주십시오. 김사장님한테 물어보시면 잘 아실 겁니다.
형님 : 벌써 다 얘기했어. 이것 시작하기 전에 맛보러 댕긴다고 3년 동안 잘 얻어먹고 다녔다고!ㅎㅎㅎㅎ-
용하 : 홍어가 몸에도 좋습니다.
사장 : 나도 홍어에 대해 알아보니까, 성인병에도 좋다고 하데요.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우습게 들릴지 몰라도....... 나도 그것이 느껴지는 것 같고!
형님 : 나도 근래 몇 번 먹었더니....... 가래가 없어져서 기관지도 좋아지고, 속도 편해지면서 변도 잘 나오고........ 확실히 정력이 좋아진 것 같아.
사장 : 김사장님도 확실히 쎄진 것 느껴?
형님 : 진짜로!....... 뭐를 먹을 때보다 확실히 차이가 나!
용하 : 홍어가 맛도 아주 독특하고 아주 강하지만.......
형님 :.......?
용하 : 생리작용도 아주 강하고 아주 빨라요.
형님 :.......?
사장 :.......?
용하 : 그날 밤 중으로 바로바로 효과 나타날 걸요?
사장 :.......?
용하 : 홍어에는 흥분자극제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서 그래요!
형님 : 농담 아니고?
사장 : 진짜로 홍어에 흥분자극제 성분이 많이 들어 있습니까?
용하 : 예. 그래서 술 안 먹고 홍어만 먹어도 취해요. 술 먹고 취한 것하고는 완전히 틀려요. 정신은 말똥말똥한데 기분은 붕 뜬 기분이거든! 홍어 먹고 취하면 기분 좋아요! 뿅 가지.ㅎㅎㅎㅎ-
사장 : 장난 아니지요?
용하 : 장난 아니라니까요. 의학적으로나 화학적으로 홍어에는 흥분자극제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숙성된 좋은 홍어를 충분히 먹으면, 술을 안 먹어도 취해요. 정신 말똥말똥하게! 기분 좋게!....... 그래서 좋은 홍어 먹은 날은 난리 나지! 참을 수가 없으니까!ㅎㅎㅎㅎ-
형님 : 그래서 그랬는가? 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김사장님, 나 듣기 좋은 소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차이가 난다’고 할 만큼 차이가 나?
형님 : 진짜라니까!ㅎㅎㅎㅎ-
이 홍어집 사장은 궁금한 것은 그냥 넘어가지를 못했다.
사장 : 홍어 먹는 날은 난리가 난다는 근거를 설명해보실래요?
용하 : 내가 약장수가 아닌데
형님 : 그래도 해 봐.
용하 : 근본적으로 숙성 홍어에 흥분자극제가 많이 들어있으니까 홍어를 먹으면 흥분상태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고.......
형님 :.......
용하 : 홍어 자체가 숙성 단백질이라 소화가 잘 돼서 먹었을 때 몸에서 에너지로 빨리 받아들이고........
사장 :........
용하 : 홍어를 먹을 때는 보통 열량 많은 돼지고기하고 같이 먹는데 홍어하고 같이 먹으면 돼지고기도 소화가 잘 돼서 돼지고기도 몸속에서 에너지 대사가 빨라서.......
사장 : 어!.......?.......
용하 : 흥분상태로 기분 좋아지고 열량효율까지 높아져서 힘도 쎄지는데........
사장 : 예에!.......?.......
용하 : 기분 좋은 상태에서 힘까지 세졌다고 느끼면 자신감까지 업그레이드 될 것인데....... 난리 안 나겠어요?
사장 : ㅎㅎㅎㅎ-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ㅎㅎㅎㅎ........
용하 : 자고로 해구신이라고 하는 물개조가튼 정력제나 머머 같은 스테미너 식품이라고 하는 것들이 자체 열량이 많은 고열량 식품이고, 정력 좋아지는 보약이라고 하는 것들도 대부분 우리 몸 안의 에너지원들을 자극시키는 흥분자극제 역할을 하는 것들이에요.
사장 : 예에!.......?.......
용하 : 힘은 열량(칼로리)하고 훈련된 근육에서 나오는 것인데, 평소에 밥 많이 먹고 운동 열심히 해서 근육을 키우는 것만큼 정력 좋아지는 방법이 없지요.
형님 : 그렇지!
용하 : 정력 좋다고 해서 제비족하는 애들 봐봐! 처음에는 정력 좋아서 제비족 했다가....... 힘 딸린다고 해서 정력제 먹고 그 지-랄 계속하면....... 쪼금 있으면 골아버리잖아?
형님 :ㅎㅎㅎㅎ-
용하 : 지 몸속에 에너지를 자꾸 흥분 자극시켜서 그쪽으로 힘을 쏟아 부으니 골을 수밖에?
형님 : 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용하 : 그런데 홍어를 봐봐요! 홍어는 사실상 지방질이 없는 고단백 고열량에 발효식품이라 그 자체로도 소화가 잘 되!.......
형님 :.......
용하 : 거기다가 고열량의 돼지고기도 바로 소화시켜버려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만들어!........
사장 :.......
용하 : 또 거기다가 홍탁삼합에 막걸리 나오는데, 막걸리가 옛날에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 밥 대신에 먹었던 곡주라 또 힘 생겨!.......
형님 :.......
용하 : 또 거기다가 홍어 자체에 흥분자극제까지 들어있어!.......
사장 :.......
용하 : 한마디로 안 하고는 못 참지!ㅎㅎㅎㅎ-
형님 : 아, 일리 있네!ㅎㅎㅎㅎ-
사장 : 논리적으로도 맞네!ㅎㅎㅎㅎ-
형님 : 그래 내가 근래에 홍어를 여섯 번을 먹었는데, 홍어 먹은 날마다 그래서 이상하다 했는데....... 이상한 것이 아니었네!ㅎㅎㅎㅎ
사장 : 나는 김사장님보다 더 많이 먹었는데....... 나도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네!ㅎㅎㅎㅎ-
용하 : 홍어는 정력제에 흥분자극제가 맞다고!
형님 : 홍어장사 되겠다! ㅎㅎㅎㅎ-
사장 : 막 자신감이 생기네!ㅎㅎㅎㅎ-
[홍어의 효과]
여수대학 임현수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홍어는 항암효과가 높다고 밝혀졌는데, 홍어 살은 삭힌 지 8일째 된 것이 53%의 암세포를 죽이고 홍어 내장(애)은 10일째 된 것이 58%의 암세포를 죽였다고 한다. 또, 홍어는 고혈압과 항산화(산성에 대한 저항) 효과도 있는데, 고혈압을 일으키는 물질인 ACE 활성을 억제하는 효과와 항산화 효능은 삭히지 않은 홍어가 효과가 높았다고 한다....... 임현수 교수팀은 이 연구결과는 2004년 한국과학재단이 뽑은 '2004년 우수 연구 성과'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뼈째 썰어먹는 홍어의 물렁뼈는 황사콘드로이틴과 콜라겐이 주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황산콘드로이틴은 연골(軟骨)의 다당류로 피부·탯줄·육아(肉芽) 등 각종 결합조직에도 함유되어 있는 성분으로 프랑스인들이 정력제로 많이 먹는 달팽이 요리에 많이 들어있는 성분이고........ 콜라겐은 동물의 뼈 ·연골 ·이 ·건(腱) ·피부 외에 물고기의 비늘 등을 구성하는 경단백질(硬蛋白質)로 교원질이라고도 한다.
“교원질은 관절을 구성하는 뼈, 연골, 힘줄, 인대 등의 뼈대가 되는 단백질군을 말한다. 교원질(膠原質)의 교(膠)는 ‘끈끈하다’는 뜻이고 원(原)은 ‘근원이 된다’는 뜻으로, 교원질은 조직과 조직 사이에서 뼈대를 이루는 근원이 되는 물질이며, 많은 수분을 머금고 있어 뼈의 탄력을 유지하여 외부로부터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 튼튼마디한의원 박선경원장/ 세계일보 2007.12.31
그래서 홍어를 많이 먹으면 류마티즈 관절염, 골다공증, 피부윤택, 정자증식, 동맥경화.......등에 좋다나 으짠다나?....... 나는 의사도 약사도 아니라서 단정해서 말하기는 어렵고, 하여튼 간에 그런 자료들이 많이 있다.
[된장국으로 속 좀 풀고]
두 번째 상이 푸짐하게 나왔다. 덜 삭힌 싱싱한 홍어, 삭힌 홍어, 보쌈고기, 묵은김치, 소주 두병에 된장국까지........ 그리고 몇 점의 홍어 애까지.
사장 : 된장국 드시고 속들 좀 푸시지요, 할 이야기들이 많은데!
된장국이 싱거워서 후루룩 마셨다.
용하 : 된장국이 싱거운 것 같으면서도 구수해요!
사장 : 좀 싱거운 것은 여기가 밥집 위주가 아니라 고기 집 위주니까요. 고기 드시고 개운하게 입가심들 하시라고. 밥 말아먹는데 간을 맞추면 고기장사가 고기는 언제 팔라고요?ㅎㅎㅎㅎ-
[홍어 애를 맛보다]
이번에는 홍어 애도 먹을 수 있었다. 홍어 [애]는 홍어 [간]을 뜻한다. [애]는 전체적으로 [내장]을 뜻하는데, 애간장 녹는다고 할 때 간장은 오장육보 중에서 간(장)을 뜻하고, [홍어 애]라고 하면 통상 [홍어 간]을 뜻하는 것이다.
형님 : 아까는 홍어 코만 나오고 애는 안 나왔는데....... 애가 있었네?
사장 : 아, 그렇습니까? 김사장님 오셨을 때 애가 안 나오면 안 되는데?ㅎㅎㅎㅎ-
용하 : 좋은 것은 안 팔고 혼자서 다 먹어버리는가 뵈?ㅎㅎㅎㅎ-
홍어 애를 맛보자고 해서, 다 같이 흐벌건 홍어 애를 젓가락으로 집어서 혓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오물오물 했더니........ 고급 참치 뱃살 녹듯이 기름이 녹아나왔다.
용하 :........으음........ 성개 알하고 자연산 멍개(우렁쉥이) 합쳐 놓은 것처럼 향이 진하네!....... 홍어 향이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고....... 홍어 향이 강하면도 고소한 맛이 진하고 깊네!.......
나는 그때 [홍어애]를 처음 먹어봤는데, 혀 위에 올려놓고 오물거리자 홍어애가 녹으면서 진한 홍어 향과 함께 고소한 맛이 퍼졌다. 홍어 애는 향도 향이지만 ‘그 강한 홍어 향과 같이 느껴지는’ 고소한 맛은 그 어떤 음식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이었다. 최고급 참치뱃살하고 비교해서도 홍어애가 월등했다. 참치뱃살은 맑은 기름이 새어나와도 홍어처럼 ‘환각작용을 일으킬 정도로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향이 없으니까.
사장 : 홍어 애는 국내산 홍어에서만 나온다면서요?
용하 : 그렇지 않을 걸요!
사장 : 홍어 보내주는 데서 수입산은 오래 되서 애를 날로 먹을 수가 없다고 하던데?
용하 : 안 그래요. 원양에서 잡은 홍어는 배 안에 급속냉각 시설이 있어서, 잡자마자 영하 40~60도 정도로 급속 냉동시키고........
사장 :........
용하 : 얼린 상태로 국내로 들여와서 해동을 시키고, 해동 후에 바로 내장을 빼내고 숙성을 시키는 것으로 아는데.......
형님 :.......
용하 : 그렇다면, 수입산 홍어도 애를 회로 먹을 수 있다는 말이지요.
형님 : 아.......
용하 : 더구나 간에는 지방분이 많아서 급속냉동을 해도 조직파괴가 적어서 해동을 시켜도 회만큼 질감차이가 나는 것도 아닐 것인데!....... 안 그래요?
사장 : 아하!
용하 : 그리고 백화점이나 마트, 시장에 가보면 명태 알로 만든 명란젓 많이 있잖아요? 그리고 이름 없는 젓갈들이 많은데, 이름 없는 젓갈들은 거의 다 원양에서 잡아온 큰 물고기들 내장을 싱싱할 때 빼내서 만든 것들이라고요. 질기니까 잘라서!....... 그것들이 다 수입산(원양산) 물고기 내장들이란 말입니다.
형님 : 아하!.......
용하 : 다른 원양산 물고기 내장들도 싱싱하게 빼내는데, 홍어는 잘 안 썩으니까 애를 더 온전하게 빼낼 수 있을 것 아니에요?
사장 : 아하....... 인정!
형님 : 들어보니까 그렀네, 오늘 진짜로 좋은 것 많이 배운다.ㅎㅎㅎㅎ
사장 : 그런데, 윤사장님은 어떻게 그런 쪽에도 잘 아시네요?
용하 : 내가 부산해양고등학교 나왔다고 했잖아요?
사장 : 아, 예!....... 그럼 배도 타보시고?
용하 : 아니요ㅎㅎㅎㅎ- 직업적으로는 안 타봤고 짧게는 타봤어요!....... 그래도 배우긴 배웠습니다. 더 이상 설명하면 기니까 여기서 끝!
사장 : 인정!
짧게 말할 수 있는 것을 짧게 말하면 얼마나 좋아?
[삭힌 홍어를 맛보다]
분위기가 점점 좋아졌다.
사장 : 이제, 삭힌 홍어회도 한번 드셔보시지요.
용하 : 오늘 날 만났네.ㅎㅎㅎㅎ........ 소주로 입 좀 닦고요, 두 분도 같이요.
세 명이서 소주 한 모금씩 해서 다시 입안을 행구고, 침을 몇 번 삼켜서 그런대로 입안에 남아있던 홍어 애의 고소함을 지웠다.
삭힌 회를 집어서 입에 넣지 않고 숨을 들이마시면서 냄새를 맡았다. 숨을 뱉어내고는 또 맡고....... 몇 번 숨을 쉬었다가 다시 맡고.
용하 : 두 분도 냄새부터 맡아보세요! 간격을 두고 여러 번씩.
두 사람이 시키는 대로 했다.
용하 : 어때요? 말씀 들어보니까, 두 분은 근래에 홍어를 자주 드셔보신 분인데?
사장 :.......?.......
형님 :.......?.......
용하 :ㅎㅎㅎㅎ....... 이게 좋은 홍어 향입니다.
사장 :.......
형님 :.......
자신감 있는 사람하고 없는 사람의 차이다.
용하 : 역겨운 냄새가 나요? 안 나요?
형님 :....... 그 사이에 내가 홍어를 몇 번 먹어서 그런지 역겹지는 않아?
사장 :....... 나도 역겹지는 않아요?
용하 : 계속 맡으니까, 코가 시원해요? 안 시원해요?
형님 : 시원해.
사장 : 나도요
용하 : 좋은 것 같아요? 싫은 것 같아요?
형님 :....... 좋은 것 같아!
사장 :....... 나도 좋은 것 같아!
용하 :ㅎㅎㅎㅎ- 이게 좋은 홍어에서 나오는 향이예요. 잡냄새가 없잖아요? 질이 떨어지는 홍어는 홍어를 먹을 줄 아는 사람이 맡아도 찌릉내 비슷한 것이 나면서 역겹거든요. 두 분이 전에 여러 집 다녀보셨다고 하니까 싸구려 홍어에서 나는 냄새하고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사장 :.......?.......
형님 :.......?.......
용하 : 홍어 좀 먹어본 사람들 같으면 질이 좋은 홍어에서 나는 냄새는 진하면서도 시원하고 질이 떨어지는 홍어에서 나는 냄새는 독하면서 비위가 상한다는 차이를 알 수 있어요. 이 홍어냄새가 비위가 상하는 게 있어요?
형님 : 아- 맞네! 맞아! 어쩌면 표현을 그렇게 잘하냐?
사장 : 아- 진짜 전문가 맞네.ㅎㅎㅎㅎ-
이제 맛을 가르쳐 줄 차례였다.
용하 : 홍어회는 이로 씹어 먹는 음식입니다. 혀로만 맛을 보는 술하고는 틀려요. 두 분 다 아무 것도 묻히지 마시고 이 삭힌 홍어만 세 번을 연속해서 씹어보세요. 그래야 제 맛을 알 수 있습니다....... 드시면서 말씀들 하셔도 되요.
세 명이서 같이 한 점씩 넣고 씹었다.
형님 : 으음, 확실히 삭힌 것이 아까 덜 삭힌 것 보다 진하네!
용하 : 계속 씹어요!
사장 : (씹고 씹고).......
세 명이서 같이 두 번째 회를 입에 넣고 씹었다.
사장 : 냄새도 냄새지만....... 맛도 더 진해지는 것 같네.
형님 : 맞어....... 두 번째 씹으니까 더 진해지는 것 같네.
용하 : 살하고 뼈하고 맛의 차이를 느껴보세요
형님 : (씹고씹고.......) 이야, 뼈에서 고소한 맛이 더 맛이 나오네.
사장 : (씹고씹고.......) 살에도 향과 맛이 있는데 뼈에서 더 많이 나오네.......
두 번째를 삼키고 세 번째 회를 입에 넣었다. 세 번째는 한 입에 두 점씩 먹어보라고 했다. 많이 넣고 씹으면 맛도 더 풍부해지니까.
형님 : 이제 확실히 알겠네. 살에서도 시원하고 고소한 맛이 나오는데, 뼈에서 나오는 것이 확실히 진하네!
사장 : 맞네, 오독오독 씹을 때마다 어금니 사이에서 박하같이 시원한 느낌이 나오면서 진한 고소한 맛이 나오네!.......
용하 : 계속 씹으세요!....... 단맛이 느껴집니까? 안 느껴집니까?
형님 : 아, 단맛도 있네!
사장 : 그러고 보니까 단맛이 많이 들었네!
용하 : 독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안 들어요?
형님 : 독하다는 느낌보다는....... 강하고 진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
사장 : 아아! 독한 것이 아니라 강하다는 표현이 딱 맞네!
용하 : ㅎㅎㅎㅎ- 이제, 그만 삼키세요. ㅎㅎㅎㅎ-
다 같이 삼켰다.
용하 : 입에 쓴맛이 남았어요? 안 남았어요?
형님 : 쓴맛? 쓴맛은 없는데.......
사장 : 나도 쓴맛은 못 느끼겠는데.......
용하 : 개운해요? 안 개운해요?
형님 : 콧구멍, 목구멍....... 식도....... 가슴 속 허파까지 개운하지!
사장 : 나도 그래요.
용하 : 가슴 속까지 맑아진 느낌은요?
형님 : 어 맞아. 가슴 속에 답답한 것들이 녹아내리는 것 같아!
용하 : 머리는?
형님 : 어, 머리도 맑아진 것 같고!
용하 : 기분은?
형님 : 그러고 보니까, 기분도 좋아진 것 같네.ㅎㅎㅎㅎ-
나도 먹으면서 놀란 것이 그날은 정말로 좋은 홍어가 들어와 있었다.
용하 : 이제, 홍어가 흥분자극제라는 것을 느낌이 옵니까?
사장 : 이야!.......
형님 : 아아.......느끼면서 먹으니까, 실감이 나네!
용하 : 그래도 사장님 처음에 이야기한 대로, 먹어보니까 이 회는 그렇게 많이 삭혀진 홍어는 아니네요!
사장 : 예. 서울식보다 덜 삭힌 것으로 보내라고 해서 받은 것이니까요.
형님 : 그래, 저번에는 핑크빛이 났는데 이번에는 전혀 없잖아?
용하 : 이런 홍어가 좋은 홍어입니다. 많이 안 삭혀졌어도 먹을수록 강한 맛이 나는 것은 혀가 그 맛에 집중을 해서 그런 것이고, 맛과 향이 진하면서도 잡냄새가 없는 것은 좋은 홍어를 잘 숙성시켜서고,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것은 가래를 엄청나게 잘 녹여주는 성분 덕분이고,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까지 좋아지는 것은 홍어에 환각작용을 하는 자극제 성분 때문이고요.
사장 : 예에!.......?.......
용하 : 그런데 질이 떨어지는 홍어를 먹으면 잡냄새 때문에 역겹고, 두 점 이상 씹으면 쓴맛이 돌아요. 그런 홍어를 먹고 기분이 좋아질 리는 없고요. 그러니까 홍어 좀 먹어본 사람들은 질 떨어진 홍어는 두 점 이상 잘 안 먹지요.......
형님 : 아.......
용하 : 그리고 음식은 사람의 생명하고 직결되기 때문에 사람의 뇌가 냄새하고 맛에 대한 기억을 정확히 합니다........ 그것이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손님의 선호도로 결정되는 것이고.
사장 : 오케이, 인정!
형님 : 홍어장사 아닌 나도 이제 확실히 느낌이 온다.
사장 : 그리고 전에는 잘 몰랐는데, 확실히 살보다도 뼈를 씹을수록 진하게 시원해지고 맛이 고소해지네?
형님 : 아까, 홍어가 세꼬시라네?
사장 : 세꼬시?....... 아 맞네! 그렇게 보면 홍어가 세꼬시 원조네. 전어회나 도다리 회를 먹을 때 뼈째 썰어놓은 것을 먹으면....... 뼈를 씹으면 더 고소해 지는데 그 원리네!
용하 : 금방금방 배우시네.ㅎㅎㅎㅎ........
사장 : 그래도 홍어는 전어나 도다리보다 엄청나게 고소한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데, 맞는 겁니까?
용하 : 예. 그것은 홍어 뼈에는 일반 경골어류 물고기보다 기름기가 월등히 많이 들어 있어서 그래요.
형님 :.......
용하 : 보통 물고기들은 부레로 떴다 가라앉았다 하는데, 상어나 가오리나 홍어 같은 연골어류들은 부레가 없고 그 대신에 뼈 속에 기름기를 많이 채워서 가라않고 뜨거든요. 상어나 가오리나 홍어는 물렁뼈 집안으로 족보가 같은데, 뼈 속에 기름기가 많아서 세꼬시로 먹을 때 고소한 맛이 훨씬 더 진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사장 : 아아.......
형님 : 그게 또 그렇구나!........
(2부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