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山의 부음 듣고 6일 낮에 빈소 다녀왔다. 입관 중이라는 말에 소파 근처에서 얼쩡거리니 이정수 교수가 있었다. 고인과의 우의가 돈독하여 호상노릇 하고 있구나 생각하는데 강영주 동문, 이현락 교수가 차례로 나타나 기다린 끝에 셋이 합동으로 송산의 명복을 빌고 돌아왔다. 항상 미소로 대하던 송산의 얼굴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구나.
지난 주 貫之 부친상 때는 우리의 선대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지만 이번에는 바로 우리의 일이라 심경이 착찹하다. 이런 때면 나는 최근 몇년간 이런 생각을 해봤다. 나의 상황이 세상과의 이별에 직면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짙어지면 나는 친구, 친지를 초대하여 파티를 근사하게 한번 하고 쿨하게 인사하리라. 그동안 저와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배낭하나 달랑 메고 티벹이나 히말라야로 사라져야지. 가능할지 모르겠네.
왜 티벹이나 히말라야? 거기는 여태 못가봤으니까. 에이....
그보다 이젠 베이징 이야기를 마무리나 지어야겠다. 신장(新疆) 간 이야기를 하기 전에. 베이징에 22일 머물면서 매일 한두군데를 찍어서 다녀봤지만 못가본 곳이 더 많고 한달쯤은 더 있어야 볼만한 곳을 두루 한번쯤은 들릴 수 있겠다 싶다. 아쉽지만 남겨두자.
베이징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살인적인 물가고가 이구동성이었다. 많이 올랐고 계속 오르고 있단다.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동반하는 경험은 우리도 70~80년대에 많이 겪었지만 현재의 중국사람이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여러가지 수완으로 더 많은 소득을 챙기는 사람은 콧노래가 나오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비명을 지르거나, 부조리에 비분강개할 것 같은데 겉은 일단 조용해 보인다. 나름대로의 통제 때문인가 아니면 특유의 참을성 때문인가? 민박주인 말로는 SNS상에는 별별 이야기가 떠돌아 다닌단다.
왕징(望京)은 분당처럼 신흥주택지역이다. 민박주인에게 자기집 값을 물어봤다. 33평 규모인데 우리 돈으로 10억쯤 된단다. 서울 강남수준이다. 속으로는 에이 싶어서 복덕방 인쇄물을 구해 봤더니 사실인 것 같다. 흥정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방 2, 거실 1, 부엌 1, 화장실 2의 100~120평방미터 아파트가 500만~550만위안이다. 십오년전에는 1/4가격이었고 돈 있는 친구들은 4~5채씩 사들여 지금은 떵떵거리고 산다고 무단장(牧丹江) 출신의 민박주인이 아쉬워 하는 표정이다. 셋집은 전세라는 건 없고 월세가 6,000~7,500위안 정도인데 최소 3개월 선불이란다. 이 지역은 유학생, 직장인 등 한국사람이 많이 몰려와 셋집이 성업이다.
내가 묵은 민박요금은 밝힌 바 있고, 아침식사는 민박요금에 포함해 해결했다. 점심, 저녁 두끼는 사먹었다.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다 조리해 먹을 궁리도 했지만 시간도 그렇고 주방 쓰기도 마땅치 않아 포기했다. 마침 샹하이와 쟝쑤에서 발발한 조류독감이 베이징까지 쳐들어온 탓인지 민박 안주인은 닭고기를 한번도 상에 올리지 않았고 나도 닭고기 근처에를 안간 것 같다. 떠나기 전에 조선족 아주머니의 자문은 한끼에 10~20원이면 된다고 했으나 기준이 다른지 현지에서 사먹어 보니 판이했다. 사먹는 가격은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1/3이 채 안된다고 볼 때 (2011년 세계은행의 구매력기준 자료로는 한국이 29위 30,290달러, 중국이 92위 8,430달러) 만만찮은 지출이다. 우리는 밑반찬이 있는 식단이고 중국은 단품이니 맞비교가 어렵긴 하지만 면류 15~25위안, 육류(쇠고기, 돼지고기) 20~50위안, 어류 30~70위안 정도이다. 작은 미판(米饭) 2위안, 좀 큰 것 3위안, 큰 것이 우리 공기밥 양 정도이다. 가격폭이 있는 이유는 장소, 고기부위, 어물종류와 요리수준 차이일 것 같다. 품위 있는 레스토랑의 코스요리는 500~800위안 정도라 아예 넘겨다 보지를 않았다. 한식집의 생선회는 한접시에 1,500위안, 4인용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물어보지 못했다.
나는 쎄게 먹을 이유도 없거니와 돈 생각도 해야겠기에 아들의 동의하에 1인당 한끼에 50위안을 상한선으로 했다. 그 상한선을 넘으면 다음날은 절제했다. 그러나 중국사람은 먹는데 아끼지 않는 것 같았다. 젊은이들이 100~150위안을 예사로 지출한다. 국민소득을 고려한 내마음대로의 추측은 월수입이 5,000위안 내외일텐데 과도한 지출이 아닌지....별 걱정을 다하네. 중국사람이 먹는 것은 아끼지 않는다는 나의 인식은 20년 전에 이미 자리 잡았다. 중국이 외화유치에 혈안이 되어있던 90년대초, 합작논의를 위해 베이징과 지린의 화공집단을 여러번 방문했다. 회사 식당에서 여러번 식사를 했는데 요리솜씨가 일류라고 느껴지는 건 물론 십여가지의 요리로 대접을 받았다. 우리가 손님이라 그러려니 하고 화장실에 다녀오며 살펴봤더니 회사직원들도 7~8개의 요리접시를 놓고 먹고 있어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회사가 돈 벌어서 (경상도 말로) 먹어조지는구나. 그런데 이번에 접시 숫자에 대해서는 수긍이 갔다. 열 사람이 각자 한가지씩 주문하면 열가지 음식이 가능하다. 아들과 둘이 다니다 보니 2~3가지 밖에 먹을 수 없는데 최소한 네 사람이라도 되면 4~5가지 요리가 가능하다는 대단한 답을 얻었다.
식당(餐庁 찬팅)에 들어가면 메뉴(菜单 차이단 혹은 차이다르)를 가져오는데 한자가 빼곡이 씌어 있어 뭐가 뭔지 정신이 없다. 그러나 찬찬이 들여다보면, 요리방법이나 형태, 요리재료, 양념 등이 기재된 것이다.
요리방법은 유달리 火변의 글자가 당연히 많다. 몇가지 익혀두면 도움이 될 성 싶다.
烤 카오--굽는다. 炒 차오--볶는다, 지진다.
烧 사오--볶은 후 삶는다. 炸 자--기름에 튀기다, 끓는 물에 데치다.
爆 바오--뜨거운 기름에 단 시간 튀긴다. 炖 둔--국물을 붓고 곤다.
焖 먼--약한 불에 곤다. 燻 쉰--훈제한다.
煮 주--삶는다. 烹 펑--삶는다.
蒸 정--찐다. 煎 젠--기름을 얇게 둘러 지지다.
요리형태로는 국물이 많은 요리 汤(탕)과 국물이 적은 요리 川(촨)으로 구분하는 정도다.
요리재료로는 육류로서 쇠고기 牛肉(뉘우러우), 돼지 猪(주), 양 羊(양), 닭 鸡(지), 오리 鸭(야) 등이고 우리나라에 없는 것으로는 당나귀고기 驴肉(뤼러우)가 있다. 굳이 어류라 한 것은 해산물(海鲜 하이시엔) 이외에 담수어를 많이 먹기 때문이다. 붕어(鲫鱼 지위)가 잉어(鲤鱼 리위)보다 비싸고 월마트(沃尔玛)나 롯데마트(乐天玛特) 수족관에는 하이시엔은 안보이고 메기(鲇鱼 니엔위),
산천어(草鱼 차오위), 가물치(乌鱼 우위) 등이 헤엄쳐 다니고 황소개구리(牛蛙 뉘우와)도 웅크리고 있다. 샹하이나 광저우, 샹강(香港)에서처럼의 하이시엔 수족관은 베이징에서는 바다와 멀어서 안되는 모양이다.
중국요리를 먹으려면 샹차이(香菜)를 먹을 수 있어야한다. 요리건 면이건 샹차이가 다 들어간다. 감당이 안되는 사람은 주문할 때 빼달라면 된다. 아들이나 나는 다행히 거부감이 없다.
베이징 카오야(烤鸭)의 대표식당 췐쥐더(全聚德) 왕징점에서는 구운 오리 한마리에 198위안 한다. 오리가 리드상품이고 300~500위안 하는 요리 두세가지를 겯들여 먹게 마련이다. 보통 사람들은 한마리 80위안짜리 사먹는단다. 나는 아들의 체험 췐쥐더, 체험 카오야를 위해 반마리(半只 반즈)를 시켰다. 半只 99위안, 荷葉饼(허예빙: 대나무통에 담긴 싸먹는 전병) 12위안/1통, 葱酱(총쟝: 얇게 썬 파와 춘장) 2인분 4위안, 瓜条蒜泥白糖(과티아오수안니바이탕: 얇고 길게 썬 오이와 찧은 마늘과 설탕) 2인분 4위안, 烧饼(사오빙: 구운 빵) 2개 6위안, 靑岛純生啤(칭다오순셩피: 청도생맥주) 1병 20위안, 오리육수 무료, 합계 145위안원. "별 맛도 아니네요." 아들의 말이다. 수지의 고기리 입구에 가면 생오리고기 푸짐하게 구워 상추에 싸먹는 게 비교되는 모양이다.
水煮鱼(수이주위), 물에 끓인 생선이란 말인데 매워도 좋냐고 물어 좋다고 했더니 엄청 매웠다. 매움의 정체가 고추와 고추씨기름, 산초 열매를 다발채로 넣고 끓였다. 이 맛은 샤부샤부의 육수에도 등장하는데 뜨겁다 보니 혓바닥이 얼얼해진다. 어떤 식당에서는 매운맛의 정도를 급별로 표시하여 손님이 선택하게 하는 데도 있다: 㷋辣(옌라), 特辣(터라), 中辣(중라), 微辣(웨이라), 幾颗辣(지커라)
한식 브랜드인 식당에서 냉면이라고 19위안 내고 먹어봤더니 우리처럼 간이 서늘한 육수도 아닌데다 달기만 하고 김치(泡菜), 미역줄기무침(裙带菜) 50g씩에 각 4위안이다. 50g은 두 젓가락 정도다.
민박 근처 장터국밥(将特餐厅)이라는 상호의 식당에서 해물순두부 시켰더니 먹을만 했다. 찬을 한국식으로 푸짐하게 줬다. 값은 30위안, 한국과 비슷한 가격이다.
외교관 아파트가 밀집한 싼리툰(三里屯) 카페거리 근처는 외국풍의 레스토랑이 많다. 스파게티는 이타이리면(意太利面)이라는데 토마토소스의 나폴레타나가 38위안, 크림소스의 까르보나라가 50위안, 한국가격의 60% 정도인 것 같다. 나폴레타나는 판치에이면(番茄意面), 까르보나라는 나이여우지단페이건창통신펀(奶油鸡蛋培根長通心粉)이라는 장황한 이름을 가졌는데 뜯어서 읽어보면 판치에는 토마토, 나이여우는 버터, 페이건은 베이컨, 창통신펀은 길다란 마카로니국수다. 한자공부도 할 겸 아예 메뉴를 한장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샤부샤부가 12,000~16,000원 내면 부페식으로 양이나 종류는 맘껏이지만 중국은 육수값 따로, 식재료값 따로, 양념장값 따로이다. 육수는 보통 25위안 내외이지만 고기나 해물로 맛을 내면 80~90위안 대로 올라간다. 끓이는 냄비나 솥을 화궈(火锅)라고 하는데 두칸으로 나눠 매운맛과 보통의 두가지를 맛보는 곳이 많다. 보통 1인당 70~80위안이지만 버섯전문집이 150위안 이상인 식당도 있었다. 양고기 샤브샤브는 슈안양러우(涮羊肉)라고 하는데 냉동고기를 대패밥처럼 썰어내오니 양념육수맛에 가려 쇠고기랑 구분도 못하겠고 실제로도 가짜가 많단다.
지하철을 타고 다녀보면 베이징의 젊은이들은 수수하다. 열에 일곱, 여덟은 티셔츠에 운동화 차림이다. 젊은 여성들도 별로 화장이 없다. 한국처럼 허벅지 심하게 내놓은 아가씨도 없다. 찬찬히 뜯어보면 입음새는 한국과 비슷한데 뭔가 좀 촌스럽다. 패션감각이 예민하지 못한 내가 봤을 때도 어딘가 촌스럽다. 아들 왈, 한국 젊은이의 패션감각은 세계적이란다.
이렇게 멋을 부리는 아가씨는 드물고 대부분은 이런 차림이다.
베이징 이야기는 이상으로 끝낸다.
첫댓글 자세한 베이징 살이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베이징 그림이 어렴푸시 떠오릅니다.
현지어가 되는 장점을 십분 발휘하신 듯 합니다. 브라보 강초!!!
중국어 배우는 입장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고 중국 음식 식단과 식문화 등 참고될 내용이 너무 많습니다. 어떻게 취재하듯 이렇게 자세하게 기록했는지 신기합니다. 대단합니다. 수고 많았고 신쟝여행기도 기대됩니다.
만약 베이징에 자유 여행 갈 기회가 있으면 강초의 이번 여핵기가 길잡이가 될것 같습니다. 디테일하고 풍성한 베이징의 여러 모습도 잘 보여 주었다고 생각 합니다. 티벳이나 히말라야 갈때 뜻이 같은 사람 모집 해 주시기 가랍니다. 따봉- 따따봉
逸幢 전 추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