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오랜 '떠돌이 생활' 끝에 돌아와 '한국에서의 생활하는 모습'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얘긴데요,
기간이 길었던만큼 다시 제 자리를 찾아 돌아오기가 쉽지 않으면서도 혼자서 모든 일을 하려다 보니 힘에 부쳐,
'지금 내가 왜 이러고 있다지?' 하는 생각에 자주 젖곤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아닌 것 같다라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제가 가족이거나 몇몇 주변의 지인들(여기 까페도 포함)과 얘기를 하려다 보면,
'이번의 제 여행은...' 하고 말을 꺼내기는 하는데, 그와 거의 동시에,
'내가 '여행'을 갔다 온 건가?' 하는 의문이 들면서, 스스로 고개를 가로젓곤 해서 그러는데요,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요즘의 제 상황과 처지가, '여행을 다녀온 사람'의 입장과는 뭔가 그 결이 많이 다름을 느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따지고(크게) 보면 그것도 '여행'이었겠지요.
어차피 그리고 애당초 '남미 여행'이라고 여기면서 시작된 여정이었으니까요.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제 오랜 꿈을(1990년대 후반 제 '멕시코 시절'에 가졌던) 실현하려는 '무리수'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공공연히 '남미여행을 떠난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조짐은 여정 초기부터 나타났는데, 잠시(3주 정도) 머물었던 미국(캘리포니아)에서도,
제 스스로 '여행객(관광객)'이란 생각은 아예 없어서 현지 숙소에 머물면서 그저 제 일을 하곤 했는데,
오죽하면 미국인 친구마저,
"문, 최소한 하루에 한 차례씩이라도 주변 산책이나마 하지? 미국까지 왔는데, 그렇게 처박혀 지내기만 할 거야?" 하고 묻곤 했거든요.
그리고 그 이후 '쿠바'에서도, 저는 한 바닷가 마을에 자리를 잡은 뒤,
두 달 넘게 방에 처박혀 그저 제 일을 했을 뿐, 특별히 어딘가 구경을 위해 돌아다닌 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지 친구 역시,
"문, 내가 여기서 '숙박업'을 하고 있지만, 당신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했었구요,
그 이후 '멕시코'에서 한 달 정도 머물면서도, 거기 친구(K씨)도,
"남궁 형! 어떻게 집에만 처박혀 있어요? 내, 이해가 안 되네......" 하곤 했고,
그 뒤, 나머지 장소(칠레, 아르헨티나, 이스터 섬, 그리고 콜롬비아 스페인 등)에서도 제가 관광을 위해 특별히 어딘가를 돌아다닌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렇게 한국에 돌아와서 제 지난 여정을 돌아봐도(정리를 위해 그렇게 해야만 하는데),
도대체 여행을 했다는 기분은 거의 없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론(?) '여행'(특히 '해외 여행'이라는)이란 단어가 계속 저를 따라다니다 보니,
'이건, 뭔가 잘못된 건데......' 하게 된 겁니다.
그러다 보니 오죽했으면 사전에서 그 단어를 찾아가면서까지 그 의미를 되새겨보았겠습니까.
(여기에 사전적 의미를 첨부합니다.)
여행(旅行):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유람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 돌아다님
그러고 보니 제 여정도 '여행'이 맞긴 한데, 거기에 '유람'이라는 다른 단어가 눈에 걸리기에,
그것도 찾아보았는데요,(아래)
유람(遊覽): 아름다운 경치나 이름난 장소를 돌아다니며 구경함
그렇다면 분명 제가 했던 건 '여행'이랄 수 없었습니다.
전 그렇게 유람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럴 처지도 형편도 못 되었는데, 따지고 보니 결과적으론 떠돌다 돌아왔더라구요.)
그래서 떠오른 게 '방랑'이란 단어인데......
방랑(放浪): 정한 곳이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님
'그래, 이게 맞아!' 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사실 제가 그랬기 때문입니다.
물론 애당초 '남미'라는 '정한 곳'은 있었지만,(원래는 '유람'의 의미도 포함된 여정이었지만)
저는 그 상황 상황에 따라(특히 경제력) 몇 군데를 지나쳤을 뿐이라서요.
'관광객'의 입장에서가 아닌, '한 나그네(떠돌이?)'로서.
(사실은 저도 부분적으로는 '유람'을 하고 싶었었답니다. 그렇지만 돈에 쪼들리다 보니 그렇게 되어지지가 않더라구요.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들르는 곳' 정도로 여기며, 행선지를 바꾸게 된 건데요,)
그 '지나쳤다'는 게, 그저 '떠돌았다'는 의미와 너무 부합되더라는 겁니다.
그러니,
'여행'이랄 수는 없었고, '방랑'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말이 그 말 같기는 해도, 저는 왜 그런지 많이 다르거나 아닌 것 같거든요.)
그것마저도 당시엔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긴 여정에서 돌아온 뒤에 '뒷정리'를 하면서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일이랍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절더러 '해외 여행자'라고 호칭하는 것에(특히 관공서) 심한 거부감까지 느끼게 된 것이기도 하구요. 절더러 무슨, '해외 여행'을 하고 왔다고 들 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