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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5일 수요일(국회의원 선거일) 강씨봉 휴양림 야생화 탐방
일초님과 함께
자차이용 : 휴양림 – 전망대 – 휴양림 임도따라 걷기
산행거리 : 약 12 km 산행시간 : 약 5 시간
https://www.ramblr.com/web/mymap/trip/371711/2021389
거리 12.8 km
소요 시간 5h 52m 5s
이동 시간 3h 50m 59s
휴식 시간 2h 1m 6s (램블러 기록이 문제 있음)
평균 속도 3.3 km/h
최고점 649 m
총 획득고도 256 m
난이도 보통
깽깽이풀
양산박
명지산 계곡자락 나무 숲속에
보랏빛 하늘하늘 나비춤추며
어서 오라 손짓하며 나를 반기네
어찌 이리 오래도록 못만났을까
너는 여기 이 자리에 터를 잡고서
수 백년은 족히 살았을텐데
내 잠시 너를 보고 떠나가지만
잘 있거라 몸 성히 아프지말고
내년에 꼬옥 다시 만나자꾸나
깽깽이풀
지난 토요일 강씨봉 휴양림을 다녀와서 인터넷에 올라온 블로그와 카페글을 다시 한 번 검색해 보았다. 이 시기에 핀다는 깽깽이풀과 애기송이풀의 모습이 눈에 삼삼 그려지기 때문이다. 강씨봉 휴양림에서 오뚜리령까지 눈에 힘을 주면서 다 훑어보았는데도 깽깽이처럼 생긴 풀을 구경조차 못했으니 분명 내가 엉뚱한 곳을 헤매고 다닌 게 분명하다.
임산계곡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역시 그 곳에도 내가 찾는 깽깽이풀과 애기송이는 보이지 않았었다. 아무래도 올 해는 포기하고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처럼 보였다. 집에서 2 시간 남짓 걸리는 곳이니 무작정 매 주 찾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명지산 깽깽이풀이란 검색어로 다시 한 번 블로그를 뒤져 보았다. 맑은 물이 비치는 개울가에 새초롬하게 피어 있는 꽃 모양이 여간 예쁜 것이 아니다. 다섯 장의 꽃잎이 마치 얇은 종이꽃처럼 하늘거린다. 깽깽이라는 이름은 한 군데 모여서 자라지 않고 사람이 깨금발로 폴짝폴짝 뛰어서 다니는 것처럼 여기저기 떨어져서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조금 유치한 해석이지만 달리 아는 것이 없으니 그러려니 한다.
그리고 여러 블로그를 살펴보다가 좀 더 구체적인 단서를 찾아냈다. 보호를 받고 있는 희귀식물의 서식지를 노출하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염려 때문에 대부분의 블로거는 어렴풋한 단서도 남기지 않는데 이 블로거는 나같이 몽매한 사람을 위해 상당히 많은 힌트를 주었다.
계곡을 훓어보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을 감안하여 이번에는 대중교통 대신 자차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꽃 탐방 위주로 가는 것이니 임도를 따라 올라갔다가 다시 원점회귀 산행을 할 참이다. 꽃을 잘 아는 일초님이 동행하기로 했다. 집에서 새벽같이 나와 일초님과 조우하여 8시 30분 논남기 마을에 도착하여 곧 바로 꽃탐방을 시작한다.
돌단풍 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다.
휴양림 계곡에는 돌단풍이 무성하게 자랐다. 잎 모양이 단풍잎을 닮았고 주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범의귀과 여려해살이 풀이다. 어린 잎과 줄기는 데쳐서 식용하고 전초를 강장기능과 이뇨작용을 일으키는 한약재로 쓴다고 한다. 이 계곡에는 하류부터 상류까지 고도에 따라 완전히 자라 꽃이 활짝 핀것과 이제 막 바위에서 자라나는 어린 싹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돌단풍은 바위와 물과 함께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이 더욱 돋보인다.
산괴불주머니도 전성기를 맞았다. 씨가 물에 떠내려오다가 땅에 박혀 싹을 틔운 것인지 잔돌이 쌓여있는 곳에 무더기로 자라나 노랗게 꽃을 피웠다. 그런데 무더기로 자란 산괴불주머니가 밑동까지 바싹 잘라진 것이 보인다. 산괴불주머니는 독이 있어서 식용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잘려나간 것을 보면 분명 고라니 등 산짐승이 뜯어먹은 것이다. 산짐승이 먹는다고 하여 사람이 다 먹을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벌레나 짐승이 먹는 식물은 크게 해롭지 않다고 한다. 산괴불주머니도 어린 싹을 채취하여 뜨거운 물에 10분 정도 데쳤다가 6시간 정도 울궈서 독을 제거하고 돼지고기 보쌈으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괴불주머니는 옛날 어린 아이 돌 때 액을 물리친다고 애기 옷에 달아주던 장신구인데 산괴불주머니 꽃 모양이 괴불주머니와 비슷해서 붙인 이름이라 한다.
산괴불주머니
얼레지와 들바람꽃이 활짝 피었고 길 가에는 홀아비바람꽃도 무성하게 피었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몇 송이 보이지 않았는데 그 며칠 새 활짝 피었다. 아직 피지 않고 봉오리가 맺혀있는 것도 많이 보인다. 며칠만 지나면 길 가에 활아비바람꽃이 지천으로 피어있겠다.
달래꽃과 너도바람꽃 열매
피나물
매화말발도리
족도리풀
홀아비바람꽃
금괭이눈
논남계곡에는 귀룽나무와 야광나무가 많이 보인다. 귀룽나무는 벌써 푸릇푸릇한 새싹의 틔우고 있다. 앞으로 2주 정도 지나면 하얀 꽃이 주렁주렁 달려 있겠다.
주말이 아니라서 그런건지 오가는 사람이 하나도 안보이더니 전망대 갈림길 가기 전 얼룩무늬 등산복 차림의 남자 한 명이 작은 배낭을 메고 쭐래쭐래 오뚜기령에서 내려온다. 한 눈에 보아도 나물꾼이다.
“뭐 많이 뜯으셨나요” 하고 물으니
“없어요. 아무것도 안났어요.” 그의 배낭이 홀쭉하다. 그러면서 자신은 나물 뜯으러 다니는 게 아니라고 한다.
“두릅이 날 때는 저 너머 일동 사람들이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서 다 따가요” 그의 말은 이 강씨봉 일대를 얼기설기 엮어놓은 임도돠 군사도로를 따라서 오토바이를 타고 두릅을 채취해간다는 말이다.
“이 휴양림에서는 마을사람들에게 자동차가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요” 나물 채취시기가 되면 마을 사람들은 스타렉스 등 차량을 이용하여 임도를 훍고 다닌다고 한다. 그러니 서울이나 근교에서 산꾼들이 길 가에서 두릅을 딸 수 있는 기회는 없는 것이다. 이 사람도 아침 8시경에 임산마을에서 시작하여 주변 산을 다 훑어보고 내려가는 길이라 한다. 아마 언제쯤 오면 두릅을 딸 수 있는지 시기를 알아보러 나온 모양이다.
오뚜기고개 가기 전 왼쪽으로 꺽인 임도를 따라 전망대로 향했다. 임도 가에는 진달래가 만발했고 땅에는 양지꽃과 미치광이꽃이 한창이다. 차량이 쉽게 다닐 수 있도록 최대한 평평하게 잘 닦여 있다. 이 임도는 전망대를 지나 임산마을까지 연결된다. 오르내림이 없다보니 지루하리만치 길게 이어진다.
전망대로 가는 갈림길
큰괭이밥
산괭이눈
산 중턱 윗쪽은 아직 겨울모드다.
미치광이풀 - 마치 병아리가 알에서 부화하는 모습같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진 탓인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명지산과 화악산이 멀게 느껴진다. 맑은 날이면 화악산 정상에 있는 군사기지도 세세하게 보일 듯하다. 햇볕이 그다지 덥지도 춥지도 않게 적당하다. 간단하게 싸온 빵과 커피로 요기를 하고 서둘러 자리를 뜬다.
지난 주말에는 이 전망대에서 임산마을로 내려갔으니 오늘은 곧바로 휴양림을 향한다. 내리막 길로 1.5 km 밖에 안되는 짧은 길이다 보니 천천히 걸었는데도 30분만에 휴양림에 도착했다.
전망대에서 깊이봉, 휴양림, 임산마을 그리고 오뚜기고개 방향으로 갈라진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화악산
명지산
움푹 들어간 곳이 귀목고개이고 오른쪽 뾰족하게 나온 곳이 귀목봉이다.
휴양림으로 하산한다.
오후 2시 20분 아직도 시간 여유가 있다. 아침에 잠깐 둘러본 계곡을 따라서 내려가볼 참이다. 깊은 골에서 내려오는 말이라서 그런지 수량이 제법 풍부하다. 물건너 숲속으로 들어가니 얼레지와 꿩의바람꽃 그리고 들바람꽃이 밭을 이루고 있다.
산길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있어 혹시 깽깽이풀이 어디 있는지 물으니 더 아래쪽으로 내랴가면 있을 것이라고 알려준다. 직접 깽깽이풀 서식지를 대략이나마 알려준 첫 번째 사람이다. 길 가에 자동차가 여러대 주차되어 있는데 그 건너편에 있다고 한다.
물좋고 꽃좋은 천상의 화원이다. 이미 수 많은 꽃 순례객들이 다녀간 흔적이 덕지덕지 묻어 있어도 여전히 꽃길이다. 갖가지 모양을 하고 있는 얼레지가 지천으로 피어 있고 꿩의바람꽃과 들바람꽃도 활짝 피어 바람에 흔들린다. 이 곳은 시간이 멈춰버린 듯하다. 들바람꽃과 꿩의바람꽃이 공존하는 곳 그리고 다른 곳에는 이미 져버린 얼레지가 아직도 신선한 모습으로 피어있는 곳이다.
많은 꽃 순례객들이 자세를 한껏 낮추고 꽃과 눈높이를 맞춘다. 연신 감탄사를 토해내며 가장 행복한 순간을을 카메라에 주워담느라 여념이 없다. 기다란 렌즈를 낀 대포카메라를 메고 어슬렁거리는 진사님들부터 핸드폰 카메라로 잘 맞지도 않는 초점을 맞추느라 끙끙거리는 아마추어 꽃쟁이들까지 모두 말없이 꽃을 경배한다.
계곡 옆 숲 속에서는 얼레지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계곡 모습
금붓꽃
양지꽃 방석
얼레지는 언제 봐도 예쁘다.
애기송이는 아직 개화전이다.
들바람꽃
큰괭이밥
그리고 마침내 그녀를 만났다. 바짝 말라 가느다랗게 올라간 꽃대 위에 하나, 둘, 셋, 다섯 장의 보랏빛 꽃잎이 하늘거리는 깽깽이풀을 만났다. 연한 황갈색 잎은 연잎처럼 생겼다. 아니, 한련초의 잎이 저런 모양이었던가? 연잎꿩의다리 잎도 비슷하게 생겼지. 이렇게 눈에 잘 띄는 깽깽이풀을 왜 이제까지 볼 수가 없었을까?
내가 기억하는 ‘깽갱이’라는 단어는 알렉스 헤일리가 쓴 장편소설 뿌리에서 흑인들이 바이올린을 켜면서 춤을 추는 모습에서였다. 흑인들은 바이롤린을 깽갱이라고 불렀는데 아마도 백인들이 연주하는 것에 비해 자기들이 단조롭게 춤추면서 긁어대는 것을 같은 악기라 해도 속되게 여겼나보다.
내 생애 처음으로 만난 깽깽이
깽깽이풀의 학명은 Jeffersonia Dubia 라고 하는데 이는 미국의 독립을 선언한 제 3대 대통령이었던 Thomas Jefferson 의 친구이자 식물학자인 벤자민 스미스 바톤이 제버슨 대통령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라 한다. 미국에서 자생하는 깽깽이풀은 Jeffersonia Phylla 라고 하는데 조소명인 Phylla는 두 겹(twin leaf)이라는 뜻이며 이는 꽃잎이 두 겹으로 되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난 너에게 반했다.
깽깽이풀이란 이름을 지은 사람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고 붙인 것인지 모르지만 내가 본 깽깽이풀의 꽃대가 가늘고 길게 올라간 모습이 바이올린 줄을 연상시킨다. 아니면 그 가늘고 마른 모습이 보릿고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피어 있어 깡깡 마른 풀이라는 뜻에서 그렇게 지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가는 꽃대 위에서 선율에 맞춰 파르르 춤을 춘다. 깽깽이 춤을 춘다.
깽깽이풀 이름이야 어찌 되었든 명지산 계곡 너머 숲 속에 앉아 있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연한 보라색 꽃잎이 햇빛을 받아 투명한 비단폭처럼 비친다. 작은 바람에도 꽃대를 흔들어내면서 조잘거린다. 꽃잎 하나 파르르 떨다가 땅에 떨군다. 행복한 한 나절이 저물어간다.
깽깽이풀 군락에 함께 자라는 애기송이풀은 꽃망울만 확인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에필로그
나이테
마약 역사에도 나이테가 있다면 2020년에는 어떤 나이테가 생겨날까? 나이테는 나무가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한 나무의 역사이다. 몹시 추운 겨울에는 마디게 자라서 나이테가 좁고 단단하며 날씨가 온화한 여름철에는 나이테가 넓고 무르다.
올 해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시작해 빨라도 올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정부와 국민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켜서 안정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하지만 IMF는 올 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 3 퍼센트로 수정 발표하였고 우리나라 경제 전망치도 기존 2.2 % 성장에서 3.4 % 내린 -1.2 % 성장을 예고했다. 이 수치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상황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전 세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아주 혹독한 환경을 의미한다.
흰색 얼레지
오늘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총 300 석의 국회의원 의석 중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개헌 저지선인100석을 간신히 넘긴 103석을 차지한 반면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은 180석을 차지해 범 여권인 정의당(6석) 및 열린 민주당(3)석을 합치면 189 석으로 막강한 힘을 얻게 되었다. 여든 야든 지지해준 유권자들의 뜻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는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된 코로나 사태를 잘 극복하고 다가올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라는 주문이라고 해석한다. 이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민주 통합당에 기울던 표심이 코로사 사태를 전 세계적에 모법적으로 대처하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서 점차 민주당으로 옮겨간 추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어찌되었든 더불어 민주당은 이번에 전폭적으로 지지해 준 국민들의 여망을 의식해서라도 우리나라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잘 이겨내고 더욱 발전된 국가로 우둑 설 수 있도록 21대 국회를 이끌어가길 바란다. 우리나라 역사의 나이테에는 2020년이 아주 단단하게 성장한 모습으로 잘 각인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