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텐을 위한 변명 [강석기의 과학카페 183] 장질환 전부가 글루텐 때문은 아냐 과학동아 | 기사입력 2014년 07월 07일
에이커당 더 많은 칼로리를 생산하고(옥수수, 쌀) 재배가 더 쉬우며(옥수수, 보리, 호밀) 영양소가 더 많은(퀴노아) 곡물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밀의 세계정복은 믿기 어렵고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다. 성공 비결이 뭘까? 바로 글루텐이다. - 마이클 폴란, ‘요리를 욕망하다’ 최근 ‘사이언스’에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는데(5월 9일자), 서구인과 동아시아인 사이에 나타나는 심리적, 문화적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가설을 제안하고 있다. 소위 ‘벼농사 이론(rice theory)’으로 불리는 이 가설에 따르면, 동아시아인들이 관계지향적이고 통합적 사고를 하는 이유가 벼농사를 지었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주의이고 분석적 사고를 하는 서구인은 밀농사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밥을 먹건 빵을 먹건 어차피 주성분은 탄수화물인데 이게 어떤 경로로 마음에 영향을 줄 수 있었을까. 물론 뭘 먹었느냐가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핵심은 농사짓는 방법의 차이다. 즉 벼농사는 물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규모 관개시설이 필요하고 농사를 지을 때도 이웃 간에 물을 잘 나눠 써야 한다. 또 피(잡초)를 뽑는 작업 등 밀농사에 비해 두 배 이상 손이 많이 간다. 결국 벼농사는 개인(부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그 결과 벼농사권에서는 상부상조하는 관습이 이어져왔고 ‘나보다는 우리’를 앞에 둘 수밖에 없었다. 반면 밀농사는 자연 강우에만 의존하면 되고 일이 고되기는 해도 나 혼자 힘으로 내가 먹을 걸 얻는 데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농사의 독립성이 컸고 그만큼 다른 사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는 것. 이런 생활패턴이 수천 년 이어져오면서 동아시아인과 서구인의 사고방식에 근본적인 차이가 생겼다는 것. 결국 ‘brother’와 ‘오빠 남동생 형 동생’의 차이도 밀과 벼(쌀)에서 비롯된 셈이다. 그런데 왜 우리 동아시아 사람들은 쉬운 밀을 놔두고 고생고생하면서도 굳이 벼를 재배한 걸까. 답은 쌀이 다른 것들과는 격이 다른 곡물이라는 데 있다. 도정한 쌀로 밥을 하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이 된다. 즉 도정 외에 아무런 추가 작업 없이 알곡 그대로 익혀도 식감이 뛰어난 유일한 곡식이 바로 쌀이다. 반면 밀은 굳이 이렇게 먹겠다면 못 먹을 거야 없지만 식감은 쌀밥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꽁보리밥을 생각하면 감이 올 것이다(진화상으로 보리는 벼보다 밀에 가까운 식물이다.) 그럼에도 밀은 벼,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작물로 건재하고 있다(옥수수는 대부분 사료나 시럽, 기름채취용이므로 사실상 밀과 벼 양자구도다). 물론 벼에 비해 일손이 덜 들고 재배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는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인류가 알곡을 먹는 대신 가루로 빻아 반죽을 해 면을 뽑거나 빵을 만들어 먹는 방법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건, 밀에는 쌀에는 들어있지 않는 ‘글루텐(gluten)’이라는 단백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글루텐이 인류 건강의 적으로 지목돼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글루텐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일일 것이므로, ‘보들보들한 빵을 사랑하는’ 필자가 글루텐의 변호인으로 한 번 나서보겠다.
●면과 빵 등장의 일등 공신
밀알에는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밀가루에 물을 넣고 반죽하면 이 두 단백질이 섞이면서 단백질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이를 글루텐이라고 부른다. (제공 ‘과학동아’)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사실 글루텐은 특정한 단백질의 이름이 아니라 글리아딘(gliadin)과 글루테닌(glutenin)이라는 두 단백질이 만나 형성된 그물구조의 단백질 복합체다. 따라서 정작 밀알 내부에는 글루텐이 없다. 그런데 밀을 가루로 만든 뒤 여기에 물을 부어 개어주면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만나면서 그물망을 형성하는데, 그 정도는 반죽시간과 강도, 기술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일본 우동 장인들이 반죽을 할 때 집착에 가까운 들이는 공을 들이는 이유다. (글루텐의 물성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과학동아’ 2009년 9월호 ‘면발의 힘 글루텐’ 참조.)
글루텐 덕분에 면을 쉽게 뽑을 수 있는 게 밀이 널리 퍼진데 큰 역할을 했지만 밀이 쌀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효모(yeast)와의 만남이다. 밀가루 반죽에 효모가 들어감으로써 발효로 나온 이산화탄소와 에탄올이 반죽을 부풀리고 오븐에서 추가로 부풀어 오르면서(온도가 높아지면 내부 기체가 팽창한다) 공기 80%인 빵이 만들어진다. 호밀을 제외한 다른 곡물은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데, 바로 글루텐이 없기 때문이다(보리에도 소량 있지만 반죽을 부풀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즉 밀반죽의 글루텐 그물망이 내부에서 생긴 기체(이산화탄소와 에탄올)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잡아주면서 이런 놀라운 변신이 일어나는 것이다.
면과 빵이라는 식품 유형을 가능하게 한 글루텐이 요즘 집중포화를 받는 이유는 소위 ‘글루텐 민감성(gluten sensitivity)’으로 불리는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런 사람들은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소화기질환을 비롯해 자가면역질환, 천식, 비염, 두통 등 각종 증상이 일어나 고생을 하는데 전체 인구의 10%에 이른다고. 그러다보니 최근 한 신문 건강면에 ‘글루텐이 장(腸) 염증 일으켜 온갖 병 원인 된다’라는 단정적인 제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글루텐이 왜 문제가 될까. 지금까지 이론에 따르면 밀가루 음식을 먹었을 때 글루텐이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채 소장 점막에 남아 면역계를 자극해 염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즉 글루텐의 소화흡수율이 낮은 사람이 밀가루 음식을 많이 또는 장기적으로 먹으면 탈이 난다는 것이다. 필자는 다행히 글루텐 민감성은 아닌 것 같고 따라서 남 얘기라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글루텐 민감성에 대해서는 늘 찜찜하게 생각했다. 인구의 10%가 민감성을 보인다면 많은 문화권에서 밀이 어떻게 주식이 될 수 있었을까. 젖당 불내증(lactose intolerance)에서 알 수 있듯이 우유를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과 거의 안 먹는 문화권의 경우 불내증은 안 먹는 문화권에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즉 주식으로 먹는 문화권에서는 이미 자연선택으로 불내증인 유전형은 솎아졌다는 말이다. 이 논리를 적용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에서 글루텐 민감성이 10%라면 이해가 가지만, 예전부터 밀 문화권이었던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10%라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글루텐 프리의 함정
미국의 과학월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2월호에는 학술지 ‘네이처 의학’의 뉴스 담당 편집자인 록산느 캄시의 흥미로운 칼럼이 실렸다. 글루텐이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유일한 밀 단백질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심각한 장염증질환인 셀리악병(celiac disease)도 글루텐에서 원인을 찾고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고. 즉 글루텐 민감성인 사람들은 소화계의 증상이 덜 심각하고 두통 같은 다른 증상도 보이는 반면 셀리악병처럼 심각한 장 손상이나 염증은 보통 나타나지 않는다고.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런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글루텐 때문이라고 단정한다는 것. 그런데 최근 글루텐 질환으로 알려진 병들이 실제로는 글루텐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한다. 밀에 있는 다른 단백질이나 다른 곡물 때문에 생긴 질환일 수 있다는 것. 밀에 들어있는 글루텐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는 주장이 처음 나온 건 19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중 빵이 부족해지자 셀리악병으로 죽은 어린이 숫자가 급감했다는 사실을 네덜란드의 의사 빌렘 카렐 딕케가 발견하면서 글루텐의 어두운 면이 본격 조명됐다. 그 뒤 ‘글루텐 없는(gluten-free)’ 식이요법이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 셀리악병 환자들에 대한 면밀한 연구결과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글루텐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식품 속 다른 단백질이나 심지어 탄수화물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것. 2010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글루텐 민감성으로 알고 있는 사람 32명을 대상으로 글루텐 프리 식이요법을 실시한 결과 불과 12명만이 증상이 개선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60%는 글루텐 민감성이 아니고 따라서 효과도 없는 식이요법을 한 셈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6월 23일자에는 글루텐 프리 식품이 실제로 몸에 좋다는 근거가 희박하다는 뉴스가 실렸다. 오히려 탄수화물과 당분의 함량이 높아 비만 등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더 높다는 것. 현재 미국에서만 글루텐 프리 시장이 233억 달러(약 24조 원) 규모라고 한다. 어쩌면 대형 식품회사들은 진실의 미묘함을 알면서도 건강 염려증이 지나친 현대인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모든 문제를 글루텐으로 몰아 마케팅 컨셉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글루텐 : 문제는 현대인의 면역계다
번역 : 양병찬님
글루텐은 밀, 보리, 귀리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의 일종인데, 미국인들은 세 명에 한 명꼴로 글루텐을 회피하려고 노력한다. 여름밤에 벌어지는 파티에서는 '글루텐 없는 메뉴', '글루텐 없는 라벨', '글루텐 없는 초청객' 등의 말들이 난무한다. 글루텐 반대론자들 중 일부는 이렇게 주장하는 모양이다. "우리 인간은 밀이라는 종(種)에 적응할 정도로 오랫동안 밀을 섭취하지 않았다." 즉, 농업은 고작 12,000년 전에 시작되었는데, 이 정도의 시간으로는 인체가 밀에 적응하는 데 어림도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주로 아프리카에서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하며, 그곳의 환경에 적응해 왔기 때문이라나? 그들이 내세우는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수렵채집인이며, 밀 섭취자(bread-eaters)는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글루텐에 노출될 경우 셀리악병 또는 글루텐불내성에 걸리고, 어떤 사람들은 -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 그냥 기분이 엉망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유(類)의 주장들은 대부분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며, 본질적인 문제를 간과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본질적 문제란, '과민한 면역계'를 말한다. 1. 인류는 새로운 식품에 빠르게 적응한다 밀은 지금으로부터 11,000년 전 아나톨리아 남동부에서 최초로 재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나톨리아는 그리스어 Anatole(태양이 솟는 곳)에서 유래하고, 현재 터키령의 아시아 측 흑해와 에게해, 동지중해로 둘러싸여 서쪽으로 돌출한 대반도를 말하며, 소아시아라고도 한다.) 이스라엘의 고고학 유적지(Ohalo II)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분석해 보면, 인류는 이보다 훨씬 오래 전인 약 23,000년 전에 야생 보리나 밀 등의 곡물을 섭취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1~2만 년이라는 세월이 새로운 식품에 적응하기에 턱도 없이 부족한 기간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일부 인류집단이 우유에 적응하게 된 과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인간은 유아기에 유당(우유에 포함된 당분)을 소화시킬 수 있지만, 상당수는 성인이 되어 락타제 유전자(lactase gene)가 불활성화되며 젖당분해 효소의 생성을 중단한다. 이런 사람들은 우유를 마시면 배에 가스가 차고 설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 환자라고 부른다. 이에 반해 어떤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도 락타제 유전자가 활성을 잃지 않아 우유를 마셔도 끄떡이 없는데, 이런 형질을 락타제지속성(lactase persistence)이라고 한다. 우유를 생성하는 동물들이 처음 가축화된 시기는, 중동에서 밀이 재배되기 시작한 시기와 얼추 비슷하다. 우유를 마시는 풍습이 전파되면서 락타제지속성도 함께 전파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자들을 놀라게 하는 사실은 '일부 집단에서 락타제지속성이 매우 빠르고 완벽하게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5,400년 전에 살았던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수렵채입인들조차 락타제유전자를 갖고 있었으며, 오늘날의 스칸디나바이인들은 대부분 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챙겨야 할 교훈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인류가 새로운 식품의 도입에 매우 빠르게(우유의 경우에는 수천 년 만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유만 가능하고 밀은 불가능하다는 궤변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만약에 밀이 몸에 그렇게 해롭다면, 인류는 지난 1만 년 동안 밀을 먹어 오면서 버텨낼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라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락타제지속성을 연구하는 세라 A. 티시코프 박사(유전학)는 말한다.
2. 자가면역질환의 유전학적 이해 시카고 대학교 산하 셀리악병센터 소장인 바나 자브리 박사는 셀리악병의 유전학적 근거를 들어, '밀이 본질적으로 독성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활동성 셀리악병은 발육지연에서부터 시작하여 골다공증 심지어 유산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건강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셀리악병을 앓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약 1%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적응비용(fitness cost)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신은 '셀리악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밀을 먹는 집단의 유전자풀에서 점차 사라져갈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하지만 몇 년 전 자브리 박사는 루이르 B. 바레이로 박사(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 집단유전학)와 함께 이 가설을 검증하여 정반대의 결론을 얻었다. 밀이 처음 재배된 지역으로 알려진 중동인들의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셀리악병 관련 유전자가 풍부할 뿐 아니라, 일부 셀리악병 관련된 돌연변이들은 최근 천 년 동안 전파되었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이는 '셀리악병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뭔가 이득을 보는 면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바리에로 박사는 다른 자가면역질환 관련 유전자에서도 이와 비슷한 패턴을 발견해 왔다. 즉, 상당수의 자가면역관련 유전자들이 최근 천년 동안 - 줄어들기는커녕 - 더 흔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 최근 들어 자가면역질환 관련 유전자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 가능성은 '자가면역질환 관련 유전자를 보유하는 것의 이득이 비용을 상회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리에로 박사의 생각인데, 그의 설명을 자세히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농경생활, 정착생활, 가축 길들이기가 증가함에 따라 인류는 병원체에 더욱 많이 노출되었고, 이에 대응으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유전자가 진화되었다." 요컨대, 인간이 치명적 병원체들에 직면하면서, 이에 대한 방어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자가면역질환 관련 유전자가 진화했다는 것이다. 겸상적혈구빈혈증의 예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자가면역관련 유전자가 늘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증거는 카렐리아 지역에서 발견된다. 카렐리아 지역은 핀란드와 러시아의 국경선 때문에 둘로 나뉘는데, 양쪽의 주민들이 먹는 밀의 양은 비슷하지만, 핀린드쪽 사람들은 러시아쪽 사람들에 비해 다섯 배나 많이 셀리악병을 앓는다. 셀리악병뿐만이 아니라, 다른 자가면역질환들도 그렇다. 1형당뇨병, 알레르기, 천식 등 모든 질환들이 핀란드 쪽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핀란드쪽 주민들과 러시아쪽 주민들의 차이는 뭘까? 그것은 '러시아쪽 주민들은 핀란드쪽 주민들에 비해 가난하고, 대변-입감염(fecal-oral infection)이 흔하다'는 것이다. 일부 핀란드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러시아쪽 카렐리아 사람들은 50년 전의 핀란드인들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요건대, 지저분한 환경 속에서는 자가면역질환 관련 유전자가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3. 문제는 면역계다 요즘 들어 글루텐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 글루텐 반대론자들은 '현대의 밀 품종들은 과거의 품종들보다 글루텐 함유량이 많아, 독성이 더욱 강하다'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최근 미 농무부의 도널드 카사다 박사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1세기 동안 수확된 밀의 단백질 성분을 비교검토해 본 결과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 오늘날의 밀 소비량이 옛날보다 많을까? 그런 것도 아니다. 글루텐 반대론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인체가 기본적으로 글루텐을 무해한 단백질로 취급하도록(즉, 글루텐에 반응하지 않도록) 세팅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간 셀리악병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뭘까? 첫째, 셀리악병뿐만 아니라 다른 자가면역질환들도 역시 증가했다. 현대인은 꽃가루(알레르기성 비염), 장내미생물(염증성 장질환), 자신의 조직(다발성경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둘째, 서구식 식단에 포함된 당과 기름기도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항생제와 각종 위생조치로 인해 장내미생물이 변화한 것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근본적인 문제점은 ‘현대인의 면역계가 교란 된 것 같다’는 것이다. 문제는 밀에게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몸 속에 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애꿎은 글루텐을 탓할 게 아니라, 우리의 면역계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필자인 모이세스 벨라스케스-마노프는 과학 저술가이며 『Epidemic of Absence』의 저자이기도 하다.
●글루텐 섭취와 심혈관 질환은 연관성이 없다
출처 : http://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jjy0501&logNo=220997558841&navType=tl
하버드 의과대학/메사추세스 종합병원, 그리고 콜럼비아 의과대학의 연구자들은 간호사 건강연구 (NHS), 의료 전문가 추적연구 (HPFS)의 참가자 11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1986년에서 2010년 사이 심각한 심혈관 질환 (심근 경색 등)의 발병률과 글루텐 섭취량의 관계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글루텐 섭취량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와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인데,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를 할수록 식이 섬유 섭취량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식이 섬유를 섭취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있는 만큼 완전하게 일치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무튼 이번 연구 결과는 최소한 글루텐 섭취가 셀리악 병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이전의 연구 결과를 다시 확인시킨 셈입니다. 사실 앞서 언급했듯이 오히려 위험할 가능성이 있는 쪽은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 쪽입니다. 물론 셀리악 병이 있어서 글루텐 함유 음식을 먹으면 심한 설사와 복통이 일어나는 경우라면 다른 선택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는 대개 시간과 비용의 낭비일 뿐이고 더 나쁘게는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다행한 일은 한국에는 셀리악 병이 매우 드물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요리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면 (글루텐은 밀가루 반죽의 점성이나 탄력에 영향을 줌) 굳이 글루텐 프리 밀가루를 찾아먹을 필요는 없겠습니다. ----------- 요즘에는 어딜 가나 글루텐 없는 식단과 제품이 있다. 2014년 현재 미국에서만 약 300만 명의 사람들이 글루텐을 기피한다. 그러나 이 수치만 갖고서는, 사람들이 글루텐을 기피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그중에는 '글루텐 없는 식품은 건강식품이다'라는 말을 들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글루텐은 모두에게 해롭다'는 말을 들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와 대조적으로, 실제로 어떤 증상을 경험한 후 글루텐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셀리악병을 앓지 않으면서도 "글루텐이 복통, 복부팽만, 피로를 초래한다"고 호소한다. 이런 모호한 질환을 비셀리악글루텐민감성(NCGS: nonceliac gluten sensitivity)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셀리악병은 (밀, 보리, 호밀에서 발견되는) 악명높은 단백질 복합체(글루텐)에 대한 자가면역반응이다. 일부 의사와 연구자 들은 NCGS 때문에 골머리를 앓으며, 진짜 원인을 밝히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우리가 NCGS에 대해 아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특정 연구자들은, 밀 속에 함유된 글루텐 또는 다른 성분(예: 다른 단백질, 당지질)에 면역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고 있다. 2016년 출판된 한 연구에 따르면, 밀 감수성 환자(밀을 섭취한 후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 80명의 혈액샘플을 검사한 결과, 글루텐의 구성요소에 대한 항체가 높은 수준으로 검출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들은 두 가지 단백질의 수준이 높다는 사실도 발견했는데, 이는 세균에 대한 염증반응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해서 글루텐 자체가 질병을 초래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밀의 일부분이 장벽(腸壁)을 자극하여 투과성을 높인다. → 밀의 구성요소와 장내미생물이 장 조직의 면역세포에게 발각되지 않고, 혈류와 간으로 진입한다. → 면역반응을 초래한다.
(2) 그러나 다른 연구자 진영에서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밀에 면역반응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로 반응하는 대상은 글루텐이 아니라 FODMAPs, 즉 발효성(Fermentable) 올리고당(O), 이당류(D), 단당류(M), 폴리올(P)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프럭탄, 라피노스, 젖당, 소르비톨, 스타키오스(stachyose), 설탕이 있다. 이 탄수화물들은 장에서 쉽게 흡수되지 않으므로, 소화관에서 발효되어 가스와 복부팽만을 초래할 수 있다.
FODMAPs는 우리의 식단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우유, 배, 콩류, 양파, 마늘, 사과, 체리, 요구르트 ... 밀 속에 들어있는 프럭탄이라는 탄수화물의 경우, FODMAPs 섭취량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다. 어떤 연구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식단에서 밀을 제거한 후 편안하게 느끼는 이유는, 글루텐이나 기타 밀의 구성성분에 대한 면역반응이 아니라, FODMAPs 섭취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저(低) FODMAPs 식단」의 옹호자들은 "글루텐 섭취를 완전히 중단하는 것보다 FODMAPs 섭취를 줄이는 게 덜 힘들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FODMAPs를 완전히 제거한 후 조금씩 재도입하며, 증상을 감안하여 문턱값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3) 따라서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의 연구진은 FODMAPs와 글루텐의 효과를 제대로 밝혀내기 위해 이번 연구를 설계했다. 그들은 이미 글루텐 없는 식단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집하여, 정체를 알 수 없는 스낵바 세 가지(순수한 글루텐, 순수한 프럭탄, 플라시보) 중 하나를 섭취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셋 중 하나를 일주일 동안 먹고 복통 등의 증상을 보고한 후, 순서를 바꿔가며 세 가지 스낵바를 모두 섭취했다. 물론 자기가 어떤 걸 먹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 결과, 근소한 차이기는 하지만 최악의 증상을 가장 보고한 그룹은 FODMAPs을 섭취한 참가자(40%)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플라시보를 섭취한 참가자 중에서는 1/3 이상(37%)이 최악의 증상을 보고했다. 매우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이런 결론을 내렸다. "전반적으로 볼 때, FODMAPs이 주범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사람들은 FODMAPs에 반응하는 것이지, 밀 속에 함유된 성분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참가자를 제대로 모집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에 회의를 품는 사람들도 있다. '밀에 면역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아직 결론을 내릴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NCGS는 한 가지 이유나 범인보다, 실제로 여러 가지 다양하고 미묘한 조건들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식료품점이나 식탁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아직은 너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기 바란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당신이 밀에 반응하는 것으로 의심될 경우, 글루텐 없는 식사를 하기 전에 의사를 찾아가 셀리악병을 배제하라"고 한다. 영양사들도 - 너무 많은 식품들을 배제한 나머지 중요한 영양소를 놓치지 않고 - 증상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NCGS의 원인에 대해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으므로, 많은 사람들은 의사나 영양사를 찾아갔을 때 '실험을 해보라'는 말을 듣는다. 일단 글루텐을 제거한 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런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과정을 거쳐 최선의 상태를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 하상도 교수의 ‘식품의 오해’ 시리즈
③ 밀가루와 글루텐
많은 사람들은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은 생각지 않고, 그 원인을 죄다 음식에 돌리고 화풀이한다. 그러나 약은 수면제를 과량 복용하고 자살한 사람의 책임을 수면제에다 돌려 제약회사에 책임을 물리지는 않는다. 유독 식품에만 그렇게 화풀이 한다. 패스트푸드, 밀가루, 유기농, 계란, 우유, 첨가물 등등 누가 일부러 먹인 게 아니라 자신이 선택해서 구매, 섭취한 결과인데도 말이다. 특히, 밀가루는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찬밥 신세로 먹어서는 안 될 나쁜 독(毒)처럼 오해 받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왜곡된 신토불이 사상과 전통에 대한 집착, 우리 농업보호정책 등이 그 원인이라 생각된다. 정부와 생산자들이 나서서 다른 나라에서 온 것은 모두 악(惡)으로 몰아붙여 누명을 씌우고 혼쭐을 내야만 속이 후련한 한풀이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건강 관련 뜨거운 화두 중 하나가 “밀가루 끊기, 글루텐 프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밀가루는 6.25 한국전쟁 후 쌀과 식량이 부족한 시기에 우리의 목숨을 구하려 수입된 제2의 식량이다. 그 때는 국민들에게 밀의 좋은 면을 부각시키며 분식을 장려했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보다 더 많을 정도로 밀은 역사적으로 품질과 안전성이 입증된 곡식이다. 밀가루는 쌀과 달리 쫄깃한 식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글루텐”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글루텐은 밀가루에 들어 있는 단백질로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결합해 만들어지는데, 탄성이 좋은 글루테닌과 점착성이 강한 글리아딘은 물과 섞이면 쫄깃한 식감이 탄생한다. 이처럼 밀가루 음식을 만드는데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글루텐이 최근 장내 염증을 일으키고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 밀가루의 글루텐이 일부 특이 체질 사람에게 설사, 영양장애, 장 염증 등의 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를 ‘셀리악병’이라고 한다. 그러나 셀리악병은 밀을 주식으로 하는 미국에서도 발병률 1% 미만인 희귀질환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는 셀리악병 환자가 거의 없는데도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마치 모든 사람에게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처럼 잘못 알려져 있다. 이러한 오해는 밀가루나 수입된 식품을 소비자들이 많이 먹으면 손해 보는 사람들과 방송의 쇼닥터, 연예인, 자칭 식품전문가들이 합세해 근거 없는 정보로 누명을 씌우고 있다. 나쁘게 이야기해야 시청자들이 흥분하고 시청률이 높아져 이런 나쁜 면의 내용만 모으고 퍼뜨리는 기자와 방송인도 한 몫 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밀가루를 끊어라”고 주장하는 한 쇼닥터가 방송에서 글루텐의 위험성을 말하고, 밀가루로 인한 체내 독성물질을 자신이 만든 해독주스로 없앤다는 상업적 광고를 한 일이 있었다. 어느 개그우먼은 일주일 동안 밀가루를 끊고 날씬해 졌다고 “밀가루 끊기 다이어트열풍”을 일으켰으며, 자사의 쌀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밀가루와 글루텐 끊기 광고”를 확산시킨 어떤 대기업이 공개되는 등 거짓이 난무하고 있다. 또한, 서양 일부 나라에서는 밀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고 해서 글루텐이 제거된 “글루텐 프리” 제품이 주목 받고 있으나, 아직 검증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글루텐 프리” 제품도 글루텐 함량을 낮췄을 뿐 옥수수전분으로 글루텐을 대체해 결국 밀가루와 비교해 건강에 미치는 차이가 없다고 한다. 또한, 글루텐을 제거하거나 함량을 낮추면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지고 탄수화물과 나트륨의 양만 높아져 영양불균형을 초래해 오히려 질병 유발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한다. 밀가루가 “비만”을 유발한다는 주장 또한 지나친 억측이다. 미국의 “Grain Chain”에 따르면 피자와 파스타로 유명한 이탈리아는 밀가루 소비량이 미국보다 2배 많지만, 비만율은 미국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미국의 대표적 음식인 기름에 튀긴 감자튀김, 햄버거패티와 이탈리아의 화로구이 피자를 비교해 보면 비만의 원인이 식품 자체 보다는 섭취량, 조리법 등 식습관과 운동량 등 생활습관과 연관성이 크다. 또한 “밀가루의 글루텐이 ‘칸디다’라는 곰팡이와 유사하게 생겨 독을 낸다”는 괴담이 있는데, 사실상 곰팡이와 글루텐은 전혀 다른 물질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곰팡이는 하등균류며, 몸은 균사(菌絲)로 돼 있고, 분열에 의한 포자로 번식한다”고 정의돼 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의 몸이 단백질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곰팡이와 글루텐을 비슷한 것으로 착각한 것으로 생각된다. 곰팡이는 속과 종에 따라 모양이 다양하고, 글루텐과 같은 단백질 또한 여러 단백질이 혼합된 고분자물질이라 특별한 모양을 갖고 있지 않아 곰팡이와 글루텐의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 우리가 먹는 밀가루에는 표백제가 들어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 하면 표백제도 돈인데, 넣을 필요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밀가루 표백제로 과산화벤조일(희석)이라는 첨가물을 사용하는 것은 합법이나 1992년 국내 제분업계 스스로 표백제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의한 후 표백제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통 밀가루가 아닌 일반 밀가루는 밀의 껍질과 배아를 제외하고 하얀색의 배유 부분만 제분하기 때문에 당연히 하얀색을 띄게 된다. 또 예전보다 제분기술이 발달해 입자가 훨씬 고와져 빛의 반사율이 높아 더욱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비단 밀가루에 대한 이러한 소비자들의 오해뿐 아니라 식품안전성에 관한 우리의 태도를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과학적이고 정확한 근거 없이 불안감을 부추기는 안티 정보가 공공연히 퍼져 식품 섭취에 대한 건전한 소비자의 구매에 대한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식품은 식품산업과 소비자의 선택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 식량 안보에 직결되는 범국가적 문제이므로 과학에 근거한 신중한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은 “영양, 기능 등 좋은 면”과 “독성이라는 나쁜 약점”을 갖고 있다. 어느 음식도 예외가 없다. 약점을 후벼 파 누명을 씌우려 한다면 모든 음식을 다 악으로, 독으로 만들 수가 있다. 그래서 새로운 식품이 개발되거나 외국서 수입되면 경쟁업체 또는 이해관계가 걸린 국내 생산자, 정부와 언론이 나서 나쁜 면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노이즈 마케팅을 벌여 소비자들을 착각하게 만든다. 한번 사람의 뇌에 각인된 오해는 쉽게 고쳐지지 않는 특성이 있어 그 피해는 일파만파가 되고 오해를 푸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밀가루에 의한 비만과 성인병이 걱정이라면 글루텐 문제보다는 밀가루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 크게는 전체적인 식품의 섭취량을 줄여 칼로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음식이 원인이 돼 건강을 해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비만이나 건강을 잃은 원인을 식품 자체에만 돌리지 말고 편식, 과식, 폭식, 야식, 운동부족 등 나쁜 습관에 있는 게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균형되고 절제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지키도록 노력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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