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이는 것에 관한 고찰 - 영화 <나이브스 아웃>
시각은 사람의 감각의 80%를 장악한다는 것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의 삶에 있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보는 것은 사람의 판단에서 많은 것을 좌우한다. 때문에,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만큼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는 편이고 좋은 모습, 잘나가는 모습, 특히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에 알맞은 만들어낸 ‘나’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 영화도 그러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knives out’ 이란 ‘누군가를 비난의 목표로 삼다’, ‘본색을 드러내다’라는 뜻으로 풀이한다. ‘나이브스 아웃’은 베스트셀러 추리 소설 작가인 ‘할란 트롬비’가 자신의 85세 생일파티 다음 날 서재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블랑 탐정은 그의 죽음의 원인을 알기 위해 그날 저택에 있던 모두를 심문하면서 그들이 숨기고자 했던 각자의 어두운 면들이 수면 위로 떠 오르게 된다. 표면적으로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가족들이 실상은 할란의 막대한 경제적 지원 덕에 방종하고 무책임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고 이를 거짓과 속임수로 가리려고 했던 각자의 문제들이 살해 동기가 되어 자신의 목을 겨누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할란의 유서에서 그의 간병인이었던 마르타에게 모든 유산을 물려준다는 사실을 들은 가족들은 그녀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는다. 마르타를 가족같이 여겼다는 트롬비 가의 사람들이 그녀의 국적조차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점에서 그들이 겉으로만 그녀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위선적인 인간상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 그가 남긴 거액의 유산을 둘러싸고 본색을 드러내는 가족들의 탐욕과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돈 앞에서 한없이 냉정해지고 무서워지는 인간의 추한 본성과 이중성, 부도덕함을 고발한다.
이 영화의 장르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올바른 마음을 가진 자에게는 좋은 결과가 찾아온다’라는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표면으로 하지만 이는 현재의 사회상을 비판하는 블랙코미디이다. 감독은 트롬비 가의 일원들을 모두 백인으로 마르타를 브라질 출신의 불법 체류자로 설정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더욱 심각해진 인종 차별과 배타주의 및 백인 우월주의라는 현대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 문제를 고발하고자 했다. 할란의 가족들이 마르타를 가족처럼 대해준다고 하지만 결국은 주류편입이 안 되는 이방인으로 취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평등한 사회인 척하는 현대사회가 성별, 인종, 자본 등으로 사람을 어떻게 차별하는지, 그리고 이들을 단지 ‘불쌍한 사람’으로의 동정 어린 눈빛으로만 바라보는지를 우회적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트롬비 가족들을 통해 자신의 아래에 있다고 느끼던 사람이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당연한 특권을 위협할 때의 태도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가족이라는 운명공동체조차도 돈으로 엮여있는 현실을 반영하며 사랑과 배려, 용서보다는 모함과 시기, 질타가 주가 되는 모습을 통해 소중한 가치가 사라져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한결같이 지키고 간직해야 할 신뢰와 믿음, 선의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