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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둘레길 12코스 호암산 코스는 관악산공원 입구에서 시작한다. 관악산과 이웃하고 있는 삼성산(481m)은 원효, 의상, 윤필의 세 고승이 677년에 조그마한 암자를 짓고 수도에 전진하던 곳이 삼막사의 기원이며, 이 세 고승을 지칭해 '삼성산'이라 칭했다는 설에서 산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한다.
관악산의 명품 물레방아 삼거리에서 서울둘레길 12코스는 삼성산 구간으로 들어선다.
장승구간이다. 장승은 돌이나 나무에 사람의 얼굴을 새겨서 마을 또는 절어귀나 길가에 세운 푯말을 말한다.
주로 10리(약 4km)나 5리 간격으로 설치하여 이정표 구실을 하거나, 마을의 수호신 역활을 하기도 했다고 하며,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나무 기둥이나 돌기둥의 상부에 사람의 얼국 형태를 소박하게 그리거나 조각하여 2개를 한 쌍으로 제작하는데, 한쪽 기둥에는 ‘천하대장군’, 다른 기둥에는 ‘지하여장군’이라고 글씨를 새겨 넣고 남녀가 마주 서 있도록 설치하였다고 한다.
이곳 둘레길에 설치된 장승들은 지난 2011년 7월에 발생한 집중호우로 쓰러진 나무들을 활용하여 제작한 것으로 서울둘레길과 관악산둘레길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관악산을 지키는 든든한 수호신의 역할을 하라는 의미를 담아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나무계단길을 한동안 힘겹게 올라서면 관악산과 서울대학교가 한 눈에 볼 수 있는 바위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관악산(632m)은 옛날부터 송악산, 화악산, 감악산, 운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의 하나로 불렸다. 악(岳)의 명칭이 말해주듯 산 전체가 암릉과 암봉으로 이어진 대표적 석산이다.
바위의 강한 기운 때문에 관악산은 예로부터 화산으로 불렀다. 태조가 한양을 수도로 정할 때 궁궐의 방위를 바꾸고 광화문에 해태상을 세워 화기를 누르려한 일화는 유명하다.
아쉽지만 바위 전망대를 뒤로 한차례 더 올라서면 돌산 갈림길이다. 전망이 좋은 돌산도 올라보고 싶지만 좌측으로 능선길을 따라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진다. 이 능선길은 칼바위로 오를 수 있는 능선길이다.
칼바위 능선도 예전에는 참 많이 올랐었는데 서울둘레길은 갈림길을 만나면서 우측으로 내려서면 삼성산 보덕사 표지석이 길목을 지키고 있다.
고즈넉한 숲길로 이어가던. 둘레길은 우측으로 윤길 묘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승정원 좌승지를 지낸 윤길의 무덤 앞에 그의 일생과 업적을 기록한 비석이 있으며 근처에는 묘지를 지키는 호랑이 바위가 있다.
호랑이 바위는 윤길의 아버지와 4형제가 있는 김포의 천등산을 향하고 있다고 한다. 이 바위는 400년이 넘도록 윤길의 묘를 보위하고 있다.
약수암위 헬기장을 통과한다. 조금 벗어나 있는 곳에 약수사가 있다. 악수암 이라고도 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직할 교구 본사인 조계사의 말사로 창건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김처사라는 사람이 초가삼간을 짓고 수도하던 것이 절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 후 1880년(고종 17년)레 명성황후가 법당을 건립하면서 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삼성산 산림쉼터다. 잣나무, 메타세콰이어, 단풍나무에 둘러싸여 녹음의 향기를 맡고, 넓직한 나무 평상에서 점심도 먹고, 누워 단잠에 빠져들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산림쉼터에서 머지않은 곳에 삼성산 성지가 있다. 삼성성지는 1839년 기해박해 때 새남터에서 군문효수의 형을 받고 순교한 앵베르 주교와 모방신부, 샤스턍 신부가 1843부터 묻혀계신 곳이다.
본래부터 삼성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던 이곳은 세 분의 순교성인이 묻힘으로써 명실 공히 삼성산의 품위를 갖추게 되었다.
새남터에서 순교한 세 순교자의 시신은 사흘 동안 버려져 있다가 한강변 모래톱에 묻혔고, 몇몇 교우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유해를 거두는 데 성공해서 임시로 노고산에 매장했다가 4년 후 박 바오로가 자신의 선산인 관악산 줄기 삼성산에 유해를 이장하였고 한다.
그 사실을 아들인 박순집에게 알려 주어 후에 세 순교자의 유해를 명동 성당으로 모실 수 있었다. 1984년 세 순교자가 시성된 후 인근 부지를 매입해 성지를 조성하였고, 1992년 삼성산 본당이 신설되면서 성지를 관리 보존하고 있다.
서울둘레길과 함께하는 관악산둘레길이 신림동으로 이어가는 갈림길을 지나 다시 돌계단이 시작하면서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호암산 구간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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