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都城南莊 (제도성남장 ) -崔護 (최호)-
도성 남쪽의 별장에서 쓰다.
去年今日此門中(거년금일차문중)
지난해 오늘 이 대문 안에서
人面桃花相映紅(인면도화상영홍)
님의 얼굴 복사꽃 같이 서로 붉게 비추었지.
人面不知何處去(인면부지하처거)
님의 얼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고
桃花依舊笑春風(도화의구소춘풍)
복사꽃만 변함없이 봄 바람에 웃고있네.
최호는 젊어서 과거에 수차례 응시했으나 그 해도 낙방했다. 마침 청명절이었는데, 울적하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려고 혼자 장안성 남쪽 교외로 봄 구경을 나섰다. 성남문 밖에 도착했을 때, 복숭아꽃이 만발한 농장(農莊)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아담한 장원의 뜰에는 꽃나무만 우거져 있고 조용하여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박주(薄酒)라도 한 잔 얻어 먹고 갈증을 풀려고 농장의 대문을 두드렸다. 얼마 후 한 아가씨가 문틈으로 머리를 내밀고 물었다. "누구세요?" 최호는 자기의 이름을 말하면서 "나 혼자 도시를 벗어나 노닐다가 술을 마신 뒤 목이 말라서 그러니 물을 좀 구해 주시오."
아가씨는 문을 열고 그에게 들어오게 한 후에 집안으로 가서 물을 한 잔 들고왔다. 그녀는 복숭아나무에 기대어 조용히 서 있었는데, 복숭아꽃과 어우러진 그녀의 자태는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최호는 그녀에게 말을 건넸지만, 그녀는 묵묵히 그를 주시만 했다. 그가 물을 다 마시고 가려고하니 그녀는 문밖까지 따라왔다.
최호가 작별 인사를 하니, 그녀는 조금 아쉬워 하는 듯 하면서도 조용히 집으로 들어갔다.
최호도 계속하여 고개를 돌려 아쉬워하며 돌아왔고 돌아간 후, 이 일은 점차 잊어버리는 듯 했다.
이듬해에 청명절이 되자, 그는 갑자기 그 아가씨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그리운 정이 생겨나니 더 이상 제어할 수 없어 곧장 성남으로 갔다. 최호가 그 곳에 도착했을 때, 대문과 장원에 모습은 작년과 완전히 똑같았지만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나오는 이는 없었다. 오랫동안 쓸쓸히 있다 왼쪽 문에 시를 한 수 썼다.
去年今日此門中
人面桃花相映紅
人面不知何處去
桃花依舊笑春風
며칠 후, 그리움의 정이 더욱 굳어져서 그는 다시 그녀를 찾으려고 성남으로 갔다. 그런데 문안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와, 문을 두드리니 한 노인이 나왔다.노인은 울면서 "당신이 내 딸을 죽인 것이다."라고말하니 최호는 몹시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노인은 "내 딸은 어려서부터 사리에 밝아 이미 성년이 되었는데도 아직 시집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부터 그녀는 늘 흐리멍덩하고 무엇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청명절에 그녀와 함께 심경을 달래려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 문 위에 적혀있는 글자를 보고 문에 들어서자마자 병상에 몸져 누웠는데,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는 결국 죽고 말았다."
"나는 이미 늙어서 그저 믿음직한 군자를 찾아 내 딸을 시집 보내어 나의 일생을 기탁하려 했는데, 오늘 뜻밖에 딸이 죽었다. 이거 당신이 내 딸을 죽인것이 아니냐?" 최호 역시 몹시 비통해 하였고, 그가 들어간 후에도 죽은 처녀는 여전히 태연자약하듯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는 자신의 다리에 그녀의 머리를 얹고 울면서 기도하며 말했다.
"나는 여기에 있다. 나는 여기에 있다."
잠시 후, 아가씨는 눈을 떴다.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이에 깜짝 놀란 아버지는 딸을 최호에게 시집 보냈다.
죽은 연인을 깨어나게 하고 연인과 마침내 가정을 이루게 된다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사랑 이야기다.(옮겨온 글)
※칠언 율시 <황학루(黃鶴樓)>를 쓴 唐 시인 최호(崔顥)와 다른 인물
"人面桃花"(인면도화)
위의 시 두번째 구의 人面桃花(인면도화)는 최호의 시에서는 복숭아꽃 처럼 어여쁜 여인의 모습을 형용하였으나, 나중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된 경우 또는 경치는 예전과 같지만 그 경치를 함께 하던 연인은 곁에 없는 경우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쓰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