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나도 딱지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을 다닐 때였습니다.
출석하고 있는 교회의 성가대원 중에 한 자매가 제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저는 적극적으로 대시하였고, 그 자매도 잘 따라오는 듯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곧 결혼이라도 할 것처럼 급하게 설쳐대는 것이 몹시 부담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딱지를 맞았습니다.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는지 모릅니다.
성격이 급하고 인내심이 부족한 저는 우리 집 연탄보일러가 설치된 지하실의 맨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하나님께 무릎을 꿇었습니다. 구겨진 자존심 때문에 울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지 못하고 그녀를 돌려 보내 주실 것을 하나님께 간절히 구했습니다. 그것도 러닝셔츠를 찢어가면서 말입니다.
돌이켜 보면 얼마나 단순하고 무식하여 웃음이 터져 나오는 장면입니까? 그렇지만 그때 저는 몹시 진지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구했음에도 그 자매는 나를 외면하고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나의 간절한 기도가 보기 좋게 거절당한 것입니다.
그런데 저의 거침없고 당돌한 기도를 하나님께서 그분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으로 응답하셨습니다. 제가 구한 자매는 당시 상업은행(현 우리은행의 전신)에 다녔는데 그 많은 아르바이트 자리 중에서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있는 상업은행에 야간경비원으로 가게 된 것입니다.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저녁에 은행에 돌아와 은행직원 한 명과 숙직을 하는 것입니다. 거기서 제 아내를 만났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제 아내는 제게 딱 맞는 배필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하나님의 뜻을 찾느라 고상한 기도를 했더라면 하나님의 인격을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에게 기도는 ‘나의 인격과 하나님의 인격이 부딪히는 것’(Encounter)이라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하여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