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어찌 내 마음을 알랴?
2024년 7월 4일 본당 2층과 3층을 오가며 참새 한 마리가 탈출하려고 투명한 유리벽에 부딪치면서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 이놈이 아직도 탈출을 못했구나 싶어서 매우 놀랐다. 6월 초쯤 이 녀석은 교회 카페 쪽 자동문이 열릴 때 들어왔다가 지하 기계실 계단의 유리벽을 향하여 나갈 구멍을 찾느라고 애쓰고 있었다. 유리벽에 부딪치다가 나가겠거니 싶어서 한동안 자동 출입문을 활짝 열어 놓았었다. 그 뒤 놈이 보이지 않아서 탈출에 성공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2주 뒤에 1층 로비에서 그놈이 또 탈출하려고 투명 유리벽에 충돌하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때 탈출에 실패했음을 알았다. 그동안 성전 어디인가 숨어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마음 같아서는 내 손으로 포획하여 확실하게 자유의 세상으로 날려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놈은 자기를 죽이는 줄 알고 도망만 다니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그때도 1층 로비 반자동 현관문을 개방하고 그쪽으로 새 몰이를 하다가 알아서 나갈 수 있게 그 자리를 피해 주었다. 그리고 한두 시간 정도 지나서 현장으로 갔더니 그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이번에는 제대로 빠져나간 것이라 생각했었다. 거의 십여 일 동안 간수의 돌봄도 없이 옥살이하느라 굶주렸을 텐데 그놈에게 자유를 위한 탈출구 마련은 진정 생명을 주는 값진 선행 같아서 흐뭇했다. 그런데 2주가 지난 그날 엘리베이터 정기검사 뒷정리하려고 3층에 올라가 보니 본당 2층 로비에서 그놈이 아직도 탈출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나갈 구멍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더운 날이라서 창문이 열렸지만 인식하지 못한 그놈은 여전히 좌충우돌(左衝右突)하며 사고만 일으킬 뿐이었다. 따져보니 한 달을 여기에서 영어(囹圄)의 몸으로 살았을 것인데 심하게 탈진상태일 거라고 생각하니 비록 천하미물이지만 안쓰러웠다.
이번에는 꼭 내보내야한다는 결의가 더욱 마음을 채웠다. 그냥 나를 믿고 내 손에 잡혀주기만 한다면 이런 개고생 안 하고 드넓은 창공을 힘차게 비상하며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텐데 그놈이 어찌 내 마음을 알랴? 헛수고인 줄 알면서 또 새 몰이를 시도했다. 그러다가 3층으로 올라왔다. 여기는 창문이 유일한 탈출구였기에 그리로 몬다면 탈출이 가능하다 싶었지만 역시 그놈에게는 허사였다. 제 눈에 보이는 유리벽만 향하여 달려가다가 쿵, 충격에 놀라 나자빠지다가도 사람에게 붙들리지 않으려고 다시 힘을 내서 저쪽 유리벽을 향하여 돌진하다가 또 쿵, 잠깐 동안에도 충돌 음이 여러 차례 들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녀석은 점점 기력이 쇠진해 가는듯했다. 지금 그 녀석은 한 달 이상 물 한 모금, 먹이 한 톨 조차 입에 넣은 적이 없었으나 최악의 몸 상태에서 살고 싶어서 전력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놈이 3층 재무부실 좁은 복도로 날아갔다. 공간이 좁으니 어찌 그놈을 탈출시킬 방법이 있을듯했다. 복도 끝에 있는 창문으로 또 새 몰이를 했다. 그런데 3층 계단 출구로 나가는 것이 아닌가? 거기는 창문도 출구도 없는 유리 감방 같은 곳이라서 탈출의 희망이 전혀 없다. 거기로 가봐야 또 유리벽 충돌 사고만 일어날 뿐이었다. 녀석도 하다 하다 지쳤던지 계단에 잠시 앉아서 쉬기도 했다. 비실거리는 그놈을 손으로 잡을 수 있을까 싶어 살금살금 다가갔더니 또 자기 죽는 줄 알고 안간힘을 다해 날아가다가 3층 좁은 복도로 다시 들어가서 복도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거기서 일말의 탈출 희망을 보았다. 3층 출입문을 봉쇄하면 작은 공간이 생기고 유일한 탈출용 창만 열어놓으면 쉬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자기를 돕는 선량한 사람을 사냥꾼으로 오인하고 또 도망 다닐 것이 뻔해서 자리를 피해주었다. 그날 밤늦게 3층 현장에 가보았다. 이번에는 나갈 구멍이 유일했으니까 녀석이 없는 것을 보아 제대로 탈출에 성공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3주간 정도 지났다. 아직까지 성전 건물 내에서는 이놈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으니까 그때 탈출에 성공한 것이 더욱 분명했다. 그놈의 처지를 생각하니 다행보다는 감사가 더 크게 느껴졌다.
새 한 마리에게도 자유를 주고 살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다. 살려주고 싶은 좋은 인심(人心)을 알았다면 이런 고생은 안했을 것이다. 속 깊은 사람의 생각을 1도 헤아리지 못하며 그저 죽는 줄 알고 이리저리 도망 다니던 참새 한 마리의 오해와 무지한 행동이 참으로 딱했다. 그러나 어찌 그런 어리석음이 그놈뿐이랴? 구원의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이 땅 사람의 모습은 어떨까? 죄와 사망의 법에 따라 영원히 죽게 될 죄인에게 영생을 주시려고 독생자를 보내주신 하늘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는 그들이다. 그 손에 붙들려야 죄에서 자유도, 멸망에서 생명도 얻을 수 있는데 그 깊은 뜻도 모른 채 주님을 멀리하는 존재다. 뚫린 줄로 보이나 사실은 막혀있는 유리벽이 제 살 길인 줄 알고 돌진하는 인간의 무모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지를 그 방황의 날개 짓에서 마음을 스치는 깨달음이었다. 한편 아버지에게 거액의 상속금을 챙겨 멀리멀리 떠나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그 품에 안겨야 산다고 그렇게 부탁, 요구, 명령까지 하시는 하나님을 당신 손으로 속박, 규제, 통제하시려는 완고하고 엄하신 이 땅의 아버지로 착각하고 멀리멀리 떠나려고만 하려는 철부지 아들 말이다. 진즉 사람에게 붙들렸다면 한 달을 넘게 굶주리며 생고생은 면했을 참새 한 마리는 다름 아닌 오늘도 하나님의 품을 떠나려는 죄인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휴~~ 그래! 참새 네 놈이 살려주고 싶은 내 마음을 어찌 알랴? 그러다가 문득 깨닫게 된 하늘 아버지의 인간 사랑의 마음이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예레미야 29:11).
6월 초 성전에 들어왔던 새가 나가려고 애쓰던 지하 기계실 계단 유리벽
6월 중 순 경 아직 탈출하지 못한 참새가 나가려고 수없이 부딪쳤던 1층 로비 유리벽
7월 4일 2층 로비에서 날다가 3층으로 날아라 왔던 복도
3층 복도 출입문으로 내려가면 나오는 계단
다시 3층 복도로 올라왔다가 저 끝의 창문으로 나갔을 것이다.