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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의 작은섬, 무의도. 무의도의 끝자락 광명항에서 빤히 보이는 손바닥만한 섬이 바로 소무의도다.
작년까지만 해도 소무의도에 가려면 무의도 광명선착장에서 나룻배를 이용해야했지만 올 4월말에
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연결하는 400여m의 소무의인도교가 개통되면서 바다를 감상하며 걸어서 가볼 수
있게 되었다. 소무의도는 약 20여가구의 주민들이 살고있는 조그만 섬인데, 빠른 물살과 씨알좋은
광어와 우럭이 많이 잡혀 낚시꾼들에게는 수도권 특급손맛터로 많이 알려져있다.
섬 한바퀴 도는데는 기껏해야 1시간 정도, 선착장에서 소무의교회가 있는 언덕을 넘어 뒷마을을 지나
건너편 모래해변으로 산책만 하면 30여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아담하고 포근한섬이다. 낚시를 하거나
굴따기, 소라줍기, 작은게잡기 등 즐길거리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섬이 워낙에 작다보니 낚시나 굴따기
외에는 이렇다할 놀거리가 없기에 조금 심심할 수도 있겠다.
하룻밤 아무런 생각없이 번잡하고 바쁜 도심생활을 잊고 편안하고 아늑한 휴식을 취하기에는 그만인 곳이다.
낮에는 별로 없던 사람들이 저녁6시가 넘으니 소무의인도교를 건너 커다란 짐보따리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주로 낚시대와 텐트, 침낭을 가져오거나 하룻밤 먹을 식량꾸러미 들이다.
밤을 꼬박새우면서 낚시를 하거나 맛깔스러운 안주에 밤바다를 양념삼아 한잔 걸쳐도 괜찮다.
단, 섬에 파리나 모기는 많으니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한다.
소무의인도교를 건너가면 섬입구에서 청소비와 관리비로 천원씩 받으니 알아두시길.
인도교에는 차량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니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어째튼 걸어가야 한다.
뭐, 소무의도에서 차를 운전할만한 도로도 없고 길도 좁아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제일 편할것같다.
소무의도 선착장에서 고개 너머 해변까지 터벅터벅 무더위를 헤치고 걸어갔다. 잠시 선착장에 쉬어본다.
배도 출출하니 뭔가 먹고싶긴한데, 소무의도에는 선창에 식당이 두군데 있다.
두식당은 사이좋게 이웃해있는데, 식당과 민박을 겸해서 하고 있다.
태현이네와 해병호 둘중 하나에 들어가기로 하다가 해병호로 선택.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후 4시가 넘어가는 시간인지라 손님은 벌써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사장님은 한창 음식준비와 정리에 여념이 없다. 저녁에는 낚시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방에 앉아있으니 광명항과 소무의인도교가 한눈에 보인다.
자연산회와 매운탕을 주로 판매하는데, 들어오면서 뭣좀 먹었기에 간단하게 백반을 주문한다.
민박은 얼마냐고 물었더니, 방크기와 인원수에 따라 4만원에서 10만원까지 있다고 한다.
예전 광명항에서 배를 이용해 소무의도로 들어올 때보다는 인도교 개통으로 손님들에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거친 바람과 거센 파도가 만든 섬. 갯벌이 펼쳐진 서해와 파도가 아름다운 동해의 면모를
함께 간직한 그곳 소무의도로 들어가본다.
소무의도 들어가는 인도교에서 바라본 소무의도 선착장의 모습.
마을이래봐야 몇가구 되보이지 않고 작은 포구지만 그래서 더 정겹고 아늑해보인다.
서해치고는 의외로 물도 깨끗하고 수심도 깊다. 인천지역의 섬들은 생각했던 서해의 이미지를
확 바꿔줄 정도로 바닷물도 깨끗하고 모래도 밀가루처럼 곱다. 섬의 남쪽과 북쪽은 절벽과 바위들이 많아
밀물때에는 접근이 어렵고 서쪽 선착장과 언덕 너머 인천 송도와 인천대교가 보이는 지역까지 이어진
마을은 언제든지 걸어갈 수 있다. 대부분의 집들은 소무의도의 역사처럼 매우 낡았다.
흡사 강원도 산골의 무너져가는 오막살이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래도 한번쯤은 돌아가고싶은 어릴적 신나게 뛰어놀던 인심좋은 시골 마을을 닮아 있어 푸근한
고향같은 느낌이다. 이곳도 여느 섬마을이 그렇듯이 바다에 나가 물고기와 해산물을 잡거나 섬 인근에서
채취하는 굴, 소라 등 갯것들을 팔아 큰 욕심없이 바다를 품고 바다가 주는만큼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선착장에 있는 식당 해병호와 태현이네.
태현이네는 1층이 민박집, 2층이 식당인 좀 특이한 구조이고 해병호는 1층에 식당, 2층과 옆집이 민박집인
스타일이다. 소무의도에는 민박을 하는 곳이 몇군데 있긴하지만 대부분 낡은 시골집이라서 가족이나 연인들은 좀 더 깨끗한 이곳을 많이 찾는다한다. 물론 낚시하는 사람들은 텐트를 준비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요근래에는 낚시객들도 많이 민박에서 머물다 간다고 한다. 고양이가 잡아올린 생선. 간판이 재미있다.
오늘의 메뉴에는 자연산 광어회가 올라와있다. 7만원.
물론 맛좋고 땡기긴 했지만 가벼운 주머니 사정상 백반으로 주문.
다른 손님이 주문한 해물전은 밥을 먹고 난 후에 봐서 다행이다.
새우와 오징어, 바지락 등이 푸짐하게 올라간 해물전을 미리 봤으면
군침 꽤나 흘렸을것 같다. 손님들이 많이 찾는것은 칼국수와 장대매운탕이라고 한다.
장대매운탕은 작년 울진 죽변항에서 먹었는데, 개운하고 칼칼한 뒷맛이 일품이었다.
메뉴판에 싯가나 가격이 000 이렇게 적어놓았으면 일단 사장에게 먼저 얼마인지를 물어보는 것이 좋다.
괜히 먹고나서 말도 안되는 가격을 부를 수 있으니까. 그러면 돈도 아깝고 속도 아프니깐.
사장님께 백반을 주문하니 오늘은 바지락콩나물냉국이 준비됐는데, 아마 입에 맞을거라 한다.
요즘 날씨도 좋아지고 점점 본격적인 낚시 시즌이 다가와서인지 손님들이 늘었다며 너스레를 떤다.
햇살이 많이 약해진 늦은 오후에 바라본 소무의도.
포구 가득 들어찼던 바닷물도 먼 바다를 향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다.
흘린 땀을 닦아주고 냉수로 몸에 수분을 보충해준다.
음료수도 먹었지만 갈증만 더 늘뿐, 역시 갈증엔 시원한 물이 최고!
솔직히 백반이 7천원이면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서울 시내에도 보통 4 ~ 5천원하는 백반집이 널렸으니까.
하지만 섬이라서 대부분의 재료들을 뭍에서 사와야하고 바닷가니깐.
원래 관광지나 산지에 가면 더 비싼법이다. 원래의 음식가격에 풍경과 분위기라는 프리미엄이
붙기 마련이니깐. 분위기에다 맛까지 좋고 가격마저 착하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먼저 반찬들이 테이블에 하나 둘 깔린다. 백반이라 뭐 그냥 대충나올줄 알았는데, 반찬을 먹어보니
맛이 뜻밖에도 좋다. 섬에서 나는 채소와 해산물을 주로 이용해서 음식들을 만든다고 한다.
처음보는 반찬들은 친절하게 설명도 해준다. 어떤 식당가면 물어봐도 귀찮다는 눈빛으로
쒱 지나가는 곳도 많은데, 그런곳은 다시 않가지만.
집된장에 바다에서 잡은 고동과 감자, 고추 등을 넣어 만들었다는 고동된장.
짠맛이 감돌지만 고동과 감자를 함께 먹으니 계속 손이 가게 된다.
처음 맛본 것이지만 의외로 괜찮은 맛이 난다. 밥에 한숟가락 떠서 비벼먹어도 되고.
저번주에 바다에 나가 잡아온 게로 담근 게장도 하나 올려줬다. 역시 밥도둑 게장의 맛이란.
처음에는 작은 멸치인줄 알았는데, 사장님이 와서 이건 잔챙이새우라고 말해준다.
말을 듣고 자세히 보니 새우가 맞긴한데 얼핏보면 멸치같기도 하다.
예전에 밥비벼서 먹던 곤쟁이젓과 비슷한건가. 맛은 새우가 확실했다.
밭에서 따다 담근 고춧잎. 간장에 담갔다 꺼내온것 같은데, 처음엔 나물인줄 알았는데 한입에 넣어보니 고춧잎.
그렇게 짜지는 않고 담백한 맛이 풍겼다. 평소에는 고춧잎 무침은 종종 먹긴했는데.
창포묵도 나와준다. 특별한 맛은 없지만 말끔히 비워주고.
반찬으로 많이 먹는 깻잎도 상 한켠을 지키고 있다.
깻잎을 양념장으로 발라 뚝배기에 넣고 가마솥에 넣어 찌면 그 맛이 끝내주는데.
샐러드는 양배추와 오이, 당근이 들어간 소무의도표이고, 양파간장김치, 배추 · 열무 김치와
오징어 젓갈이 상에 보태졌다. 이렇게 보니 바닷가라 그런가 대부분 짠 음식일쎄.
싱겁게 먹거나 짠걸 잘 못먹는 사람들에게는 먹을것이 별로 없는 한상되겠다.
하지만 젓갈과 게장등을 어릴적부터 먹어온 나에게는 입맛에 딱 맞는 정도라고 할까.
백반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조개콩나물냉국.
어떤 맛일까 궁금했는데, 조개탕에 콩나물과 북어를 넣은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었다.
차가운 조개탕. 싱거워 보였는데, 매운 고추를 넣어서인지 뒷맛은 꽤나 매콤하다.
섬에서 먹는 백반. 특별한 별미가 나온다거나 맛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지만 학창시절 친구네 집에
놀러갔을때 친구 어머님께서 해주시던 평소에 먹던 밥상이지만 약간의 정성이 더해진 진미같은 한상이다.
손이 가지 않는 반찬이 없어 조금씩 맛을 보며 한숟갈씩 밥을 먹었는데도 금방 바닥나버려 한공기
더 추가했다. 언제 찾아가도 따끈한 밥한공기와 맛있는 반찬을 내오셨던 친구 어머님들은 잘 지내실까.
한번 뵙고 싶은 그분들 문득 궁금해진다. 전화로 안부인사나 해봐야겠다.
바지락북어국도 시원하게 먹어도 괜찮구나. 여름철 숙취해소에 그만이겠다.
첫 맛은 개운하지만 끝 맛은 좀 톡 쏘는듯하면서 여운이 남는 듯하다.
해가 기울어가니 손님들이 하나둘 들어온다. 이천에서 아이를 데리고 쉬러 왔다는 여행객은 처음 왔는데,
생각보다 좋다고 말한다. 숙소는 뒷마을에 잡았는데, 아이들이 놀기 좋은 모래가 고운 해변이 있기 때문이란다. 밤에는 소라와 고동도 줍고 모닥불도 피울거라며 아이가 즐거워하니 다행이라고. 방파제 위에서 뙤약볕을
쐬가며 낚시를 했는데 영 신통치않은 입질때문에 맥이 풀려 술한잔 하러왔다는 낚시팀은 해가 지는
밤을 노린다고 한다. 밤에는 그래도 씨알 좋은 광어와 아나고가 많이 올라온다고 한다.
섬에서의 여유있는 식사 겸 반주를 마치고 커피 한잔 뽑아 들고 밖으로 나온다.
여전히 덥긴하지만 뉘엿뉘엿 서산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해를 보니 또 하루가 지나가는구나.
파라솔에 앉아 어디론가 날아가는 갈매기와 소무의도로 넘어오는 여행객들, 바다를 향해 나가는
고깃배들을 한가롭게 멍한 눈으로 바라본다. 무상, 무념으로 둘러본 소무의도, 환상적인 비경이라거나
최고라는 찬사를 하기엔 아직 수줍은 처자의 옅은 미소같은 섬이다. 작고 볼거리는 부족하지만
마음을 열고 섬의 일부가 되어 섬을 오롯히 느끼고 섬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그런 자연이 숨쉬는 곳이
이곳 소무의도이다. 자! 주말 가까우면서도 섬만의 이야기가 흐르는 무의도 속 소무의도로 떠나보는건 어떨까.
바닷물이 많이 빠졌다. 소무의인도교의 교각 아랫부분의 기둥들이 많이 드러났다.
물위에 둥둥 떠있던 배들도 살짝 기울어졌다. 호룡곡산 위쪽에는 빠알간 저녁놀이 서서히 물들어온다.
소무의도로 건너오는 낚시객들의 마음과 발걸음도 급해졌다. 좋은 자리를 차지해야 씨알좋은 물고기들을
많이 잡을텐데 하는 부푼 마음을 간직한채. 좀 못잡으면 어떠랴. 멋진 바다풍경속에서 밤하늘의 별빛과
듣기좋은 파도소리에 인생과 사랑을 소주한잔에 날려버릴 수 있는 하룻밤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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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즘 섬투어가 너무 끌리던 차인데 한적하고 조그마한 소무의도에 관심이 가네요..
백반이 참 깔끔하게 나오는거 같네요..싱싱한 회도 궁금해집니다.
네,,회도 아주 푸짐하게 나온답니다. 섬에서 먹는 회는 맛이 좋지요. 가격이야 섬안이 거의 비슷하더라구요. 을마나 싱싱하고 정성이 들어갔느냐가.. 무의도 가기도 편하고 멀지 않으니 한번 떠나보세요. 하나개와 실미도도 함께 하심 더 의미있는 추억을 담아오는 가을여행이 될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