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워리 비 해피
1.
워리는 덩치가 산만한 황구였죠
우리집 대문에 줄을 매서 키웠는데
지 꼴을 생각 못하고
아무나 보고 반갑다고 꼬리치며 달려드는 통에
동네 아줌마와 애들, 여럿 넘어갔습니다
이 피멍 좀봐, 아까징끼 값 내놔
그래서 나한테 엄청 맞았지만
우리 워리, 꼬리만 흔들며
그 매, 몸으로 다 받아냈습니다
한번은 장염에 걸려
누렇고 물큰한 똥을 지 몸만큼 쏟아냈지요
아버지는 약값과 고기 값을 한번에 벌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한성여고 수위를 하는 주인집 아저씨,
수육을 산처럼 쌓아놓고 금강야차처럼
우적우적 씹고 있었습니다
평생을 씹을 듯했습니다
2.
누나는 복실이를 해피라고 불렀습니다
해피야, 너는 워리처럼 되지 마
세달만에 동생을 쥐약에 넘겨주었으니
우리 해피 두배로 행복해야 옳았지요
하지만 어느 날
동네 아저씨들, 장작 몇 개 집어들고는
해피를 뒷산으로 데려갔습니다
왈왈 짖으며 용감한 우리 해피, 뒷산을 타넘어
내게로 도망왔지요
찾아온 아저씨들, 나일론 끈을 내게 건네며 말했습니다
해피가 네 말을 잘 들으니
이 끈을 목에 걸어주지 않겠니?
착한 나, 내게 꼬리치는 착한 해피 목에
줄을 걸어줬지요
지금도 내손모가지는 팔뚝에 얌전히 붙어있습니다
내가 여덟살, 해피가 두살 때 애기입니다
詩/권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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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애견 만나기전엔 그사랑 미처 몰랐는데,,, 옛 생각 하면 마음이 아려서,,,
그래서 하느님은 회개하는 마음을 주신 것 아닐가요
7080 세대들과 그 이전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모두 워리나 해피의 범법자와 증인들입니다. 학교갔다 돌아온 어느날
해피나 도그 가 갑자기 없어지는 그날엔 영락없이 동네 아저씨들의 술판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세월을 이 만큼 보낸
지금은 집에서 키운 토종닭 한 마리도 잡아먹지 못하겠더군요. 주인을 보면 쏜살같이 달려와 구구 거리며 모이를 달라는
그들의 인정에 ~~ 이러다 저도 심상이 깊디깊은 철학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답니다.
연륜이 깊어지면 자연이 그렇게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하물며 시인의 심성을 가진분이야 오죽 하겠습니까 시인님은 잡초 한포기도 마음놓고 뽑지 못하실 것 같습니다
내 고향에서도 종종.
섬뜩했던 장면들을 보았을 때는..
너무 무서워서.. 밤내 잠을 못잤던 기억.
ㅎㅎㅎ 저는 제목 보고 팝송 인줄 알았네요^^*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